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자! 미국 제45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를 상징하는 이 구호가 미국 우월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국제사회에 대한 선전포고인가,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구호일 뿐인가? 자국보호주의를 강하게 발신하며 과거 미국 대통령들이 지켜온 이념적 틀을 부수려는 그의 행동은 미국 국내의 저항을 초래하고 국제사회와도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징하는 구호를 다시 한 번 음미해보자 ‘Make great America again!’이 아니다. ‘위대한 미국을 다시 만들자’가 아니라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자)’이다. 그가 취임연설에서 미국(America) 또는 미국인(American)을 35번으로 가장 많이 사용했듯이 과거 미국은 위대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므로 위대함을 되찾자 라는 각오인 것이다. 바꿔 말하면 미국은 위대하다는 것을 전제한 절대적 우월주의인 셈이다. 미국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불만과 모순을 가시화하고 선거기간 내내 통합보다는 분열을 향한 그의 야망이 위대한 미국이라는 것이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해답을 내놓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아 성급한 결론을 내기 어려운데도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 우선주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주목을 받을 정도로 미국 국민들과 국제사회로부터 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은 인사들이 참가를 보이콧해 텅 빈자리가 많았다. 공민권 운동의 상징인 미국의 영웅 존 루이스를 비판한 것이 계기가 돼 민주당 의원 60명도 참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인권단체인 National Action Network 등의 시민단체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저항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취임 후에는 탄핵운동이 시작될 정도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국제사회의 반응도 좋지는 않아 보인다. 공간적 영토 확장뿐만 아니라 남미를 적극 공략하는 외교를 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이 제일 눈에 띈다.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만난 것이 계기가 돼 미국이 1979년 중국과 국교정상화 이후 견지해왔던 ‘하나의 중국’ 정책의 틀이 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제기하는 중국인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CNN 보도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린 아이들 사격연습의 타깃이 됐다고 한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친구로 정유회사 회장인 렉스 틸러슨 (Rex Wayne Tillerson)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한 직후 외교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미국과 러시아와의 밀원관계를 예측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최근 폭로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등의 문제가 외교 문제로 발전할 경우 두 나라의 관계가 반드시 꼭 우호적일 것이라는 기대도 쉽지 않다.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과격한 언행을 한 것으로 잘 알려진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에 반발했지만 지금은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 멕시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로부터 수입한 물품에 국경세 35%를 붙인다면 바로 대항조치를 발동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북한도 핵미사일이라는 위협적 외교수단을 가지고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실리를 얻고자 과격한 발언을 내고 있다. 미국 비정부기구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는 현재 북한이 8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불과 8개라고 의미 축소할 수도 있겠지만 세계에서 핵탄두를 보유한 국가는 9개국뿐이다. 러시아가 7,300개로 가장 많고 미국이 7,100개, 프랑스 300개, 중국 260개, 영국 215개, 파키스탄 140개, 인도 110개, 이스라엘 80개 다음으로 북한이다.
미국을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국가들과는 대조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일본이다. 아베 수상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에 미국에 찾아가서 안면을 튼 후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적 작업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국내 및 국제사회의 저항은 세계질서의 변화에 의해 생긴 환경적인 요인이 아니라 트럼프 개인의 발언과 정치철학에 기인한 심리적 측면이 강하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멕시코 불법 이민자 증가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나쁜 놈들은 쫒아버려야 한다’고 하지 않나, 이슬람교도는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발언하고, 시리아 난민문제에 대해서는 ‘만약 내가 승리한다면 그들은 귀국하게 될 것이다’고 해 인도주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과 여성 경시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기자회견에서는 CNN 기자의 질문에 “입 닥쳐”라고 충동적으로 대하는 등 뉴스거리를 몰고 다닌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독자가 2,000만명을 돌파해 세계 트위터 유저 중 68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7,800만명(2016년 10월)과 비교하면 많지 않지만 대단한 기록인 것만은 분명하다.
