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김소영 기자> 곶감의 본고장 경상북도 상주는 세계 그 어디에도 없는 곶감박물관과 곶감공원이 있다. 최고의 맛과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상주곶감 명성은 상주시의회 한 의원의 눈물겨운 노력에 대한 결과다. 지역의 농가소득을 위해 시작했다는 곶감축제는 한해 1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곶감’이라는 말만 들어도 울컥한다는 그에게 지역민들은 마음으로 보답했다. 보수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경상북도 상주시의회에서 이변도 생겼다. 무소속으로 4선을 하고 올해 5선에 성공한 그를 의원들은 상주시의회 의장으로 당선시켰다. 남들보다 1%만 더 노력하면 앞서 갈 수 있다는 정 의장은 긍정의 힘에서 활력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역민들이 바라는 의회를 만들기 위해 상주시의회 권위는 높이고 권위의식은 낮추겠다고 말한 정 의장은 노력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불철주야 발로 뛰며 변화를 이끌어 가는 진정한 일꾼 정재현 상주시의회 의장을 만났다.
Q. 무소속 의원으로 기초시의회 의장으로 뽑히기는 드문 사례인 것 같습니다. 무소속 4선을 하시고 5선에서 의장이 되셨는데요. 의장이 되고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정재현 -지금까지 무소속 4선을 했지만 위원장은 한 번도 못해봤습니다. 의회에서 원구성을 할 때는 늘 소속의원들끼리 똘똘 뭉쳐서 무소속 의원을 배제시키더라고요. 사실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는 시의회는 여·야든 무소속이든 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늘 그래왔습니다. 비로소 그러한 관행이 이번에 깨진 겁니다. 이변이 일어났다고 봐야죠. 우리 상주는 특히 자유한국당 아성이나 마찬가지인데 무소속 의원이 의장이 됐다는 것은 우리 시의회의 새로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민들이 바라는 변화만큼이나 의회도 성숙한 겁니다. 지금까지의 높은 장벽을 허물어 준 우리 의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이분들이 각자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의장인 제가 적극적으로 도우려고 합니다. 그것이 곧 의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어떤 각오로 전반기 의회를 운영하실 계획인지요?
정재현 -의장에 취임한 후 지난달 16일~18일까지 2박3일 간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8월 말에 있을 행정사무감사와 10월에 있을 예산심사에 대한 기준들을 배워온 것이죠. 저는 평소 배울 기회가 되면 어디든 찾아다니면서 배웁니다만, 생활하면서 접하지 않다보면 쉽게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공부하는 의회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의회가 지난달 23일에 개원을 했는데 오전 업무보고가 끝나고 나면 오후에 한두 시간 정도 초선의원들을 대상으로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제가 경험하며 쌓아온 것들을 알려 주고 질문도 받고요. 맨 처음 시의원이 돼서 시의회에 들어왔을 때 참 난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농사짓던 사람이 뭘 알겠습니까? 뭐가 뭔지 몰라 암담해 할 때 마침 선배 한 분이 제게 개인지도를 해줘서 큰 도움이 됐었습니다. 이번에 의장에 되고 나니까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우리 시의회에 7명의 초선의원이 있는데 이분들이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낯선 행정용어 등을 알려주려고 해요. 시민들을 위해 의회가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알려주고요. 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의원들의 역량부터 개발해야 된다고 생각한 겁니다. 또 하나는 권위를 낮추고 다가가는 소통의 의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의회는 권위의식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시의회가 권위는 올라 가야하지만 의원들 각각의 권위의식은 낮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과 소통하는 의회, 공부하는 의회 그리고 권위는 높이되 권위의식은 낮추는 그런 의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국회의원 5선도 어렵지만 주민과 밀착하지 않고서는 당선이 더욱 어려운 게 시의원일 것 같습니다. 5선의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정재현 -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소명의식과 그들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참 소통입니다. 지역민들과 늘 가까이 하다보면 그분들이 무얼 원하는지,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를 바로 알게 됩니다. 우리 지역 분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늘 저를 찾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시의원을 찾아요. 그때마다 곁에 있어 준다는 게 늘 고마운 겁니다. 특히 우리 지역은 농촌이다 보니 비가 많이 오거나 태풍이 불면 축대가 무너지거나 도랑이 터져서 농산물에 큰 피해를 주곤 합니다.
