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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헤어디자이너 차홍

“올 봄에는 네츄럴하게 풀린 듯한 컬이 유행할 겁니다”



여성들은 일 년에 몇 번 미용실을 갈까? 자주 갈 것 같다고? 천만에. 일 년에 여성들이 미용실을 가는 횟수는 아쉽게도 다섯 번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까 일 년 삼백육십오일 중에 삼백일은 집에서 직접 머리를 손질한다는 말이다. 이런 여성들을 위해 한 미용사가 집에서도 간단하게 머리를 손질하는 방법을 내 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청담동 ‘차홍아르더’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헤어디자이너로서 사람들에게 다양한 스타일연출법을 알려 주고 싶어서 연구하다 개발하게 됐다는 ‘셀프헤어성형법’과 ‘동안헤어법’은 누구나 간단하게 스타일에 변화를 줄 수 있어 그 인기가 더한다. 검지를 이용한 검지웨이브나 고무줄 없이 머리를 묶는 방법, 그리고 기구 없이 머리를 자르는 엄지 커트까지 그녀만의 세계가 간단한 손놀림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개발한 아이템들을 고객들이 볼 수 있게 동영상을 찍어서 블로그와 유튜브에 올렸다. 이것을 본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헤어스타일은 나라마다 약간씩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유럽 권 나라사람들은 펌을 하기보다는 커트나 염색위주의 헤어스타일을 많이 하는 편이고요. 머리스타일링도 미용실에 가서 하기보다는 집에서 직접 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에 우리나라는 미용실에 가서 펌을 많이 편이죠. 그런데도 다른 분야에 비해 전문가의 조언을 듣기 어렵고요. 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팁만으로 스타일을 연출하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개발한 건데 신기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것 같아요.”


누구나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셀프헤어성형

그녀의 ‘셀프헤어성형법’은 방송을 타면서 더욱 알려졌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중세머리를 재현하는 수준 높은 테크닉을 본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 나왔다. 누구나 쉽게, 아주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다는 것은 요즘의 바쁜 현대인들의 큰 공감대를 얻었다. 이미 ‘연말헤어연출법’이라든지 간단한 팁을 응용한 방법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고 있다.

“커트라든지 펌은 전문가한테 받아야죠. 그것만큼은 셀프로 해결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그 부분을 빼고 나면 누구든지 기본을 응용하여 헤어스타일을 멋지게 연출할 수 있어요. 저는 그 팁을 알려주는 거고요. 예를 들자면 펌 스타일에 맞춰서 5~6가지 응용할 수 있는 테크닉을 알려주면 고객들은 집에서 그 방법으로 헤어스타일을 연출하면 되는 거거든요. 제가 가진 경쟁력이 그거죠. 다른 미용실가서는 파마만 하고 끝났는데 저는 펌을 하고 난 후 집에서도 스타일을 연출하는 방법과 응용해서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팁을 준다면 경쟁력이 되는 거죠.”

그렇다면 짧은 머리에는 어떤 팁을 줄까? 쇼트인 기자의 헤어스타일을 간단하게 손질하는 방법을 직접 물었더니 너무 쉽단다. 짧은 머리도 단발머리 느낌을 내는 방법이 있고 한 쪽에 핀을 꼽아서 이지적으로 보이게 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 또 가르마를 8:2로 타거나 귀 뒤로 머리를 넘겨서 변화를 주면 얼굴형이 달라 보일 수 있다고. 모자나 헤어밴드를 사용해서 변화를 주거나 베이비 펌처럼 컬을 넣은 방법을 이용해도 멋진 연출이 가능하단다. 기왕들은 거 얼굴형에 따라 변화를 주는 방법도 들어보기로 했다.

“동그란 얼굴을 가르마를 타게 되면 가르마가 얼굴의 연장선으로 보여서 얼굴이 샤프해보일 수 있죠.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머리가 빠지잖아요. 그럴 때는 머리가 풍성하게 보이도록 해주는 게 좋은데요. 남자연예인들처럼 가르마를 타지 않고 지그재그로 해주면 더 풍성해 보일 수 있어요. 머리가 긴 여성들은 머리를 풀었을 때는 여성스럽고 부드럽지만 머리를 묶으면 얼굴이 작아 보이면서도 귀엽고 산뜻한 느낌이 들어요. 얼굴형이 동그란 여성은 머리를 풀어주는 것이 더 여성스럽죠. 대신, 얼굴이 각진 여성은 머리를 묶어줘야 얼굴이 작아 보여요. 이런 걸 생각해보세요. 물체가 있을 때 뒤에 배경이 들어가면 그 물체가 더 또렷해 보이잖아요. 굴곡이 있는 얼굴형도 머리를 묶어주는 게 작아 보이고요.”


