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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대한민국-폭로의 시대(Feat. 휘슬블로어)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지난 1월29일 통영지검에서 근무한 서지현 검사가 2010년 10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각계에서는 성추행 혹은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고백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거장’이라고 떠받들어져 온 이들의 추악한 욕망의 이면과 오랫동안 묵인돼 온 관행들도 폭로됐다. 만약 이런 폭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사회 곳곳의 이같은 음습하고 더러운 문화는 밖으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부고발(공익제보·공익신고)’의 힘이다. ‘내부고발’은 조직의 부정이나 불법을 세상에 알려 이를 바로 잡을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사람들은 선뜻 내부고발에 나서기를 꺼린다. 내부고발을 했을 때 겪어야 하는 비난과 낙인, 생계 문제 등 감당해야 한 부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하던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 검사 7명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수사팀 간부에게 50만~1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네 검찰 특활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법무부 검찰국장직에서 면직된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9시40분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했다.


그는 2010년 당시 서울북부지검에 근무하던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여주지청에 근무하던 서 검사에 대한 부당한 사무감사를 지시하고, 좌천성 인사발령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안 전 국장은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성추행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기소가 불가능하지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사실로 밝혀질 경우 기소가 가능하다.


서지현 검사 “나는 소망합니다”…검찰 전체를 향한 내부고발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안 전 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것은 지난 1월29일 서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안 전 국장에게 강제추행을 당했고 사건 이후 통상적이지 못한 인사조치를 받았는데, 그 배후에 안 전 국장이 있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서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검찰 조직의 여성에 대한 성 인식 수준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엘리트 집단이라는 검찰의 주요 구성원인 검사들의 성 인식 수준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저질이었고, 그 행동 또한 시정잡배와 다를 것이 없었다. 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조직 내 깊게 박혀있는 왜곡된 남성 우월주의에서 비롯됐을 터. 또한 서 검사는 자신이 당했던 성폭력 피해뿐만 아니라 검사로서 일하는 동안 감수해야 했던 남자 검사들과의 차별대우에 대해서도 폭로함으로써 검찰 전체를 향해 8년 만의 묵직한 한 방을 날렸다. 검찰을 향한 서 검사의 한 방은 우리 사회 전체에 성폭력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렸고, 과거 자신도 성추행 혹은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들의 고백이 봇물 터지듯 터지면서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됐다.



서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을 가히 충격적이다. 서 검사의 글 ‘나는 소망합니다’를 읽다 보면 글에 등장하는 남자 검사들이 검사인지 동네 양아치인지 헷갈릴 정도다. 서 검사에 따르면 안 전 국장은 2010년 10월30일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를 자기 옆에 앉히고 서 검사의 허리와 엉덩이를 만지는 등 상당 시간 서 검사를 성추행했다. 그 자리에는 상당히 많은 검사들이 있었고 안 전 국장은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을 수행 중이었다. 장관을 수행하는 검사가 공공장소에서 여 검사를 추행하다니, 상식선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사건 이후 2015년 여주지청에서 근무하던 서 검사는 갑작스러운 사무감사에서 수십건의 지적을 받고 검찰총장 경고에 이어 통영지청 발령이라는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조치를 받았다. 통영지청은 보통 4~5년차 검사들이 주로 근무하는 곳이었고, 7년차 이상의 검사들이 갈 수 있는 ‘경력검사’ 자리도 이미 서 검사보다 아래 기수 검사가 보직돼 있는 상태였다. 그는 인사대상이 아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던 중 서 검사는 인사발령의 배후에 안 전 국장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안 전 국장의 서 검사에 성추행 문제는 2010년 당시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임은정 검사는 서 검사의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최교일 당시 검찰국장은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셔!”라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장관 표창 2번, 대검 우수사례 다수 선정, 영성녹화 메뉴얼, 장애인 조사 메뉴얼 작성 등 검사로서 성실하게 일하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줄 알았던 서 검사의 믿음은 무너져버렸다.


