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경이롭고 미스터리한 부분을 들라하면 단연코 ‘단군사화’가 아닌가 한다. ‘한국의 정신문화를 찾아서’ 제1편 에서 홍익인간 정신을 다룬 바가 있는데 다시 살펴보자. 역사는 노년의 학문이라고 한다. 학문의 연륜이 쌓일수록 학문간 경계를 넘어선 통찰력과 세월이 주는 지혜로 빚어낸 글들이 나오기 때문인 것 같다. 어디 역사뿐이겠는가.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꾸준히 학문에 정진한 학자들은 대단한 업적을 내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학계에선 정년퇴임 후에도 괄목할 만한 논문과 저술을 펴내는 이들은 극히 드문 것 같다. 그런 몇 안 되는 노학자 중에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가 있다. 신용하 교수는 학문적 스케일로 보면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에 버금가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는 인류 4대 문명 외에 한강문화와 대동강문화, 요하문화를 하나로 묶는 ‘고조선문명’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2010년에 펴낸 그의 책 「고조선 국가형성의 사회사」를 읽은 적이 있다. 신용하 교수는 작년 5월부터 문화일보에 이전 글을 업데이트 한 ‘고조선문명’에 대해 12회에 걸쳐 글을 썼다. 그의 글 중에서 홍익인간 정
【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주간】토정 이지함은 토정비결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그의 국부론과 사회복지사상은 당대의 모순을 극복해 국부와 민생을 살리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평가받아왔다. 이런 사실이 후대 학자들에 의해 조금씩 언급돼 오던 중 장용기 초당대 박사가 본격적으로 토정의 전생애와 기록물을 검토하고 나아가 그의 사회복지사상을 세계 복지사상의 효시로 알려진 영국의 구빈법 사상과 비교했다. 작년 2월에 출간 된 장용기 박사의 학위 논문 「토정 이지함의 사회복지사상 연구」를 중심으로 토정의 사회복지사상을 살펴보고 장용기 박사와 인터뷰 했다. 토정 이지함(1517-1578) 중종 12년에 태어나 인종과 명종과 선조대를 살았고 임진왜란(1592)이 일어나기 10여 년 전에 숨졌다. 그는 당대의 거유(巨儒)인 퇴계와 율곡, 남명과 동시대에 살았다. 이색의 6세손이며 조카 이산해가 영의정을 지낸 사대부 명문집안이었다. 본관은 충청도 한산이며, 생애 대부분을 마포강변에서 흙집을 짓고 살았다고 해 토정이란 호가 널리 알려졌다. 그는 역학과 수학, 천문지리학에도 밝아 후대에 ‘토정비결’의 저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토정은 1517년 충청도 보령군 청라면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나이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은 환자 제로라고 공언하며 이제 외국 감염자의 입국을 걱정하는 입장이 됐다. 반면에 미국의 감염자 숫자가 중국과 이태리를 초월해 입장이 뒤바뀌었다. 일본은 IOC와 전격 협의해 도쿄올림픽을 연기하고 코로나19 비상에 대비하고 있다 . 중국 우한에서 발생해 전세계 팬데믹으로 발전하게 된 지난 수개월 간 코로나19 사태의 전개 과정을 보면서 각국의 반응과 대처는 한 편의 격정적 연극을 보는 듯하다. 인간 군상들은 생존의 위기를 만났을 때 자신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했던가. 이와 같은 지구촌 대혼란과 통제와 굼뜸 속에서 한국의 대처에 대한 국제적 찬사는 우리를 되새겨 보게 한다.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투명성’의 가치가 아닐까 한다. 진단확대에 따른 확진자 수의 증가가 예상됨에 불구하고 ‘진단격리-치료’라는 원칙을 지킨 보건당국과 의료진들에 찬사를 보내고자 한다. 투명성으로 인한 신뢰는 환자 수 증가라는 불리함을 상쇄하고 남으며 나아가 최종적 퇴치의 유일한 수 단임을 확신시켜주고 있다.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초기에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주)리트코는 1995년 엔지니어링 솔루션기업으로 출발해 1,000여 건의 산업 인프라와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성장해온 견실한 중소기업이다. 