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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피디 자전거의 주말섹션] 자전거로 돈과 건강 찾기

3편, 무리에 속해 있어서 행복했던 태안해변길 자전거 여행

 

 

필자가 이끈 14명(남자 10명, 여자 4명)의 라이더들은 태안군 몽산포 해변에서 출발해 운여해변까지 태안해변길을 달렸다. 늘 그렇듯이 리더인 나는 맨 앞에서 일행을 이끌었다.

 

태안해변길은 태안반도 북쪽 학암포에서 안면도 맨 아래에 있는 영목항까지 100km가 넘는 트레일이다. 해변의 솔밭 사이로 난 모랫길과 농로 등 비포장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자전거로 이 길을 완주하려면 적어도 3일은 걸린다. 자전거 길이 아닌 트레일이다 보니 목표 지점까지 다 함께 안전하게 라이딩을 하려면 리더로서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이번에 필자는 태안해변길 전체 7개 구간 가운데 4개 구간으로 거리를 줄여서 60km 정도의 라이딩을 계획했다 필자는 라이더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었다. 안면도에 있는 12개 해수욕장 가운데 일몰이 가장 아름답다는 운여해변이다. 회원들에게도 이번 여행코스로 공지할 때 바로 운여해변의 일몰 사진을 미끼로 던졌다. 이 때문인지 어느 때 보다 참여 인원이 빨리 마감됐다.

 

 

그런데 일행이 운여해변에 도착해보니 해가 떨어지려면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여름에 해가 길다는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 더구나 이곳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서 풍경이 달라졌다. 밀물 때가 되어서야 지는 해가 바다를 붉게 물들인다. 해는 지려면 멀었고 밀물이 아닌 썰물 때여서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안면도는 한쪽은 서해 바다, 다른 한쪽은 바다가 육지로 들어온 천수만이다. 서해 바다 쪽은 예로부터 험한 뱃길이었다. 그래서 풍랑이 심하면 배는 천수만으로 들어와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 정박했다. 서해 바다의 영향으로 조수간만의 차가 큰 안면도는 밀물과 썰물에 따라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 일행은 썰물 때라 운여해변의 아름다운 낙조를 보지는 못했지만, 천수만 토끼섬을 잇는 노둣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완전한 썰물 때는 아니어서 길 입구가 물어 잠겨 있었다. 

 

밀물과 썰물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도 종종 있다. 인터넷에서는 바다가 보이는 안면도 펜션이라고 해놓은 곳도 막상 가보면 바다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손님이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고 항의하면 주인은 "저희 집은 밀물 때만 바다가 보여요" 해서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 안면도에 갈 때는 밀물과 썰물 시간을 조사하고 가시라.

 

여럿이 라이딩을 하다 보면 선두와 후미는 늘 사이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리더인 필자는 항상 이 점을 유념한다. 후미가 쳐지면 속도를 줄여서 낙오되지 않게 해야 한다. 무리에서 떨어지면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 또한 동물이니까. 홀로 뒤처지면 길을 잃거나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해서 위협을 느낄 수 있다.

 

 

‘동물의 왕국’을 보면 알게 된다. 포식자는 반드시 무리에서 이탈한 한 놈을 노린다. 멸치, 정어리 등 작은 물고기도 무리를 지어서 자신들의 생명을 보호한다. 그래서 늑대무리는 두 리더가 맨 앞과 맨 뒤에서 무리의 이동을 이끌며 간다. 앞 리더는 길을 안내하고 뒤의 리더는 옆구리 공격을 막고 쳐진 무리를 챙긴다.

 

필자는 이런 늑대 무리의 이동 방식을 라이딩에 적용하곤 한다. 출발 전에 후미 리더를 정하고 필자는 맨 앞에 선다. 그런데 천수만 가는 길에서 일행의 절반이 10분이 지나도 오질 않았다. 은근히 걱정하고 있었는데 미소 띈 얼굴로 오는 것이 아닌가. 길가에 오디가 너무 잘 익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오디를 따먹다가 늦었다며 손끝이 까맣게 변한 손가락을 보여줬다. 

 

사고가 아니고 오디를 따먹었으니 다행이었다. 일행이 건네준 까만 오디는 달고 맛있었다. 일행이 돌아왔을 때 나 역시 안전하고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 우리들이 한 무리가 되었으니까.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이번 라이딩에서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첨부 : 여행코스와 코스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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