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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02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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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교육비와 학력의 경제학(2)

◇압축 근대화의 후유증


세금을 원천으로 하는 공적 재정으로 학교를 운영하여 잘 사는 가정의 아이나 어려운 가정의 아이 모두가 같은 교실에서 차별없이 균등하게 교육받도록 의도한 공교육은 19세기 후반에 서양 국가에서 보편화되었다. 서양 근대 국가의 형성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 중의 하나는 국가 에 의한 교육시스템의 도입이었다.

 

국가의 교육시스템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기술의 훈련뿐만 아니라 국가 성립에 불가결한 애국 감정의 고조 등 국민 아이덴티티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통합된 국민은 근대 국가의 전제조건이자 경제발전의 필요조건이었으며 그중에서도 학교교육은 더없이 중요한 사회제도였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조국 근대화의 신앙과 같았다. 교육 기간이 1년이 늘어나면 수입이 평균 6% 증가한다는 세계은행의 분석처럼 교육과 소득 간에 강한 상관관계를 가지는데 우리나라의 성장과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인적 자본이라는 사실은 이미 확인되었다.

 

1780년에 공업화를 시작한 영국이 국민소득을 두 배로 늘리는 데에 58년, 미국은 1839년부터 47년, 일본은 1900 년부터 34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1966년부터 불과 11년 만에 달성하였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러움을 샀듯이 우리나라는 1962년부터 1974년 사이에 매년 평균 18.4% 의 성장을 이루었다. 1인당 실질소득은 1960년부터 1998년 사이에 네 배가 늘었다. 수출은 1950년대에 GDP의 5% 이하에 불과하였지만 1980년대에는 35%까지 상승했다. 1970년대에는 임금이 2.3배나 증가했다. 이러한 압축성장의 배경에는 교육이 있었다.

 

경제성장은 가난한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고 평균 수명을 늘리고 한층 발전된 사회제도의 특혜를 누리는 등 삶의 풍요를 가져왔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최고의 피임 이라는 말처럼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돈과 소비를 생활의 중심에 두는 풍조가 사람들의 가치에 스며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돈은 소비의 수단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반영하는 표식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돈은 개인의 자아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일부가 되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물건과 서비스의 구입을 통하여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려고 한다.

 

높은 지위, 표창장, 훈장을 갈구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돈과 연결된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이나 주변에는 관대하고 그 외의 대상들에게는 엄격한 이중 잣대 사회가 돈, 지위 등 현대 사회의 무기와 결합하여 따뜻하고 공평한 인간관계보다도 메마르고 엄격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사회 풍조의 저변에는 학력 중시 사회라는 지나치고 과열된 교육이 있다. 특정 대학을 졸업하면 사회적 가치가 부여되고 경제적으로 나은 삶을 살게 되는 공리주의적 사회에서 지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교육 의존 현상은 불가피한 현상이 아닐까?

 

◇사교육 ‘성악설’ 을 아시나요

 

누구나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 우위를 통하여 자기 자신의 지위를 증명하려고 하면 당연히 경쟁이 생기고 달성해야 할 기준이 점점 더 높아진다. 교육 경쟁이 과열된 사회에서 부모들은 취학 전부터 자녀가 명문대학에 진학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나 지위에 취업하도록 투자 하고 갖은 정보를 수집하는 ‘헬리콥터맘’, ‘몬스터맘’이 되는 것이다.

 

한 달에 수백만 원이나 들어가는 영어유치원을 기꺼이 보내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12년 후에 있을 수학능력시험 이나 수시 입시에서 고득점을 하는 방법을 찾는다. 공부는 자녀가 하지만 자녀의 성공과 실패는 가정이 공동책임을 지는 문화적 특성은 사교육의 의존도를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교육의 성행은 전적으로 공교육에 책임이 있 다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지위 경쟁이 만들어 낸 현상이라는 이해도 가능하다.

 

 

사교육비조사를 공표하는 정부의 설명자료에 의하면 “사교육비 지출을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교육 정책 및 관련 연구에 필요한 기초자료로 제공”하기 위하여 조사를 실시 한다고 한다. 그런데 “교육 정책 및 관련 연구에 필요한 기초자료로 제공”이라는 의도와는 다르게 사교육비조사와 연계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고 사회적 논쟁만 불 지피고 있다. 일부에서 저출산의 원인을 사교육에서 찾으면서 사교육에 교육세를 부과하고 그 재원을 출산장려금으로 쓰자는 주장을 하는 것처럼.

