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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한국뉴욕주립대학, 소수정예의 글로벌인재 키운다

 

<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미국의 경쟁력의 원천 중의 하나가 ‘대학’에 있다는 데 이론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천 송도에는 한국뉴욕주립대학과 조지메이슨대학, 유타대학, 겐트대학 등 4개 대학이 있다. 2012년 3월 한국에 들어온 최초의 미국 대학인 한국뉴욕주립대학교를 방문해 현황을 알아보고 관계자들과 집중적인 인터뷰를 가졌다.

 

미국 뉴욕주립대학교SUNY)가 설립한 한국뉴욕주립대학은 스토니브룩대학교와 패션기술대학교 등 두 개의 대학으로 구성돼 있다. 스토니브룩대학교엔 기술경영학과(70명), 컴퓨터과학과(50명), 기계공학과(50명), 응용수학통계학과(40명), 경영학과(50명) 등 5개 학과가 있고, 2017년 개교한 패션기술대학교엔 패션디자인학과(20명)와 패션경영학과(50명) 등 2개 학과가 속해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대학교는 미국 내에서 이공·의학 계열의 명문대로 평가되고 있으며 맨해튼에 있는 뉴욕 패션기술대학교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명망이 높다. 현재 800여명이 재학 중이며 한국인 학생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수업을 100% 영어로 진행한다. 가장 궁금한 점은 국내 고교 출신들이 60% 정도 된다고 하는데 영어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느냐 점이었다.

 

홍정민 교학처장(정치학 박사)  국내 고교 출신 중에는 물론 외고, 특목고, 영재고 출신도 있으나 일반고 졸업생들도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토플 성적 없이도 입학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일단 입학을 한 후에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개발한 IEC 프로그램을 수강하게 합니다. IEC (Intensive English Center)프로그램은 1년간 방학없이 단계별로 4학기로 운영하는데, 말하기와 쓰기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칩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수업이 있고 과 숙제도 해야 하고 시험을 자주 치르는데 IEC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점수 이상을 받으면 됩니다. 본인의 영어실력과 열의에 따라 어떤 학생은 3개월 만에 통과하는 경우도 있고 6개월에 끝내는 학생도 있고 대개 국내 고교 출신들은 1년이면 다 통과합니다. 이 과정을 마치고 나야 전공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매우 효과적으로 개발돼 있는 점도 있고 교수님들이 잘 가르치기도 하고, 학생들도 이걸 통과하지 못하면 전공 수업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동기부여도 크고 해서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굉장히 알아주는 영어프로그램으로 수강하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IEC 프로그램을 통과한 학생들은 토플 성적을 겨우 받고 들어온 학생들보다 오히려 더 잘 적응합니다. 미국에서 언어연수를 받는 것보다 이 프로그램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Q. 100% 영어로 수업한다고 하니까, 졸업하면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겠군요.

 

홍정민 교학처장(정치학 박사)  4년 중 일 년간은 미국 본교에 가서 수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한국 뉴욕주립대를 나오면 영어의사소통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본교보다 어떤 부분에서 한국뉴욕주립대학이 더 경쟁력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본교에서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교수들이 학생들을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100명 이상 들어가는 대규모 수업도 많기도 하고요. 그러나 우리 학교는 보통 수업인원이 10~20명이고 제일 큰 사이즈라고 해봐야 40명 정도입니다. 교수들이 학생들 하나하나 관심을 갖고 체크를 하고 개인 상담을 해줄 수 있습니다. 결석을 하거나 과 숙제를 안 내면 왜 그랬는지 다 챙깁니다. 우리 학교는 교수당 학생 비율이 1 대 10명 남짓이니까 사소한 부분도 멘토링 할 수 있습니다.

