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획


노동시장 구조개혁 성공할까

경제계, 노동계 모두 반발, 누구와 대타협?


9월15일 17년 만에 노사정이 대타협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지난 1년여 동안의 논의를 거쳐 탄생했지만 발표 즉시, 경제계·노동계 모두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노동개혁 5대 법안을 의결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벌개혁과 연계시키며 국회 차원에서 노동개혁 전반에 대한 논의를 위해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노동시장을 개혁한다는 목적 하에 정부, 노동계, 경제계, 정계가 머리를 맞대고는 있는 모양새지만 이들의 모습에서 ‘同床異夢(동상이몽)’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위원장 김대환)는 9월15일(화) 07:30, 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89차 본위원회를 개최하고, 지난 1년 여 동안의 사회적 대화의 결실인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최종 의결했다. 이번 합의문은 지난해 12월23일 체결한 ‘노동시장구조개선 논의의 원칙과 방향(기본 합의)’에 따라 올해 9월13일(일) 까지 120여 차례 이상의 회의와 대표자 회의 등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노사정은 합의문에서 한국경제사회의 새로운 도약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무엇보다 청년고용 활성화를 위한 노사정의 노력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신규채용 확대, 세대 간 상생고용지원,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청년창업지원 강화에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를 위해 원하청,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비정규 고용 및 차별시정 제도개선, 노동시장 활성화 등을 추진한다는데 합의했다.


특히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실업급여제도 개선과 직업능력 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것으
로 그간 논란이 돼왔던 통상임금제도 명확화, 실근로시간 단축, 임금제도 개선 등 이른바 ‘3대 현안’ 해결에도 노력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이어 노사정은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운영을 1년 연장(’15.9.19~’16.9.18)해 추후 논의과제 및 합의서에 담긴 후속과제 등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김대환 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대타협은 구시대의 낡은 노동시장 질서를 재편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소중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급박한 경제 위기상황이 아닌 상시적 저강도 위기에서 미래를 준비하자는 공감대 속에 선제적 개혁을 이뤄냈다”며 “노동개혁을 위한 험난한 대장정의 과정에서 끝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대승적 결단을 내려준 노사정 대표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경영계·노동계 모두 불만, 발표 즉시 반발


9월13일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졌다고 발표된 직후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 합의는 2천만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약탈이라며 자본가 마음대로 쉽게 해고할 수 있는 일반해고제 도입을 승인했다”며 “자본은 마음대로 취업규칙을 바꿔 성과급 저임금체계로 끌고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이번 노사정 대타협은 야합이며 어떠한 정당성이 없어 결코 ‘대타협’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17일 장그래살리기 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도 “9월13일은 모든 노동자·시민들이 반대하는 노사정위 야합이 일어난 날”이라며 “어떤 권리도, 대표성도, 역사성도 위임받지 않은 한국노총 지도부를 들러리삼아 2천만 노동자들에 대한 ‘살인면허’ ‘노예각서’에 도장을 찍은 날”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제는 ‘청년’이 아니라, ‘늙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일이 좀 더디거나 느린 ‘우리들의 이웃이나 동료, 선후배’들의 문제가 아니라, 710조원(30대 재벌 기준)에 이르는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는 재벌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제계도 불만을 표시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계 5단체도 9월15일 “이번 노사정 합의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노동개혁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경제계는 “이번 노사정 논의에 임하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합의된 내용을 보면 취업규칙 변경과 근로계약 해지 등 핵심쟁점에 대해서는 ‘현행법과 판례에 따라 요건기준절차를 명확히 한다’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노사정 합의에 의해서는 진정한 노동개혁은 불가능하다며 부족한 부분을 중심으로 국회에 입법청원을 통해 노동개혁의 마지막 시도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입법청원을 통한 노동개혁이 고용이나 임금을 줄이는 계기로 삼으려는 시도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경제계는 또 “공정하고 활력 있는 노동시장을 만들어 근로자 간 불균형을 시정하는 한편, 미래 세대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입법전쟁 예고


17년 만에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틀을 이뤄냈다. 이제 공은 국회 환노위로 넘어갔으나 여야 동수인 환노위에서 여야가 입장차를 분명히 하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9월14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는 “선제적 대타협이자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대타협”이라며 “노동개혁은 정쟁이나 흥정의 대상이 아니고,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 변경 등은 신속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9월16일 당론으로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발의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벌개혁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15일 “이번 노사정 합의는 불공정한 합의의 전형으로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며 “합의안은 정부가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
친다고 되어있지만 협의의 모양새만 갖추고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지도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합의사항의 악용을 막아 노동자의 처우를 보호하고, 청년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를 실현한다는 각오로 입법화 과정에 임할 것”이라며 “경제위기의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하려해서는 안 되고 재벌·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제고해 비정상적 지배구조를 개선하며, 법인세를 정상화하고 조세감면 특혜를 철회하는 등 재벌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노동개혁 5대 법안’, 담긴 내용은


새누리당이 노동시장 개편을 위한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발의했다. 이인제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 원유철 원내대표 등은 16일 ‘노동개혁 5대 법안’을 제출했다. 제출한 법안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기간제법 ▲산재법 ▲파견법 개정안이다.


