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6월 앤디 제시 아마존(Amazon)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SK는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DC)의 구축 운영과 서비스 개발까지 가능한 전 세계에서 흔치 않은 기업”이며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동북아에 구축하려는 인공지능(AI) 전용 데이터센터의 최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1년 만인 지난 6월 최 회장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SK-AWS 울산AI데이터센터’ 건립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지난 8월 29일 ‘SK AI데이터센터 울산’ 기공식이 열렸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잰슨 황 엔비디아 CEO는 SK에 자사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GB200) 5만 개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SK는 AI 클라우드를 포함해 최대 6만개 GPU를 수용할 수 있는 ‘AI 펙토리’를 설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AI 사업의 핵심인 GPU를 확보하게 되면서 SK의 AI 사업은 본격화 될 것 전망이다.
SK는 지난 몇 년 동안 그룹의 사업구조를 에너지, 정보통신, 반도체 등으로 재편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해왔다. AI 사업 본격화로 그룹 각 계열사들의 고른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건설부문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SK에코플렌트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기존 환경사업을 정리하고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을 추진하는 중이다.
그간 주택사업 비중이 컸던 SK에코플랜트는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재무구조 악화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대신 잘 나가는 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 반도체·메모리 제조공장 등을 건설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왔다.
그룹의 AI 사업이 본격화되며 SK에코플랜트의 대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 건설, AI 인프라 구축 등에 일감이 쏟아지며 실적 반등이 기대되고 있다. 더불어 내년 7월로 예정된 기업공개(IPO·유가증권 시장 상장)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기공식...SK에코 인프라 구축 핵심 역할 수행
9일 업계에 따르면 'SK AI데이터센터 울산'의 총 사업 규모는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을 맡은 SK에코플랜트도 적지않은 규모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은 AI 컴퓨팅 특화 구조 및 시스템, 초고집적 랙 밀도, 공랭 플러스(+) 수랭식 하이브리드 냉각 시스템, 안정적인 네트웍 구축 등에 있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설계됐다는 평가다.
SK그룹의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SK에코플랜트, SK가스, SK케미칼, SK멀티유틸리티, SK하이닉스, SK AX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가 참여하는 등 ICT분야와 환경· 에너지 계열사들이 대거 참여해 그룹 역량을 총결집해 이뤄졌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SK에코플랜트는 △최적 공법 제안 △핵심 설비 시공 전략 수립 △사전 인프라 구축 △전력·공조·통신 안정성 확보 △냉각시스템 효율화 등 체계적인 사전검토를 진행했다. 그리고 공사비·공사 기간 최적화 및 실행 단계의 리스크와 지연 요소도 최소화함으로써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기존에 강점을 가진 반도체 제조공장 건설사업을 더욱 고도화하는 중이다. 기존에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등 관련 기업들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AI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한 매출 증가 및 수익 다변화, 재무 건전성 개선 등 질적 성장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자회사 편입을 추진하는 기업은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이다.
이번 자회사 편입으로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제조 주요 공정 중 △포토공정 △식각공정 △증착 및 이온주입 공정 △금속배선공정 △패키지공정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와 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공정인 OLED 증착 공정의 소재 공급 역량을 내재화하게 됐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 시설과 제조공장 등 반도체 인프라 EPC(설계·조달·시공) 구축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면서 “SK에어플러스(산업용 가스), 에센코어(반도체 모듈), SK테스(리사이클링) 등 기존 포트폴리오에 더해 반도체 소재 부문까지 강화하면서 반도체 종합 서비스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종합 반도체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 착착...IPO 성공 기대
하지만 SK에코플랜트는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바로 상장(IPO)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2년 1조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유치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에게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 기한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발행 가격의 5%을 제공해야 한다.
회사는 2021년 사명을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변경했다. 변경된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환경기업으로의 전환을 꿰하려고 했다. 차입한 1조원도 사업구조 전환을 위해 사용할 목적이었다. 2023년 상장을 시도했지만 주력 사업인 건설부문 사업 부진으로 결국은 중도 포기해야한 했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는 ‘환경’을 때고 또 한 번 도전을 공식화했다. 종합 반도체 서비스 기업의로의 전환은 그룹의 AI 사업에 가속도가 붙으며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SK는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을 SK에코플랜트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김영식 신임 사장 내정자는 기존과 차별화된 SK에코플랜트의 반도체 사업 기회 발굴과 성과 창출을 통해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공적인 IPO 추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엔비디아로부터 GPU 5만개 공급, AWS 데이터센터 건설 등은 분명히 향후 상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상장에서 실적 향상 가능성은 중요한 평가 지표다. 하지만 최근 터진 악재도 극복해야 한다. 상장을 위해서는 재무적 상태도 중요하지만 윤리경영 등 도덕성 평가도 중요하다.
최근 SK에코플랜트는 2022년과 2023년 연결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의 매출을 부풀려 보고한 혐의로 지난달 2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약 54억원을 부과받았다. 또한 지난해 4월 경기 시흥 도로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교량 구조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로부터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회사는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김영식 신임 사장 내정자는 이 같은 부문까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 SK에코플랜트의 상장은 AI 사업을 위한 투자금 마련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야흐로 세계 산업은 AI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SK에코플랜트도 이 흐름을 잘 타고 상장까지 성공한다면 그룹 차원에서도 큰 이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