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의 명문고로 거듭나고 있는 동화고등학교. 이 학교는 한해 졸업생의 절반 가까이를 명문대와 4년제 대학에 진학시켜 매년 언론에 보도될 정도다.
최근 특성화고나 특목고의 강세로 인문계 고등학교의 입지가 좁아진 현실 속에서도 동화고가 여전히 선방을 날리며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이유는 깊은 역사만큼이나 우수한 스펙(Spec) 때문이다.
동화고의 전신은 1950년도 ‘도농공민학교’로 시작된다. 그리고 22년 뒤인 1972년 정식으로 고등학교 승격허가를 받고 일 년 후인 1973년에는 개교하게 된다.
이 학교 설립 당시의 교육목표는 기독교정신에 입각한 미션스쿨이었다. 기독교 진리를 통한 인류봉사와 인재육성에 기초를 둔 것. 세계화 정보시대변화의 흐름 속에서 정직과 공의를 바탕으로 한 21세기를 주도해나갈 참된 자아를 육성해나가는 동화고의 유서 깊은 전통은 전신인 도농공민학교의 역사까지 포함하면 족히 반세기가 넘는다.
이 학교는 21세기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에 초점을 맞춘 5가지의 목표를 갖고 있다.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실력을 배양하는 인재상, 하나님을 공경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경천애인상, 건강하고 체력을 지닌 건강한 자아,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창조를 개척하는 자아와 이웃을 사랑하고 봉사할 줄 아는 봉사하는 자아이다.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인성교육
동화고가 인문고이면서도 타 학교와의 차별화를 꽤할 수 있었던 것은 ‘동화고만의 문화’와 ‘교육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인성교육’이 늘 함께한다.
“우리학교 학생들을 보고 주변에서는 다른 학교학생들과 다르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교복을 입고 다니는 것도, 차 안에서 말하는 것도 모든 면에서 다른 학교학생들과 다르다고 말해요.” 강경숙 교장의 설명이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도 동화고에는 전혀 없다. 그래서 주변학교에서 동화고로 전학 오는 학생들도 많다. 전교생이 너나 할 것 없이 챙겨주고 교사들은 이런 학생들을 자식처럼 챙기기에 따뜻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각자의 역량을 키워나간다.
매주 한 번씩 있는 채플시간(예배)은 사제지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종교공부를 하는 시간이지만 각계각층에 있는 명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되도록이면 동화고 출신의 선배들을 초대하지만 대외적으로 덕망이 있는 명사나 성공한 유명한 인사들을 초청해서 학생들한테 품격 높은 강의를 제공하도록 합니다. 지난번에는 쪽방에 사시는 노인 분들을 위해 봉사하며 사시는 목사님을 모셔와 강의를 했는데 강의가 끝나고 나서 학생들 스스로가 봉사를 해야 한다며 함께 가더라고요. 이런 강의는 한창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자신도 저런 인물이 돼야겠다는 성취감을 갖게 하고 스스로가 어떤 일에 대해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종교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수업이 아닌 자유로운 환경 속에 아이들의 심성을 만드는 하나의 교육인 거죠.”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외국어 특성화 교육’
세계화시대인 21세기는 외국어를 얼마만큼 할 수 있냐에 따라 한 사람의 능력이 좌지우지 된다. 동화고는 글로벌시대에 발맞춰 기획한 ‘외국어 특성화 교육’에 따라 학생들이 맘껏 역량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요즘은 영어가 세계 공통어가 됐잖아요.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해야 하는 영어의 중요성이 학생들 스스로가 알아요. 영어에 대해 학생들이 더 관심을 가지려 하고요. 그래서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현 시대에 맞는 수업을 하나 더 이수하도록 했습니다. 교육청에 이수과정을 받아왔는데요. 별도의 비용 없이도 학생들은 토익이나 토플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차별화된 영어수업입니다. 시험 위주의 영어 학습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이 가능한 영어로 말하기 위주의 학습으로 학교에서는 ‘잉글리시스피치 콘테스트’를 개최하여 학생들의 실력향상을 돕습니다. 영어글쓰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영어 에세이 수업도 함께 진행하는데요. 학생들이 상당히 좋아하고 관심도 높습니다.”