남자 검사들의 여자 검사 혹은 여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서 검사가 검사로 정식 임관하기 이틀 전 검사 환송식에 참석할 일이 있었는데, 당시 부장검사는 대뜸 서 검사를 향해 “나는 술 안 먹는 검사는 검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대생을 싫어한다. 나는 여 검사를 싫어한다”며 “너는 내가 싫어하는 것을 다 갖췄으니 완전 악연 중 악연이다. 너 같이 생긴 애치고 검사 오래 하는 애 못 봤다. 내가 너 검사 얼마나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또 다른 부장은 “나는 여성은 남성의 50%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너는 여기 있는 애들 50%야! 그러니까 나한테 인정을 받으려면 너는 여기 있는 애들보다 2배 이상 더 열심히 해야 해!”라고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회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밤에 한 검사는 “너는 안 외롭냐? 나는 외롭다, 나 요즘 자꾸 네가 예뻐 보여 큰일이다”고 했고, “누나 저 너무 외로워요. 오늘은 집에 들어가기 싫어요. 저 한번 안아줘야 차에서 내릴 거에요”라고 한 검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우리 후배 한 번 안아보자”,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 줄테니 나랑 자자”, “네 덕분에 도우미 비용 아꼈다” 등 이런 말을 한 사람들이 진짜 검사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비상식적이고 몰상식적이다. 심지어 이들은 모두 유부남이었다고 한다.


법무부 장관에까지 도움 요청했지만, 묵인돼


8년이라는 긴 시간을 자신을 탓하며 고통의 시간을 혼자 지냈던 서 검사는 안 전 국장의 성추행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지난해 9월29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메일을 보냈다. 서 검사는 메일에서 “더는 이대로 입을 다물고 있기는 어렵다고 판단돼 장관님을 직접 만나 뵙고 면담하기를 원한다”고 적었고, 약 20일 뒤인 10월18일 박 장관은 “서 검사가 경험하고 지적한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면담을 위해 법무부를 방문할 경우 검찰국의 관련자로 하여금 면담을 하도록 지시했으니, 검찰과장에게 구체적인 일시를 사전에 알려달라. 면담을 통해 서 검사의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서 검사는 검찰 간부를 만나 있었던 사실들을 모두 털어놨지만, 이후 법무부로부터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했다. 결국 서 검사는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리고, 글을 올린 날 JTBC ‘뉴스룸’에 출연했다.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 ‘강원랜드 채용비리’ 외압 폭로


그런가 하면 지난달 4일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2013년 강원랜드 신입사원 518명 중 493명이 인사청탁이나 부정 합격, 초과 선발 등을 통해 채용된 사건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춘천지검은 그러나 1년 넘게 수사를 진행하고도 지난해 4월 최 전 사장과 인사팀장 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끝냈다. 부실수사 논란이 일자 검찰은 지난해 9월 전면 재수사에 착수, 최 전 사장이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의 부탁을 받고 면접 점수를 조작해 21명을 합격시킨 사실과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비서관 출신 A씨를 채용자격에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채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검찰은 염 의원 보좌관과 최 전 사장을 업무방해와 강요 등의 혐의로 같은 해 12월 구속 기소했다.


안 검사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최종원 당시 춘천지검장이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는 최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초안과 지검장의 지시사항이 적힌 메모 등 지난해 2월 사건을 전임 검사로부터 인계받았지만, 불과 두 달 후 최 전 지검장은 사건을 종결하라고 지시했다. 안 검사는 “최종원 당시 춘천지검장이 당시 검찰총장을 만나고 온 다음 날 ‘내일 불구속하는 것으로 하라’고 지시했다”며 “채용비리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몇 가지 내용에 의하면 전직 검찰 간부와 권성동 국회의원이 개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권 의원과 염 의원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이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증거목록을 삭제해달라는 상관의 압력도 수차례 있었다고 주장했다.