미국호의 선장이 돼 출항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위대함을 회복할 것인가? 닉슨 대통령은 책사 헨리 키신저를 앞세워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러시아와의 냉전국면에서 우위를 지켰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러한 역사의 물길을 바꿔 중국과 냉전관계를 만들 것인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바라보는 미국 국민들도 많아 보인다.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후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난 것이 계기가 돼 중국과 국교정상화 이후 미국이 견지해왔던 ‘하나의 중국’ 정책의 틀이 변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인가.
20세기 접어들어 군인으로서 육군참모총장 등을 역임한 아이젠하워가 제34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 외에 주지사나 상원의원 등 정치인 경험이 없는 후보자가 대통령이 된 것은 트럼프가 최초이다. 그의 발언이나 행동에서 묻어나듯이 다른 정치인들처럼 위기상황을 능숙하게 풀어나가는 기술적인 면은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파이가 걸린 승부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의 승부사 기질을 갖추고 있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관료와 정치인 경험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을 신비로운 인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유능한 외교관이었던 헨리 키신저는 트럼프를 ‘놀라울만한 일을 할 잠재력을 가진 경이로운 사람’ ‘관례에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 등으로 평가하고 미국으로서는 특별한 기회라고 했다. 지금 이뤄지고 있는 그에 대한 평가는 그의 진면목에 대한 것이 아니라 기성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가지는 과도기적 거부감일 수도 있다. 바꿔 말하면 그에게 정치적 경험이 없다는 점 등을 핸디캡으로 몰아세우고 비즈니스맨으로서의 그의 이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평가의 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의 아버지는 독일 출신이고 어머니는 스코틀랜드 출신이다. 부친은 1885년, 모친은 1930년에 미국으로 이민했다. 3남 2녀 중 네 번째로 태어난 트럼프는 어린 시절 부친이 운영위원을 했던 학교에 다녔지만 품행이 좋지 않아 육군 유소년학교인 뉴욕 군사아카데미에 전교했다. 1964년에 뉴욕의 종교계 명문 사립인 포드햄(Fordham) 대학에서 2년을 마치고 미국에서 부동산 전문학과가 있는 몇 안 되는 명문 펜실베니아대학 와튼 스쿨에서 경영능력을 단련했다.
졸업 후에는 부친이 운영하는 회사에 입사해 부동산 관리와 투자 등의 지식을 몸에 익혔으며, 1983년에는 신흥 미국 풋볼 리그인 USFL 뉴저지 제너널을 소유했다. 같은 해 뉴욕 5번가에 아파트, 쇼핑가. 사무공간을 갖춘 트럼프 타워를 건설했다. 1980년대 후반에 당시 경영부진에 시달리던 이스턴항공의 일부 노선을 매수하는 등 다른 업종에 도전했으나 사업부진으로 거액의 채무를 안고 1990년대 초에는 커지노와 호텔이 도산하는 쓴맛도 봤다. 위기 속에서도 트럼프의 불도저 정신은 멈추지 않았다. 맨하탄에 고급 아파트를 다수 건설하고 라스베가스 등지에 호텔과 카지노, 세계 도처에 골프코스를 오픈하는 등 사업성공으로 부동산 왕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한 것이다.
그는 세 번 결혼에 세 명의 아들과 두 명의 딸을 두었다. 그 중에서 35세인 장녀 이방카(Ivanka Trump)는 소녀 잡지 모델 경력을 가진 재능을 겸비한 미녀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
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녀 때문에 정치적으로 타격을 본 사람들이 많은데 트럼프는 자녀 때문에 대통령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돌발적인 행동만큼이나 정치 경력도 남다르다. 1999년까지는 민주당과 공화당에 소속됐으나 1999년에 미국 개혁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리고 2001년에 다시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첫해인 2009년까지 보유했다. 그 후 민주당을 탈당하고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꾼 후에 일시적으로 당적을 보유하지 않은 기간도 있었지만 2012년 이후 공화당 소속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이념과 지지층이 다르다. 그의 정당 이력이 대통령 선거의 표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지도 모른다.
위대한 미국을 되돌려놓을 청사진은?