이런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검정 고무신에다 작업복차림에 자전거를 타고 어떤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문제를 발견하면 해당지역 면장에게 전화해서 ‘어디에 이상이 있는 것 같으니 직원을 내보내라’고 알려줍니다. 그러면 면장이 깜짝 놀라요. 사실 공무원이나 면장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시의원입니다. 제가 직접 처리해도 되겠지만 공무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챙겨주게 되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런 일들이 사소한 것 같지만 실제 실천으로 옮기기엔 번거로운 일들이죠. 자질구레한 부탁도 대충 듣거나 흘려듣지 않고 꼭 챙기려고 노력합니다. 한 번은 작은 마을주민들께서 마을 안 길이 좁으니 넓혀달라는 겁니다. 담당부서에 물어보니까 예산 집행이 끝나서 어렵다고 해요.
마을에다 그대로 전달했더니 “능력이 없으면 없지, 왜 예산이 없냐”며 핀잔을 주더라고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 말이 맞는 겁니다. 시의원이 해야 할 역할이 지역민들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건데 이걸 못하면 무슨 필요가 있겠나 싶었죠. 그길로 시청에 가서 예산편성을 해 달라고 했더니 예산이 없다는 겁니다. 지역민들이 했던 것처럼 저도 똑같이 “당신들 능력이 없지 돈이 왜 없냐”며 예산을 만들어 달라고 억지를 부렸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때 아닌 억지도 쓰게 되고 막무가내로 우기기도 하지만 지역민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해야 하는 것이죠. 저는 원래 촌사람이라 세련되지는 못합니다만, 늘 진심으로 지역민과 호흡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무소속인 저를 5선까지 이끌어 준 것 같습니다.
Q. 상주시가 정부로부터 곶감특구로 지정된 게 2005년인데요. 의장님께서는 상주시를 곶감의 본고장으로 만드신 분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도 겪었을 것 같고 또 보람도 얻었을 텐
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세요.
정재현 - 제가 지난 2002년에 시의원에 당선돼서 상주시를 한바퀴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상주 시목이 감나무인데도 뽕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등은 보호수가 많은데 감나무는 보호수가 한 그루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 단순한 호기심에서 조사를 시작했더니 경남과 전남에 총 12그루의 감나무 보호수가 있었습니다. 현장에 가서 확인해보니까 이 나무들도 전부 돌감나무였습니다. 우리한테 유익을 전혀 주지 않는 돌감나무는 보호수인데 진짜 곶감나무는 보호수가 없었어요. 상주지역을 중심으로 곶감감나무 조사를 했더니 우리나라 전체의 약 65%에 해당하는 곶감나무가 있었습니다. 상주에서도 곶감나무가 가장 많은 지역이 외남면이었는데 품종이 다른 지역과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총 17그루의 감나무 보호수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전체에 총 29그루의 감나무 보호수가 만들어진 것이죠. 제가 감나무 조사를 하러 다닌 것을 안 지역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이 옛날 선조들로부터 외남지역에서 나는 곶감을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겁니다. 확실한 근거를 찾고자 전국의 사학자들을 찾아 일일이 메일을 보냈습니다. 몇 분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 중 한 분이 부경대학교에 계시던 교수님인데 상주곶감에 대해 ‘예종실록에서 봤다’는 겁니다. 그분의 도움으로 자료를 찾다 보니까 조선왕조실록 예종편 즉위년 11월 13일자에 ‘상주의 곶감을 진상하였다’는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그때가 2016년 8월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상주곶감을 세종대왕님께 진상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세종실록 지리지 150권에 보면 “상주 곶감을 전하였는데 그 당시에 타도에는 없다” 이렇게 기록되어 있어요. 곶감나무를 찾다가 엄청난 자료를 찾게 된 것이죠. 그걸 찾은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데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겁니다. 우리 상주곶감을 세종대왕님께 진상했다는 건 대단한 거잖아요. 현재 여러 지역에서 임금님께 곶감을 진상했다고 말하지만 모두 근거 없는 허구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건 오직 상주곶감 밖에 없어요. 이 중요한 자료를 찾고 나서 상주곶감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곶감’이라는 전래동화를 생각하고 지인을 통해 유명한 동화작가를 소개받아 동화책 4만권을 만들어서 전국의 초등학교와 대학교 도서관에 보냈습니다. 우리 상주가 곶감의 발원지라는 걸 전국에 알린 것이죠. 동화책 속에는 ‘연지’라는 주인공이 나오는데 첫 감나무를 통해서 전국에 감나무가 퍼져나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05년 국내 최초로 우리 상주는 최다 감나무 보호수 지역으로 만들어 곶감특구로 지정받았습니다.
