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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피디 자전거의 주말섹션] 자전거로 돈과 건강 찾기

제2편 : 10만 원의 서울 탈출기, 대구~부산 자전거 여행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태실(胎室)이라고요?

 

10만 원을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여행 상품은 무엇이 있을까? 요즘 우등고속버스나 KTX를 타고 어딜 갔다 와도 교통비만 10만원이 들어간다. 그것도 당일 코스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가면 10만 원으로 2박 3일 간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가 있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 9시, 필자는 4개월간 유럽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대학 친구 남재혁과 함께 강남에서 고속버스 편으로 대구로 갔다. 새벽 1시에 도착해 찜질방에서 눈을 붙인 뒤 새벽 6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목적지인 부산으로 라이딩을 시작했다. 부산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9시쯤, 저녁을 먹고 밤 11시에 부산에서 고속버스편으로 서울로 돌아왔다. (일정, 코스 그리고 경비는 기사 끝 첨부 참조)

 

필자는 2박 3일 일정에서 이틀 동안 잠을 버스와 찜질방에서 잤다. 그래서 그만큼 숙박비를 절감했다. 식사비는 심야에 서울을 출발하고 상경함으로써 최소 3끼로 줄였다. 숙박비와 식비가 절약되다 보니 2박 3일간의 서울 탈출은 약 10만원으로 가능했다.

 

서울을 벗어나고 보니 자전거 여행길에서 들른 식당은 가성비가 훌륭한 편이었다. 대구역 앞 번개시장의 ‘골목식당’은 할머니가 주인이다. 밥은 얼마든지 더 먹게 해준다. 대여섯가지 반찬도 맛있어서 한 그릇 더 먹게 된다. 밥만큼은 아끼지 않는 할머니의 한끼 식사값은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드문 6천원.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는 것 보다 집밥 같은 아침 식사를 할 수가 있어서 큰 돈은 아니지만 천원을 더 얹어주고 나왔다. 

 

이번 여행에서는 뜻밖에도 유명인사가 태어난 집을 들르게 되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밀양시내에 있는 100년된 고택을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음식점을 찾았는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태어난 곳이었다.

 

 

식당 종업원이 자리를 안내하면서 우리가 앉은 자리가 안 의원이 태어났다고 귀띔을 했다.

 

“손님이 앉은 바로 이 자리가 안철수 씨의 태실입니다”

 

식당 주인이 우리에게 와서 그렇게 말하고 어떤 사연으로 이곳에서 태어났는지 설명해주었다.  그에 따르면 안 의원의 부친이 군의관으로 밀양에서 근무를 했는데 이 집에서 세를 들어 사는 동안 안 의원이 태어났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2살 때까지 이 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필자가 알고 있던 안 의원의 출생지는 부산이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밀양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필자는 지난해 전북 고창에 있는 인촌 김성수 생가를 방문했었다. 그때  마루에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태어난 집'이라는 표식이 놓여 있었다. 안 의원이 태어난 이 집에도 그런 표식을 해놓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여행하면 돈 부터 생각하는 필자의 세대  

 

대구역 번개시장에서 간식용으로 찹쌀떡, 시루떡, 감자떡을 각각 한 팩씩 전부 8,000원에 샀다. 8,000원에 스티로폼 팩에 가득 담은 떡을 서울에서는 사기가 어렵다. 라이딩 중 허기가 질 걱정은 안해도 될 양이었다.  밀양시장에서는 참외 5개를 5,000원에 샀다. 

 

그런데 여행은 먹고 자고 선물을 사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여행은 사람과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먹으려고 산 간식이었지만 혼자서 먹지 못했다.

 

우리가 대구와 청도 사이에 있는 팔조령 아래 정자에서 쉬고 있을 때 한 부부 라이더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우리는 부부를 뒤에 두고 먼저 정상으로 올라가 쉬고 있는데 부부도 얼마 뒤에 도착했다. 조금 전에 한 번 봤을 뿐인데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 같았다. 그 부부는 우리에게 오렌지 반쪽을 먹어보라고 주었다. 받은 나도 뭔가 줘야 할 것 같아서 간식으로 산 떡을 내놨다. 그래서 여행은 만남이라고 하는가 보다. 

 

그 부부 만이 아니었다. 삼랑진 낙동강변 자전거도로 옆에 팔각정이 있었다. 우리가 이곳에서 쉬고 있는데 90살이 된듯한 건강해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왔다. 할머니는 대뜸 필자와 친구를 보면서 여기에 온 이유를 말했다.

 

"마을 노인정이 있는데 죄다 젊은이들만 있고 나같은 노인들은 요양원에 가버려서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어" 

 

이 할머니의 나이는  90살. 노인정에는 80살인 '젊은 노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혼자 쫒겨나듯이 여기 온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가 할머니처럼 90살이 됐을 때 자전거를 즐길 수 있을까? 그러려면 지금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생각하면서 밀양에서 산 참외를 할머니에게 깎아 드리고 떡도 2개 내놨다. 그러자 할머니는 마침 가지고 온 찐 감자 2개를 먹어보라고 내놓는 것이었다.

 

이렇게 여행을 다니다 보니 간식은 떡과 참외 뿐만 아니라 오렌지 반쪽과 할머니 표 감자 등 4종류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필자는 선물을 하려면 늘 고민이 앞섰다. 상대방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어떨까 하며 마음을 쓰곤 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필자는 선물에 대한 개념을 바꾸게 되었다. 순수한 마음을 담으면 성립되지 않는 선물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을 시작하기에 가장 완벽한 시간은 없다

 

필자가 정년을 하고 보니 시간과 돈, 건강,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고, 돈이 많으면 시간이 없고, 건강마저 시원치 않은 게 보통이다. 필자 뿐만 아니라 우리 또래는 팍팍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재미있게 노는 방법에 대해서는 익숙치 못한 게 현실이다. 그래서 여행을 가자고 하면 돈부터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은퇴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온 필자는 그 덕분에 여행을 떠날 때는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행복한 여행 코스를 짜고 실행할 수가 있다. 이번에 10만원에 2박 3일 서울 탈출기는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즐기는 여행 코스 중  하나다.

만약에 내가 20년 전 자전거를 취미생활로 즐겨오지 않았다면 나는 자전거 여행 계획을 세울 수도 없고 자전거로 이런 여행을 떠날 생각 조차 못했을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속담이 있다. 자전거든 뭐든 지금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당장 도전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무엇을 시작하기에 충분할 만큼 완벽할 때는 없다. 

 

 

(첨부)

 

1. 2박3일 '대구~부산' 자전거 여행 일정

 

금요일

20:30 집 출발

21:20 대구행 고속버스 탑승(일반)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출발

 

토요일

01:30 대구터미널 도착, 대구역 앞까지 3km 달려서 역전 근처 찜질방 취침

05:30 기상 및 조식

06:40 대구역-김광석길- 신천–가창–팔조령-청도-밀양-삼랑진-부산 을숙도

23:00 서울행 고속버스 탑승(심야우등) *부산고속버스터미널 출발

 

일요일

03:00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도착

03:40 집 도착

 

 

2. 대구~부산 간 필자의 자전거 라이딩 코스 

 

 

 

3. 2박3일 대구 부산 간 자전거 여행 경비 (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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