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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교육패러다임의 변화(2) - 부카(VUCA) 시대의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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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대를 변덕스럽고(Volatile) 복잡하고(Complex) 불확실하고(Uncertain) 애매모호(Ambiguous)하다고 해 ‘VUCA 시대’라고 한다. 인구구조, 사회구조, 산업기술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고 과학기술의 진보도 비선형으 로 예측 불가능하다. 교육받은 국민이 늘어나고 시민사회가 성숙하면서 20세기를 지탱했던 사회제도에 대한 재해석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시대적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데 교육정책에 대한 정부의 태도나 그 과정은 오히려 시대의 변화와는 반대의 방향으로 향하는 것 같다. 공정, 평등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아래 정책과정 전반에서 정부의 이니셔티브는 더 강력해지고 있다. 정치만능주의, 행정편의주의로 나아가 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우사인 볼트 


스프린터(단거리 선수)로는 '인류사상 최고의 선수',  '인류 중 최고 빠른 선수'로 칭송을 받는 남자가 있다. 바로 인구가 300만명도 채 되지 않은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출신 우사 인 볼트이다. 우사인 볼트는 출신국 자메이카에서도 수도 킹스톤에서 멀리 떨어진 인구가 1,500명이나 될까 말까 하는 시골의 아프리카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크리켓과 축구를 좋아했으며 15세라는 늦은 나이에 육상선수가 됐는데도 짧은 기간이 세계를 주름잡는 선수가 됐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8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많은 메달을 땄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자메이카라는 작은 국가의 변방이나 다름없는 지역에서 육상 선수로는 이상적인 신체라고 할 수 없는 큰키로 태어난 그가 인류사상 최고의 육상선수가 됐는지는 무척 흥미롭다.

우사인 볼트가 '인류 중 최고 빠른 선수'가 된 데에는 무엇보 다 그가 가진 육상선수로서의 천부적인 재능이 중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종종 보는 것처럼 타고난 재능이 뛰어난다고 해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동기, 열정 등과 같은 개인적 속성도 있어야 하고 가정배경, 사회 문화적 환경조건도 중요하다.

 

인구도 얼마 되지 않은 시골 마을의 학교에서 고만고만한 친구들과 운동장이나 뛰면서 보냈다면 지금과 같이 위대하다 는 평가를 받는 선수로 성장했을까? 절대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사인 볼트의 성공에는 개인적 속성 외에 그가 위대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다름이 있었다. 그가 스스로 '열심히 트레이닝을 하는 노력가'라고 말할 정도이니 개인적 속성은 어느 누구보다 충분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뛰어난 능력을 발견한 지도자와 주변에서 그를 경쟁이 격심한 큰 무대로 내보내 우수한 선수들과 치킨게임과 같은 치열 한 경쟁 환경에 노출했기 때문에 그는 성장할 수 있었다. 그가 “실패하므로 강해진다”고 말한 것처럼 수 없는 실패와 좌절을 이겨낼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그가 있는 것이다.

 

강한 상대와 경쟁해 승리하면 더 강한 상대를 선택해 또 경쟁 하고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더 노력해 강한 상대를 이기는 반복되는 과정을 거쳐 최종 승리자가 된 것이다. “나에게 대회는 중요하지 않고 내 주변의 트랙에서 달리는 상대방과의 승부에만 늘 전력을 쏟는 것이다”라는 그의 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갈팡질팡 '뚝딱 정책'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주요 선진국 등의 교육정책 방향과 크게 다르다. 주요 선진국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는 교육의 경쟁을 통해 양성한다는 좌표를 가지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와 정반대라는 의미이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면 인재의 원천도 그만큼 줄어 좋은 인재를 찾기가 어려운 시대가 된다. 따라서 좋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경쟁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발표한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폐지방침은 ‘균등’, ‘균질’ 의 평범한 학생을 위한 학교교육이라는 정치적 메시지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또 한 가지는 최근 몇 년 사이 정부가 발표하는 교육정책에서 일관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다분히 임기응변식, 대증요법적이다.

