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량 신안군수는 민선 4기 신안군수로 취임한 이래 ‘지역의 미래를 교육에서 찾는다’는 교육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바탕으로 학교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찾아오는 명품교육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본지는 박우량 군수의 교육철학과 군정방침,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면담하였다. 이번 면담은 김상규 M이코노미뉴스 논설주간이 진행했다.
청소년의 꿈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리더십
Q. 군수님께서는 ‘1004의 섬’이라는 신안군의 브랜드를 만드는 등 새로운 아이디어와 리더십으로 지역발전을 견인하고 있는데요. 특히 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군수님의 교육철학을 듣고 싶습니다.
박우량 저의 교육철학은 ‘신안군의 미래는 교육에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군은 다른 지자체에 비하면 독특한 전통과 문화, 풍부한 관광자원과 농수산물 등과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지역과 비교하면 교육인프라는 매우 부족합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인근 도시지역의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아 학교가 소규모화되고 교사들도 교통이 불편하므로 근무를 기피하는 지역이었습니다. 제가 2006년 민선 4기 신안군수로 취임해서 보니까 교육현실이 너무나 어려운 실정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군수가 되기 이전부터 가진 ‘지역의 미래를 교육에 있다’는 교육철학을 군수가 되고 나서 새로운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나 학교 교육을 지원할 때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Q. 신안군의 교육정책이나 학교 교육 지원을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보면 ‘적극적’, ‘미래지향적’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군수님의 교육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오래전부터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신안군의 교육정책의 장점과 과제를 말씀해 주십시오.
박우량 신안군의 청소년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꿈과 열정도 풍부합니다. 즉, 사회경제적 조건만 충분하게 갖추어진다면 글로벌 사회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근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군수가 된 직후부터 우리 지역의 청소년들이 해외연수 체험을 통해서 꿈을 가꾸어가도록 ‘초·중학생 어학연수’를 시작하였습니다. 신안군은 대부분의 도서(섬) 지역이라 도시지역에 비해 교육인프라가 부족하고 사회문화적 조건도 열악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간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도시지역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매년 실시하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읍면지역에서 높고 특히 영어와 수학에서 큰 것만 놓고 보더라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교육정책 수립 시에 지역 간 교육격차의 시정이라는 대원칙하에서 전국적으로 골고루 교육수준이 향상될 수 있도록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는 지역에는 더 후한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초·중학생 어학연수는 꿈의 스타트라인
Q. 군수님께서는 ‘고교다양화 프로젝트’로 기숙형 고등학교 정책이 시작될 때 당시 선정기준 학생 수(150명)에 미달해 대상에서 제외돼 있던 도초고등학교를 기숙형 고등학교에 선정되도록 갖은 노력을 하신 것은 제가 직접 체험한 바 있습니다. 2008년 당시 100명도 되지 않던 학생 수가 지금은 200명이 넘는 학교가 되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박우량 2008년 정부정책으로 기숙형고등학교가 시작할 때 교육부의 선정기준에 도초고등학교는 해당되지 못했습니다. 평소 학교교육이 활성화돼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저의 소신을 바탕으로 휴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교육부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주변의 지원을 얻어 기숙형 고등학교로 선정되게 되었습니다. 당시 기숙형 고등학교에 선정된 대부분의 학교는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으나 도초고등학교는 선정 당시보다 학생이 55%나 늘어나는 등 타지역에서도 찾아오는 명문 학교가 돼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성과를 만든 원인에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군민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들 수 있습니다. 과거 국가재정이 어려울 때 지역주민들은 자녀가 다닐 학교 부지와 노동력을 제공해 학교를 건립해 우리나라의 교육이 세계에 자랑할 정도가 되었습니다만, 지금도 우리 군민들의 교육열과 지역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교육열은 과거와 비교해 변함이 없습니다. 둘째, 좋은 교사와 지역의 학교를 신뢰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교육을 향한 선생님들의 열정은 학생들이 지역 학교에 대해 신뢰하도록 하는 등 선순환 관계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물론 교육청도 교원인사, 학교지원 등 적극적인 행정을 하고 있습니다.
셋째, 군수인 저를 중심으로 ‘교육이 지역을 살린다’는 공감대로 학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우리 군 직원의 노력도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2008년 이후 도초고에 대해 지난 10년간 학교 교육에 포괄적인 예산을 지원해 학생 선발, 특색 있는 교과과정운영, 방과 후 학습 등을 학교 조건에 맞게 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Q. 2008년부터 ‘초·중학교 어학연수’를 시작해 현재까지 250여명의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어학연수 정책을 실시한 배경을 말씀해 주십시오.
박우량 단순히 생각하면 어학연수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일부 선발해 외국에 영어학습을 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여기에는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가 들어 있습니다. 첫째, 교육인프라가 부족한 신안군 지역의 청소년들은 특히 영어 과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청소년 어학연수는 어학연수에 참가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참가하지 않는 학생에게도 학습동기를 부여할 수 있고, 어학연수로 도시지역과의 영어학력 격차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둘째, 글로벌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향상이 필요합니다. 특히 미래사회 인재의 기본요건은 영어 전문용어가 점점 많아지는 사회에서 적응할 능력을 배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자신의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단련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적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자아가 형성되는 성장기에 있어 폭넓은 경험은 이러한 능력의 발달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신안군 청소년 어학연수 성과를 보면 참가학생들의 교육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자녀가 어학연수에 참가하지 않은 학부모들을 만나보니까 어학연수에 대한 평가도 매우 좋았습니다. 군수님께서는 이러한 결과가 나온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어학연수 인원을 확대할 계획은 없는지요.