먼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통상임금’ 및 ‘1주’의 개념 및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한다. 통상임금 정의를 ‘임금으로서 그 명칭에 관계없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임금을 도급금액으로 정한 경우로 한정한다)에 대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으로 신설하고, 근로자의 개인적 사정 또는 업적, 성과, 그밖에 추가적인 조건 등에 따라 지급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지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1주’는 휴일을 포함한 7일로 명시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도록 했다. 다만,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할 경우 근로자의 소득 감소와 중소기업의 경영상 부담 등 급격한 영향을 감안해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한편,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에 의해 휴일에 한하여 1주 8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도록 했다.


연장근로·야간근로·휴일에 하는 8시간 이내의 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며, 휴일에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에 대해서는 100분의 100 이상을 가산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2주 및 3개월에서 각각 1개월 및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간제법 개정안은 현행 기간제근로자 2년 사용제한 원칙은 유지하되, 예외적으로 35세 이상인 근로자 본인이 신청할 경우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근로계약 기간을 다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업무 지속성 등을 고려해 그 기간을 합리적으로 설정하도록 노력하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2년의 범위 안에서 3회를 초과해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할 수 없도록 하고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고용보험법은 실업급여를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지급기간은 120∼270일로 확대했다.


구직급여의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낮췄다. 산재보험법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경로 일탈 등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면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않는다. 파견법은 55세 이상 고령자, 관리자 또는 근로소득 상위 25%(2015년 기준 5천600만원)에 포함되는 전문직에 대해선 파견을 허용했고 ‘뿌리산업’으로 불리는 금형, 주조, 용접 등 6개 업종에 대한 파견도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노총, 새누리당 법안 합의문 위반이다


새누리당의 노동개혁 5대 법안에 대해 한국노총은 합의문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법안을 강행할시 이를 노사정합의문에 대한 일방적인 파기로 간주, 노사정합의무효를 선언하고 입법 저지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면서도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8시간 이내는 50%를, 8시간 초과시에는 100%를 지급하기로 한 것은 현행 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합의내용대로 하면 주40시간을 초과하는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해당되어 휴일 8시간만 근무하더라도 휴일근로 가산수당 50%, 연장근로 가산수당 50% 등 100%의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제도 운영과 관련해서도 새누리당은 구직급여 수급 요건을 오히려 지금보다 강화시켰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구직급여 수급요건을 이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에서 이직전 24개월 동안 270일 이상으로 연장시키는 안이라고 비판했다. 구직급여 하한액도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하향 조정 시켰고 이럴 경우 단기간 근무하는 청년알바생들과 단기계약 노동자들이 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기간제법이다. 35세 이상 기간제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고령자 고소득 전문직의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문제는 이번 노사정합의문에 포함되지 않고 추후 논의 과제로 남기고, 노사정은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은 입법에 반영토록 했는데 새누리당은 이러한 과정을 무시하고 법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 가능할까


합의문이 발표되자 마자 경제계와 노동계 모두 반발하면서 노사정대타협은 누구와 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합의문에 근거한 개정법안은 노동계 대표격으로 참가했던 한국노총도 곧바로 합의문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반면 야당은 재벌개혁과 연계시키며 국회 차원에서 노동개혁 전반에 대한 논의를 위해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여야간 입법전쟁이 본격화되고, 노동계는 총파업, 경제계는 입법청원 등 장외전쟁을 벌인다. 험로가 예상되는 이유다.


청년고용,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연장에 맞춰 정부는 청년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논리를 전개해 왔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을 제외하고는 정년까지 근무하는 근로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의문표시를 해왔다. 서초역에서 만난 국내 대기업 계열사 인사팀에 근무하는 박길채(35, 가명) 씨는 임금피크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실제 정년까지 근무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인데 크게 실효성이 있을까 싶다”며 “현장에 맞는 더 실현가능한 방안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년까지의 근무여부는 사무직, 현장직, 연구직 등을 가리지 않는다. 연구·개발직으로 양재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김택진(37, 가명)씨도 “경쟁이 심해지고 회사상황이 좋지 않아 솔직히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상황에 정년연장은 다른 세계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솔직히 몇 년 전 만해도 회사가 구조조정을 했을 때 연구직까지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모두 구조조정 대상자”라고 말했다.


실제 취재도중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연구직으로 근무하다 36살에 구조조정 된 사례도 접할 수 있었다. 정부는 청년고용의 해법으로 임금피크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대타협안의 1번 항목이 바로 청년고용 확대 노력이다. 특히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재원을 청년고용에 활용하도록 고소득 임·직원은 자율적으로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기업은 이에 상응하는 기여를 통해 청년고용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5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