동화고는 영어교육뿐 아니라 영어권 나라들의 문화에 대한 교육도 함께 한다. 글로벌화 된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학교에서 원어민 강사를 채용할 때도 전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한다. 학생들은 여러 강사들이 했던 수업을 인터넷을 통해 참고하고 직접 프리토킹을 하여 실력이 있다고 판단한 원어민 강사를 뽑는다. 학교의 모든 것들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만족도를 높이도록 한다.
“영어가 우리나라 모국어는 아니잖아요. 우리학교 선생님들이 품격 높은 수업을 제공한다고 해도 어느 순간 문제점에 봉착할 때가 있는데 그럴 시기에 원어민 교사들의 수업은 학생들에게 상당히 좋은 실력향상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시기보완을 해주도록 기획하여 짜인 ‘고품격 원어민 수업’은 우리나라 영어교사 2명이 보조교사로 투입되어 수업을 진행한다.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교과별교과제 수업의 경우 시스템상의 어려움이 많아 영어와 수학에만 국한되어 진행하고 있다. 영어는 2개 반에 2개의 분반을 쪼개어 수업을 하고 수학은 한 학년을 4개 반 3개 분반으로 나누어 수업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수준에 맞는 교실을 선택하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졌다. 단순히 학생 수준에 맞춘 수업을 제공차원을 넘어서서 자율학습시간까지 연장하는 수업방식이다. 학습에 뒤쳐진 학생들은 다시 그룹으로 나누어 교사 두 명이 나누어서 교육시킨다.
과학적, 이성적 사고를 도와주는 ‘논술교육’
동화고는 논술교육이 활성화되어 있는 학교이다. 학생의 능력에 맞는 교육기반을 조성하고 우수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기 위해 독서여건을 조성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학교 내 도서관과 학교전체의 문화공간화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고 독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독서교육과 교과교육이 연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권장도서를 추천하여 전교생이 필독하도록 하고 교내 ‘독서골든벨’ 이나 ‘독서토론대회’ 등을 열어 학생들의 실력이 배양되도록 한다.
“우리학교가 예견했던 게 논술입니다. 논술고로 일찍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죠. 논술을 하기 위해서는 독서교육이 가장 기초적이에요. 우리나라 중·상위권 대학대부분이 논술시험을 치르잖습니까? 그만큼 논술이 중요한데요. 대학진학의 이유뿐 아니라 논술공부를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학생들이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는 거죠. 또 독서를 통해 다양한 지식배경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독서는 권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화고는 학년에 맞는 독서교육으로 1학년에게는 글을 쓰는 요령과 독후감 쓰기 등의 교육을 통하여 논술의 기초를 교육하고, 2학년이 되면 집중적으로 논술교육을 실시한다. 그렇게 되면 3학년이 됐을 때 논술에 대해 거부감이 없이 대학교 논술시험에 맞춘 본격적인 논술공부를 할 수 있다. 각 대학에 맞춘 ‘논술 대학 특기생’을 따로 배출할 정도의 집중교육 중 하나인 ‘영상논술 프로그램’도 학생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다. 매주 금요일 아침마다 영상으로 제작된 기록물을 보여주고 직접 논술하도록 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방학기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직접적인 해외체험학습
학생들은 학기 내 공부했던 외국어를 집적 사용하고 그 나라의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외국어 연장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학생들이 직접 외국에 나가 생활하고 체험하는 해외교류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시야확장과 글로벌화 된 마인드를 심어주는 교육의 장이다. 미국 New Covenant Academy, 일본 가노고, 말레이시아 사바주 숭정고등학교와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선호도에 따라 해외 체험학습기회가 제공되는데 대다수의 학생들은 영어의 본 고장인 미국을 가장 선호한다. 일본의 경우 국가적 환경문제가 심각해 갈수록 학생들의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동남아의 떠오르는 허브국가 말레이시아는 영어 외에도 중국어를 함께 쓴다는 장점 때문에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우리학교에 중국어 수업이 있어서 처음에는 중국 내에 있는 학교만 찾았죠. 그런데 중국물가가 너무 오르다보니까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더라고요. 우선은 학생들의 부담을 가질 정도의 비용이면 곤란하잖아요. 그래서 중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하는 말레이시아가 제격이라고 생각했죠. 지금 생각하면 너무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학생들이 너무 좋아해요. 특히, 말레이시아 학교를 갈 때는 그 학교에서 하는 행사날짜에 맞춰서 우리학생들이 방문하도록 합니다. 이런 해외 교류는 우리 학생들이 상대편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서로 배울 수 있고 자신들이 미래비전에 대해 서로 다양한 관점의 토론이 가능합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좋다보니까 다녀온 우리학생들의 만족도도 아주 높은 편입니다.”
