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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도서정가제 시행 6개월, 그리고 변화


도서시장의 과도한 가격경쟁을 막고 소형출판사와 지역서점의 활성화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도서정가제’.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과연 소형출판사와 지역서점의 매출은 이전보다 나아졌을까. 소비자들의 후생은 어떻게 변화됐을까. 도입 6개월이 지난 도서정가제에 대한 모든 것을 살펴봤다.


도서정가제 수정안이 포함된「출판문화산업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지난해 4월29일 국회 본의회를 통과했다. 이어 11월21일부터 ‘도서정가제’가 시행됐다. 개정된 도서정가제의 골자는 제도 효력이 적용되는 도서 대상 범위를 모든 서적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또한 모든 도서는 종류에 상관없이 10%할인이 가능하다. 추가혜택 5%까지 포함하면 최대 15%의 할인을 허용했다. 정가 표시 및 판매 규제에 대해서는 매년 3년마다 검토하도록 했다. 당초 도서정가제의 도입 취지는 일부 대형서점의 과도한 할인을 방지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지역서점도 가격경쟁력을 갖춰 도서시장에서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실제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과도한 할인경쟁은 완화되었지만 온라인서점에서는 여전히 ‘눈속임할인’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서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말을 전했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제도 도입 전보다 제한된 폭의 가격 할인 때문에 울상 짓고 있다.


지난 3월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2014년 11월21일부터 2015년 2월25일까지 약 3개월간의 기간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간 단행본의 평균정가(최종판매가)는 1만8천648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출간된 유사 도서들의 평균정가인 1만9천457원보다 4.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베스트셀러 20위권 내에 신간이 90%나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발간된 지 오랜 시간이 경과하여 싼 가격으로 팔리던 도서가 베스트셀러의 주종을 이루던 이전 사례와 비교했을 때 ‘책의 가격이 아닌 가치로 평가받는’ 도서정가제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단위의 중소서점은 매출이 소폭 증가하거나 변화가 미미했지만 대형서점의 매출은 5%(오프라인 분야)~10%(온라인 분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도서정가제가 영향을 미쳤다기보다는 출판시장의 비수기인 12월~2월의 계절적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한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제도개정 후 일부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의 도서구입이 지역서점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어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다양한 시도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도서정가제 개정 그 이후


지난 5월7일 한국출판인회의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3년, 개정 도서정가제 5개월을 평가한다>라는 주제로 한국출판인회의 강당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도서정가제가 개정 취지에 걸맞게 가격안정화를 통한 가치 경쟁 조성, 소비자의 후생 증대, 도서공급률 정상화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긴급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국출판학회 백원근 연구이사는 도서정가제 시행100일을 맞아 문체부가 내어놓은 모니터링 결과에 대해 “거시적으로 보면 이러한 성과는 부분적으로 타당하다. 무엇보다 반값 할인을 예사로 하던 광폭할인 전쟁이 멈췄고, 할인율 축소가 정가 인하 요인으로 작용했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출판환경에서는 “아직도 정가제는 멀었다”는 아우성이 끊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백 연구이사는 “현행 도서정가제는 15% 기본 할인율을 규정해 구조적인 거품가격을 만들고 있다”며 “출판사들이 15% 할인율을 염두에 두고 정가를 책정할 여지가 커서 판매업체로서는 15% 할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눈속임 거품가격법’의 측면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 개정 의도와 상반된 ‘제휴카드 청구할인 40% 허용’, ‘3년마다 도서정가제를 재검토’하도록 한 조항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 연구이사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영세 출판사와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 의해 유지되는 국내 출판산업에서 도서정가제는 도서 유통과 가격 질서의 기반이요, 책 생태계의 다양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버팀목이다. 곳곳에 큰 금이 간 버팀목을 제대로 된 지지대로 바꿀 책무가 책 생태계 담지자들에게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어떨까. 실제 소비자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변화를 실감하고 있을까. 평균 한 달에 7~8권의 책을 구입한다는 박진서(29, 남)씨는 “책을 구입할 때 가격 때문에 망설인 적은 없다”고 전했다. “책은 하나의 물건이기 보다 가치다. 물론 싸게 구입하면 좋겠지만, 그냥 서점에 가서 쭉 둘러보고 한권 골라 간략하게 훑어보고 ‘끝까지 읽고 싶다,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 자리에서 구입하는 편이기 때문에 도서정가제가 내게는 크게 의미가없는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지역서점의 경우 대형서점과 이전보다는 동등한 위치에서 겨룰 수 있는 가격경쟁력이 생겼기 때문에 매출증대에 작든 크든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이번 제도 개정이 지역서점 활성화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으로 바라봤다. 만 1세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유민지(30, 주부)씨는 “주로 사는 책은 아이 동화책이다. 동화책을 한 권만 살 수는 없고 세트로 사다 보니 항상 책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편이다”며 “사실 작년에 도서정가제 시행한다고 들었을 때 미리 책을 많이 구입해 놨었다. 그런데 요즘 홈쇼핑을 보면 도서정가제가 있어도 할인을 많이 해주는 것 같고 시행 전과 후의 가격도 비슷한 것 같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5월7일 공청회 토론에 참여한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부회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할인율이 줄어 사실상의 가격 인상이 되지 않겠느냐 걱정을 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 책을 구매해도 가격이 정가로 같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가 공평한 가격에 책을 구매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서정가제는 책값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중요하다”며 제대로 된 정가·재정가 책정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따라서 정부는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가격 인하 효과를 통해 소비자 후생에 기여해야 하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소서점 활성화 가능할까