누군가의 삶에 행복을 더해주는 직업

요즘은 동안이 대세다. 그래서 머리를 하러 온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게 “어떻게 하면 어려보일 수 있나”라고 한다. 물론 나이든 얼굴을 어려 보이게 얼굴성형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는 ‘동안헤어법’을 알려준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쉬운 방법이지만 결코 쉽지 않기에 늘 노력한다고. ‘셀프헤어성형법’들은 그녀가 미용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개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저는 정말로 미용을 사랑하고 즐겨요. 취미도 헤어디자인이고요. 헤어에 관련된 것을 너무 좋아하다보니까 심심하거나 시간이 있을 때마다 매일 헤어관련 아이템들을 연구를 하는 편이에요. 실제로 데모를 하면서도 그렇게 하고 연습도 그렇고요. 머릿속으로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인데 여러 가지 사물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길을 가도 그냥 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머리스타일만 봐요. 그러다 정말로 머리스타일이 이상한 사람을 보게 되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이상하게 보일까’하고 생각을 하고 그 사람의 머리를 머릿속에서 연구하는 거죠. 좋은 점과 나쁜 점 모든 부분에 대해서 시각적으로 바라보고 정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맞는 표현일거에요. 머리 쥐어짜가면서 연구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즐기면서 편안하게 연구를 하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얻는 것 같아요.”

그녀는 그림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녀가 좋아하는 미술작품은 훌륭하지만 어떠한 틀(액자)에 넣지 않으면 가치가 덜 하기에 답답한 구석도 있다. 반면에 헤어디자이너는 누군가의 머리스타일을 만들어주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자신의 예술작품이 완성된다. 그 예술작품은 누군가의 지령을 받은 것도 아닌데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자신의 손길에 의해서 누군가가 삶에 행복을 더하게 그것으로 희열을 느끼는 직업이 헤어디자이너다.

“항상 창조 할 수 있는 그런 희열과 기쁨이 있어서 좋아요. 너무 재밌고요. 또 트렌드가 계속 변화되니까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도 흥미롭죠. 제 성격과도 너무나 잘 맞고요.”

4차원소녀에서 잘나가는 헤어디자이너로

미용은 늘 변화를 꽤해야 하는 직업이다. 새로운 시도와 스타일을 적용하는 감각도 필요하다. 그만큼 스타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직업이다. 남들이 다 하는 스타일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앞서서 추구하고 연출하는 그런 탐구의 길이다. 그녀의 헤어성형법도 따지고 보면 끝없는 탐구 속에서 찾아냈다. 미용은 미적인 감각보다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졌다고 해도 남의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없으면 힘든 게 기술이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기술력을 키우는데 한계가 따른다. 머리스타일을 바꾸는 것도 어찌 보면 디자인이다. 디자인이란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 그것을 추구하고 연구하여 시야를 키우는 작업이다. 그리고 얼마만큼을 받아들이고 버릴 건지도 중요한 요소다. 결국은 인성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친구가 별로 없었어요. 성격이 소극적인데다 독특한 면도 많고 따분한 성격이었어요. 더군다나 또래의 친구들과는 대화수준이 안 맞았던 것 같아요. 정신연령이 높은 게 아니라 엉뚱한 면이 많았던 거죠. 친구들은 학교가 끝나면 놀러 다니기 바쁜데 저는 논 가운데 있는 길에서 혼자 놀았어요. 사람들이 그런 저를 보고 4차원적이라고 했죠. 혼자 책 읽는 시간도 많았어요. 친구가 없으니까요. 미용을 하면서도 독특한 책을많이 봤어요. 에세이, 손금보는책, 꿈해몽집, 심리테스트 등 그러다보니까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고요. 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미용을 하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고 말도 잘 하는 편인데요. 처음엔 소극적이라 엄청 힘들었어요.”

그녀는 지금도 시간이 날 때면 책을 읽는다. 일기예보도 체크해서 고객들과 대화소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슈거리가 될 만한 것들은 다 수집하는 수집광이다. 고객들과의 풍부한 대화소재는 이런 노력이 있어서 가능하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헤어디자이너는 그만큼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야 하는 직업이다.

