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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활기 찾는 일본 경제, 지속할까?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일본의 5대 종합상사들에 대한 투자를 늘려 나가고 있다. 미쓰이 물산, 미쓰비시 상사, 마루베니, 이토추 상사, 스미토 모 상사 등이 그들이다. 5개 종합상사 지분의 8.5%를 넘는 돈을 투자했다.

 

워런 버핏 회장이 추가 투자 사실을 공개하자 일본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2020년에 처음 주식을 산 버핏 회장은 올해 투자에 앞서 5개 종합상사의 CEO들을 차례로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 회장은 가치 투자로 유명한 만큼 이들 일본 종합상사들의 성장 가능성과 경영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버핏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일본 종합상사의 지분은 미국을 제외한 것으로는 가장 큰 규모로 전해지고 있다.

 
또 한 사람의 글로벌 큰손인 미국 헤지펀드 시터델(Citadel LLC)도 일본 기업들의 가능성을 높고 투자 확대를 선언했다. 시티델의 창업자 겸 공동최고투자 책임자 켄 그리핀 회장은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리만 사태로 철수했던 도쿄 사무실을 15년 만에 다시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그리핀 회장은 일본 기업들이 주주 이익과 해외에서의 이익 성장을 중시하는 데에 주목하고 투자 기회를 확대할 의사를 밝혔다. 주 관심 대상은 소비자 지향의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와 자동차 메이커 등을 꼽았다. 그리핀 회장은 미국 방송과 강연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로 막대한 기부도 하는 명사다.

 


시터델은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로 운용 총액은 590억 달러이다. 영국의 LCH인베스트먼트 조사에 따르면, 1990년 창업 이래 2022년까지 659억 달러의 이익을 실현해 펀드업계 수익 랭킹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시터델은 2008년 도쿄 사무실 철수 이후에도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며 일본 경제의 변화를 지켜봐왔다고 그리핀 회장은 밝혔다. 그는 지난 15년간, 일본 기업들의 상호 주식 보유가 감소하고 해외 투자가 보유비율이 증가하는 등 주주 구성이 변화한 점, 그리고 수익성 제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을 좋게 평가했다. 한 마디로, 일본 기업들의 폐쇄적 경영 관행이 해소되고 있음을 주목하고 투자를 늘려나가겠다는 의향을 밝힌 셈이다. 

 

경제 흐름을 최전선에서 진단하고 베팅을 하는 투자자들은 ‘촉’으로 먹고 산다고 할 수 있다. 미-중 대결이 장기화 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와중에서 일본의 지정학적 경제 가치가 미국의 큰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같다. 미국 큰손들은 갈수록 경색해지고 있는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서 일본 경제의 잠재력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일본 증시의 닛케이 225 인덱스가 올해 들어 30% 뛰었다. 이 같은 상승곡선은 올해 초까지 미국의 S&P 500과 비슷한 오름세를 보이다가 4월부터 S&P 500을 크게 추월해버렸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도쿄 증시 우량주로 구성된 토픽스 지수의 목표치를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일본 토픽스 지수가 앞으로 12개월 안에 25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일본 증시가 올여름 기간 조정을 받은 뒤 9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봤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상장 기업에 자본 효율성을 개선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찾으라고 요청한 것도 외국인들의 주식 투자를 촉진했다. 

 

지난 3월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사들에게 주주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을 권장했다. 이것은 주식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나아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가져 온다. 이로 인해 기업의 장부에 묶여 있던 1700억 달러어치의 돈이 시장에 풀렸다. 이것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었다. 이와 같은 변화에 워런 버핏과 켄 그리핀 등 외국 투자자들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일본 내의 자국 경제 평가는 의외로 차분하고 냉정하다. 일본 제일생명경제연구소의 지난 5월 분석에 따르면 호재 거리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팬데믹 이후 서비스 소비 회복이 전부다. 하반기 들어서는 외국인 관광객에 중국인들이 추가되고 내국인 관광도 증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회복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와 마찬가지로 일본 경제도 제조업 수출에 낙관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 회복이 시원찮고, 미국의 고금리 행진이 잠시 멈췄지만 높은 금리의 압력이 상당기간 미국 경제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 접어들면 제조업의 세계 수요가 증가해, 수출 증가와 설비 투자의 선순환으로 전환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일본 반도체 산업에 지정학적 투자 이어져, 
일본경제 신뢰성에 긍정적 효과 

 

기시다 총리와 니시무라 경제 산업성 장관은 지난 5월 18일 TSMC, 인텔, 삼성, IBM, 마이크론,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 벨기에 반도체 연구기관 IMEC 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과 연구기관 대표들을 총리관저로 초청해 투자를 당부했다. 


TSMC와 마이크론, 삼성 등은 일본 현지에 공장과 연구센터를 신설하거나 확장하기로 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인텔은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차세대 컴퓨팅 분야에 관한 공동연구 각서를 체결했다. 인텔 일본지사의 스즈키 대표는 요즘 미국 본사가 지정학적인 이유로 일본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와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8개 기업들이 출자해 설립한 반도체 파운드리업체 라피더스는 IBM과 IMEC의 협력을 얻어 2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도전하고 있다. 당장 TSMC와 삼성, 인텔의 벽을 넘기는 어렵겠지만 지정학적인 리스크와 확 넓어진 AI와 자동차 반도체 분야로 틈새를 노려볼 만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점령하는 사태가 일어나면 파운드리 공급의 대혼란은 물론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이런 돌발 사태를 대비해서 일본은 비상한 각오를 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이 측면에서 라피더스를 지원하고 있는 모양새다. 


