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관행적으로 직원의 동의 없이 급여를 연간 40억 원씩 강제 공제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천하람 의원(개혁신당 원내대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 한국은행으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행 임직원은 모두 취직과 동시에 사내 친목단체인 ‘행우회’에 자동 가입되는데, 그 회비 또한 직원의 개별 동의 없이 월급에서 원천 공제되고 있다.
‘행우회’는 한국은행이 설립된 1950년, 직원 간 친목 도모 및 경조사 상호부조를 위해 결성된 단체이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행우회는 한국은행 직원들을 입행과 동시에 자동 가입시키고 있으며 한국은행에 재직하는 한 별도의 탈퇴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급여에서 자동 공제되는 회비다. 행우회는 회원인 전 직원의 기본 급여의 약 2.8% 수준으로, 연간 40억 원에 달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행우회는 회비를 거두면서 직원들의 개별 동의를 받지 않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근거가 없는 급여 공제는 반드시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임금 전액지급 원칙). 이는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진 1953년부터 지금까지 유지되는 원칙이다. 행우회의 회비 수납이 근로기준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상 행우회 회비 공제조항이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으로 임금 전액지급 원칙이 법규화 된 이래 전 기간 그와 같은 규정이 단체협약에 존재했는지 여부와 단체협약에 따르더라도 ‘조합원’에 대해서만 행우회 회비 공제를 규정하고 있어, 노조원 자격을 상실하는 팀장급 이상 한국은행 임직원에 대한 행우회 자동 납부 근거에 대해서는 답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 행우회의 경우 그 회장직을 총재가, 부회장직을 부총재가 맡고 회계·집행 업무를 한국은행 본부의 인사·급여 부서가 담당하는 만큼 한국은행이 행우회의 위법 소지가 있는 급여 공제에 대해 ‘몰랐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천하람 의원은 23일 “조폐공사에 이어 한국은행까지 법적 근거 없이 직원 급여를 자동 공제해 온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행우회는 사실상 한국은행 전체를 구성원으로 두고 있음에도 이를 한국은행이 ‘친목 단체라 몰랐다’며 정당화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