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가 2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강 교수는 "전농여자중학교 초임 교사 시절 가정 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어 하키팀을 창단했다. 좋은 경기 성적으로 아이들을 성장시키면서 교사로 체육인으로 숙명이자 사랑을 느꼈다. 이런 경험을 시작으로 다양한 체육계 활동을 40여년간 이어오면서 소외된 체육인과 힘없은 체육인에 대해 좀 더 눈을 뜨게 됐다. 그렇게 체육은 꿈의 도구로 희망의 먹이로 평등과 공정의 저울로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나에게 체육은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이며 삶 자체"라고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현재 체육계는 혼란과 불명예의 중심에 서 있다. 조선체육회 창립 100여 년 이래 대한체육회가 이렇게 국민의 질타를 받고 변화를 요구받은 적이 없다. 국민의 보다 나은 운동 환경, 선수와 지도자의 처우 개선, 지방체육회 재정 안정 등 산적해 있는 선결과제를 앞에 두고 끝을 알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다. 모든 체육인들은 현재의 상황을 걱정스럽고 안타깝게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교수는 또 "우리 체육인들은 규칙을 지키고 그것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 규칙이 설령 내게 손해가 가더라도 그것을 존중하고 지켜가는 사람들이다. 지금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고치고 체육인들을 이용하고 동원하고 심지어 그것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정부와 반목하는 반칙이 자행되고 있다. 레드카드를 들어 단호히 퇴장을 명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
강 교수는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전농여중 하키부 감독, 용산고 하키부 감독을 지냈다. 1989년부터 단국대 국제스포츠학부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고 정년 퇴임 후에는 명예교수가 됐다.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2005∼2013년), 한국체육학회장(2016∼2017년), 대한체육회 이사(2017년) 등을 역임했다.
강 교수는 '유일한 체육인 후보'를 자처하며 2021년 1월에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해 2위로 낙선했다. 하지만 강 교수는 당시 4명의 후보 중 당선된 이기흥 현 회장(46.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25.7%의 득표율을 기록해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보여준 바 있다.
다음은 강 교수의 기자회견 일문 일답.
Q. 작금의 대한 체육회 사태 어떻게 보고 있나?
체육인들이나 국민들이 바라보고 있는 눈은 비슷할 것이다. 정책이나 미래를 설계하면서 실천하는 과제에 문제가 있었다면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고 보는 눈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상황은 인적인 문제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도나 시스템의 문제도 있지만 인적인 문제라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 청산해야 한다고 본다.
Q. 선거 슬로건은 어떻게 정해졌나?
저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정의를 내렸다. 정확하게 나를 표현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농여중에 하키부를 만들 때 목적은 딱 하나였다. 어려운 학생들은 학교를 그만둬야 하는 시대였다. 그 어려운 학생들을 꼭 졸업시키고 싶었다. 대학까지 진학하며 꿈을 이루길 바랐다. 힘 있고 잘 나가는 분들보다는 음지에 있거나 힘든 분들에게 더 눈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갖는 관심 등이 지난 40여년 동안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을 바로잡고 싶다.
Q. 체육회 현 상황을 비판했다. 이기흥 회장이 3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회장을 상대로 단일화를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다른 후보들과 단일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까?
대한 체육회 생활체육 협의회 통합 이후 3번의 선거가 있었다. 지난 번엔 직접 나서기도 했다. 단일화가 절실하고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 표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 회장이 대한체육회를 거의 20년 간 지배했다. 개인적으로는 한 판 붙어보고 싶지만 꼭 꺾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일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출마 선언 후보들에 비해 본인의 강점은 어떤 것이라고 보나?
선수, 지도자, 동호인, 심판, 교사, 교수, 행정가등 타 후보에 비해 비교적 다양한 체육계 경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지난번 선거와 근래 여러 체육인들을 다시 만나면서 현장의 문제에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다. 학교체육, 생활체육, 전문체육에 전반에 대한 이러한 경험뿐 아니라 체육단체 임원과 대표로서 균형된 시각을 유지해 왔다고 평가받았다. 그리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강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선수 인권과 복지 문제가 전반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회장이 되면 선수 권인 보호에 대한 대책을 갖고 있나?