“세상이 퍼즐과도 같아서 얼굴과 스타일만 봐도 그 사람의 직업과 삶을 조합할 수 있어서 미용은 정말로 즐거워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녀가 미용업계에 몸을 담은 지는 12년 됐다. 6남매 중 다섯째로태어났는데 아버지는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다. 가정의 살림을 꾸려가셨던 엄마는 굉장히 엄해 6남매 중 다섯째 딸인데도 엄마에게 애교 한 번 못 부려보지 못하고 컸다. 그녀가 미용을 한다고 했을 때 가장 싫어하신 분이 엄마였다. 독특한 성격과 아토피가 심한 피부 때문에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신 모양이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에는 포기하지 못하는 그녀의 성격을 잘 아는지라 마지막엔 모르는 체 하셨다. 그렇게 미용사의 길에 입문했지만 어릴 적부터 앓고 있는 아토피가 문제였다. 손에서 물이 마를 날이 없으니 트러블도 심했다. 피부에서 진물이 나면서 그녀에게 머리손질을 받는 것을 고객들조차도 싫어했다. 동료들도 그만 두길 원했다. 하지만 포기는 곧 좌절을 의미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만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체질을 바꿔보기로 했다. 채식과 올바른 생활을 기초로 몸과 마음의 모든 것을 바꿔야겠다는 각오도 했다. 그럼에도 쉬는 시간과 휴일은 연습에 매달렸다. 그런 그녀를 보고 동료들은 ‘독한 애’라며 왕따를 시켰다. 어차피 혼자 노는 것에는 익숙해 있으니 스트레스는 없었다. 생활에 큰 구애를 받고 살아온 환경은 아니니 돈을 벌어야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어떻게든 이 분야의 최고가 되고 싶다는 꿈만 더해 갔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태어나서 무언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남에게 나쁜 영향 미치지 않고요. 훗날에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작은 걸음이라도 주변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힘들 때고 저는 늘 그런 생각만 했어요.”


뜨겁게 후회 없이 살고 싶어요

우리나라의 1번지 청담동. 그곳에서 탑 권의 매출을 올리며 이름을 알린 사람이 바로 ‘차홍’이다. 8개월 전 ‘차홍아르더’를 오픈하기 전까지는 근처의 유명한 헤어살롱 부원장으로 일했다. 현재 ‘차홍아르더’의 멤버는 총 35명, 그 중에 헤어디자이너는 그녀를 포함해 6명이다. 고객들의 불편사항을 실시간으로 해결해주기 위해 웹디자이너까지 멤버로 영입했다. 그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책을 읽는다. 늘 손에 끼고 있는 책은 ‘논어’다. 구절마다 삶의 지혜가 담겨져 있어서 자주 읽는다고 한다.

“편을 가르지 마라, 나에게서 나온 것은 반드시 돌아온다, 저는 이말이 가장 좋아요. 제 인생을 대변해 주는 말 같잖아요.”

조각은 깎아야 상품가치를 지니는 조각상이 된다. 뭔가 부딪치면서 배우다보면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찾게 되고 훌륭한 조각상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녀는 멤버들이 이런 깎이는 아픔을 긍정으로 승화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무언가 창조하고 누군가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성품까지 갖춰야 하는 헤어디자이너. 그녀는 1년 전부터는 ‘머리카락기부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소아암으로 항암치료를 받다보면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빠져서 가발을 써야 하는데 인모로 만든 가발이 70~80만원이나 되는 것을 보고 시작했단다.앞으로도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기에 늘 오늘에 최선을 다한다고.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제 자신인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제 자신과 치열한 전쟁 중이거든요. 성향을 바꾸고, 성격을 바꾸고, 나를 항상 채찍질하는 그런 전쟁이요. 다행히 저는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이에요. 하느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 망각이라고 하잖아요. 그 말을 정말 실천을 잘하고 있는 사람 중에 한명이에요.”

헤어전문가인 그녀에게 올해의 유행하는 스타일을 물었더니 레이걸스타일이란다.

“레이디(lady)와 걸(girl)의 합성어인 신조어인데요. 저희가 만든 것이에요. 조금 더 소녀적인 감성이 살아있는 네츄럴한 컬링과 위트 있고 장난기 있는 쇼트, 사랑스럽고 재치 있는 스타일. 그러니까 소녀스럽고 약간 장난기어린 그런 스타일들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올봄에는 전반적으로 내추럴하게 풀린 듯 한 컬이 유행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카데미를 하는 것이 꿈이라는 그녀는 “많은 미용인들이 지금은 해외에 나가서 유학을 하고 오고 있지만 앞으로는 세계의 미용인들이 한국에 와서 교육을 받고 자신들의 프로필에 한국에서 공부한 내용을 자신 있게 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실패와 경험들이 쌓여서 기술력이 향상되는 미용분야의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는 그녀는 본인의 예명인 ‘차홍’과 열정이라는 뜻의 ‘아르더’처럼 뜨겁게후회 없이 살고 싶단다.


<MBC 이코노미 매거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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