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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11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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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한글화’ 시대, 혁신은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AI 분야의 부진은 돈이 아니라 혁신 부족 때문 정부가 최근 내놓은 AI 산업정책은 파격적이다. 로봇 등 물리적 하드웨어와 결합한 피지컬 AI에서 세계 1등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1조 원)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 즉, 유니콘 기업을 50개 육성하며 100 조 원 규모의 성장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하니 말이다.

 

또한, 국내 AI 고급 인재 정책을 지원하고, 2천 명의 해외 석학 전문가를 유치하며, 나아가 국민 누구나 AI를 한글처럼 자연 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AI 한글화’ 정책까지 추진한다. 정책의 방향성만 놓고 본다면 긍정적이다.

 

AI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산업, 교육, 문화, 국가경쟁력을 재편할 핵심 동력이니까. 다만 AI 산업 정책의 문제는 자금이나 투자 규모보다 더 본질적인 곳에 있다. 즉, 우리가 지난 수십 년 간 AI 분야 등에서 앞서 가지 못했던 이유는 돈이 없어서 혁신하지 못해서라기보다 낡은 제도와 경직된 사고방식 때문이었던 것에 주목하자.

 


교육 혁신 없는 AI 강국은 불가능하다


 

필자는 무엇보다 교육이 문제라고 본다. 수능시험 문제를 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다른 게 없다. 단답식 암기 위주의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창의적 발상,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을 기대하는 건 공허한 주문이다.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건 이미 정답이 정해진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여전히 정답 찾기에 매달려 있다.

 

AI 시대에 진짜 필요한 인재는 정답을 암기하는 학생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다. 따라서 교육시스템이 혁명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리 막대한 돈을 AI에 쏟아부어도 인재는 따라오지 못한다. AI를 한글처럼 누구나 다루게 하려면 먼저 우리 교육이 사고력과 상상력을 자유롭게 키우는 방향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필자는 경북 상주시 이안면에 있는 상안사(詳安寺)의 큰 스님을 만나 10여 년 전 그곳에 108평짜리 대웅보전을 40억 원을 들여 100% 목재로 지었던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사찰 건축은 단순한 시공을 넘어 공정마다 수많은 사람을 통솔하고 각 공사 과정을 점검하며 부실이 생기지 않도록 끝없이 관리 감독해야 하는 지난한 여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큰 스님 역시 피를 말리는 긴장과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AI 시대는 사찰 설계 부분은 훨씬 수월해질 터이다. 하지만 수십 명의 인부와 기술자를 이끌며 갈등을 조율하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완벽한 결과물을 끌어내는 일은 결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다. 이런 일이 어찌 사찰 건축에만 해당하는 것이랴.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AI 시대는 교육의 방향을 소통, 협업, 갈등 해결, 창의적 문제 해결의 능력 향상에 두고 사람을 바꾸는 교육혁명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사찰 건축 과정에서 보듯이 AI 시대의 경쟁력은 몇몇 뛰어난 기술자가 아니라 팀을 이루어 일하는 평범한 시민들이 어떻게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 하는 경험과 교육혁명에 달려 있다.

 


내수 부진의 구조부터 직시해야


 

경제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의지 또한 중요하다. 하 지만 단순히 기술 투자를 늘린다고 해서 성장률은 높아지지 않는다. 문제의 뿌리는 내수 부진에 있다. 많은 국민이 국내에서 번 돈을 저축하고 소비는 해외에 나가서 한다.

 

인천공항이 일본공항이나 유럽공항과 다른 점은 그들 나라의 공항에는 외국인들로 차 있는데 인천공항은 밖에 나가 돈을 쓰겠다는 우리나라 사람들로 꽉 차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국내에서 소비할 만한 매력적인 상품, 문화,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하고 물가가 비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AI 강국이 된 들 무엇하겠는가?

 

국내에 번 돈을 아꼈다가 외국에 나가 쓰면 말짱 헛일이다. 그러므로 AI 강국으로 가려면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삶의 질과 시장 활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AI로 새로운 서비스와 문화를 창출하고 국민이 자발적으로 돈을 쓰고 싶어 하는 국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AI 산업은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키울 위험성이 매우 크다.

 


혁신은 거대한 계획보다 작은 실행에서


 

정부는 AI 투자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성장 이라면 거품에 불과하다. 지금 많은 가계는 소득의 상당 부분을 미래 불안을 대비한 저축에 쓴다.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을 꿈꾸지 못하고 노년층은 노후 불안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AI펀드 100조 원 운운한들 그 성과는 일부 기업과 자본에 집중될 수 있다.

 

내수의 숨통을 틔우 지 않고 가계의 불안 요인을 해소하지 않은 채 AI만 강조 한다면 국민은 성장의 과실을 맛보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AI는 일자리 감소와 소득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 혁신이 희망이 아니라 불안을 준다면 그것은 혁신이 아닌 위기  뿐이다. 혁신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작은 교실, 작은 기업, 국민 각자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교실에서는 암기 대신 토론을, 기업에서는 위계 대신 창의를, 정부에서는 지시 대신 지원을 실천해 보면 된다.

 

‘세상의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일도 반드시 극히 쉬운 일에서부터 비롯되고, 세상에 아무리 큰일 일지라도 반드시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노자의 말은 한비자나 사마천이 인용함으로써 모르는 이가 별로 없을 터이다. 그말처럼 AI 시대가 될수록 각자 분야에서 작은 혁신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테면 한국 유학생들은 미국인이나 유럽인을 친구로 사귀지 못하고 한국인끼리 모인다고 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미국인이나 유럽인 친구를 한 명씩 사귀는 나만의 작은 혁신을 일으켜 보자.

 

미국 학생들 파티에 참석했다가 귀퉁이에서 어영부영하지 말자. 미국인 친구를 적극적으로 사 귀는 게 바로 혁신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AI 시대도 공부보다 인맥이 먼저다. AI 한글화의 진짜 의미 정부가 내세운 AI 한글화 정책은 단순히 기술의 번역이 아니다. 이는 AI를 국민의 언어와 문화 속에 녹여내는 일이다. 한글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듯 AI 또한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야 한다.

 

그러려면 AI 활용이 소수의 전문가나 대기업에 한정되지 않고 평범한 시민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농부가 농사에서, 자영업자가 장사에서, 학생이 공부에서, 직장인은 업무에서 자연스럽게 AI를 쓰는 사회, 이것이 진 정한 AI의 한글화다. 다만 중세 대학(2년제)에서는 교양과목으로 1학년때 문법, 수사학, 논리학 등의 삼학(三學,trivium) 즉 말하기와 글 쓰기만을 가르쳤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시대가 바뀌었어도 AI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여전히 정확하고 진실한 말하기와 글쓰기가 안 되면 곤란하다. 국민교육 차원에서 말과 글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구호보다 실천, 돈보다 사고의 혁명 AI는 단순한 산업 기술이 아니다. 새로운 문명의 언어다. 이를 제대로 쓰려면 모든 국민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생활 혁신이 먼저다.

 

화려한 펀드와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작은 개선, 교육의 혁신, 그리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내수 활성화다. 한글이 백성을 깨우쳐 나라의 기틀을 다졌듯 AI도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위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구호가 아닌, 생활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기존의 틀을 바꾸는 올바르고 창의적인 생각의 혁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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