도서정가제를 시행한 근본적 핵심은 중소서점 활성화이다. 도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어느 곳에서나 같은 가격으로 책 구입이 가능해진다. 대형서점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지역서점을 이용하면서 지역서점의 매출증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영등포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에 매출이 증가했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한 뒤 “우리 서점에 오는 손님들은 당장 필요한 책만 구입하는 경향이 있어서 소설, 비소설 서적들은 아마 대형서점에 가서 살 것이다”라며 정가제 시행 전과 후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은영(29)씨는 “서적 가격이 똑같다면 굳이 대형서점을 이용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역서점은 아무래도 책만 사러 가게 되는데, 요즘 대형서점에 가보면 책뿐만 아니라 문구, 음반 심지어 커피숍도 있고 책 읽을 공간도 있다. 이런 부수적인 것 때문에 대형서점을 찾기도 한다”며 두 서점의 특성차를 언급했다. 요즘 대형서점에는 시쳇말로 ‘없는 것이 없다.’ 서점내부에 전자기기, 문구류, 음반 심지어 커피숍도 들어와 있다. 대형서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책 구입이 목적이 아니라 다른 물품을 구입하러 들어갔다가 책을 사는 경우도 상당하다. 단순히 도서정가제로 중소서점 활성화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는 중고서점도 마찬가지이다. 과도한 할인이 제한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아무래도 중고서점을 통해 책을 많이 구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실제로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대학생들은 비싼 전공책을 구입하기 위해 중고서점을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중고서적업체 알라딘 관계자는 “매출 성장률은 예년과 비슷하다”며 “도서정가제 이후에 특별히 매출이 오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도서 공급률 조정 필요


완전한 도서정가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도서 공급률’의 해결이 시급하다. ‘도서공급률’은 서점이 소비자에게 공급할 책을 출판사로부터 들여올 때 정가의 몇 % 금액으로 공급받는다. 이것이 공급자인 출판사 입장에서는 ‘공급률’이며, 수요자인 서점의 입장에서는 ‘매입률’이라 부른다. 공급률이 낮으면 서점의 수익은 늘어나고 공급률이 높으면 서점의 수익은 줄어든다.


2013년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유통채널별공급률 현황을 살펴보면, 주요 인터넷서점의 공급률은 59.3%, 대형서점 61.5%, 전국 도매상 61.9%, 중형서점 70.5%, 소형서점 73.0%, 오픈마켓 57.7%이다. 주요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에 비해 소형서점은 73%의 높은 수준이다.


