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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곳, 프리마켓


과거 기능적 소비를 했던 소비자들은 이제 소비의 중심을 ‘나’에게 한정해 트렌드를 발 빠르게 파악하는 현명한 소비를 하고 있다. 남들과 똑같은 제품이 아닌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면서 ‘특별함’이 묻어있는 핸드메이드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핸드메이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핸드메이드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특별한 물건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단순 거래의 공간에서 소통의 공간으로 진화한 ‘프리마켓(Free Market)’에 다녀왔다.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대량생산’의 시대가 도래되었던 우리나라, 수많은 공장에서 찍어 나온 똑같은 제품들은 저가로 소비자들에게 공급되었고, 소비자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소비패턴을 보여 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생활이 여유로워지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는 점점 폭발하기 시작한다. 기존에 기능적인 소비패턴을 보였던 사람들은 이제는 ‘특별함’이 묻어난 물건, 소품 등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어울리는지, 나의 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지가, 소비의 기준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또한 고가의 상품은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이 아니면 외면받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값비싼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어도, 자신에게 어울리면 구입하고, 대량제품이 아닌 나만이 가질 수 있는 한정된 제품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이러한 소비패턴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곳,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 ‘프리마켓(Free market)’이다. 프리마켓은 누구나 창작자가 되어 자신이 손수 만든 제품을 시장에 가지고 나와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서 판매하는 것을 일컫는다. 내가 직접 제작한 물건을 자유롭게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어느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기존에 유통과 판매는 관련 종사자들에게만 한정되어 있었고, 개인적으로 제작과 유통, 판매까지 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내가 창작하는 행위는 하나의 ‘취미’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정보통신의 발달로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상에서 거래가 가능해졌지만, 이것이 ‘프리마켓’과 차별되는 점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더 쉽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판매자를 볼 수 는 없었다. 하지만 프리마켓에서는 창작자와 소비자가 한 공간에서 마주하고 소통을 한다는 점이 바로 프리마켓의 매력이다. 여기에 디자이너 고유의 감각이 담긴 ‘핸드메이드’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프리마켓의 열기는 더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패턴과 맞물려 성장하게 된 프리마켓의 인기비결과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는 없는지 짚어봤다.



누구나 참여 가능한 ‘열린 공간’


길을 가다 흔히 볼 수 있는 ‘프리마켓(Free Market)’은 언제부터 한국사회에 등장했을까. 벼룩시장 의미를 가진 플리마켓(Flea Market)과 혼동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플리마켓은 쓰지 않은 물건의 교환이나 판매를 하는 곳으로 바자회와 비슷한 의미라고 생각하면 된다. 프리마켓은 자신의 물건을 가져와서 내어놓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만든, 창작한 제품을 가지고 나와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고 파는 행위를 일컫는다. 프리마켓을 기획하는 기획자들은 셀러(Seller)라고 불리는 판매자들을 직접 모집해서 그들에게 시장이 될 만한 공간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 정기적으로 프리마켓이 시작된 것은 약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상예술창작센터’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출발했다. 프리마켓을 정착시킨 일상예술창작센터의 김영등 대표는 “예전부터 홍대 앞은 창작가의 활동이 활발했는데, 그러다보니 창작자들이 자신이 작업한 걸 선보이고, 시민들과 만날만한 장이 필요해서 만들게 된 것이 프리마켓”이라고 밝히며 “실제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월드컵 문화행사에서부터 시작했다”고 운을 띄웠다.


월드컵을 앞두고 홍대신촌문화포럼이 만들어졌는데, 이 단체에서 월드컵 시기 때 무얼할지 고민하다 나온 행사 중 하나가 프리마켓을 여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후 월드컵이 끝나고 홍대신촌문화포럼이 없어지면서 프리마켓을 지속적으로 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일상예술창작센터’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과 명동에서 열리는 ‘명랑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에는 ‘청년 장사꾼’의 이태원 계단장, 용산 열정도 야시장과 합정과 신사에서 열리는 ‘수작’이 대표적 프리마켓으로 자리 잡았으며 각 프리마켓마다 서로 다른 느낌,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프리마켓은 기회의 장이다


프리마켓은 단순히 오픈된 공간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가 되는 공간의 의미를 넘어섰다. 프리마켓은 창작자에게는 자신의 창작품을 맘껏 뽐낼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특별한 물건을 만나고, 그 물건을 직접 만든 디자이너까지 만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진화했다. ‘프리마켓’은 창작자에게는 또 다른 기회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제로드콤마’ 디자이너 이진영 씨는 팔찌와 목걸이 반지 등 악세서리를 직접 만드는데, 그는 “자신의 제품을 브랜드화 시키고 싶어서 제품반응을 보기 위해 프리마켓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 반응도 좋고 의외로 업체에서도 자신의 매장에 물건을 들였으면 어떻겠냐며 제안도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학축제가 있는 경우에는 학교 측에서 요청이 올때도 있다고 밝혔다.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프리마켓을 통해 자신의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여러 루트가 생기는 격이다. 심지어 의류브랜드에서도 콜라보레이션을 하자고 제안이 오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한다. 또한 장사를 시작하는 예비창업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한 대학교에 다니는 공예과 학생들이 자신들이 직접 만든 물품을 가지고 나오기도 했다. 장사를 배우고 싶은데, 길거리에서 팔면 노점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직접 마켓으로 가지고 나와 판매스킬을 배우는 것이다.