 

한편 사교육비조사에서 소득이 높은 가정은 자녀에게 양질의 사교육을 제공하고 소득이 낮은 가정의 자녀의 경우 사교육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거나 방과후학교 등 사교육으로 분류되지 않은 학교 안의 사교육 기회밖에 가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도 소득계층 간에 어떤 정책을 투입할 것인지, 지역 간의 교육격차는 어떤 정책을 통해 해소할 것인지, 사교육이 거부할 수 없는 사회현상이라면 사교육의 질적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나 방향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보편적 무상화의 확대로 계층 간의 가처분 소득의 격차를 만들고 소득 상위계층의 늘어난 가처분 소득이사 교육으로 흡수되고 있다. 과한 주장일 수 있지만 사교육비 조사가 학교교육이 주축인 공교육의 절대적 우월성에 사교육이 감히 도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가의 보도’가 되고 공교육의 적대적 위치에 사교육을 위치시켜 놓고 공교육 문제를 사교육에 투사하는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도 든다.

 

◇학력의 경제학 ①

 

정치의 변동이 있을 때마다 가계가 지출하는 과도한 사교 육비는 중요한 사회 문제이자 정부가 해결할 우선적 정책 과제라는 점에서 경로의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사교육비조사는 교육 정책의 기초자료이자 연구자료로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사교육비조사는 정부가 의도한 자료로 활용하기에 충분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사교육 찬성론자가 아니지만 사교육비조사와 관련하여 몇 가지만 지적하면 첫째, 우리나라 사교육비 조사 는 사교육 ‘성악설’ 입장을 바탕으로 하면서 사교육을 공교 육의 대체재 또는 보완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교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공교육(특히, 의무교육)은 국민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지식과 문화적 소양을 길러 인간 으로서 바르게 성장하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으며, 이를 위해 국가는 국민의 세금을 교육재정에 투입한다. 하지만 인간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이 공교육만으로 완성될 수 없으므로 공교육의 보완재는 필요하다. 예를 들면 예술·체육·문화 활동 등은 학교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사교육이 공교육의 대체재인지 보완재인지를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교육은 부모의 경제활동 시간에 자녀를 보육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아이들이 방과 후에 부모가 귀가하는 저녁 시간까지 불가피하게 사교육에 참가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는 주변에서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학교 밖의 교육을 모두 사교육으로 정의하여 사회 비판의 장에 끌어들이기보다는 범주화하여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교육비 문제에 논쟁이 너무 집중되는 경우 더 중요한 문제를 놓치지 쉽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지난해 7월 경기도 어느 지역 태권도장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사망사건 이나 심심찮게 발생하는 학원에서의 학생 인권 유린행위 등 사교육 기관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의 결여는 아이들의 안전과 성장에 직접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둘째, 사교육비조사는 학력에 영향을 주는 가정 요인 중에서 사교육비를 얼마 지출하였는지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므로 기회의 공평한 보장을 통하여 소득계층 간 · 지역 간 교육격차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교육 정책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학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가정 요인, 지역사회 요인, 학교 요인 등 다양하다. 이들 요인은 한두 개가 독립적으로 작용하여 학력이라는 결과를 만들기보다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생산함수)하여 학력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먼저 가정 요인에서 부모의 학력과 소득수준 등 사회경제적 지위는 매우 중요하다. 1960년대에 미국에서 학력과 경 제력의 높은 백인들이 자녀의 좋은 교육을 위해 학업 성취가 높은 학교가 소재하는 도시 교외로 이주한 화이트 플라이트(White flight)와 유사하게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고학력과 소득이 높은 지역의 학부모들이 명문대학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더 열심히 사교육을 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서울의 강남구처럼 부유층 주변 지역이나 신도시에는 유명 사교육 기관이 밀집되어 있다. 학력이 높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부모일수록 자녀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사교육비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그 외의 가족 구성원의 교육열도 자녀의 학력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손위 형제자매가 성적이 우수하거나 명문 대학을 다니는 경우 손 아래의 성적도 좋을 가능성이 높다. 가정에서의 학습 습관, 가정의 장서 수 등 문화 자본 또 한 학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그리고 가정 요인에는 학생의 가정 내 교육환경(부모 등 가족의 관심 정도, 장서 수, 참고서, 문제집 등), 문화·예술 체험활동, 스포츠 활동, 영화 · 연극 관람 등 사교육비조사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항목도 많다.

 


와세다대학 대학원에서 기초교육학을 전공하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는 학교법인 태재학원 법인처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민족교육(2017년), 교육의 대화 (2017년), 교육의 폴리틱스·이코노믹스(2022 년, 문화체육관광부 2022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학교제도:미국·영국·일본(2023년, 문화체 육관광부 2024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경계선 의 교육(2024년, 대한민국학술원 2024년 우수 학술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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