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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 지금부터 30년 안의 미래

 

물리적 한계가 점점 사라져가는 인류사회의 새 패러다임이 시작되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류의 최대 숙원인 암의 정복도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싱귤래리티 사회가 곧 될 것 같은 빠른 속도로 과학기술은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계속 줄고 있는 출산율로 국가의 미래는 더 걱정스럽고 확대되고 있는 격차는 마치 한 나라에 두 부류의 국민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건강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조건을 무엇인 지를 우리 모두가 고민할 때다.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미래 방정식

 

제1차와 제2차 산업혁명이 증기와 전기에너지에 의한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였다면 제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의한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그런데 제3차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의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다. 인텔의 창업자 중 한명인 무어는 1971년에 ‘집적회로에 탑재할 수 있는 컴포넌트의 수가 매년 배로 증가’한다(이후 법칙을 ‘2년에 한번’으로 수정)고 정의했는데, 지금까지 컴퓨터 칩(chip)은 무어의 법칙에 따라 진보를 거듭해 왔다.

 

그런데 칩이 미세화 해 생기는 물리적 한계와 개발 비용의 메리트가 점점 적어져 무어의 법칙은 곧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과학기술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물리적 한계가 적용되지 않을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인공지능이 언제 어느 때에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기술경제 패러다임이 될 것인지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것은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 사회가 돼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 지적노동을 하는 시기가 2030~2050년이 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는 있지만 더 빠를 수도 있고 아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국제적 인공지능 논문지의 편집장으로 뉴사우스웨일즈대학 인공지능 교수인 웰스(Tony Walth)는 국제회의에서 ‘싱귤래리티는 가까운 미래에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The Singularity May Never Be Near)’라는 강연을 통해 극단의 미래상에 대해 불편함을 나타냈다고 하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래의 전망은 설왕설래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주장에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가 확실하지도 않고 그렇게 낙관적이지도 않다는 가설이 잠재돼 있다. 우리 주변 상황을 보아도 낙관적이지 않는 불편한 사실들은 얼마든지 있다. 출산율은 세계에서 최하위인 것도 모자라 회복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장래 출산율을 예측하는 선행지표인 혼인율과 자녀 두 명 이상의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세 이하 인구는 2015년 약 980만명에서 2050년이 되면 660만명으로 3분의 1 이상이 감소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중위추계이므로 현재 급감하고 있는 출생아수를 감안하면 500만명대로 감소할 가능성도 크다.

 

지금 있는 학교 중 절반은 문을 닫아야 하며 거리에서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볼 가능성이 점점 더 적어진다는 의미다. 고령화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가 되었다. 2030년 이전에 초 고령사회(인구 중 65세 이상이 21%)를 달성하고 2050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35%로 그간 최고령 국가로 여겨졌던 일본과 비슷해진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숫자에 불과하다. 출생아수가 감소하고 평균수명이 증가하면 고령화 속도는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를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지만 고령인구의 삶이 OECD 국가에서 가장 가난하다는 현실을 들여다보면 고령인구가 산업 일꾼이 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보다는 사회보장의 수혜 이익집단으로서 선거나 정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과학기술보다 중요한 것들

 

국제적 상황은 우리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 국가적·사회적 문제가 돼 있지만 아프리카는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인구구조의 대륙별 편차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2050년이 되면 아프리카 인구는 지금보다 2배 이상 증가하고 2100년이 되면 네 배가 증가한다. 현재도 하루 생활비가 1.9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빈곤한 인구가 집중돼 있는 아프리카 국민들에게 교육이나 복지는 사치 같은 것이겠지만 미래인구 대폭발로 인간의 기본적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식량, 물, 에너지 문제가 심각하게 되고 이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대륙으로 이어지는 엑소더스가 국제사회의 문제로 될 수도 있다.

 

인류는 아프리카가 기원이라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역사에서 아프리카는 엑소더스의 출발점이었다. 18~19세기에는 노예무역으로 1,500만명으로 추정하는 인구가 아프리카를 떠났다. 유엔난민문제고등판무관(UNHER)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금 사하라 주변 아프리카 국가에 1,800만명의 난민이 있으며 매년 수만명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아프리카를 떠나고 있다.