또 하나의 지정학적인 투자 결정이 6월 28일 이뤄졌다. 일본 정부와 민간이 공동출자한 관민펀드인 산업혁신투자 기구가 9척억엔을 투입해 자국 반도체 소재기업인 JSR의 주식을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JSR측은 반도체 분야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관민펀드는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상장 폐지해, 시장의 영향 없이 오직 기술개발과 생산, 설비투자에만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JSR은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제품인 포토레지스트의 세계 최대생산업체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일본의 포토레지스트 공급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일본의 5개 기업들이 세계 공급의 90%를 장악하는 까닭에 자 국 기업들끼리 밀치락달치락 하며 과당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띠고 있다. 이번 투자로 일본 포토레지스트 업계의 재편이 예상된다. 그러나 국책회사로 변한 JSR이 과연 정부의 기대대로 글로벌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 
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및 디지털 산업전략에 따르면 2030년까지 관련사업의 매출은 현재보다 3배 이상 확대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일본을 착실히 바꿔나가는 기시다 체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021년 10월에 취임했다. 취임하자마자 중의원 선거를 치렀고 코로나19의 공포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던 작년 8월 참의원 선거 직전에 아베 전 총리가 피격으로 숨지는 사고를 만났다. 그럼에도 두 번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기시다 총리 후보가 처음 총리 선거에 나서겠다고 말했을 때 TV에 비친 모습은 깨끗한 외모에 샤프한 인상을 보였으나 결단력이나 추진력은 약한 듯했다. 뭔가를 강조하는 말을 할 때마다 입술을 굳게 다무는 습관이 배어 있다. 타인에게 말하는 발언은 스스로에게도 다짐하여 꼭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잦은 ‘입술 힘주기’ 습벽을 만들어낸 것 같다.

 

취임한 지 만 2년이 채 안 된 시기에 기시다 총리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을 끈기 있게, 뒤로 물러서지 않고 해내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는 성장과 분배가 선 순환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사회를 표방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솔선수범한다는 의미로 예산을 선집행하여 간호, 요양, 보육, 유아 분야의 공공 근로자의 임금을 3% 인상했다.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임금인상 시 세제 공제 혜택을 줬다. 대기업은 최대

30%, 중소기업은 40%의 세제 공제율을 적용했다. 임금인상을 한 기업에 대해 세액 공제

외에 보조금 지원, 정부 조달 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혜택도 부여했다.       

 

기시다 총리가 임금인상을 들고 나왔을 때는 코로나19 기간인 탓도 있어서 현장에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왔으나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경제계 현장에서 불만의 소리가 올라오면 대체로 정치인들은 태도를 바꾸기 쉽다. 기시다 총리는 못 들은 척 국회에서도 언론에서도 계속 ‘새로운 자본주의’를 말하며 임금인상을 독려하자, 지금은 임금인상이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기시다 총리는 노동자의 기술 재교육과 노동이동을 촉진하는 노동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적 고용문화는 평생 직장 관념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이것은 고용안정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기업도, 노동자 개인도 현실에 안주해서 기술 변화와 혁신을 따라가지 못하며 경쟁력을 서서히 잃어가는 단점이 있다. 기시다 총리가 요즘 같은 기술 급변 시대에는 노동 이동과 재교육의 중요성을 간파한 점에 놀랍다.

 

정치인들은 대체로 노동문제에 대한 깊은 인식이 결여돼 있는데, 세습정치 가문출신이 그 정도까지 알고 정책으로 끈질기게 밀어붙이는 게 경이롭다. 기시다 정부는 노동자들이 원하는 기술재교육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사원이 기술재교육을 받은 후 기업이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혜택을 준다. 또한 재교육을 받은 노동자들에 대해

이전 직장 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으로 고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정부가 지원한다. 

 

우리나라는 직장인의 재교육 및 재훈련에 대해 정부 지원금은 꽤 풍성한 듯 한데 본인이 알아서 하고 기업에게 주는 인센티브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기시다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 현장을 깊이 파악하고 나온 섬세한 정책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의 결단력 있는 외교와 방위 정책도 일본의 지정학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난 뒤 역대 총리와는 달리 좌고우면하지 않고, 확실히 미국과 유럽의 편에 섰다. 기시다 총리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청했으며,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정면으로 대응하기 위해 방위비를 대폭 확충하는 선택을 결정했다. 

 

 

완벽한 국가 경쟁력은 없고 어떻게 노력하는가에 달렸다 

 

한때, 한국 지식인들에게 일본은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겼다. 미국은 감히 뛰어넘으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지나오고 보니 그런 인식 자체가 문제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앞서자 일부 지식인과 전문가들이 일본을 지나치게 폄하하기도 한다. 그런 인식은 한 국가와 사회, 인간에 대한 천박한 이해를 드러낼 뿐이다.

 

완벽한 나라와 사회,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대의 지도자와 개인과 개인들의 집합체인 사회와 조직들이 타당한 목표를 설정하고 현재 진정으로 실행하고 있는가 여부가 중요하다. 얼마만큼 달성하는가보다는 과정이 중요할 뿐이다.  

 

지난 6월말 일본의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과 주식 등 금융자산이 주가 상승에 힘입어 역대 최고인 2043조 엔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일본 투자자 들과 시민들의 얼굴에 오랜만에 화색이 돌고 있다.

 

 

<strong>이상용 M이코노미뉴스 수석논설주간</strong>

▲ 이상용 M이코노미뉴스 수석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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