국내 공사 수행 실적을 기반으로 삼아 2010년대에 들어서 중동과 인도, 중국 등 해외에 진출해 의미 있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중동에서 힘을 못 쓰고 있는 가운데 중동에서 고유의 전문기술을 중심으로 현지 정부공사를 수주하고 공기를 마무리해 산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대담 / 이상용 M이코노미 수석논설주간 리트코는 기술 개발에 뚝심을 발휘하고 있다. 초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양방향 집진기 분야와 결빙과 화재 발생의 위험이 상존하는 터널과 도로, 교량 등의 안전기술 분야다. 터널과 도로안전 기술은 20년간, 집진기 기술은 10년간 기술개발에 매달려 확고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작년에 초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양방향 전기집진기를 대구지하철공사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시험설비에서 좋은 효과를 얻어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 초에는 서울시가 실시한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글로벌 챌린지’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정종승 리트코 회장을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크지 않은 회장실의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이 한결같이 한국경제에 내놓는 처방은 ‘규제개혁’이다. 한국 언론들도 입이 부르틀 정도로 규제혁파를 주장하나 언발에 오줌 누기다. 왜 규제가 적절하게 바뀌지 않는. 세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첫째 선거에 의해 정권이 교체되는 시스템에서는 정당과 정부가 조직화된 거대한 이익집단의 ‘인질’이 되는 상황이 지속되기 쉽다. 교원단체, 노동자단체, 택시단체, 의료단체 등등이다. 거대한 이익단체들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규제를 만들어내려고 정치 인들을 압박한다. ‘규제법’이란 언제나 국가전체의 공동체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표방하나 그 속에는 이익단체만을 위한 ‘이기적’ 조항이 들어있기 마련이다. 둘째, 정부자체가 거대한 이익단체화하는 현상이다. 각 부처의 규제는 그 부처의 권한이자 예산 분배권을 의미하기 때문에 규제개혁은 느려터지고 새로운 규제 만드는데는 신속하다. 문재인 정권하에서 엄청나게 늘어난 공무원 숫자들을 보면 미래 세대는 암울하다. 셋째, 집단으로서의 정부의 행정 능력지수가 낮은데 있다. 정부조직은 사기업 조직처럼 기업 의 수지와 시장변화에 따라 내부개혁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내부모순이 누적되고 경쟁을 회피하는 ‘체제 유지
<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작년에 모 한국철학 관련한 세미나에 참석할 일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한 역사담당 교사가 연단에서 이제 “리기(理氣)‘논쟁이니 하는 말을 그만했으면 좋겠다. 요즘 학생들이 한자도 모르는데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조선성리학의 리기론과 사단칠정론을 어떻게 알아 듣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요즘 들어 한국 철학이 초중고교 교과서에서 푸대접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 원인은 ’조선성리학‘이 학자 들의 논문 속에서나 거론되고 일반인에게 쉽게 전달되지 못하는 탓도 적지 않을 것이란 짐작이다. 조선성리학은 주자학을 기초로 조선에 꽃피운 성리학이다. 주자학은 우주·자연과 인간 세상의 근본 원리를 리와 기로 설명하고 인간 심성에서부터 정치·사회의 통치·운행 원리로까지 확장한 사상체계이다. 주자학은 ‘리’와 ‘기’의 개념만 이해하면 거의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리’란 우주자 연과 인간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지배하는 근본 이치, 원리를 말한다. 또한 ‘리’는 그러한 존재 원리일 뿐만 아니라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윤리적 도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리’와 유사한 개념으로 ‘태극’이 있다. ‘태극’은 ‘천지만물