 

폭발적으로 인구가 증가하면 부족한 식량, 물 등 생명유지 물자가 부족하므로 인구 대이동은 불가피하다. 공상과학소설(SF) 같은 이야기일지는 모르지만 갈수록 진화해가는 3D 프린터로 자동화 무기까지도 프린터 할 수 있는 날이 온다고 가정해 보자. 인류의 행복을 위해 인류가 발달시켜온 과학기술이 인류를 공격하는 패러독스를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경험하고 있는 정보과학기술의 어두운 면을 보면 미래사회를 희미하게나마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요소가 과학기술만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의 생존을 좌우하는 것에는 인구문제, 식량문제, 물 문제, 에너지 문제 등 무수하다. 과학기술의 완성판이 될지도 모를 인공지능이 심층학습을 해 바둑이나 게임에서 인간을 이기는 일이 허다하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을 좌우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인공지능이나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이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지식인, 정치가, 미디어 할 것 없이 독일발 제조업 활성화 전략인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구호에 무분별하게 채색돼 가는 현상을 사회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부터 30년 안에 일어날 변화

 

글로벌 사회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지금부터 30년 안에 인류사회에는 너무나 많은 변화들이 찾아온다. 그러므로 과학기술 패러다임이 우리 사회에 미칠 일들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정치, 경제, 산업, 교육, 문화, 행정 등 여러 방면이 단절적이지 않고 아이디어를 종합해 비전을 마련하고 그것을 토대로 착실하게 준비해 가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이지만 ‘실현하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을 설정하고 그때부터 역산해 대책을 입안하는 것(Moonshot)’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앞으로 5년 내인 2022년경에는 로봇이 간호, 조리, 청소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는 등 가사까지도 대신해 준다. 공사현장에서는 지능 로봇이 위험하고 난해한 작업을 처리하므로 인간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일이 줄어든다. 2020년대 중반에는 미세한 의료 로봇이 혈관을 이동하면서 건강 상태를 체크하므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고 대처할 수 있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조작하지 않아도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된다.

 

2025년경에는 언어의 장벽을 초월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일본에서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2015년부터 정부가 100억 엔을 투자해 민관협력으로 자동음성번역기를 개발 중이다. 외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더라도 관광이나 체재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정확한 통번역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동물과 대화가 가능한 장치도 실현되며 2020년대 중반 이후에는 몸 상태를 인식하는 옷이 개발돼 옷을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원격지 배송이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시기가 되면 상업적 배송 대부분을 드론이 담당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내용을 눈과 귀를 통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2030년에 접어들면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민사사건을 인공지능이 조정하며 감독의 연출의도를 이해하는 가공(virtual)의 배우가 데뷔하므로 한계비용이 줄어든다. 지금 외국의 호텔이나 휴대폰 매장에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가까운 시기에는 인공지능 비서, 인공지능 교사가 등장하고 대부분의 작업을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한다. 그리고 인류의 가장 숙원이었던 암도 2030년과 2040년 사이에 정복된다고 하니 노화나 질병의 걱정도 많이 사라질 것이다.

 

2045년경이 되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싱귤래리티 사회가 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 지적노동을 하는 사회가 도래하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The Future of Jobs Report 2018’에서 2018년에는 주요산업에서 인간 대 기계의 역할이 71:29였지만 2022년에는 58:42로 기계의 역할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3년 후인 2025년에는 인간 대 기계의 비율이 48:52로 기계가 인간의 역할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인류가 긍정하든 부정하든 앞으로 30년 후의 인류사회는 인공지능 패러다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가 되면 인간은 인공지능을 건조한 지능이라고 말할 자격을 잃을 것이다.

 

지금까지를 총 결산하는 자세 필요

 

정치와 경제,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의 슈퍼시스템이고 나머지는 부속된 하위시스템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이 국가적 키워드가 되면서 이 틈을 타 기득권을 더 확장시키려는 집단이 늘어나고 있다. 마치 과학기술에 많은 돈을 투자하면 금방이라도 노벨상을 받을 것 같은 착시효과를 국민들이 가지도록 호도한다.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연구개발비(R&D지출)이 적어서 국제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오해를 할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 정부, 대학 등이 국내 연구개발에 지출한 비용이나 투자 총액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하는 영국보다도 많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비는 적지 않은데 국제적으로 우수한 업적을 내지 못하는 원인은 많을 것이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연구자의 연구기관의 모럴 해저드다. 국민의 세금을 마치 자신의 돈으로 생각하는 자기화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그리고 연구비가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하지 않고 법률이나 제도가 권리를 공고히 보장하는 기득권층의 권위에 위탁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랜 기간의 학문적 성취에 대한 정신적 보상보다는 우선 눈앞에 보이는 경제적 보상이 더 현실적이고 정치와 가까이 하면 얻을 수 있는 권력이라는 보상이 힘든 연구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에 타계한 앨빈 토플러는 2010년에 발표한 미래예측보고서 ‘40 For the Next 40(앞으로 40년 동안 생길 40가지)’에서 정치, 기술, 사회, 경제, 환경 다섯 개 도메인으로 구분해 2050년까지 생길 변화를 제시했다. 토플러가 한 예측 중 많은 항목들은 이미 현실세계에서 경험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지반은 글로벌사회, 다문화사회, 정보화사회, 지식기반사회 등의 구성인자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 동질적이고 정형적·단선적 아날로그 시대의 사고가 쉽게 통용되지 않은 시대가 돼 있으며 사회를 보는 시각도 다양하고 이념 간의 단층선도 뚜렷해 세상을 느끼는 온도차 역시 크다.