다양한 직업군의 ‘직업 체험의 날’
동화고는 학생들의 진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직업 체험의 날’을 하나의 교육프로그램으로 기획하여 제공하고 있다. 직업체험의 날에는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
강사들은 되도록 졸업생들의 다양한 직업군을 활용하는데 그 분야에 선배가 없을 때는 유명 인사를 초대한다. 직업에 대한 체험학습은 학생들이 관심이 있는 희망직업을 사전에 조사하고 평소의 생각을 정리하여 설문지를 작성하여 제출하게 해 분야를 선택한다. 직업체험이 있는 날은 25개의 교실에서 동시에 강의가 이뤄지는데 학생들은 자신이 듣고 싶고 관심이 있는 교실을 찾아가서 강의를 듣는다.
지난 7월 18일 직업체험의 날에는 금융권, 경영, 방송, 경찰, 기업인, 법률, 출판, 의료, 게임회사, 공연기획, 화가 등 25명의 강사가 학생들과 함께 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은 직업을 갖기까지의 과정이나 직업의 보람과 같은 것들을 묻고 어려운 점과 직업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학생들은 직업체험의 날 느낀 점이나 개선점 등을 써서 제출하고 학교는 다음 직업체험의 날에 이를 적극 반영한다. 이 외에도 동화고는 학생들에게 풍부한 사고의 확장을 열어주기 위해 문화체험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난 후 뮤지컬, 연극, 영화중에서 하나씩을 선택하게 한 후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한다. 이러한 체험학습들은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게 하고 스스로가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동화고의 성장 원동력 ‘동문들의 학교사랑’
동화고는 37기 졸업생 618명을 포함하여 총 1만 9천 74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들은 각 분야에 진출하여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다. 졸업생들 대부분은 동문회에 가입하여 선후배들 간의 우애를 다지는 데도 적극 참여한다. 선배들의 후배사랑도 각별하다.
“동문회가 구성된 지는 10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 얼마나 적극적인지 몰라요. 학교에 무슨 일이 있다면 동문회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설 정도니까요.”
동화고 동문회는 매년 총 동문체육대회를 개최한다. 강 교장이 이 학교에서 보낸 시간은 40여 년이다. 평교사로 와서 교장으로 남았으니 동문들이 모두 제자들인 셈이다. 그렇다보니 이들을 바라보는 강 교장의 마음은 더 각별하다. 동문회체육대회가 있는 날은 학교밴드부가 나서서 선배들을 위해 특별한 축하공연을 해준다. 동문들의 남다른 사랑과 헌신은 이 학교의 자랑으로 자리 잡고 있다. 12월에는 동문회의 밤을 위해 촛불을 밝힌다. 서로에게 따스한 마음을 전하다 보면 학교는 포근한 울타리가 된다. 이 지역의 공무원, 교사가 상당수인 동문들은 모교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동화고가 명문고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던 성장원동력이다.
교육 목표 4가지 중 큰 맥락은 ‘사랑’
“제가 73년도에 처음으로 이 학교에 국어교사로 왔을 때 새로 부임해온 교장선생님이 목사님이셨어요. 그 분께서는 ‘청교도 정신’의 교육을 강조하셨어요. 지금까지 동화고가 ‘청교도 정신’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게 바로 거기에 기초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오직 정직과 진실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게 동화고의 교육방침이었거든요.”
인류를 위해 봉사할 줄 아는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은 실력만 갖추면 되는 게 아니라 인성이 바로 돼야 한다. 이것이 동화고의 인성교육이었다. 현재 동화고가 속해 있는 경기도 지역은 비평준화 지역으로 분류된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성적을 보고 학교를 정해 입학하는 만큼 우수한 학생이 학교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창조인, 건강인, 실력인, 경청 애인하는 기독교인, 봉사인 등 총 5가지의 인재상이 존재하는 동화고의 공통분모는 ‘사랑’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봉사도 할 수 있고 건강한 마음도 가질 수 있잖습니까? 그래야 창조하는 사고도 가질 수 있고요. 그만큼 성실. 정직. 인성위주의 교육은 가장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각자의 실력만 키워주면 사회의 든든한 일군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