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트코는 1995년 엔지니어링 솔루션기업으로 출발해 1,000여 건의 산업 인프라와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성장해온 견실한 중소기업이다. 국내 공사 수행 실적을 기반으로 삼아 2010년대에 들어서 중동과 인도, 중국 등 해외에 진출해 의미 있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중동에서 힘을 못 쓰고 있는 가운데 중동에서 고유의 전문기술을 중심으로 현지 정부공사를 수주하고 공기를 마무리해 산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대담 / 이상용 M이코노미 수석논설주간
리트코는 기술 개발에 뚝심을 발휘하고 있다. 초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양방향 집진기 분야와 결빙과 화재 발생의 위험이 상존하는 터널과 도로, 교량 등의 안전기술 분야다. 터널과 도로안전 기술은 20년간, 집진기 기술은 10년간 기술개발에 매달려 확고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작년에 초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양방향 전기집진기를 대구지하철공사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시험설비에서 좋은 효과를 얻어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 초에는 서울시가 실시한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글로벌 챌린지’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정종승 리트코 회장을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크지 않은 회장실의 테이블에는 각종 기계 장비와 전선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인터뷰 직전까지도 기술회의에 분주했던 모습이었다.
Q. 현재 서울지하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정종승 회장 현재 서울 지하철에 19개의 양방향 전기집진기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에 1차 준공될 것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Q. 작년에 대구지하철공사와 공동으로 양방향 전기집진기를 개발하고 성공적으로 시공한 실적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는데, 현재 대구지하철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장치 설치 추진상황을 전해주세요.
정종승 회장 대구지하철에는 올해 상반기에 106개소에 양방향 전기집진기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전체 지하철구멍 중에 절반 쯤 설치되는 것이죠. 그리고 인천지하철과 광주지하철, 부산 지하철에도 설치를 추진하기 위해 협상 중에 있습니다. 환경은 오염되기 전에 투자해야 적은 비용으로 깨끗한 환경을 지켜나갈 수 있는데, 아직은 우리의 인식이 그런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환경이 망가지고 난 뒤에 복구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고 복구기간도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하철 오염을 막기 위해 역사 안에 있는 환기구와 공조기에 많은 필터를 달았으나 미세먼지를 거르는데는 제한적이라고 봅니다. 저희는 열차가 오가는 본선 터널에 주목하여 지난 10여년 간 기술을 개발을 하고 관련 특허도 획득하고 효과도 검증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만이 그런 기술과 시공능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특혜 시비가 우려된다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다른 회사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곳에 일찌감치 기술개발하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게 문제가 된다고 하니,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Q. 우리나라는 지하철 미세먼지도 문제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형 공공시설장들도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습니까? 실내 스포츠센터라든가, 영화관, 강연장, 세미나룸 등등 헤아릴 수 없을 것 같은데, 시급한 장소부터 미세먼지 저감시설이 필요 할 것 같습니다. 리트코가 개발한 저감장치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정종승 회장 이번 글로벌 챌린지에서 코닝이 수상한 지하철역사 내 집진기는 우리 회사기 2012년에 같은 종류의 단방향 전기집진기를 건대 역사에 설치한 바 있습니다. 그때 설치한 집진기가 8~9년이 지났음에도 녹슬지 않고 잘 작동되고 있고요. 새로 개발된 양방향 집진기에 주력하다 보니 오랜 전에 개발한 제품을 글로벌 챌린지에 출품할 생각을 못했습니다. 단방향 전기집진기도 필요한 곳에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밖에 아파트, 학교, 오피스 등에 설치 가능한 환기형 집진기, 창문형 집진기, 부착형 집진기 등을 개발 완료해 지금 인증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설치 장소의 크기와 환경에 따라 주문 제작도 가능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또 하나, 인체에 유해한 박테리아도 잡아내는 실내용 집진식 공기청정기도 공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핀란드가 개발한 제품인데요, 국산화를 전제로 기술제휴를 해서 국내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핀란드 제품은 초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집진능력이 뛰어나고 소모품을 갈아줄 필요가 없고 박테리아도 제거하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Q. 서울시는 올해도 지하철 미세먼지저감 글로벌 챌린지를 두 번째로 실시한다고 공지한 상태입니다. 상금도 작년보다 두 배 높여 10억원을 내걸고 한다는데 올해도 도전할 생각이신지요?
정종승 회장 올해 챌린지는 기존 제품이 아니라 신규 개발품을 출품해야 합니다. 사실 첫 번째 글로벌 챌린저는 처음인 탓인지 정확한 평가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이번 두 번째는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회사는 이번에 지하철 터널에서 오가며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집진열차의 집진장치 부문과 역사 내 환기형 집진기 부문에서 신규 개발품을 갖고 도전할 계획입니다.
