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2 (목)

  • -동두천 0.1℃
  • -강릉 0.3℃
  • 박무서울 1.3℃
  • 박무대전 0.6℃
  • 흐림대구 2.0℃
  • 흐림울산 1.4℃
  • 박무광주 2.1℃
  • 흐림부산 2.2℃
  • -고창 1.9℃
  • 흐림제주 5.9℃
  • -강화 1.9℃
  • -보은 0.8℃
  • -금산 0.2℃
  • -강진군 2.1℃
  • -경주시 1.6℃
  • -거제 3.2℃
기상청 제공

이슈리포트

직장內 괴롭힘...방지 법제화 필요 vs 시기상조

직장인 10명 중 7명 “괴롭힘 당한경험 있다”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최근 대한민국은 성추행 등 성범죄 피해사실을 알리는 미투(MeToo) 열풍이 한창이다. 피해를 입은 여성 등이 소셜미디어(SNS)상에서 ‘나도 피해자’라는 목소리를 내는 운동으로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피해사실을 폭로한 것이 수많은 고발의 도화선이 됐다. 그러나 이는 여성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직장생활 등 위계질서가 있는 곳에서 권한을 가진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소위 ‘갑질’의 행태로 귀결된다. 문제는 직장내 괴롭힘의 경우 명확한 개념정의조차 없어 마땅한 대처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관련 입법 등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직장내 괴롭힘 당한경험 있다”...73.3%

지난달 13일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 여야의원이 공동주최한 ‘직장내 괴롭힘 실태 파악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특별한 제재나 규제가 없는 직장내 괴롭힘의 정확한 실태파악과 함께 다양하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인권위가 이날 발표한 실태조사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3%가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행위별로 보면 업무능력이나 성과를 부당하게 낮게 평가하는 경우(43.9%)가 가장 많았다. 외에도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 힘들고 과도한 업무를 주는 경우(37.6%) ▲필요하지 않은데도 휴일 등 업무시간 외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37.1%)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와 관련한 생각이나 의견을 무시당한 경우(36.7%)등이 있었다.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이들 중 60.3%는 ‘특별히 대처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대처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 같아서’(43.8%)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대처했다가 직장 내 관계가 어려워질 것 같아서(29.3%) ▲특별히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20.6%)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서(19.5%) ▲대처했다가 업무상 불이익을 입을 것이 우려 돼서(19.2%) ▲대처했다가 고용상 불이익을 입을 것이 우려 돼서(17%)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문제를 제기한 경우에도 절반 이상(53.9%)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오히려 문제를 삼았더니 ‘업무상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을 당했다’는 경우가 31.1%나 있었고, ‘비난을 받았다’(29.5%)거나 ‘악의적인 소문에 시달렸다’(26.9%)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직장내 괴롭힘 ‘예방’을 위해선 예방교육 및 회사‧정부 차원 정책수립 필요해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직장내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방안과, 이미 당한 괴롭힘을 효율적으로 ‘구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예방의 관점에서는 ▲예방교육의 실시 ▲회사차원의 정책수립 ▲정부차원의 정책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직장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1차적인 방법은 예방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문화를 개선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라며 “조직내부에서 직장내 괴롭힘이 금지되는 행위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녀고평법에도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 규정이 있고 학교폭력 예방법에도 (교육을) 법정의무화한 전례가 있다”며 “직장내 괴롭힘에 관한 교육은 일종의 인권교육이나 성희롱예방교육 등과 연동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므로 그 부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예방교육을 법정의무화 하는 과정에서 교육이 내실화되려면 강사의 자격요건 규정, 교육대상의 특성을 반영한 조치, 사업주들의 동기유발 등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홍 교수는 “미국의 경우 성희롱 예방교육이나 직장내 괴롭힘 예방교육이 법제화돼있지 않지만 어느 회사나 열심히 한다. 이유는 예방교육을 안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그만큼 기업이 많은 부담을 져야하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경우 어느 정도 강제하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궁극적으로 예방교육이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느낄 정도의 인센티브를 사업주에게 주면 의무화되더라도 내실 있는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사내 정책수립. 홍 교수는 이 부분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직장내 괴롭힘을 어떻게 보고 다룰건지 등을 담아놓은 문서로 일종의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에는 예방교육도 들어갈 수 있지만 좀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게 된다. 홍 교수는 “국내 공적영역을 보면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직장내 괴롭힘 예방지침’이라는 것을 만든 적이 있고, 코트라에서는 임직원 강령 중에 ‘직장내 괴롭힘 금지조항’이 있다”며 “어떤 분들은 이런 것 만들어서 뭐하냐는 말씀도 하지만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업주나 기업대표처럼 중요 직책을 맡은 사람이 사내에서 직장내 괴롭힘이 있을 수 없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혀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그는 “실제 성희롱 예방교육을 할 때 회사 대표가 맨 앞에 앉아있으면 교육효과가 굉장히 크다”며 “그만큼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다른 구성원들이 ‘우리 회사에서 이런 거 했다가는 큰일 나겠구나’하는 경각심을 들게 하는 것이다. 회사에 책임 있는 분들이 이런 식으로 계속 얘기하고 선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일본 모 회사의 직장내 괴롭힘 대책 매뉴얼을 언급하면서 사업주 등이 의지를 선언할 때 구체적으로 들어갔으면 하는 내용을 소개했다. 매뉴얼을 보면 ▲일터 괴롭힘은 중요한 문제다 ▲일터 괴롭힘 행위는 용납하지 않는다 ▲일터 괴롭힘 행위를 방치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 또 최고경영자의 메시지 예시에는 ‘괴롭힘은 인권에 관련된 문제이며, 종업원의 존엄에 상처를 입혀 일터 환경 악화를 초래하는, 묵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단언컨대 당사는 괴롭힘 행위를 용납하지 않으며, 모든 종업원이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환경 만들기를 위해 대처해 나가겠습니다.’ 등의 내용이 있었다.