 

지난해 시끌벅적하게 공론화를 거쳐 결정한 대입제 도개선방안이 불과 한 해만에 번복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교원수급계획도 학령인구 감소를 명분으로 해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같은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호에서도 언급했지만 교육은 백년대계하고 한다. 이 말에는 교육의 제도나 정책이 위정자의 생각이나 정부 관료의 임기 응변에 따라 바뀌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가 들어있다.

 

철학자이자 사회인류학자인 어네스트 겔러(Ernest Gellner)가 1983년의 저서(Nations and Nationalism)에서 지적한 것처럼 산업화가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국가가 중앙집권적인 공유문화를 획일적인 교육제도를 통해 국민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국민국가의 형성에 기여했으며 한편으로 공교육제도는 그 권위를 보장받게 됐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주변 국가를 통합해 근대 국민국가를 창설한 독일이나 다양한 국가 로부터 이민자를 수용한 미국에서 공교육제도를 통해 인공적으로 연대감 있는 문화를 형성한 역사에서 잘 나타나 있다. 그런데 지금 시대는 1세기 반 전의 시대상황과는 180도가 다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고등교육을 이수하고 있다. 학교 교육이 읽고 쓰기 능력에 맞춰지고 지식의 원천도 백과사전이 유일했던 시대는 오래전의 과거이다.

 

인터넷, 미디어의 발달로 풍부한 정보를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습득할 수 있는 플랫폼도 무수히 많다. 이런 사회적 환경조건에서는 국민들이 자유를 바탕으로 자녀교육에 대한 선택과 경쟁을 하는 환경조건에서 좋은 인재를 걸러낼 수 있다. 그리고 교육에서의 경쟁 환경은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하고 옳은 정보를 취사선 택하는 능력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문제해 결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제도나 정책이니셔티브는 정부가 꽉 잡고 범인(凡人)만을 많이 양산하려는 교육정책에서는 미래 인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뒷걸음치는 인재의 조건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각 정당에서 인재영입이 한창이다. 정치권이 나름대로 인재에 대한 판별기준을 가지고 있겠지만 언론에서 거론되거나 선택된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간 수없이 그런 일은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해왔던 것들이 잊혀지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우 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데 인재라고 선발해 놓으면 ‘중량감이 떨어진다’느니 ‘정치를 모른다’느니 등등의 사회평론이 생기고 있는걸 보니 인재가 그렇게 없는가라는 생각도 든다.

 

중량감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뉘앙스로 보아서 전직이 화려하고 국민에게 이름이 많이 알려진 사람을 말하는 것 같다. 높은 직급의 관료로서 이름이 알려졌거나 평생 권력으로 국민에게 군림했던 사람들의 마지막 희망사항이 국회가 돼버린 우리나라 정치환경에서 중량감이란 그런 사람을 말하는 것일게다.

 

