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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국민 스스로 만든 100만 촛불…서울 한 가운데 청와대를 향하다



국민들의 분노와 외침, 그리고 촛불이 서울 도심 한 가운데를 가득 채웠다. 국민들은 세대를 초월하고 성별을 넘어서 하나된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 정부 시스템이 아닌 ‘비선 조직’을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 조직의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은 채 각종 비리를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국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스스로의 의지로 이날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서울 광화문 광장, 서울 광장 등 종로구 일대를 가득 채운 시민 규모는 주최 측 추산 100만명에 이른다. 10월 29일 2만명으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지난 5일에는 20만명(주취 측 추산)으로 급증하더니 이날 집회에는 100만명을 넘긴 것이다. 그만큼 국민들의 분노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찰은 집회 참가 인원을 26만명으로 추산했다.


양측의 수치가 다르지만, 1987년 6월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때 100만 인파가 몰린 이후, 2000년 들어서는 70만명(경찰 추산 8만명)이 모였던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밤 9시가 넘은 시각에도 국민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청와대가 보이는 장소까지 이동한 국민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 “내려와 박근혜”, “국민의 명령이다”를 외치며 한 마음, 한 뜻으로 현 정부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오후 2시 사전 집회 때부터 서울 광장을 꽉 채운 국민들은 질서 있는 모습으로 집회에 임했다. 상당히 많은 인파가 몰려 한 걸음 떼기조차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집회 참가자들은 고성을 지르는 사람 없이 서로를 배려하며 조심스럽게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가족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정경아 씨는 “나라가 이렇게까지 지경에 이르게 될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면서 “봉건시대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하며 "조선시대에서도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 것 같은데, 너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검찰의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황제 수사’ 비판을 불러온 조선일보의 사진과 관련해서는 “국가의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어머어머한 일을 저질러 놓고 양심으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 저런 사람들이 한 두 명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라 정의를 세워야 할 검찰이 저런데 과연 이 나라 시스템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정말 실망스럽다”고 한숨을 뱉었다.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한 인간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한 일을 되돌아보고 진심으로 국민들한테 사과해야 한다”며 “또한 일이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한 책임도 졌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서는 중·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집회를 축제처럼 즐기기도 하면서 현 정부와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배재의 군은 “현재 상황이 굉장히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강화도부터 여기까지 오게 됐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무당 같은 사이비 종교에 조종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자체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느껴져 민주주의국가의 한 국민으로서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군은 “사람이 가장 멋있을 때는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은 그때를 놓쳤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원한 한 중년 남성은 “오죽 믿을 사람이 없었으면 그런 사람을 믿게 됐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인간적인 면으로 본다면 상당히 불쌍하지만 그래도 대통령인 이상 선을 그을 것을 그었어야 했다”며 “가뜩이나 나라가 어려운데 이 혼란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늘 죽어나는 것은 서민 뿐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장 박 대통령이 물러나도 문제이고 안 물러나고 버티고 있어도 문제”라면서 “새누리당은 친박·비박끼리 서로 믿네 못 믿네 하면서 싸울 것이 아니라 집권당으로서 야당과 협조해 현 상황을 빨리 수습할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후 6시를 넘기면서 날이 어두워지자 국민들은 촛불로 광장을 수놓았다. 해가 지면서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지만 국민들은 자리를 지키며 목소리 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후 6시 30분경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 마련된 무대에 오른 방송인 김제동 씨는 “지난 3년 반이라는 시간은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고 대통령이 누구였는지를 증명하는 시간”이었다며 “위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이 어떤 일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것은 여러분들이 유일하게 제대로 된 일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 제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 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를 언급하며 “국가의 기본인 국민들은 헌법 제10조에 따라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데 국가가 이를 위반했다는 이는 헌법 제10조 위반이고 그것이 ‘내란’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김 씨는 헌법 제11조 1항과 2항을 통해 “온갖 특수계급을 창설하고 진짜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를 모조리 무시하고 짓밟으며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를 짓밟고 한 가족에게만 국민의 모든 주권을 실어줬다면 이것은 헌법 제 11조1항, 2항 위반이고 그것이 ‘내란’이다”고 강조했다.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했고, 2항은 ‘사회적 특수계습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떤 형대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또한 그는 헌법 제36조2항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를 언급하며 “국가는 엄마와 아이, 그들의 아빠를 보호해야 하지만, 지금은 보유한 모든 권력을 총 동원해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단상에는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성심여자고등학교 재학생 5명이 올라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학교에서 215m 떨어졌다는 이유로 한국마사회의 화상경마장이 들어섰다고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선배님과는 다른 후배가 되고 싶어 누군가의 지시나 대필 없이 저희만의 생각을 담았다”면서 “11월 4일 공개적으로 보낸 편지를 박근혜 선배님이 보지 못 한 것 같아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우리는 순실의 의견이 아닌 진실을 알고 싶다”며 “선배님의 지금까지 행동은 정의가 아니다. 정의를 패배시키려는 행동들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말로 국민을 아끼는 마음이라면 대통령직에 앉아 있는 것이 맞지 않다”며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해 국민을 위해 정치하는 사람이지 국민에게서 귀 막고 회피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그 자리는 결코, 절대로, 어떤 이유에서도 선배님의 자리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학생들도 목소리를 냈다.


송민호 공주교대 총학생회장은 “대한민국 국민, 그리고 대학생으로 이 자리에 나왔지만 무엇보다 이 나라의 교육을 책임질 예비교사로서 나와 있다”며 “세월호 사건, 백남기 농민, 위안부 합의, 정당 해산, 국정교과서까지 지난 4년 동안 우리나라의 민주주주의 후퇴했다는 증거가 너무 많다. 이 정부를 끌어내려 국민을 위한 나라, 민주주의가 바로 선 나라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장희영 서강대학교 총학생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까지 했던 잘못들과 문제들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했고, 뿐만 아니라 의혹들에 대한 국민들의 물음은 대답 없는 메아리이고 정치권은 쇼를, 검찰은 보여주기 수사만 해오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과 같이 답답한 마음을 안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4월 17일 박 대통령은 서강대학교 개교 50주년 행사에서 정치학 명예박사를 수여받았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박 대통령이 신뢰와 원칙을 존중하고 바른 가치로 한국 정치에 새 희망을 일궈온 자랑스러운 정치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학위는 정상적으로 수여됐다. 하지만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역사 속에서 흘린 피와 땀을 기리며 대한민국의 대학생들, 그리고 서강대학교 학생들은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집회 마지막, 가수 이승환 씨가 무대에 올라 ‘하야 헤이(Hey)’ 콘서트를 열어 집회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이번 정부에서 강력하게 도입하려고 하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비판과 세월호 사건,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목소리도 들렸다.


박경득 서울대학교병원 노조분회장은 “국민이 만들어 준 서울대학교병원이라는 공공기관의 노동자로서 돈이 없어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를 지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국가는 국민을 해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정세영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터지지도 않는 휴대폰에 ‘엄마, 미안해요’를 썼던 아이들이 아직까지 우리가 세월호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구조 골든타임 때 구조 지휘를 하지 않았던 것이 드러났다. 즉각 구속수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10시 25분을 기점으로 공식 종료됐다. 하지만 집회참가자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지키며 각자의 목소리를 통해 박 대통령의 하야를 계속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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