Q. 곶감축제를 열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압니다. 처음에 농가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같은데요.
정재현 - 상주가 곶감나무 발원지가 되긴 했는데 수익도 만들어 하잖아요. 여러 가지 방법을 찾다가 곶감축제를 생각했습니다. 당시 우리 상주농가들은 곶감을 만들어서 마트에다 납품을 했는데 거래방식이 농가들에게 불리했습니다. 이를테면 100개를 가져가면 덤으로 20개를 더 주고 판매마진으로 또 30%를 주는 방식이었죠. 우리가 생산한 곶감을 우리 지역에서 우리가 직접 팔자, 사실 이게 말은 쉽지만 결코 쉽지 않잖아요. 그러려면 소비자를 우리지역으로 불러 들여야 하는데 누가 시골까지 와서 곶감을 사가겠습니까.
곶감농가들을 불러 모아 놓고 곶감축제를 하자고 했더니 돈을 가져오라는 겁니다. 당신들 곶감 파는데 당신들이 돈을 내야지 누가 돈을 주나. 저보고 뜬구름 잡는 소리 그만 하라는 겁니다. 물러서면 안 되겠다 싶어서 뜬구름도 날아가 버리면 그만이니 먼저 잡는 게 임자다. 한 번 잡아보자. 싫은 사람은 참여하지 말고 뒤에서 구경만 해라. 끝없는 실랑이와 줄다리기를 통해 8,000만원이라는 돈을 농가들로부터 모았습니다. 그런 다음에 시의회에 가서 억지 아닌 억지를 부려 4,000만원도 지원받았죠. 그때가 2007년인데 1회 축제인데도 전국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습니다. 덕분에 130억원이라는 엄청난 매출을 올렸죠. 당시 언론에서는 1억 투자해서 130억 벌었다고 대서특필을 했습니다.
직접 곶감축제를 기획해서 하니까 뭔가 되잖아요. 축제만 할 게 아니라 전국을 돌아 다니면서 상주곶감 홍보를 하자고 또다시 농가들을 설득했습니다. 처음에는 반대가 아주 많았죠. 누굴 죽이려고 작정했냐는 등 힘들게 그럴 필요 뭐 있냐는 의견이 많았지만 끈기 있게 설득해서 전단지를 만들고 호랑이 옷을 만들어 입고 전국을 돌며 홍보활동을 펼쳤습니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전철역에서 펼친 이색적인 홍보활동은 언론까지 타며 상주곶감을 알리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했었죠. 그런 다음에는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돌며 홍보활동을 이어 가면서 곶감송을 만들어 율동도 했습니다. 부끄러운 것도 잊었죠. 몇 해를 알리다 보니까 곶감축제가 열리면 곶감농가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분들이 우리 상주를 찾아줍니다. 지난해 축제 때만 해도 약 10만여명이 우리 상주를 다녀갔습니다.
Q. 곶감박물관을 세운 것도 의장님이라 들었습니다.
정재현 - 지난 2007년은 대한민국 전체가 테마공원을 만든다고 난리였습니다. 우리 상주에도 곶감테마공원 하나 만들어 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곶감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실린 동화책을 들고 무작정 기획예산처를 찾아갔더니 출입문이 잠겨서 들어갈 수가 없더라고요. 어떻게든 들어
가서 말을 해봐야 할 거 아닙니까? 밖에서 30분 정도를 기다리니까 안에서 사람이 나오길래 들어갔더니 사람취급도 안 해요. 그러기를 수십 번,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반기지도 않은 곳을 시간만 나면 가는 겁니다. 오죽했으면 하루는 담당사무관이 저를 부르더니 도대체 뭐 하러 오냐고
묻더라고요. 기회다 싶어서 동화책을 꺼내 놓고 우리상주에 곶감공원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사정을 했습니다. 어이가 없었던지 한참을 쳐다보더니 도대체 얼마가 필요하냐고 해요. 30억 정도라고 할까 하다가 저도 모르게 100억이 필요하다고 말해 버렸습니다.