Q. 리트코는 터널 환기 및 도로 결빙 방지시스템 분야의 전문기 업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 달 17일 완주-순천 고속도로 사매 2터널에서 발생한 연쇄차량추돌 사고를 보고 터널 전문기업으로서 어떤 점을 느끼셨는지요?
정종승 회장 국내에서는 우리 회사가 터널 환기와 도로결빙방지 시스템을 처음으로 20여년 전에 도입했습니다. 제가 유럽에서 이런 시설이 설치돼 있는 것을 보고 기술개발에 착수하게 된 것입니다. 터널 내 매연 측정기를 달아주고, 불이 나면 알람을 울리고 연기를 빼내고 소화하는 시설을 한국에서 최초로 시공했습니다. 그런데 터널은 300m 이상, 500m 이상, 1,000m 이상, 그 길이에 따라 어떤 설비를 하는 것이 좋다는 국제적인 소방관련 인증기관에서 적용하는 룰이 있습니다만, 우리나라는 그 룰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다 따라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안전에 돈을 들일 수 있는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중동이나 동남아의 개도국보다 터널과 도로안전에 덜 투자합니다. 그들은 선진국 기업들에 게 설계를 다 맡겨서 설치하는데, 우리나라는 좀 안다고 그런지 국제적인 규격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는 사우디 리야드에서 지하철 역사 7군데 공사를 하고 있고, UAE에서는 터널 공사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소방제품을 쓸 수가 없습니다.
내가 수주한 공사이니까, 한국 소방물품을 쓰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국제규격에 맞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가져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우물 안 개구리인 것 같아요. 중동 국가들은 스프링클러, 화재 감지기 등 소방제품을 전부 수입해 쓰고 있습니다.
사우디, UAE, 이란, 카타르 등 엄청난 소방제품 시장이 있는데도 한국제품을 쓸 수가 없는 겁니다.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한국의 소방제품을 많이 팔 수 있을 텐데 한 개도 팔 수 없는 겁니다. 참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우리나라는 1km 이상 터널에만 화재감지기를 달도록 하고 있습니다. 1km 미만 터널에는 화재감지기도 없습니다. 물 분무설비와 소화설비는 4km 이상 터널에만 설치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회사가 개발한 미세 분무(물안개) 소화시스템은 소방당국에서 허가를 해주지 않습니다. 국제 규격에 맞는 제품인데도 제품 허가가 안 되니 납품할 수 없습니다. 유류나 화학 탱크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스프링클러로 물이 떨어지면 불이 더 번집니다. 이럴 경우 국제규격에는 물안개를 쏘라고 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제품을 안 쓰고 있습니다. 화재감지기는 1km 미만 터널에도 설치돼야 합니다.
우리 회사는 도로 노면에 발생하는 블랙아이스를 30분 전에 감지하고 염수를 뿌려주는 시스템도 설비할 수 있습니다. 겨 울철에 비탈길, 커브길, 교량 위, 터널 입·출구, 응달지는 곳 등에는 이런 감지 시스템과 결빙 방지시스템이 설치돼 있어야 합니다. 현재 저가 제품이 많이 공급돼 있으나 1년만 지나면 못쓰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빙을 사전에 예측하는 시스템은 리트코 밖에 없습니다. 타사 제품은 카메라를 달아서 결빙되고 난 후에 감지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 제품은 노면에 센서를 달아서 30분 뒤에 결빙이 될 것 같다면 미리 염수를 뿌립니다. 결빙되기 전에는 결빙하고 난 뒤에 뿌리는 양의 10분의 1만 뿌려도 얼지 않습니다.
Q. 리트코는 두바이와 사우디에도 지사를 두고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그간의 성과를 말씀해주세요.
정종승 회장 사우디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메카 성지에 도로 터널이 60개가 있는데, 그 터널의 유지 보수, 설비 교체 사업을 지난 5년간 하고 있습니다. 리야드에서는 지하철 공사를 하고 있는데 그 중 한 라인에 기계와 전기설비 공사 1천억 원짜리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UAE에서는 사자라는 산악지역에 있는 터널 10곳에 LED 설비, 소방설비공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Q. 중동지역은 주로 대기업 건설사들의 무대로 알고 있는데, 중소기업으로서 어떻게 직접 진출할 생각을 갖게 되셨는지요?