박우량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우선 참가한 학생들의 학습동기, 어학연수 학교의 교육환경, 현지 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지원과 배려, 홈스테이 가정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어학연수를 철저하게 준비한 담당 부서의 노력 등이 함수가돼 이루어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어학연수에 선정돼 출발하기까지 사전연수회 등에서 제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학생들이 새로운 문화를 접하면서 충격을 최소화하고 다양성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어학연수기간에 영어학습에 충실하면서 어려운 문제를 생각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학연수를 단순히 영어를 공부하는 정도로 생각하면 굳이 어학연수에 참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학생의 안전문제에 많은 배려를 하고 있는데요. 이런 점들이 지난 10여년 간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어학연수와 관련해 실시한 전문가의 연구에서는 어학연수 인원을 늘리는 방안이 건의되었는데 우리 군에서는 재정상황, 학생 안전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연수인원 확대를 검토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Q. 어학연수 참가학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큰 특징으로 영어능력의 향상 정도도 우수하지만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크게 신장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박우량 사실 영어단어를 아무리 잘 암기하고 문장구조를 잘 알아도 활용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글로벌 싱크탱크나 국제기구에서 21세기의 중요한 능력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들고 있지 않습니까. 영어라는 도구를 가지고 다른 환경의 인재들과 글과 말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능력이야말로 미래사회에서 불가결하다고 생각합니다. 어학연수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이 부분입니다. 어학연수에 다녀온 이후 외국인 친구들과 이메일이나 SNS를 활용해 교류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은 어학연수의 또 다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교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학부모, 학교가 일체가 돼야
Q. 지역의 교육력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행정적인 지원과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부분도 있을 거 같은데요. 군수님께서 생각하는 지역의 교육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박우량 지역의 교육력은 재정지원이나 선생님들의 노력만으로 향상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지역과 학교의 연계 협력을 통해 학교 교육을 지원하고 있는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면 ‘지역에 기반을 둔 학교경영’이나 ‘학교지원지역본부’ 등과 같이 지역과 학교와의 연계협력을 통해 학교 교육력의 향상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학교는 대부분 소규모학교로 학교 선생님들의 열정만으로는 아이들의 성장에 충분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지역사회, 학부모가 팀이 돼 학교를 지원하는 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즉, 학교 교육의 지원을 통해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교육에 더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역의 교육력을 높이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정부에서는 전국 균질적인 정책보다는 지역의 특성과 지자체장의 노력 등을 세심하게 반영해 차별화된 교육정책이 수립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0년에 어학연수 성과 공유를 위한 포럼 개최
Q. 지금도 학교 교육을 위해 최대한의 지원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박우량 우리 군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습니다. 지자체의 자주재원의 원천이 재산세와 자동차세 등이므로 도서지방으로 이루어진 우리 군의 자주 재원이 다른 지역에 적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간 재정건전성을 높여가고 있으며 절약한 재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교육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간 교육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였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체크할 기회가 없었으므로, 조만간 교육투자사업의 효과분석을 실시해 선택과 집중으로 재정의 낭비요인을 줄여나갈 계획입니다. 지난 상반기에 어학연수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였는데 전국의 모델이 되는 우수한 정책이라는 분석결과가 있었습니다. 올해 안에 ‘어학연수백서’를 발간해 그 성과를 군민과 공유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지자체로는 전국 최초로 ‘어학연수 포럼’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7명으로 일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 세계 최하위의 불명예를 기록하였습니다. 올해에도 지표상으로는 지난해보다 7% 정도 감소하고 있으므로 출생아 수 30만 명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도 생기고 있습니다. 출산율의 회복이 지역 활성화의 첫 단계라고 생각하는데 군수님의 복안은 무엇인지요.
박우량 저출산은 우리 사회에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여기에는 제도상의 문제도 어느 정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행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일반자치와 교육자치로 행정적·기능적으로 분리돼 있어 지역 내의 육아, 보육, 청소년정책, 평생교육 등의 분야에서 종합행정이 어렵습니다. 지방의 모든 힘을 응집해 대응해도 사회의 변화에 일치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사무가 기능적으로 분리돼 단편적으로 실시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기자들이 가장 중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묻자 ‘교육, 교육, 교육’이라고 한 것처럼 저도 ‘좋은 교육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지원을 하고 있는 방과 후 학습이나 교육콘텐츠 고도화방안 등을 마련해 교육 때문에 타 지역으로 나가는 일이 없고 교육 때문에 타지역에서 우리 지역으로 들어오는 선순환 관계를 만들어나갈 생각입니다. 정부에서도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상규 주간 군수님의 교육철학과 리더십, 앞으로의 계획을 잘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군수님은 한 지역의 수장(首長)이라기보다는 진정한 ≪교육통령(統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군정을 이끄시느라 바쁘신 가운데 기꺼이 시간을 마련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