트럼프 정권의 제1기 각료(대통령 고문과 내각)의 면면을 보면 국가안보분야인 국가안전보장담당 대통령보좌관, 국방장관, 국토안전보장장관은 군인출신을 임명하고, 경제 분야인 대통령보좌관 겸 국가경제회의 회장, 국무장관, 재무장관, 상무장관을 비즈니스맨으로 채웠다. 그 외에 중소기업청장관은 미국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인 WWF 창설자를 임명하고 교육부장관은 교육 자선활동가인 디보스를 임명했다. 자신의 사위는 대통령 수석 고문이 됐다.
트럼프 정권의 각료조직이나 정책 아젠다를 보면 공화당의 전통처럼 중앙집권보다는 분권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앞서 언급했지만 미국의 거대 두 정당인 공화당과 보수당은 정치철학이 다르며, 민주당이 연방정부의 권한강화를 추구하는데 반해 공화당은 연방정부가 주(州)의 사무에 관여하는 것을 자제하는 정책을 써왔다.
공화당이 작은 정부를 추구한 것은 1980년대 레이건 정권기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레이건 대통령은 ‘레이건 혁명’이라고 불리는 자유주의적 경제정책과 국가재건을 통해 전통적인 미국을 부활시키고 세계의 리더십을 회복했지만, 정책 체계는 집권적인 규제를 배제해 국가의 관여를 최대한 억제하고자 했다.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대부분 폐지하거나 통합하고, 1979년 카터 정권에서 미국역사상 처음 창설된 교육부까지 없앨 생각을 할 정도로 분권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교육부가 전국적인 통계업무와 기회균등에 관련된 사무 등을 하도록 역할을 재조정하는 선에서 폐지되지 않았다. 당시 교육부장관이던 벨(Terrel Howard Bell)의 주도로 만들어져 미국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 ‘A Nation at Risk’(위기에 선 국가)가 교육부의 존속에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레이건 정부 정책 기조는 ‘작은 정부’와 ‘분권’이었는데도 20세기 미국 역사상 호황을 누리는 시기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작은 정부이면서 강한 미국을 추구할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면 정부가 커져야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작은 정부라고 해서 국가의 힘이 약해지는 건 아니다. 연방과 주, 지방이 각각 주어진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정책체계, 즉 선택과 집중에 의한 효율적인 정책추진이 기본방향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2016년 대통령 선거기간 중 발표된 공약과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정권의 경제정책은〈표〉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트럼프의 정책은 자신이 소속하고 있는 공화당의 정책기조와도 대조적이다. 법인세율을 낮춘다는 계획도 대단하지만 상속세를 아예 없앤다는 공약에 일부에서는 막대한 재산을 가진 그가 자녀들에게 재산을 상속할 때 상속세를 내지 않으려고 그런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공약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자국 보호 무역이다.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 시스템을 모두 고쳐버리겠다는 태세다.
실업률을 줄이고 경제를 회생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미국의 실업률과 우리나라의 실업률을 비교하면 미국의 상황이 참 부러울 정도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대표적인 레거시인 오바마 케어 폐지문제는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바마가 대통령 취임전이 쓴 저서 ‘The Audacity of Hope’(2006년)에서 의료보험 개혁 플랜으로 제시해 대통령 취임 후 완성한 오바마 케어가 어떤 제도이며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보자.
오바마 레거시, 기로에 서다
“취임 첫날에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는 대통령이 탄생해야 한다(트럼프의 글에서)”
83 : 37 이 숫자는 오바마 전직 대통령의 취임 전 지지율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 지지율이다. 미국의 Fox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전 지지율이 37%로 최저라고 새로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전 지지율과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의 스코어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 전 지지율이 60%였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사회에서 네거티브한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기간 중 오바마 전 대통령을 공격한 것도 화제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증명서에 의문을 던지고 실제 오바마 출생지는 하와이가 아니라 케냐이므로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그의 발언이 화근이 돼 인종차별이라는 반발과 함께 보이콧 운동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자기가 비난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방송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엮어 들어갔다고 자신의 저서를 통해 해명했다.