그렇게 예산 100억을 받아낸 다음 시청에다 말했더니 아무도 안 믿어요. 시골 시의원이 무슨 수로 그것도 기획예산처까지 가서 예산을 받아 오냐는 것이죠. 설득을 하다가 다시 기획예산처를 찾아가서 방법을 찾아달라고 사정을 했습니다. 이분이 경북도청에다 상주시의회 정재현 의원이 원하는 곶감공원을 만들어 주라고 하니까 그때서야 믿더라고요.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정말 울컥합니다. 수도 없이 좌절하고 왜 내가 이래야 하나 눈물도 많이 흘렸죠. 2012년에는 ‘하늘아래 첫 감나무’, ‘호랑이와 곶감’ 노래를 정재현 작사, 이재석 작곡으로 CD도 제작했습니다. 지역주민들을 위해서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함과 임금님께 진상했던 상주곶감의 명성을 찾았다는 것에 대해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Q. 상주곶감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또 다른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정재현- 상주곶감을 우리농업의 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킬 계획입니다. 그런 다음에는 세계농업유산으로도 등재시키고요. 현재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시킨 우리나라 농산물이 몇 개 있긴 합니다만 우리 상주곶감은 그 가치나 명성이 다른 지역의 농산물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 다
음에는 항공기 기내식품으로 납품하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기내식으로 납품할 수만 있다면 한국을 찾는 전세계인들에게 우리 상주곶감을 알릴 수 있고 엄청난 부가가치도 생깁니다. 현재 상주곶감 판매량이 연 2,500억원에서 3,000억원 정도 되는데 기내식 납품만 된다면 1조원대 시장도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순창은 장류단지를 통해 연간 1조원의 수입을 올리고 잖습니까? 상주곶감은 부가가치가 더 높습니다. 우리 상주에는 곶감 말고도 감을 약간 말려서 먹는 ‘감또개’ 맛이 아주 좋습니다. 순수 우리말인 ‘감또개’의 친근함이 또 다른 수익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2016년 ‘청보리축제’도 처음 출범시켰는데 소개해주세요.
정재현 -한 마디로 ‘푸르고 보배로운 동네축제’입니다. 제 지역구에는 3개(외남, 청리, 공성)의 면이 있습니다. 그중 한곳인 청리면은 과거 잘 살던 곳인데 곶감축제를 통해 수익이 올라가면서 지금은 외남면 농가들의 소득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청리면 농가들도 뭔가 새로운 소득모델을 찾아야 하는데 도통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겁니다. 저는 기독교 장로라 매일 새벽 교회에 나가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평소 풀리지 않은 고민이라든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늘 기도를 통해 방법을 찾
곤 합니다. 청리면에 대한 고민도 기도를 통해 답을 찾던 중이었습니다.
한 번은 기도를 드리는데 청보리가 문뜩 떠오르더라고요. 푸를 청(靑)자에 마을리(理)를 쓰는 청리 가운데다 보배 보(寶)자를 넣으면 푸르고 보배로운 동네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 상주의 청리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은 푸르고 보배롭다’ 확 와 닿잖아요. 조사를 해보니까 여러 지역에서 청보리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실패한 곳이 한 군데도 없더라고요. 전북 고창은 ‘청보리축제’ 하나로 유명해진 곳이거든요.
지리적으로 우리나라 중앙에 위치한 상주는 동서남북 어디서든 2~3시간 이내면 도착 가능한 곳입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2시간 밖에 걸리지 않아요. 사통팔달 교통요충지이기도 하고요. 기획만 잘하면 그야말로 대박 나는 축제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보를 검색하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축제전문가들을 만났습니다. 그런 다음에 청리면민들을 모아 놓고 청보리축제에 대한 설명을 해도 반응이 없는 겁니다. 마치 제가 과대망상에 걸린 사람 같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서 관내 기관단체장들과 면사무소 직원들, 그리고 마을주민들을 불러 모아 놓고 축제기획서를 넘겨 가며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우리 후손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주자. 청보리를 잔뜩 심든지 아니면 밀을 잔뜩 심든지 해서 특색 있는 지역으로 만들어 외지분들이 놀러오게 하자” 목이 터져라 설명해도 누구 하나 반응이 없는 겁니다. 하도 속이 상해서 뭐라고 한 마디씩 해보라고 했더니 두어 명이 “우리 한 번 해봅시다” 그러더라고요. 또 청리면사무소 주변에 있는 장터를 추억의 거리로 조성하려고 합니다. 가게간판을 70년대 간판으로 바꿔달고 옛날음악도 흘러나오게 하고요. 좌판에서는 그 옛날 어르신들이 장터에서 먹었던 음식도 만들어 팔 겁니다. 추억의 거리에 들어서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는 겁니다. 인근에 기차역 명칭을 청보리역으로 바꿔서 관광열차를 타고 주변여행도 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런 다음에는 이색체험도 할 수 있도록 하고요.