정성인 박사는 PCB 설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가로서 부천산업진흥원에서 PCB 설계 분야를 현장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가르치고 있다. 정성인 박사는 KAIST 인공위성센터에서 2003년 9월에 발사된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기술위성 1호 개발단의 일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PCB는 ‘Printed Circuit Board’의 약자로 각종 전자부품을 배치하고 배선으로 연결한 전자전기회로 기판을 말한다. 오늘날 PCB는 핸드폰, 컴퓨터, 가전제품, 의료용기기, 전기자동차, 미사일,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기를 작동하게 하는 중추 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각종 전자기기들이 갈수록 고성능화되고 소형화, 경량화됨에 따라 PCB 설계작업은 고도의 통합적 전문성을 요구받고 있다. 무엇보다 PCB 기판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인체에 해롭지 않은 선에서 제어하는 동시에 목표로 하는 성능을 달성 하게 하는 설계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PCB 설계는 여러 가지 기술력과 창의성을 요구한다고 해서 아트웍(Artwork)이라고 부른다. 정성인 박사를 세종시의 커피숍에서 만나 그의 연구 스토리와 한국산업기술의 현주소와 제언을 들어봤다. Q. PCB 설계를 하려면 여러 기술들을 섭렵해
<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주간>한국 클래식 음악계는 관객의 양극화에 오랫동안 시달려왔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의 유명 교향악단이나 몇몇 국내 스타 음악인들의 공연에는 많은 사람이 몰리는 반면 소규모 연주회와 개인발표회엔 아는 사람들만 오는 현상이 지속돼왔다. 그런데 2~3년부터 이상 현상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기획력이 돋보이는 소규모 연주회와 개인발표회에도 관객들이 찾아와 빈 좌석을 채우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참신한 기획과 바로크 연주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바이올리스트이자 더 뉴바로크컴퍼니 대표인 최현정 씨가 지난 11월30일 토요일 오후 2시 예술의 전당 리사이트홀에서 독주회를 가졌다. 우리나라에선 개인독주회는 대부분 지인들로 채워지는데, 그날은 리사이틀홀의 좌석들이 낯선 관중들로 채워졌다. 최현정 대표는 ‘전혀 뜻밖이었고, 외국인들도 많이 보여서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독주회의 주제는 「음악의 삶과 죽음에 관한 레퍼토리」였는데요, 슈베르트가 죽음을 앞에 두고 병고에 시달리던 시기에 만든 음악과 2019년 탄생 200주년을 맞은 클라라 슈만의 작품 등 4명의 곡들을 연주했습니다. 음악의 탄생과 죽음, 부활이란 주제로 곡들을
우리나라의 교육에서 무엇이 문제라는 건 누구든 다 안다. 해결책도 이미 알고 있다. 전국민이 교육박사라고 할 정도이다. 그 사람이 진보 측이건 보수 쪽이건 그들의 주장을 뜯어보면 문제의식이나 해결법에 공통점이 더 많다. 한국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이라는 점이다. 시험위주 주입식 공부는 초·중·고교로 끝나는 게 아니라 대학까지 연장되는 과목이 바로 ‘영어’다. 대학생의 영어 학습 실태를 보면 교양 필수인 영어과목은 영문해석을 주로 하면서 문법을 가르치는 강의 형태다. 대학원 입시가 영문해석으로 보는 이유도 있지만 학생들의 기초 말하기와 듣기가 워낙 안 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한 학기 15시간 동안 뚜렷하게 가르칠 방법도 없는 이유도 크다. 영어회화 과목이 있는 학교도 있으나 듣는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원어민 수업 효과를 보기 어렵고 수업시간이 터무니 없이 짧다. 학교수업 외에는 학원에서 토익, 토플, IELTS, 오픽 시험공부에 매달린다. 요즘 취업에서 기업들이 토익 점수 등을 안 본다고 해도 취업생 입장에선 무시할 수도 없어서 영어학원 공부는 필수처럼 됐다. 영어학원들은 듣기 공부조차 철저히 점수 올리기다. 이런 실정이기 때문에