 

Q. 한국뉴욕주립대 출신들은 미국 유학 갈 때 유리할 것 같군요.

 

홍정민 교학처장(정치학 박사)  국내 대학 출신보다 영어로 수업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강점이고요. 미국 대학원 지원할 때 미국 뉴욕 스토니브록대학 학위로 원서를 내기 때문에 유리할 수 밖에 없지요. 장학금 받기도 좋고요, 미국 기업 취업할 때도 유리한 입장인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실제로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에 재직하고 있는 우리 대학출신들이 있습니다. 또 국내 기업 인사 채용자들도 우리 대학출신에 대해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점, 인성 면에서 후한 점수를 주는 것 같습니다.

 

국내의 국제대학원 관계자들도 우리 학교 출신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니까, 좀 더 많은 졸업생들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대학의 응용수학통계학과는 미국에서 Top 3에 들어갈 정도로 알아주는데요, 얼마 전 응용수학통계학과를 한국에서 3년 다니고 뉴욕본교에 가서 1년을 다닌 모 학생이 저한테 왔더라고요. 저희 학교 장학금을 받았던 학생인데요 인사하러 왔길래 졸업하고 어디에 갔느냐고 물었죠. 그 학생이 미주리 주립대 대학원 6년 풀 장학금을 받으며 매달 2,500 달러씩 생활비를 받는다는 겁니다. 응용수학통계학과를 나오면 이렇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뉴욕주립대 패션대학교는 올해도 미국 대학평가에서 1등을 했습니다. 우리 대학에서 2년을 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뉴욕 캠퍼스로 갑니다. 이탈리아의 밀라노에도 캠퍼스가 있는데요, 일부 학생들은 거기로 갑니다. 2017년에 개교해 2019년 첫 졸업생이 나왔습니다. 2년 동안 준학사 학위로 졸업한 학생들은 뉴욕이나 밀라노에서 2년 더 공부하여 학사학위를 취득하거나 취업 또는 창업하는 졸업생도 있습니다.

 

 

Q. 주입식 교육이 여전한 한국 학생들이 미국식 교육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어떻게 하는지요.

 

홍정민 교학처장(정치학 박사)  한국 학생들은 질문하지 않고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인데요. 과제를 많이 주고 팀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적극적인 수업 태도를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미국 대학에서 하는 것처럼 매우 엄격하게 적용합니다. 예를 들면 똑같은 과제물이 제출되면 두학생, 모두에게 Q(Academy dishonesty)라는 점수를 줍니다. Q라는 것은 학업적인 면에서 정직하지 못하는 뜻인데요, 이것을 지우려면 10주 동안 ‘학업적인 도덕성’에 대해 교육을 받으며 과제물도 내고 테스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만약 Q를 두 번 받으면 성적표에 영원히 기재됩니다. 여기서는 적당히 봐주는 것은 일절 없습니다. 남의 글 보고 짜깁기하는 리포트도 당연히 용납 안 됩니다.

 

Q. 아까 말씀하신 내용 가운데 인성교육을 한다는 게 참 인상적인데요.

 

홍정민 교학처장(정치학 박사)  전 학생을 대상으로 빠짐없이 인생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고, 앞으로 무슨 직업을 가질 것인지 진로에 대해서 강의를 듣는 시간을 가집니다. 학점을 주는 게 아니지만 의무적으로 들어야 합니다. 인성교육 과목들 중에는 인간갈등, 정서 관리 등 인성과 리더십, 기업가 정신 교육도 포함됩니다. 클래식 공연도 열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숙제하기도 바쁜데 왜 이런 걸 하느냐고 반응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나중에 솔직하게 물어보면 유익하고 좋았다는 답변이 아주 많습니다.