외남면에 있는 곶감공원에는 어린 아이들이 많이 놀러 오는데 경운기가 지나가면 할아버지 한 번만 태워달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하도 예뻐서 한 바퀴 태워주면 “할아버지 짱”이라고 난리에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낸 것인데 청보리축제에 농기구체험을 담아 보려고 합니다. 농기구를 타고 체험을 하다가 중간중간에 심어 놓은 미나리꽝에 내려서 미나리를 뜯어 삼겹살도 구워 먹고요. 인근에 딸기재배 농가에서 딸기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즐길 거리 담을 거리 소재가 아주 많습니다. 이미 기초가 될 스토리는 만들어 놨으니까 전문가들을 상주로 모시고 와서 조언도 듣고 기획도 하면서 색다른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축제로 다듬어 가려고 합니다.
Q. 시의회 의장은 시 전체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상주시의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현안과 해결방안은 뭐라고 보십니까?
정재현 -정치인이라면 누구든지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리지만 실제로 일자리 창출효과를 낸다는 게 쉬운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초선이나 재선의원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 큰 부담이 없겠지만 5선에다 시의회 의장직까지 수행하다 보니 걱정이 큽니다.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가서 인구가 줄어든다거나 일자리창출이 전혀 되지 않는다면 제게도 큰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요즘은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8 서울오토살롱’에 다녀왔습니다. 자동차튜닝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잘 모르지만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직업군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장님께서도 함께 가셨는데 좋아하는 것 같고요. 국내 최초로 오픈한 강원도 인제 복합 자동차 문화공간도 가보려고 합니다. 자동차튜닝과 관련한 클러스터를 우리 상주에 유치하게 된다면 지역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조성할 수 있다고 했는데 앞으로 시장님과 긴밀하게 상의해서 우리 상주가 자동차튜닝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Q. 유서 깊은 고장인 상주는 먹거리와 볼거리 등이 풍부한 지역인데요. 곶감 말고도 상주시 자랑거리가 많을 것 같는데 소개해주세요.
정재현- 우리 상주는 지역이 아주 넓기 때문에 우수한 농산물들이 많이 재배됩니다. 양봉(꿀)과 육계(닭)은 국내 생산량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우(소)는 경북지방에서 경주 다음으로 많이 키웁니다. 오이도 전국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생산량이 많고 이 외에도 품목별 전국 1, 2위 생산량을 다투는 농산물이 참 많습니다.
Q. 의장님께서는 생업으로 닭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양계업을 경영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생업과 시의원으로서 일을 어떻게 조화롭게 하고 계신지요?
정재현 -시의원을 하는 동안에도 생업은 있어야 합니다. 생업과 시의원으로서의 일은 늘 하던 것처럼 매일 새벽 4시 반 일어나 양계장을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요즘은 양계장에도 스마트팜이 적용돼서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 온도 조절이라든가 관리가 가능합니다. 또 저녁에 퇴근해서 돌보고요. 저는 퇴근하면 가장 먼저 편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검정 고무신을 신고 양계장 일을 합니다. 고무신이 아주 편해서 몇 켤레 사다 놓고 신어요. 운동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역민들
을 만나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직접 만나서 소통하다 보면 지역민들이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루를 살려고 노력합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생각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큽니다. 무슨 일이든 할 수가 있는데 안하기 때문에 안 되는 것과 같이 긍정의 힘은 어떠한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게 만듭니다. 우리가 남들이 하는 데서 1%만 더 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매사를 이런 사고로 접근하다 보면 늘 즐겁습니다. 의정활동도 마찬가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언지를 찾으려고 합니다. 발로 더 뛰고 머리로 더 생각하고, 지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다 보면 무언가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부족한 저를 이끌어 주신 시민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