미국 대통령의 권한 중 가장 강력한 것 두 가지만 든다면 150만 명에 이르는 군인들의 총사령관으로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며, 대통령령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우리나라도 대통령령이 있지만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는 등 제정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령은 제정절차가 복잡하지 않다. 대통령이 서명만 하면 끝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직후에 제1호 대통령령으로 오바마 케어의 재검토, 즉 철폐를 지시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저서 ‘Time to Get Tough: Make America Great Again’(초판 2011년, 개정판 2015년)에서 오바마 케어가 중소기업의 신규고용을 막고 보험료를 폭등시키며 환자의 선택의 자유를 파괴한다고 비판하면서 미국 전역의 보험회사가 경합하도록 하면 의료비용이 대폭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케어가 기로에 있는 이 시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8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단순하게 계량적 평가로 업적을 논할 수는 없다. 자유와 평등, 인권을 기본가치로 하는 미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위치, 미국 국민들이 느끼는 심리 등도 고려해야 하는 등 매우 난해하고 복잡하다. 다만, 이 글에서는 단순한 작업으로 업적을 취업자 수 및 실업률, 경제성장률, 국민 1인당 명목 GDP, 국가경쟁력 순위 등을 사용하고자 한다.
미국의 인구는 1980년 2억2,762만 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2009년에는 3억737만 명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오바마 정권기 8년간 1,500만 명 정도가 증가해 2016년에는 3억 2,398만 명이 됐다. 취업자 수 및 실업률은 오바마 정권 초기인 2009년 1억3,989만 명이 취업을 해 실업률이 9.28%에 이르렀다. 그러나 퇴임 직전인 2016년에는 취업자 수가 1억5,127만 명으로 늘고 실업률도 4.90%로 상당 수준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늘고 실업률이 감소했으므로 계량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레이건 정권기인 1980년대에 매우 높았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침체돼 2008년 -0.29%, 2009년 -2.78%로 곤두박질쳤다. 그 후 오바마 정권기에 서서히 회복해 2010년 이후에는 2%대 성장률을 보였다. 1인당 명목 GDP도 2009년 4만6,909 달러에서 2016년 5만7,293 달러로 상승했다. 국제경쟁력은 조금 낮아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국제경쟁력 순위에서 미국은 2008년 이전 1위에서 2009년 2위, 2012년 7위로 떨어졌지만 2014년 4위, 2016년 3위로 회복해가고 있다(한국은 26위).
또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의 국제경쟁력 순위에서는 2009년까지 1위를 고수했지만 2010년 3위로 떨어졌다. 2013년부터 1위로 다시 올라섰지만 2016년에 3위로 다시 떨어졌다(한국은 IMD 2016년 국제경쟁력순위에서 29위로 2015년의 25위에서 4단계가 떨어졌다). 그런데 미국 국민들은 오바마의 업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지난 1월 9일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에너지 문제, 기후문제, 경제문제, 의료보험 등에서 긍정적인 응답자가 과반수에 이를 정도로 오바마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인종 간 관계, 빈부격차, 범죄대책 등에서는 부정적 의견이 더 많았다. 미국 국민이 아닌 우리가 봤을 때 언론 등에서 비친 그의 친근함, 인간적인 태도, 포용력, 폭넓은 지식 등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지도자들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장점으로 보인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 8년간의 사진 100장이 공개됐다. 어린아이에게 자신의 머리를 만지도록 허리를 숙여주는 낮은 자세, 총기난사사건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서민들의 곁에 있는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읽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누누이 공격했던 오바마 케어는 과연 폐지돼야 하는 정책인가? 1월13일 미국 하원은 오바마 케어 폐지에 대비한 예산 결의안을 찬성 227표, 반대 198표로 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에 이미 상원과 하원에서 폐지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미국의 의회 의석 분포는 상원의 경우 민주당 46석, 공화당 52석, 하원의 경우 민주당 194석, 공화당 241석으로 공화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화당이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면 의회를 통과할 확률이 높다.