나아가 직장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정부역할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직장 내에서 자율적인 예방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거기에 의존할 수만은 없고 정부의 일정한 개입이 필요하다”며 “관련부처에 직장내 괴롭힘 전담기구를 설치해 중앙정부 차원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또 “정책수립을 위해 노사간 협의체나 부처관련 전문가협의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일본 후생노동성의 경우 괴롭힘 문제에 대해 원탁회의와 제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워왔고 조치를 취해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홍보나 감독 및 관행개선 노력도 정부가 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피해자 ‘구제’...직장 괴롭힘 독자규율 법제화 및 사내·외부기구 개선필요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들을 효과적으로 ‘구제’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홍 교수는 ▲직장내 괴롭힘을 독자적으로 규율하는 법안 ▲사내고충처리시스템 개선 ▲외부기구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국내법상 직장내 괴롭힘을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법과제도는 없다. 따라서 괴롭힘이 발생하면 일반 민형사상 절차나 노동법적 구제수단 등이 활용되지만 효과적인 대응방안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예를 들어 괴롭힘이 차별에 해당하면 인권위에 진정할 수 있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면 노동위에 제소할 수 있지만 괴롭힘 전체를 일반적으로 규율하는 구제수단은 마련돼 있지 않다”며 “현행 구제수단이 현재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비한 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사후적 구제에 의존하는 문제라든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의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기법 위반이라고 보기도 애매하고 차별소지도 없는 공백이 상당히 많다”며 “이런 부분을 분명하게 규정할 수 있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직장내 괴롭힘 피해구제를 위한 입법적 개선방안으로 가칭 ‘직장내 괴롭힘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기존에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직장내 괴롭힘을 개선하기 위한 근기법 개정안과 산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간간히 관련  개정 법안들이 올라가긴 했지만 홍 교수는 아예 직장내 괴롭힘만을 규율하는 독자적인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기존 입법안들은 근기법 조항을 일부 바꾼다거나 산안법의 일부를 바꿔서 괴롭힘을 포섭하는 형태를 제시했다”며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해선 약칭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같은 독립적인 법률형태를 모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에 들어가야 할 필수적 사항으로 목적, 정의, 금지내용, 예방교육 의무화, 국가의 의무, 구제기관 설치와 절차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사내고충처리 시스템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 교수는 “사내고충처리 제도는 직장내 괴롭힘을 겪은 노동자들이 사내에서 대응할 수 있는 1차적 수단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근로자참여법에 고충처리 시스템에 대한 세부적인 절차방식 등을 세부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충처리 제도를 3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고 명예고충 처리위원을 외부에서 임명해 1차 조사를 담당케 해야한다”며 “조직 내 고충처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 인력도 보강하고 그 인력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통해 1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도 증진시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홍 교수는 사내고충 처리기구가 없거나, 있더라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외부에도 호소할 수 있는 구제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외부기구에는 신속한 개입과 사실조사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하고, 실효적인 구제를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현재도 외부기구들이 일부 노동위나 고노부, 인권위에 설치돼있지만 새로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만든다고 했을 때 어느 기관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 인지는 쉽지 않은 문제”라며 “장단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차별과 관련해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인권위가 상대적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권위 조치가 권고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지만 권고가 받아들여지는 수용률은 80~90%를 상회한다”며 “권고자체가 무조건 무력화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직장내 괴롭힘 법제화는 시기상조...