이 문제에 있어서 강성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과격하거나 급진적인 대책을 내놓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인권과 처우에 대한 문제, 폭력, 성폭력에 대한 문제를 넘어 권익과 처우를 위해 노력하겠다. 일시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생기는 것에 대한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현재 시스템들이 인권 침해 사안을 막아낼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선의 속도가 대단히 느리다고 본다.
선수들 뿐 아니라 지도자의 인권과 처우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선수들에게 헌신하는 지도자들이 어떤 분위기나 어줍잖은 일에 휘말려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선수와 지도자 모두 같은 선상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사적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최선을 다해 막겠다.
Q. 임원들의 임기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회장이 된다면 경기 단체장 임원 연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나?
이기흥 회장에 대한 문제를 보면서 대한체육회장은 두 번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인사권이나 행정권을 강력하게 발휘할 때가 많다. 대한 체육회장은 두 번만 하는 것으로 끝내야 한다. 중앙 기구의 회장 연임 문제는 양날의 검이다. 재정적인 기여, 국제 스포츠 위상에 기여 등으로 연임이 허용되고 있다. 국민 눈 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본다. 중앙 경기 단체장은 융통성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원 연임은 공정위를 통하게 돼 있다. 지방 체육회 문제는 많이 심각하다. 행정이 탄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Q. 문체부 대한체육회 갈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에서 체육인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와 일 할 때 보면 갑갑할 때가 많다. 예산 지원을 대형으로 하다보면 간섭 아닌 간섭을 하려 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문제를 간섭으로 보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본다. 룰을 지켜야 하는데 룰을 스스로 어기는 일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원 받는 단체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안세영 선수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는데....?
교수 생활 마지막 할 때 교수 평가가 매년 실시됐다. 과목 수강한 점수를 매겼는데. 교수에게 하고 싶은 말 쓰는 공간이 있다. 한 학기 내내 가르쳤는데 쌍욕을 하는 학생도 있다. 처음에는 굉장히 실망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뀐다고 해도 교수에게 쌍욕을 하는 것이 맞나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게 문제가 있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성실하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기도 했다. 안세영 선수 문제를 보고 많이 놀랐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얘기를 꺼내서 어떤 것들이 개선될지 모르지만 쳬육계 보통의 상식상 불리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문제는 어른들이 들을 때 서운하고 억울할 수 있다. 나름 잘 해줬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불편하지 않도록 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소리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세심하지 못해 미안했다고 들어줘야 한다고 본다. 그 기회에 협회나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세영 선수의 문제 제기가 용기 있고 체육계 문제에 접근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소리에 항상 귀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좋은 지도자와 행정가 육성 방안이 있나?
좋은 선수가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가.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높은 수준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은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물들이 지도자가 됐을 때 그들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노력한 부분은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미숙할 수 있지만 좀 더 공부하고 수양을 쌓으면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좋은 지도자는 좋은 제도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지도자들은 전문가들이다. 체육계 처럼 전문가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부분도 없다. 대다수의 지도자들은 잘 교육되고 잘 육성된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된다. 이 사회는 그런 지도자들을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지도자들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하려 한다.
Q. 개인 후원을 받는 선수들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접근하려 하나?
종목별 상황이 다를 것이다. 하키 하는 사람에게 후원이 붙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협회와 선수 사이에 갈등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선수가 무엇을 원한다면 선수 위주로 해야 한다. 협회 룰도 중요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후원이나 헤택이 주어지는 경우가 있다면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무너진 상태다. 개인 후원이나 스폰서를 받는 것은 장려하고 싶다.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틀 속에 가둬두고 가는 것은 하향 평준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