정종승 회장 7년 전에 처음으로 중동에 나가게 됐는데, 당시 국내 내수시장은 어느 정도 포화상태가 됐고, SOC 시장도 줄고 있다는 판단을 해서 중동시장에 도전했습니다. 한국에서 500~600개 이상 터널을 시행한 실적을 갖고 해외로 나간 겁니다. 사우디와 UAE, 카타르 등 중동지역은 유가가 떨어져서 5~6 년 전부터 투자가 지체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중동에 가서 토목공사나 건축공사를 하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봅니다. 중국 등 저가 업체와의 경쟁에서 안 됩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전망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대기업이 현지에서 2조원 어치 공사를 따봐야 수천억원씩 적자를 볼 겁니다. 왜냐하면 중국 업체, 인도나 터키업체, 현지 업체와 경쟁해 공사를 따려면 거의 반값으로 따야 하니까요. 기술적 우위가 확실한 특수 공사라면 모르겠으나 일반적인 공사는 기술이 특별히 나을 것도 없고 해서 손해만 보는 것이죠. 해외공사를 많이 한 대기업일수록 지금 무척 힘든 줄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리트코가 해외건설수주 5위라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큼 해외공사 일이 없는 겁니다. 우리나라 중견기업들이 나가서 할 수 있는 것들은 IT, 전기, 기계, 안전설비, 등기구, 소방 설비 등 특화된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시장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견, 중소기업들이 많이 나가야 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영어도 안 되고, 해외공사 노하우도 없고 특히 돈이 없어서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해외 지원정책이 중견, 중 소기업 위주로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도 과거 타성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고 할까요.
Q. 지금 중동 공사는 하도급으로 받아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정종승 회장 하도급으로 공사를 하면 공사대금을 전부 떼인다고 보면 됩니다. 정부로부터 직접 공사를 수주 받아야 공사 대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공사도 요즘 유가하락으로 대금이 지체돼 나옵니다. 예전 같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에서 하청 받은 것도 공사대금을 받기 어렵습니다. 저가 수주로 손해가 나는데 하청기업에게 줄 돈이 없는 거지요. 그동안 대기업 따라 중동으로 갔던 중소기업들이 많이 도산했습니다.
Q. 인도 시장에도 진출하셨는데, 어떤 사업인지 소개해주세요.
정종승 회장 델리 옆에 럭나우라는 곳에 지하철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2년 전에 인도에 처음으로 진출해서 지하철 공사에서 기계, 전기공사, 100억원 짜리를 따서 마무리했습니다. 인도시장은 우리나라보다 20배 이상 큰 시장인데요, 인도는 저가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사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그맣게 안전한 것 위주로, 물품 판매위주로 진출을 노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의 미세먼지는 악명이 높지 않습니까. 공항에서 비행기들이 미세먼지로 인해 보이지 않아 상공에서 한두 시간 떠 있다가 내릴 정도니까요. 인도는 미세먼지 제거 제품시장이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Q. 끝으로 리트코와 같은 기술계 중소기업들의 애로 사항이 여러 가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장에서 볼 때 정부 대책에 보완할 점은 없는지 말씀해주세요.
정종승 회장 중소기업은 돈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프로 젝트별 파이낸싱 제도가 있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 금융 산업이 너무 낙후돼 있어서 그게 안 됩니다. 은행이 아 파트 공사에 대해서는 대출을 해주는데, 프로젝트 공사를 딴 것에 대해서는 대출을 전혀 안 해줍니다. 해외 금융기관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있는데, 우리나라 금융기관에는 그런 제도가 없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해외 금융기관들이 다 도맡아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은행들은 안전한 부동산 담보대출만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처럼 중소기업 지원책이 많은 나라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중소기업들에게 일감을 줘야 합니다. 정부 발주공사는 거의 전부 대기업이 싹쓸이를 합니다. 그러고는 대기업이 중소기업들에게 저가 발주하는 구조입니다. 이게 고쳐지지 않으면 아무리 지원책이 많아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저는 대기업에게 공사전체를 일괄 발주하는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분리 발주를 해야 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분리 발주를 하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일괄 발주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싱기포르 지하철 공사 발주가 있었는데, 규모가 큰 토목공사는 대기업에게 돌아가지만 그 안에 있는 기계, 전기, 전자, 배관 공사는 언제나 분리발주를 합니다.
사우디 정부도 분리발주를 했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공사를 따게 된 겁니다. 대기업들이 싹쓸이 발주를 받아서 조각조각 잘게 나눠서 중소기업들에게 나눠주니까. 중소기업들이 자기 분야의 공사 수주실적이 없는 겁니다. 공사 수주실적이 없고 수행금액도 너무 적고 해서 해외에서 직접공사를 수주할 자격이 없는 거죠.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지원책이란 거는 사실 ‘빈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습니다. 중소기업들에게 일감을 줘야 합니다.
우리나라 정책결정자들을 만나보면,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운영하는 기업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런 기업들도 있겠지만 독자적 영역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상당히 있고, 또 그러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이라고 하면 하도급 공정거래 정책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이 모든 영역을 다 할 수 있 는 게 아닙니다.
큰 규모에 맞는 영역이 있고 중소기업이 특화해서 잘 할 수 있는 작고 정밀한 영역이 존재하는 데도 답답할 뿐 입니다. 대기업이 직접생산 안하는 영역은 중소기업이 맡아서 할 수 있도록 분리발주를 해야 합니다. 특히 IT, 안전설비, 전기 전자분야는 중견, 중소기업 영역입니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