<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위원>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는 로마의 쇠망 원인을 다룬 명저로 꼽힌다. 역사에서 우리가 얻는 가장 큰 교훈은 번영의 원인보다는 패망에 이르게 된 근본원인들을 아는 것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조선왕조의 멸망원인을 다방면에서 짚어보는 작업은 우리에게는 무척 소중하고 시급하기조차 하다. 그간의 저술은 조선왕조의 멸망원인을 주로 일본 등 외세의 침략과 쇄국 정책 등에서 찾았는데 지난해 조선의 정치사상과 경제 및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분석한 ‘조선왕조의 빈곤정책’이 나왔다. 박광준 일본붓교대학 교수가 쓴 ‘조선왕조의 빈곤정책’은 조선왕조는 왜 시장을 철저하게 억제하고 대외 무역을 차단하다시피 하여 가난한 나라가 되고 말았는지, 거의 모든 백성들이 나중에는 굶주리게 되고 왕조도 결국 구빈정책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이해하고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주장의 논거를 교조적 성리학 사상의 존재와 개인의 빈곤 책임을 인정하는 법가사상의 부재, 농민들에게 종자를 빌려주고 추수 후에 상환 받는 환곡제도와 창 제도의 실패 등에서 찾았다. 기자는 이 책을 읽고 책에 나오는 내용 중에 의문이 드는 점, 나아가 저술 내용에 없
<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미국의 경쟁력의 원천 중의 하나가 ‘대학’에 있다는 데 이론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천 송도에는 한국뉴욕주립대학과 조지메이슨대학, 유타대학, 겐트대학 등 4개 대학이 있다. 2012년 3월 한국에 들어온 최초의 미국 대학인 한국뉴욕주립대학교를 방문해 현황을 알아보고 관계자들과 집중적인 인터뷰를 가졌다. 미국 뉴욕주립대학교SUNY)가 설립한 한국뉴욕주립대학은 스토니브룩대학교와 패션기술대학교 등 두 개의 대학으로 구성돼 있다. 스토니브룩대학교엔 기술경영학과(70명), 컴퓨터과학과(50명), 기계공학과(50명), 응용수학통계학과(40명), 경영학과(50명) 등 5개 학과가 있고, 2017년 개교한 패션기술대학교엔 패션디자인학과(20명)와 패션경영학과(50명) 등 2개 학과가 속해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대학교는 미국 내에서 이공·의학 계열의 명문대로 평가되고 있으며 맨해튼에 있는 뉴욕 패션기술대학교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명망이 높다. 현재 800여명이 재학 중이며 한국인 학생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수업을 100% 영어로 진행한다. 가장 궁금한 점은 국내 고교 출신들이 60% 정도 된다고 하는데 영어
지금 4차산업혁명 기술이 시시각각으로 세계경제의 구조와 생산 및 유통, 그리고 소비까지도 바꾸고 있다. 기존 산업에 대한 크고 작은 4차혁명의 충격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이런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해 기존 산업과 시장에 대한 규제를 얼마만큼 혁파해나가는가에 따라 앞으로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후엔 나라의 입지가 크게 차이가 날 것 같다. 지금 우리의 더디기만 하는 규제혁파 모습을 보면서 10년 후 나라의 운명을 상상하노라면 그저 답답할 뿐이다. 미국은 4차 기술혁명의 발상지인데도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앞장서서 기존 규제를 벗어던지고 있다. 얼마 전 미국 댈러스의 교포 기업 경영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미국 경제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은 혁신 선진국이니 우리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고, 일본과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굵직한 경제대국들도 규제개혁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중국은 정부가 앞장서서 규제를 걷어내고 있는 판이어서 5년 후엔 한국경제를 모든 부문에서 추월할 거란 얘기도 들린다. 말로는 규제개혁, 실상은 규제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정부와 국회는 말로만 규제개혁을 하거나 오히려 규제