공급률이 가장 높은 소형서점의 경우 자연스럽게 수익률이 낮아 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양수열 정무위원장은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의 경우 서적이 싸게 공급되고 소형서점은 더 높은 가격에 공급되다 보니 소형서점들은 실제 서적할인을 해주고 신용카드 수수료 등 을 공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결국 영업수익이 상당히 저조해 매출도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양 정무위원장은 도서공급률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서정가제의 취지는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고, 착한가격, 공정한 가격을 책정해 유통이 되고 그것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돌려주자는 것이다”며 “윤리와 도덕성이 필요한데 자본주의 사회가 영리목적이다 보니 이익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의 결정권은 출판사가 가지고 있다. 출판사가 서점에 서적을 공급할 때 서점 별로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 판매제 정가제가 아닌 공급가 정가제의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도서를 ‘창작물’로 인정해주어야


공공기관에서 도서를 구매할 때 기존에는 최저가입찰방식이었다. 하지만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는 가격경쟁 입찰이 불가능해졌다. 높은 공급률 때문에 입찰에 참가하지 못했던 지역서점들이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 상 지자체와 공공도서관 도서구입은 자료구입비 1년 예산 전체에 대한 공개입찰을 통한 ‘연간 계약’을 하게 되어 있다. 2천만원 이상의 예산인 경우에는 공개입찰에 부쳐야 하기 때문에 지역서점만 낙찰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다른 업체도 입찰참여가 가능하다.


실제로 입찰공고가 뜨면 각종 페이퍼컴퍼니들이 참여해 도서유통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양 정무위원장은 “실제 낙찰하는 회사를 보면 주유소, 건설회사, 제약회사 등 관련 없는 회사들이 입찰에 참여해 실제 지역서점이 낙찰을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출판 관련 공공기관이나 신뢰할 수 있는 서점단체에서 인증받은 지역서점에 한하여 입찰을 제한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기관과 지역서점의 연계를 위해 ‘서점인증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지역서점의 경우 대부분 영세하다. 이에 지역서점과 ‘수의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몇 억의 예산을 2천만원 이하로 분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도서는 일반물품으로 분리되어 사실 분할계약이 금지되어있다. 결국 경쟁입찰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결국 공공도서를 구매함에 있어 지역서점이 참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도서구입 방법 변경을 시도해 지역서점을 살리려는 노력을 하는 시가 있다. 바로 의정부시이다.


도서관 정책 박영애 팀장은 “올해는 2천만원 범위 내에서 수의계약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의정부시에서는 전국 최초로 분할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박영애 팀장은 “도서라는 물품은 매월 나오는 창작물이기 때문에 한 번에 구입도 불가능하고 물질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점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서 지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의정부는 매월 발행되는 도서를 가지고 계약을 진행하며 지역업체를 대상으로 2015년부터 수의계약을 하고 있다.


또한 의정부시는 지역서점과 공공도서관의 연계를 구축하고 있다. 시민들은 공공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반납하면 포인트가 부여된다. 이용한 권 수 만큼 포인트가 쌓이게 되고 이것은 지역서점에서 현금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의정부시와 지역서점이 계약할 때 나오는 경제상의 이익 5%를 유통만 하는 업체들로 구성된 서점유통협의에 적립을 해서 이를 시민들이 지역서점을 이용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박영애 팀장은 “공공도서관 대출을 통해 포인트를 적립해주면 시민도 좋고 이는 자연스레 공공도서관의 이용률도 높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적립된 포인트는 지역서점에서 도서구입을 할 때 할인으로 이어지고 이는 서점의 매출증대로 이어진다. 이렇게 선순환의 구조가 정착이 된다”며 다른 지자체들의 참여도 촉구했다. 이렇듯 의정부시는 도서를 일반물품이 아닌 하나의 창작물로 바라보고 기관 내 협의를 통해서 도서유통시장의 좋은 사례를 만들어 냈다. 도서정가제는 단순하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와 출판업계, 서점조합들의 긴밀한 협의와 협조가 뒷받침되어야만 완전한 도서정가제로 갈 수 있을 것이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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