“기업이 각자 상황에 맞게 자발적으로 개선해야”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진서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 법제1팀장은 직장내 괴롭힘이 없어져야하는 ‘사회악’이라는 기본 틀에는 공감하면서도, 법률로써 강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직장내 괴롭힘의 사전적 해석은 언어, 신체폭력, 성적관심, 왕따 등을 말하지만 정확한 개념이나 규제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이는 직장내 괴롭힘의 발생원인과 양태가 천차만별로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별사안마다 괴롭힘의 원인과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범주화할 수 없고, 더욱이 괴롭힘은 근로자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이라 객관적인 잣대를 대고 보호대상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 팀장은 “똑같은 행동에 어떤 사람은 왕따를 당한다고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은 인지를 못하는 경우도 있고, 또 스스로 다른 사람을 배제하고 선을 긋는 소위 ‘스따’(스스로 따돌림)의 경우도 있다”며 “모든 사람의 가치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괴롭힘을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굳이 법제화한다고 해도 실효성이 없을 거라는 주장도 했다. 그는 “이미 남녀고평법 등 여럿 관련 법률에서 성희롱 금지나 예방교육이 법제화 돼있지만 과연 성희롱을 감소시키는데 실효성이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며 “최근 알려지고 있는 검찰 내 성범죄 사건의 경우 검사가 법조문을 몰라서, 준법정신이 약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성희롱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을 띠는 괴롭힘을 개념 정의해 법률로 문구화 하는 것 자체도 어렵겠지만, 형식적이나마 법제화 한다 해도 성희롱 관련된 법규와 그 실태를 봤을 때 괴롭힘을 예방하고 억제하는데 얼마나 실효적인 장치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물론 법률에 규정될 경우 사용자는 예방교육 등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강제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의의는 있겠으나 이 또한 기업들의 성희롱 예방교육 등의 실태를 봤을 때 형식적이고 요식적인 조치로 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직장내 괴롭힘을 없애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있을 수 없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도 “다만 법률로써 강제하는 것은 괴롭힘이라는 아주 심각한 문제에 대해 우리가 너무 안이하고 가볍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한다. 이로써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막연한 희망”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팀장은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각 기업들이 상황에 맞게 자발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직장내 괴롭힘은 장기적인 플랜을 통해 노사모두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개선해나가는 것이 우선돼야할 것”이라며 “업종, 근로제공 방식, 근로자구성, 고용형태, 노사관계 등 기업마다 상이한 특성을 고려해 각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특성에 맞는 여건을 만들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일부 기업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을 만들어 자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있다”며 “정부는 이같은 사례를 발굴해 홍보하거나 캠페인을 통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서 차후 필요하다면 법제화를 통해 강제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는 것이 직장내 괴롭힘을 해소하는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8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