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불법 사금융’이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대부는 1만4786건으로 2023년의 1만2884건과 비교해 1902건이 증가(+14.8%)했다. 하루에 40.5건씩 신고가 접수된 만큼 심각한 수치다.
불법 사금융은 법정 최고이자율인 연 20%를 초과해 이자를 받거나 미등록 대부·불법 채권추심 등 법 위반으로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말한다. 그럼에도 불법 사금융을 찾는 이유는 크게 ‘급박한 자금 압박’, ‘정상 금융기관 이용의 어려움’, ‘정보 부족과 금융 이해도 문제’, ‘심리적 압박과 고립’, ‘불법 사금융의 공격적 마케팅’ 등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불법사금융 대출자의 경우 원금을 갚는 것도 어렵지만, 살인적인 이자가 더 큰 부담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것은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한데 따른 징계성 협박이다.
◇불법 사금융, 성착취·협박으로 진화...추심 폭력성 급증
불법 사금융의 추심 방식이 갈수록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형태로 변하고 있다. 채무자에게 얼굴 사진과 지인 연락처를 요구해 합성물 제작이나 협박에 악용하거나, 나체 사진을 강요하는 등 성착취에 가까운 방식까지 등장하며 피해자들은 극심한 공포에 내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불법 사금융업자들이 채무자의 약점을 잡기 위해 성적 이미지 요구, 가족·지인 대상 협박 등 수위를 높이는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채무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는 위협은 사회적 관계를 파괴하고 심리적 통제를 강화하는 수법으로 악용되고 있다. 일부 계약은 폭행·협박·신체 위협·인신매매적 요소까지 결합돼 ‘반사회적 대부계약’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원금과 이자는 모두 법적으로 무효다. 그럼에도 불법업자들은 연 60%가 넘는 초고금리를 제시하며 상환이 불가능한 계약을 강요한다.
피해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10월 불법 사금융 피해는 4663건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고, 최근 3년간 관련 범죄 검거 건수는 2.58배 늘었다. 불법 사금융업체들은 SNS·비대면 플랫폼을 통한 접근이 대표적이다. 합법 대출로 위장한 광고 뒤에는 불법업자가 등장하는 방식이 흔히 사용된다. 상환이 어려워지면 사진 요구, 지인 협박 등 추심 강도가 단계별로 높아지는 구조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청년층 피해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서울시 특별상담 기간 접수된 민원의 53%는 청년층이었다. 이들 상당수는 연 60% 초과 고금리 대출이 법적으로 무효라는 사실조차 몰라 피해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고로 제도권 금융 접근이 어려운 청년층이 온라인 기반 불법 사금융에 취약한 구조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금융이 단순한 금융 범죄를 넘어 성착취·협박·사회적 관계 파괴를 동반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며, "피해자 보호 체계 강화, 온라인 플랫폼 광고 규제, 고금리 대출 인식 개선 등 다각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불법대부, “추적 불가·자금 분산·증거 부족 삼중고”로 회복 힘들어
불법대부 이용 피해가 급증하면서 피해 회복이 어려운 이유는 구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불법대부 자금 흐름이 처음부터 추적을 피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자금세탁과 증거 부족이 겹치면서 환수 가능성이 극히 낮아지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첫째, 불법대부업자들은 대포통장·대포폰·타인 명의 계좌 등을 활용해 신분을 숨기고 점조직·비대면 방식으로 운영된다. SNS·메신저 기반 영업이 확산되며 실제 운영자를 특정하기가 더 어려워졌고, 피해자가 송금한 순간부터 ‘누구에게 준 돈인지’가 흐려지는 구조가 된다.
둘째, 자금이 들어오면 즉시 여러 계좌로 분산되고 현금화되는 방식이다. 중간책을 여러 단계 두는 다단계 구조로 수사기관이 계좌를 추적해도 잔액이 거의 없거나 ‘잠시 스쳐 지나간 계좌’만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셋째, 불법거래 특성상 피해자 스스로 증거 확보가 어렵다. ‘불법대부 이용’이란 죄책감과 보복 우려로 신고를 미루는 사례가 많고, 계약서나 이율 기록이 없어 문자 등 비공식 기록에 의존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통화·메신저 기록도 사라져 법적 입증이 더욱 힘들어진다.
넷째, 자금세탁 과정에서 불법대부 자금이 다른 범죄수익과 섞이며 흔적이 사라진다. 유흥업·온라인 쇼핑몰·페이 서비스 등 합법적 매출과 뒤섞이거나 해외 가상자산·외화 계좌로 이동해 국내 수사만으로는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많다.
