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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은숙 칼럼] 유명 정치인들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의혹 

작년 2월 전직 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문화예술, 체육, 종교, 학교, 공공기관, 군대, 정치 등 모든 영역에서 미투운동이 일어났다. 그런데 최근 유명 정치인들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의혹이 잇따르면서 갑을 관계에서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하에서는 법률상 업무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범죄 처벌규정과 대법원의 판단 기준을 살펴보겠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범죄 처벌규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에서는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추행의 범위를 넘어서서 간음한 경우에는 형법 제303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본죄의 주체는 ‘업무·고용 기타 관계로 사람을 보호·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자’이고, 객체는 ‘업무·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보호·감독을 받은 사람’이다. 


업무는 사적업무와 공적업무를 불문하고, 고용이라는 것은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는 것이며, 기타 관계는 사실상 보호·감독을 받는 관계로서 그 원인은 불문한다.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또, ‘간음’이란 성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폭행 또는 협박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강간’과 구별된다. 


특히,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는 법정형 자체가 상당히 높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 중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 유명 정치인은 3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었고, 한 교회 목사가 신도들에게 본죄를 범하였다는 이유로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판례의 판단기준

 

1)강제추행 등 범죄행위와 위력의 판단

 

대법원 판례에서는 강제추행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는 판단기준을 제시해 왔다(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3도7107 판결 등).


또한,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결하여 위력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2도1029 판결 등).

 

2)성인지 감수성 강조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성범죄를 판단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여성과 남성이 생물학적, 사회문화적 경험의 차이에 의해 다른 이해나 요구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특정 개념이 특정 성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지, 성역할 고정관념이 개입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를 검토하는 관심과 태도를 의미한다. 


업무상 우월적 지위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제3자가 알지 못하는 가해자와 피해자 두 사람만의 내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증명하기 어렵고, 감독자와 피감독자라는 특수한 관계로 인해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즉시 외부로 알리거나 대처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있으므로, 피해자의 진술을 살필 때 주의를 요한다. 


성인지 감수성의 관점에서는 피해자는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느끼거나 가질 수 있는 심리적 곤경이나 수치심 혹은 트라우마 등으로 인해 진술에 다소 모순이 있거나 비합리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충분히 고려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


과거에는 성범죄 발생 이후 피해자가 곧바로 싫다는 표시를 하지 않았다거나 곧바로 신고나 고소하지 않은 사실, 그리고 진술의 모순점이 있다는 점을 탄핵하여 무죄판결을 선고받는 경우가 있었으나, 대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판례 이후에는 위와 같은 탄핵방법은 실효적 방법이 될 수 없다.  

 

결론

 

업무상 위력을 이용한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수많은 예방대책과 관련법 제정, 처벌 강화 등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미투운동을 계기로 위력을 이용한 갑의 범죄행위가 사회이슈로 부상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거짓미투,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 특정성별에 대한 펜스룰 강화, 성별 대립과 갈등이라는 방향의 다툼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는 을의 위치에 있는 우리 누군가 중 한명에게 발생하는 피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유·무형으로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성적침해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피해가 양산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져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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