오바마 케어는 연방정부가 최초로 시작한 포괄적 의료보험개혁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PPACA)을 두고 말한다. PPACA의 계기는 무보험자가 증가하고 국민의료비지출이 증가하는 등의 문제를 없애고자 실시한 정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은 복지국가이지만 사실상 21세기에 이를 때까지 국민의료보험시스템을 가지지 않은 국가였다. 의료보험이 있기는 하지만 고령자와 장애자 등에 한정된 시스템이었다.
국민의 의료보험 가입은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지 않으며, 고용주인 기업도 근로자나 근로자가족의 의료보험을 법적으로 제공할 의무가 없다. 다만, 많은 국민은 근무처의 고용주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인 민간단체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정도였다. 그 외에 보험 제공이 되지 않는 개인은 개인적으로 의료보험에 가입했지만 의료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은 무보험자로 막대한 의료비를 지출할 수 없으므로 생존권 문제와 연결됐다.
의료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자국 국민은 우수한 의료를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오바마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미국 국민 중 고령자가 아닌 국민의 무보험율은 2000년 14.8%에서 2009년에는 18.3%로 증가했다. 2010년에는 무보험자가 4,910만 명에 이르렀다.
PPACA의 정책내용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적의료보험(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을 만들지 않고 민간의료보험 가입을 원칙으로 하지만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자에게는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으며(1인당 695 달러), ▲민간의료보험 가입을 늘리기 위해 풀타임 근로자 50명 이상인 사업자에 대해서는 의료보험 제공을 촉구하고, 풀타임 근로자가 200명 이상인 고용주에 대해서는 고용주 제공 의료보험에 피용자를 자동으로 가입시키도록 요구하며, ▲민간의료보험 가입이 곤란한 빈곤, 저소득층, 예를 들면 연방빈곤기준 133~399% 소득층에 대해서는 의료보험 가입 보조 등을 실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갤럽 조사의 의하면 PPACA 시행 후 무보험율은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PPACA가 시행되기 전인 2010년 무보험율은 16.6%였으며, 2011년에는 17.5%까지 무보험률이 상승했으나, 2013년 이후에 급격히 감소해 2016년말 현재 10.9%다.
미국 국민 중 65세 이상인 고령자는 법 시행 이전에도 의료보험이 있었으므로 미가입비율은 2.3%에 불과했지만 PPACA 후에도 세대별, 인종별, 소득별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면 26세에서 34세까지 연령층의 미가입률이 특히 높고 소수자 집단의 미가입률도 높다. 백인의 미가입률은 6.9%에 불과하지만 히스패닉의 미가입률이 27.4%로 매우 높다. 그리고 소득이 낮은 계층의 미가입률이 특히 높다는 점에서 의료보험 개혁에는 한계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의 유산인 의료보험 개혁을 폐지하고자 하는 의도는 중소기업이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아야 투자가 활성화되 고용이 확대될 것이라는 논리가 들어있지만 국가가 국민들의 건강을 걱정해 주는 일이 규제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있다.
2017년에도 우리가 안고 있는 숙제는 너무 많아....
미국의 대통령 취임 이외에도 2017년은 국제적으로 많은 이슈가 있는 해이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세계 시장이 점차 확대돼 가고 있는 글로벌 시대에서 다른 국가들의 변화는 그냥 모른척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영국은 국민투표로 EU 탈퇴(BREXIT)가 결정된 후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캐머런 총리가 사임했다. 후임자 메이 총리는 3월까지 EU에 이탈을 정식으로 통보해야 한다.
올해 3월에는 네덜란드 의회 하원 선거가 있다. 현재는 자유민주국민당과 노동당의 연립정권이지만 극우정당인 자유당이 지지층을 확대하고 있다. Geert Wilders(윌더스) 자유당 당수는 총선거에서 승리하면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혀 선거과정을 통해 반 EU 정서가 높아질 공산도 크다.