한국인이 영어공부를 포기하는 요인은 여럿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장애요인은 ‘듣기’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언어는 소리에서 시작되었으므로 영어도 소리를 정복하고 난 뒤에 문자로 들어가는 게 순서인 것 같다. 어린아이가 모국어를 익히는 데 먼저 말로써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고 난 뒤에 학교에서 문자를 배우기 시작한다. 한국의 기성세대들은 학교에서 영어 발음에 대해서 거의 배우지 못했다. 한국에서 발음을 처음 도입한 곳은 사교육이었다. 1991년 「윤선생」이 파닉스를 본격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다. 파닉스 교육이 ‘눈으로 보고 읽는 영어’에서 소홀히 했던 ‘발음’을 배우는 데는 기여했으나 한국인의 말하기와 듣기는 여전히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전 세대들보다 원어민들을 접할 기회도 훨씬 많아졌고 유튜브 등을 통해 얼마든지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됐으나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말하기와 듣기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 영어 사교육의 산증인의 한 사람인 김성수 잉글리쉬 무무 회장은 「윤선생」 영어학습지 대리점 센터장 시절인 1989년에 처음으로 초등학생을 위한 영어학습지를 도입했다. 이 무렵에는 초등학교 영어 도
한국인이 영어를 10년 넘게 배우고서도 기초적인 듣기와 말하기가 안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 학생들이 문법과 읽기는 곧 잘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것은 실상에 부합하지 않는 얘기다. 한국에서 가르치는 영어문법은 시험용 문법, 한국어 번역용 문법 등을 기계적으로 외우는 ‘죽은’ 문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영어 읽기의 목적은 원서를 독서하고자 함인데 반 페이지도 안 되는 지문 읽기에 만족하고 있다고 할까. 중1부터 고3까지 6년간 지문만 읽다 보니 대학생들 중에 전공과목을 원서로 읽을 수 있는 학생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국인 영어가 기초적 학습조차 안 되는 이유가 여럿 있지만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것도 큰 원인이다.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이 인도하는 대로 아이들이 무조건 따라하지만 자기 인지력이 발달되는 중학생부터는 한국어와는 전혀 다른 체계인 영어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 영어 학습을 위한 전체 설계도를 인지하는 것은 지도를 가지고 목적지를 향해 길을 떠나는 것과 같다. 자신의 영어 실력이 어디쯤 도달해 있으며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점을 보충하고 앞으로 무엇을 배우면 충분한지 아는 것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잉글리쉬
프로이트와 라캉 이후 새로운 정신분석상담 이론을 모색해온 정신분석상담가 윤정 씨가 그의 24년간에 걸친 인간 탐구를 온축한 「흔적과 신호(Trace and Signal)」를 펴냈다. 윤정 씨는 물리학과 분자생물학, 세포학 등에서 밝혀진 정보들이 인간에 대한 기존 관점을 크게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의 수용 한계를 넘어서는 과학 발전을 목격하면서 과학과 철학을 접목하는 사유를 통해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영원한 생명의 희망을 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저자는 첨단과학으로 만들어진 가상공간이 인간으로 하여금 상상과 실재를 혼동시킴으로써 인지 작용의 혼란을 초래하고 점점 충동적이고 불안과 우울의 정서를 확장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첨단과학 시대에 선 현대인은 사유와 존재의 주체로서 우리가 어디쯤 머물고, 걸어가고, 사라지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적 힘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분석상담가 윤정 씨는 피담자와의 대화 속에서 관념 언어를 거세하고 그의 삶에 녹아있는 ‘신경 언어’ 를 추출해 피담자에게 자기 치유능력을 회복시켜주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윤정 씨의 주장은 인간 개개인의 본래 지니고 있는 것과 환경과의 교섭 흔적이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