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간 신문을 넘겨보다 눈길이 가는 광고 하나를 보게 됐다. 한반도미래연구원(필자는 이 연구원을 누가 세웠고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모른다)이 낸 광고였다. 요지는 간단했다. “지방소멸과 저출산 문제에 대책이 있는 후보만 출마하라”는 내용이었다. 정치권을 향한 주문치고는 직설적인 광고였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이유는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지방은 사라지고 있고, 아이는 태어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됐고, 대책도 수없이 많이 나왔지만 체감되는 변화는 미미하다.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광고는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이젠 그만 좀 하시라!’는 선언처럼 들렸다.
정치의 언어는 늘 장밋빛이다. “아이 낳기 좋은 나라”, “살기 좋은 지방”, “균형 발전” 익숙한 구호들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정책은 속도를 잃고, 예산은 흩어지며, 책임은 흐려진다. 결국 남는 것은 통계 뿐이다. 합계 출산율, 인구 감소율, 소멸 위험 지수. 숫자는 냉정하고, 현실은 더 냉혹하다.
한반도미래연구원의 광고가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를 다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바꿨다. “누가 해결할 것인가?”가 아니다. “해결할 수 있는 사람만 나서라!” 이 간단한 전환이 정치에 던지는 메시지는 절대 가볍지 않다.
지방소멸과 저출산 문제는 단일 정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일자리, 교육, 주거, 문화, 돌봄이 얽혀 있는 구조적 문제다. 지방에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이 떠나고, 청년이 없으니,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은 다시 출산을 줄이고, 인구 감소는 지역 경제를 위축시킨다. 악순환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책’이라는 이름의 나열이 아니라, 우선순위와 선택, 그리고 실행일 것이다. 모든 걸 다 하겠다는 공약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현실 속에서 무엇을 먼저 바꿀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지방에 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인가? 양질의 일자리인가? 교육 환경인가? 아니면 주거 안정인가? 출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비용인가? 경력 단절인가? 돌봄 공백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 없이 내놓는 정책은 결국 선언에 그친다.
그래서 “대책 있는 후보만 나오라!”는 말은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일종의 기준 제시다.
문제를 아는 사람, 해결의 경로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실행할 의지가 있는 사람만 정치에 나서 달라는 요구다. 물론 현실 정치에서 ‘완벽한 대책’을 가진 후보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왜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이 정책이 우선인지,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유권자 역시 달라져야 한다. 공약의 크기보다 구체성을, 약속의 수보다 실행 가능성을 봐야 한다. “무엇을 해 준다”라고 하는 말보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유권자가 늘어날 때, 정치도 변한다.
한반도미래연구원의 광고는 짧지만 질문은 길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 지방이 사라지고, 아이가 줄어드는 현실을 보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선택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정치는 선택의 결과다. 그리고 지금의 결과는, 우리가 이미 한 선택의 총합이다. 이제 기준을 바꾸자. “대책 있는 후보만 출마하라”는 문장이 원칙이 되는 순간, 비로소 변화는 시작된다. 모처럼 만난 멋진 광고라는 필자의 생각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