다섯째, 피해자에게 ‘시간’이 불리하게 작용한다. 불법대부는 초고속 승인·지급이 무기이지만, 피해 회복 절차는 신고에서 환급까지 수개월~수년이 걸린다. 그 사이 가해자의 자금은 이미 여러 층을 거쳐 사라지고, 피해자는 원금·이자·불법 가산분조차 구분하기 어렵게 된다.
전문가들은 “불법대부는 구조적으로 피해 회복이 어렵게 설계된 범죄”라며, “초기 신고와 증거 확보, 플랫폼 단속 강화, 자금세탁 추적 역량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불법사금융 계좌 지급정지가 왜 안 되나...법 개정으로 자금줄 차단 본격화
보이스피싱 계좌는 신고 즉시 지급정지가 가능하지만, 불법사금융 계좌는 동일한 조치를 적용할 수 없다. 두 범죄가 ‘피해자의 의사’ 측면에서 법적으로 다른 구조를 갖기 때문이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송금된 금전을 대상으로 하며, 보이스피싱 계좌는 ‘사기이용계좌’로 규정돼 금융회사가 즉시 지급정지를 해야 한다. 반면 불법사금융은 피해자가 스스로 송금한 형태를 띠고, 범죄 유형도 사기보다 불법 대부·고금리·협박·추심에 가까워 현행 법령상 지급정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불법사금융 거래는 자발적 송금처럼 보이고, 이자율·계약 방식의 불법성 판단도 법률 검토가 필요해 금융사가 범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포통장, 분산 이체, 즉시 현금화 등 ‘초단기 자금 흐름’이 더해지고 피해금은 수 분~수 시간 내에 사라져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이달 2일부터 시행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성착취·협박·신체상해 등 중대한 위법 정황이 있을 경우 금융회사에 즉시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금융 추적 강화, 범죄수익 환수 전담 조직 확대, 가상자산 동결·몰수 체계 구축 등을 통해 불법사금융 조직의 자금줄을 실질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제도 시행 과정에서 오·남용 방지 장치 마련, 금융회사 실무 부담 완화, 지급정지 이후 절차의 투명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단속과 절차적 투명성, 금융권 협력, 피해자 보호가 균형 있게 작동해야 정책이 실효성을 갖는다”고 강조한다.
◇온라인 기반 불법 사금융 재확산...취약계층 노린 ‘사채 공포’ 심화
최근 불법 사금융이 다시 확산되고 있는 것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취약계층이 늘기 때문이다. 이를 노린 불법 대부업자들은 온라인·SNS를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활동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고금리 피해를 넘어 협박, 개인정보 유출, 가족 위협 등 2차 피해가 이어지며 ‘사채 공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법 개정은 단속 강화만이 아닌 사회 안전망 확충을 목표로 한다. 제도권 금융 접근이 어려운 이들이 위기 상황에서 최소한의 금융 지원을 받도록 소액 대출, 긴급 생계자금, 채무조정 제도 등을 강화해 사채로 내몰리는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특히 온라인 기반 불법 사금융은 ‘신용조회 없음’, ‘당일 입금’ 등을 내세운 광고가 플랫폼 알고리즘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반복 노출되며 빠르게 확산되며, 메신저 기반 자동화 대출 유도는 피해자들이 위험을 인지하기도 전에 빚의 덫에 빠지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의 책임 강화, 기술 기반 추적 시스템 도입, 피해자 상담·지원 체계 확충이 병행돼야 확산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회적 관심의 지속이 중요하다. 불법 사금융은 단속이 강화되면 잠시 줄어들지만, 관심이 약해지면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든다. 경제적 취약성, 금융 접근성 부족, 안전망의 공백이 얽힌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금융기관·플랫폼 기업·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지속적 감시와 연대가 불법 사금융의 악순환을 끊는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불법사금융 수법이 비대면과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경찰의 대응도 단계적이고 다층적으로 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사금융 수법에 대한 대응을 묻는 M이코노미뉴스의 질의에 "불법사금융 전담수사 강화→불법사금융에 사용된 대포폰·대포통장·개인정보 불법유통 수사 및 범행에 사용된 전화번호는 통신사에 이용중지 요청 등 온라인 광고·도구 차단→피해자 보호→범죄수익 환수’ 등의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