일상예술창작센터 김영등 대표는 “사람들이 프리마켓에서 만남으로 해서 자기 활동을 개척해 나가고있고, 많은 시민들이 찾아주고, 시민들이 처음에는 구경꾼이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되어서 핸드메이드 쪽으로 공부를 하는 사람도 생겨났다”며 “공부를 한 사람들이 다시 프리마켓에 참가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핸드메이드’를 떠올리면 단순한 작업, 전문성 떨어지고 품질도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인식을 많이 준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핸드메이드를 취급하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전문적이고 프로의식을 갖추고 있다. 프리마켓 시장에는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매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여성 악세사리를 비롯해, 파우치, 에코백, 의류까지 진열되며 최근에는 압화, 드라이플라워, 향초, 향수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다. 향초나 향수를 제조할때에도 안전성검사를 다 마친 검증된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프리마켓 관계자의 설명이다.


핸드메이드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수작’ 기획자 고영철 씨는 “실제로 지나가던 한 일본인이 뜨개질한 모자를 보고 구입의사를 밝혔는데, 크기가 맞지 않자 모자 디자이너가 1시간 후에 방문을 하면 모자를 떠 놓겠다고 말을 했다. 1시간 후에 찾으러 온외국인이 감동을 해서 그 자리에서 가족, 친구의 모자를 다 구입해갔다”며 이제는 오더메이드가 가능해졌다고 핸드메이드의 또 다른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디자이너 이진영씨는 핸드메이드는 “딱 그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라고 했다. 대량화되고 대중화되어 질린 분들, 나만의 커스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찾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마켓의 단골도 생겨났다. 프리마켓은 매일 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 방문하면 다시 찾기 쉽지 않지만, 디자이너 작품 스타일이 맘에 들면 계속해서 프리마켓에 들르는 것이다.


한편 프리마켓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도 나타났다. 프리마켓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에 교환이나 반품이 어렵고 A/S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한계로 지적되어왔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한 프리마켓도 생겨났다. 합정동에서 운영되는 ‘수작’은 핸드메이드 제품과 디자인 상품을 취급하는 곳이다. ‘수작’은 참가팀에게 일종의 참가비를 받는 형식이 아닌 수수료를 받고 있다. 다른 프리마켓의 경우 참가비를 받고 공간을 제공해 그 수입의 관리는 무조건 각각의 셀러가 하게 되어 있지만, ‘수작’은 현금과 카드 모두 이용이 가능하고 수입을 기획단체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해 수입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제도를 선택했다.


‘수작’의 고영철 씨는 “카드와 현금의 비율이 7:3정도 된다”며 대부분 소비자들은 카드결제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환이 불편하고 환불이 되지 않는 것이 프리마켓의 지적사항이었는데 우리는 이 장소로 가지고 오면 기획자가 환불과 교환을 해주고, 심지어 파손된 것까지 후에 보상을 해준다”며 “일매출, 월매출도 정확하게 잡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시스템으로 갈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인식의 전환 필요해


김영등 대표는 “사실 프리마켓을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사회적 인식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너희들이 노점이지 무슨 예술시장이냐, 이런식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여기까지 오기까지 많은 고충이 있었다고 전했다. ‘수작’ 기획자 고영철 씨도 “프리마켓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아직까지 노점으로 남아있다. 싸구려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상품을 프리마켓과 백화점에서 동시에 팔기도 하는데, 백화점에서는 비싼 값에 구매해도 프리마켓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안타깝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제품과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 제품의 가치는 서로 다르고, 창작의 가치를 인정해주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은 아직 미흡하다. 프리마켓은 사회적 맥락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김 대표는 “사실 단순히 이 일이 좋아서 하는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 실업문제, 불안정한 직장 등 사회문제 때문에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며 이어 “새로운 길의 한 방편으로 창작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회문제 해결과 동시에 이러한 활동들이 또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프리마켓 자체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실제 이 같은 일에 연결되어 활동을 하는 창작자의 관심 또한 중요하다. 최근 프리마켓의 활동 반경은 크게 넓어졌다. 창작자에게만 제한된 것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이루어진다. 얼마 전 열렸던 연남동 ‘산들시장’이 대표적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들어가는 마을공동체 사업으로서 주민들이 직접 창작품을 만들어 창작자가 되기도 하고, 손수 기르고 요리한 식재료로 음식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창작자와 시민의 경계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서로가 상생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거창한 것이 아닌 우리들의 조그만 관심이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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