내부고발, 적폐·부조리 청산에 효과적이지만…


최근 특정 조직의 비리나 불법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해당 조직에 몸담은 사람들의 이른바 ‘내부고발’ 때문이다. 조직 내부의 비리나 불법행위는 그 일원이 아니면 외부에서는 잘 알 수 없는 만큼 ‘내부고발자’들의 폭로는 조직의 적폐와 부조리를 없애는데 상당히 효과적이다. 내부에서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조직 스스로의 노력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일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2016 국민권익백서’에 따르면 2002~2016년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총 4만517건의 부패신고 중 조사기관에 이첩된 사건은 총 1,891건인데, 이중 내부고발은 50.3%인 951건이었다. 2016년 12월 말 기준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인 210건을 제외하고 결과가 통보된 741건에 대한 혐의 적발률은 74.2%로, 전체 혐의적발률 71.6%보다 높다.


하지만 조직 입장(더 정확하게는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특정인)에서 내부고발자들은 오히려 조직에 해를 입히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조직은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사회나 조직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자’로 만들어버리거나 ‘배신자’로 낙인찍어 버린다. 조직 내 다른 사람들도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그런 사람과 가깝게 지내는 것은 좀 위험하다’는 이중적인 인식을 갖고 그들을 멀리 하거나 조직에서 배제하기도 한다.


내부에서 답을 찾지 못한 고발자들은 눈을 조직 밖으로 돌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것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부고발자들의 제보를 받아 처리하는 대표적인 국가기관이지만, 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사실 확인 후 사건을 조사권을 갖는 관계 기관에 이첩하는 수준이다. 어쩌면 내부고발자들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유일한 방법은 언론을 통한 ‘폭로’일지 모른다.


문제는 언론을 통한 폭로로 발생하게 되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기사를 통해서 문제가 폭로됐을 때 사람들은 폭로된 문제보다 그 문제를 폭로한 내부고발자의 신상과 그와 관련된 사적인 영역에 더 관심을 보인다. 폭로를 당한 조직은 이런 점을 이용해 내부고발자에게 ‘배신자’ 혹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무모하게 일은 벌인 ‘기회주의자’, ‘사회부적응자’ 등의 낙인을 찍어버린다.


이번에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서 검사의 경우도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의 한 검사는 서 검사의 폭로에 대해 “정기 인사를 앞두고 서울로 인사이동을 하기 위해 사건을 키웠다”고 비난했고, 또 다른 검사는 그의 업무 능력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정치권에 들어가기 위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근거 없는 비난과 “이제와서 왜 이러나”, “별로 안 예쁜데, 왜 건드렸지?”하는 외모 비하 혹은 성희롱적인 표현, “술집에서 돈 몇 푼이면 다 만질 수 있는데”, “원래 직급이 낮은 여자들이 성추행 문제 삼아보는 것이 소원” 등 여성 전체를 폄훼하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는 서 검사가 호남 출신이라는 점을 겨냥, 그가 ‘메갈리아(남성혐오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일 것이라며 ‘홍어년’, ‘메갈년’이라는 혐오표현도 많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고발자들은 개인 신상이 공개됨에 따라 불특정다수로부터 받을 수 있는 근거 없는 비난과 인신공격 등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폭로’를 단행한다. 정당한 문제 제기에 조직으로부터 받은 탄압 혹은 낙인찍기 등에서 오는 억울함, 조직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도 커졌기 때문이리라. 비난받고 손가락질 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조직 안에서 문제를 방치하고 묵인하고 키운 사람들인데 말이다.