현재 국회의원 면면을 곰곰이 살펴보면 전직(前職)의 편향성이 확연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이다. 국민에게 권력을 행사하며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픈 곳은 어디인지를 찾고자하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미 출신학교, 출신지역, 동종업계라는 단단한 동아줄로 연결돼 있는 사람들이 과연 국회에서 국민을 위한 역할을 할까라는 의문도 생긴다. 그보다는 단단한 동아줄을 더 단단하게 하는 것을 우선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영국에서는 각료를 선택할 때 법학, 경제학 등 실학을 공부한 사람보다 역사학, 철학, 지리학 등 교양적 학문을 공부한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 관례처럼 돼있다고 한다. 실학은 보편적으로 국내에서는 그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는 국내적 인재지만 인문학 등 교양을 갖춘 사람은 국민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국제적인 외교무대에서도 국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됐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차례 퓰리처상을 수상은 토마스 프리드만(Thomas Friedman)의 말처럼 지금은 과거의 어느 시대보다도 정보가 풍부하고 세계 중의 인간이 연결하기 쉬운 사회가 됐다. 글로 벌화로 각국의 경계가 낮아지고 세계는 수평적으로 돼가고 있지만 사람들이 간단하게 적응하기 어려운 시대가 돼있다. 이를 ‘부카(VUCA) 시대’라고 한다.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인 재는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세계에서 통용하는 인재의 조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능력에 대해서는 지난호(M이코노미 126호, 127호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21세기의 능력 1, 2 참 조)에서 다뤘으므로 이번 호에서는 글로벌사회에서 필요한 인재의 조건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자비단 등 3명(Mansour Javidan, Mary Teagarden, David Bowen)이 2010년에 발표한 논문(Managing Yourself: Making It Overseas)은 글로벌 인재의 조건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들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의 200명 이상의 최고 경영자와 5,000명 이상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는 물론 이문화 속에서 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과는 이질적인 사람들과 일하는 것을 어느 정도 좋아했는지, 이문화 환경 속에서 글로벌 리더 및 유능한 관리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물었 다. 그 결과 해외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사고방식(mind-set)에 의해 좌우되는데 여기에는 세 가지 요소 즉, 지적자본, 심리 적 자본, 사회적 자본이 있다고 한다. 


1. 지적자본 : 일반적인 지식 및 학습능력


 ▲ 글로벌 비즈니스의 이해 : 업계의 세계적 동향, 글로벌 고 객의 행동, 경쟁 상대방의 욕

구와 습관, 지역마다의 전략적 리스크 차이에 대한 깊은 이해
 ▲ 복잡성의 인지 : 많은 선택지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많은 변수를 포함하는 복수 시나리오를 결합하는 능력
 ▲ 세계관적 사고 : 세계 각지의 문화, 역사, 지리, 정치경제시 스템에 대한 높은 관심
2. 심리적 자본 : 이문화에 대한 관용과 변화에 대한 수용력
▲ 다양성의 준중 : 세계 각지 탐색, 이문화 체험, 새로운 방 법의 도입에 대한 강한 선호
▲ 모험심 : 예측 불가능하고 복잡한 환경을 즐기고 그 안에 서 살아가는 능력
▲ 자신 : 자기 신뢰성, 유머 감각, 새로운 상황 속에서 리스

크에 대처하는 능력, 높은 수준의 활력, 이질의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도전정신을 발휘하는 능력
3. 사회적 자본 :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과 신뢰 관계를 쌓는 능력
▲ 이문화에 대한 공감 :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진정한 마음 으로 관계를 구축하는 능력
▲ 대인영향력 :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합의를 형성하고 신뢰를 유지하는 능력. 동료 및 상사뿐만 아니라 장래 관계가 불투명한 사람들과도 네트워크를 쌓은 스킬
▲ 대인사교 능력 :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말하기보다 잘 듣는 태도   


지금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몇 손가락에 꼽는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초중반에 취득한 자격증 하나로 평생 권력을 쥐락펴락하고 단단한 동아줄로 이어진 그들만의 리그에서 부와 권력의 세습을 이어가고자 제도를 악용해왔던 사람들이 표에 목마른 정치권의 “중량감 있는 인재” 영입 대상이 돼 정치무대로 향하고 있다. 우리 꿈많고 순수한 젊은이들의 미래 설계를 그들에게 위탁하는 것이 타당한지 국민모두가 냉정하 게 판단해야 할 때가 됐다.

김상규 교육학 박사 

도호쿠대학 대학원(석사과정)에서 공공법 정책을, 와세다대학 대학원(박사과정)에서 교육학을 전공하였다. 전공은 교육 제도, 비교정책. 저서는 <교육의 대화>, <민족교육: 일본의 외국인 교육정책과 재일한국인의 교육적 지위>, <세계의 학교제도: 영국·미국·일본·독일·중국> 등이 있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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