 

한국학교와의 차이점을 한 가지 말씀드린다면, 한국은 평가위주의 교육을 하는 경향이 심한 편인데, 그런 식은 교육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학생이 70점을 받았다고 하면 그 학생이 더 높은 점수를 받도록 가르치고 도와주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지 않겠습니까. 한국 교육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평가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 학교는 영재고와 과학고 출신부터 일반고 출신까지 고르게 입학하는데요, 교수님들이 힘드시지만 학생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최대한 멘토링 하며 도와주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생이 시험에서 틀리는 게 있으면 그것을 알 때까지 가르쳐서 더 높은 성적을 받도록 하는 게 교육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교육의 장점은 학생들이 스스로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하고,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실 미국 대학의 경쟁력을 많이 얘기하는데, 미국 초등학교에 가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실에서 시끄러울 정도로 학생들이 질문을 쏟아내고 말도 안 되는 질문에 대해서도 선생님이 ‘너, 좋은 질문이구나’라고 격려하는 웰컴 문화에서 미국교육의 경쟁력을 알 수 있습니다.

 

 

Q. 한국대학에서 많이 실시하고 있는 복수전공이 많이 변질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한국뉴욕주립대도 복수전공을 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나요

 

홍정민 교학처장(정치학 박사)  미국대학에서 복수전공을 따는 것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어렵습니다. 아주 우수한 학생들만 가능한 얘기죠. 복수전공은 자기의 전공과 관련된 분야로 넓히려는 방향이 있을 수 있고 또는 자기 전공을 보다 심화하는 방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응용수학통계학과 학생이 컴퓨터과학과를 복수전공하는 것이 후자에 해당됩니다. 또 기술경영학과는 그 학과 자체가 이미 범위가 넓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분야인 컴퓨터과학과로 복수전공하면 좋지요.

 

이승준 팀장   복수전공자는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고요, 학과에 따라 다른데, 학점이 4.0만점에 3.2~3.4 정도 돼야 지원이 가능합니다. 또 선수과목을 이수해야 복수전공 신청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정말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죠. 부전공은 좀 수월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Q. 한국뉴욕주립대학에도 한국대학처럼 쉽게 학점 올릴 수 있는 교양과목들이 있습니까.

 

홍정민 교학처장(정치학 박사)  쉬운 교양과목이란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교양과목이 더 어렵지요. 뉴욕주립대학은 전인교육을 강조하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은 전공과목 외에 다른 전공학과의 필수 과목을 하나씩 다 이수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역사학, 예술학 등입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자기 전공이 아닌 다른 전공의 필수과목을 들어야 하는 셈이기 때문에 무척 어려워합니다. 한국뉴욕주립대학의 경우, 전공과목보다는 이런 교양과목에서 A를 받지 못해 장학금을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F학점을 받아 재수강시 B학점을 받았다면 그 전에 받은 F학점의 흔적이 없어지는 것 같은데, 한국뉴욕주립대는 과거 학점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Q. 미국대학은 공부하는 양 자체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홍정민 교학처장(정치학 박사)  미국대학의 전통입니다. 기회는 똑같이 줍니다. 가난하든, 성적이 좀 떨어지든 대학 교육을 평등하게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만 학위를 따는 건 쉽게 안 된다는 거지요. 한국대학에서는 입학하면 거의 졸업하잖습니까. 미국대학 학부에서는 30~40%가 탈락합니다. 대학원은 더 경쟁이 심해 탈락률이 아주 높습니다. 박사학위 공부 기회는 줘도 박사자격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하거나 논문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흔합니다. 미국에는 ‘평생교육’의 개념이 우리보다 먼저 자리 잡아 단지 졸업만을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배움과 성장을 요구합니다.

 

글로벌 대학들과 경쟁하도록 문호 개방해야

 

한국뉴욕주립대학을 비롯해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에 있는 외국대학들은 전 세계 유학생들이 다니는 국내 최초의 외국대학들이다. 하지만 인천 글로벌캠퍼스 대학들에 대해 폐쇄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일부 있는 것 같다. 한국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가두리양식장에 동종 고기만 살게 해서는 안 되듯이 글로벌 대학들이 국내에서 한국대학들과 경쟁하도록 할 수 있도록 문호를 더 개방해야 한다. 한국대학들이 전반적으로 학생 수 감소, 느슨한 학사 관리, 등록금 동결 등의 악재로 인해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이때, 한국뉴욕주립대의 취재는 무척 유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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