오는 4월 23일에는 프랑스 대통령선거가 있다.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가 없는 경우에는 5월 7일에 다수 득표자 2인에 대한 투표를 실시해 다득표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한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중도우파인 공화당의 전 수상 François Fillon(피용)과 국우정당인 국민전선을 이끌고 있는 Marine Le Pen(르펜) 당수가 한판 승부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극우정당이 승리할 경우 영국과 같이 자국 중심 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독일도 9월에 연방의회 선거가 있는데 시리아 등지의 난민정책으로 메르켈 총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극우정당의 약진도 무시할 수 없다. 전세계의 질서가 재편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대한 미국을 부르짖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보호무역, 자국중심 경제운영 등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칫 외교정책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국익은 추락할 것이 뻔해 보인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칠레 외교관 미성년자 성추행사건으로 국익에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한때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호랑이로 불린 바 있다. 다만, 경제성장 위주 정책에서 우리가 전통으로 가지고 있던 집단주의적 공생태도가 무너지고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로 인식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젊은 층과 노인층의 통합이 되지 못하고 있는 산업사회의 후유증은 남아있다고 평가된다.
거대한 미국호가 항해하면서 일으키는 파도는 조그만 땟목같은 국가들에게는 늘 위협이 된다. 물결을 피하기 위해서 멀리 멀어질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아예 항공모함 같은 미국호에 얹혀갈 것인가? 더욱 중요한 것은 트럼프 선장이 무임승선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인 상황이다. 그는 2016년 10월 네바다 주에서 있었던 제3회 텔레비전 토론에서 우리나라의 안보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다른 나라를 지키는 한 미국은 많은 돈을 잃는다.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한국 등을 계속 지킬 수는 없다. 동맹국과의 협정을 재교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한국의 관료가 트럼프 캠프와 협상을 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지만 실소득은 없다고 한다. 아베 수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이후 실무적 차원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 안보와 직접 관련이 있는 미국과의 외교협상이 원활히 되지 않는다면 북한의 핵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도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 우리 국방부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토지와 병력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실제 협상에 들어가도 손해 볼 것 없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정권하에 미국이 호경기를 누린다면 과연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일본은 오히려 ‘지금이 찬스다’라는 의견이 많아지는 등 트럼프 노믹스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심리가 반영돼 일본의 평균주가(日經 225)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인 2016년 10월 1만7,425엔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11월에는 1만8,308엔으로 오르고 2017년 1월13일에는 1만9,287엔이 돼 두 달 만에 2,000엔 정도가 올랐다.
이와 함께 일본의 민간 경제단체는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0.3% 더 높게 전망하고 있다. 이미 정치, 외교, 안보, 무역, 경제 등의 분야에서 철저한 분석이 돼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신문사가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6%였다고 한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의 관계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출범 이후 한미관계를 분석하는 갖가지 TV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트럼프의 당선을 예견하지 못했던 것처럼 한미관계역시 명확한 해답은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과거 미국의 각료들이 관료경험, 정치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구성됐지만 트럼프 내각은 그 구성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트럼프 내각은 군인출신과 비즈니스맨 출신이 많이 포진돼있다. 이에 대외적으로는 강한 미국, 경제적으로는 비즈니스에 입각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시 말해 미국의 국익에 이익이 된다면 전통적인 관료체제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내외적으로 절벽에 서있는 사람과 같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절벽이라는 표현이 너무 과장됐다며 빙하기라는 표현을 쓰는 전문가들도 있다. 절벽과 달리 빙하기는 해빙기라는 희망적인 상황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사회의 모습은 정치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방송과 출판물이 정치 기사에 혈안이 되어 있고,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상상력으로도 불가능한 공약(空約)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앞뒤가 다른 정치인들이 과연 온천수 역할을 해빙하기에 놓여있는 우리의 상황을 녹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강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환상과 같은 약속으로 국민들의 표를 애걸하는 정치에 능숙한 사람이 아니라 등록금 대출상환의 덫에서 힘들어하고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 내수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하루 종일 일해도 인건비조차도 남지 않는 자영업자들을 구하고, 나아가 갈수록 커지는 계층 간의 소득격차를 축소시켜 중산층을 두텁게 만들어 줄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현실을 절벽이라고 한다. 되돌아갈 데가 없는 아찔한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대권을 향해 달리면서 앞뒤 맞지 않는 약속을 하는 정치인들이 과연 절벽에 선 우리 국민들을 구원해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