불법·부조리 고발 이후 사회적 보호 부족


이처럼 내부고발자 개인은 자신이 제기한 문제 혹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를 덮으려는 거대한 조직(집단)과 싸우게 된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게 되는 개인의 희생을 막기 위해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정해 부정행위를 고발·신고한 사람을 보호하도록 하고 있지만, 조직의 입장에서 조직에 해를 끼치는(더 정확하게는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특정인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동을 한 개인을 과연 조직에 얼마나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보호할까. 내부고발자 대부분이 조직에서 해고되거나 스스로 조직을 떠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서 검사를 인터뷰하던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은 “‘그나저나 검찰에 더 있기가 어렵겠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사실은 틀려먹은 것”이라면서 “당연히 검찰 내에서 있어야 하고,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하고 그에 대한 피해를 입었다면 당연히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그러면 검찰에 있기 어렵겠구나’하는 것이 틀려먹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익제보’로 인정을 받았을 때 받을 수 있는 포상금이나 보상금의 규모도 낮은 수준이다. 내부고발자들이 조직에서 내몰렸을 때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유다. ‘2016 국민권익백서’에 따르면 2008~2016년 포상금 지급 실적은 총 72건에 5억3,890만8,000원. 건당 748만4,833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보상금은 총 299건에 대해 97억4,605만5,000원이 지급됐다. 건당 3,259만5,501원 꼴이다. 내부고발자들이 포상금이나 보상금을 타기 위해서 조직 내 문제를 밝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부고발로 인해 겪는 고통과 감수해야 하는 희생 대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대리신고 인정 必…신고 전 충분한 조언·자문 얻어야


조직의 불법과 부조리가 갈수록 은밀해지는 만큼 문제를 인식한 내부인들이 고발이나 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그들에 대한 신변보장을 강화하고, 이들이 사회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내부고발자들을 돕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본부장은 “‘부패방지법’이나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있지만, 본인의 인적사항을 밝히고 신고를 해야 접수가 된다”면서 “아무리 비밀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인적사항이)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변호사나 시민단체 등을 통한 대리신고를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직접 신고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현역 중위 신분이던 1992년 군의 부재자 투표 과정에서 자행된 부정행위를 고발해, 군인들의 비밀투표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어 “실제 법이 있어서 보호나 보상이 된다고 하지만, (내부고발 이후)조직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에서 나가지 못하는 것은 본인의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공익신고지원기금 이런 것을 만들어서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본부장은 내부고발을 하기 전에 변호사나 관련 시민단체들과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조직에서 걸 수 있는 법 위반 소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변호사나 관련 시민단체의 조언이나 자문을 얻고, 그에 맞춰 신고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법 위반이나 주의점을 충분히 확인한 다음에 신고·고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조직의 업무시간을 활용하지 말고, 오히려 더 열심히 조직 생활을 해서 조직으로부터 꼬투리를 잡힐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면서 증거자료나 필요한 것들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보통 먼저 신고를 한 다음에 시민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다 벌어진 이후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사전에 같이 논의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왜냐하면 조직은 그런 폭로가 일어났을 때 조직 방어 차원에서 고발자에 대한 문제 제기나 고발과정에서 명예훼손, 절도, 이런 것들을 걸어 소송을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최대한 줄일 수 있게끔, 더불어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MBC ‘PD수첩’에 직접 출연해 9억4,000만원대 계룡대 군납비리를 폭로한 김영수 전 해군 소령(현 국방권익연구소장)은 지난해 7월 해군 예비역 고위 장교들로부터 이와 관련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가 같은 해 10월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09년의 폭로 때문에 아직까지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김 전 소령은 고소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더이상 보복성 수사나 사찰, 음해, 고소를 받고 싶지 않다. 특히, 괘씸한 사람으로 찍혀서 사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고 이제 많이 지쳤다”는 글을 남기며 힘겨운 심정을 토로했다. 서 검사의 성추행 사실을 공론화하고 나선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는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루시퍼 이펙트’라는 책의 ‘시스템은 한 개인의 반대를 착각으로, 두 사람의 반대를 감응성 정신병으로 매도할 수 있지만, 세 사람이 같은 편에 서면 함부로 하기 어려운 힘이 된다’는 구절을 소개하며 “검찰 자체 개혁의 방향성을 찾았는데, 이렇게 불복종의 용기 있는 동료들이 계속 나온다면 법과 제도 개혁으로도 당장 고치기 어려운 검찰의 부조리를 쉬이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내부고발자를 ‘휘슬블로어(Whistle-Blower)’라고 한다. 문제가 있을 때 휘슬(호루라기)를 불어 잘못을 바로 잡도록 한다는 의미다.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고발자들은 누구도 나서지 않는 일에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다. 이들이 보다 많은 조력자들과 함께 할 수 있고 더 나은 환경에서 싸워나갈 수 있도록 사회로부터의 격려와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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