 

그런 가운데 과학기술자들은 마치 공상과학소설이나 007 영화 시리즈에서나 보았을 것 같은 미래 모습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고 경제학자들은 미래의 대책에 서둘러야 한다고 사회에 재

촉한다.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와 관료조직은 그들의 주장을 동일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자나 경제학자의 주장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특화된 영역이기는 하지만 인공지능 알파고의 지능이 인간을 능가한다는 결과가 이미 확인됐고 일부 국가에 해당되는 기술이기는 하지만 인간이 자동차의 핸들을 잡지 않아도 이동할 수 있는 자동운전 자동차 기술도 전체 6단계 중 5단계를 넘어섰다.

 

연구에 의하면 2007년에 태어난 사람의 반은 100세 이상을 산다고 하니 미래는 인생의 다모작, 다역화 시대가 될 것이다. 미래는 물질의 풍요와 행복의 임계점이 최대 값이 되는 이상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납득은 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한두 사람의 정치인, 지식인, 관료, 전문가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를 총결산하는 자세로 사회 각계의 지식과 통찰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선적인 과제는 자기모순 극복

 

하드 파워인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소프트 파워인 ‘인재’가 국가발전에 기여했다. 미래에도 경쟁력을 가진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 밖에는 없다는 얘기다. 미래의 해답은 우리나라 밖에도 많다는 개방된 자세를 가지고 청소년들이 미래를 준비하도록 법과 제도와 정치와 기득권층의 자세를 바꿔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마치 한 나라에 두 부류의 국민이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분극화돼 있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와 진보가 한발 짝도 물러설 기세가 없는 대립 태세다. 경제 산업 측면에서는 소득격차, 지역격차, 고용격차가 점점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사회경제적 격차는 교육격차를 재생산하고 교육격차는 다시 사회경제적 격차로 이어지는 경로가 과거보다 더 뚜렷하다. 분명한 것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가져다준 의료수준의 향상으로 평균수명은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다. 20~30년 후에는 암도 정복된다고 하니 오래 살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건강한 삶을 살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출생아가 줄고 노인인구가 많아지고 국가 재정을 지탱하는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교육, 경제, 산업, 정치, 재정, 사회문화 등의 사회 제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금 미지의 미래를 항해하기 위해 용기와 도전정신으로 꿈을 펼치고 있는 청소년들이 불행해

지는 미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성세대가 앞장서서 노력을 보여야 한다. 기득권은 다시 기득권을 만들고 그것이 권력이 돼 배타적인 영역을 만드는 현재의 모습으로는 좋은 미래를 만들 수도 없다.

 

얼마 전 아침에 산책을 하는데 바닥에 가마니 같은 발판을 까는 작업을 하던 초로(初老)의 인부가 ‘대한민국은 돈이 많은 나라여!’라고 한 말이 계속 귓전을 맴돈다. 지금 깔린 발판도 쓸 만한데 그 위에 새로운 발판을 까는 것이 국가 예산낭비라는 은유일 것이다. 그 작업에서 노임을 받는 사람이 한 얘기라서 뇌리에 더 각인돼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 사회는 새로운 것을 포장하고 만드는 것보다 현재 있는 것을 점검하고 문제를 개선해 가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쓸만한 다리를 철거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교체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업적에 들어가지만 국민의 안전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업적이 아니라서 관심 없는 일이 돼버리고, 국회의원들은 지역예산을 얼마 확보했는지를 마치 자신의 업적인 냥 홍보하지만 미래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극복할 문제, 즉 저출산, 청년실업, 교육격차 등 주민들의 삶에 직접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지금의 우리 모습으로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학력이 높은 사람은 법적, 제도적으로 더 보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지만 학력이 낮은 사람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특별한 것이 없다. 고등학교 졸업자 중 진학하지 않는 무직자가 20%에 이르지만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은 고등교육에 더 많은 국가재정을 투자하자는 주장은 많이 하면서도 이러한 청년들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제도 내의 국민들은 재정적·사회적 혜택을 중복적으로 누릴 수 있는 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지만, 제도의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이는 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건강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조건

 

우리 현실은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활동 무대와 기회는 더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경향은 방송에서 더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공중파든 종편이든 케이블이든 방송채널은 그들만의 리그가 돼 있으며 예능인들이 없으면 프로그램 편성이 안 될 정도다.

 

우리 국민들은 연중 그들만의 리그를 시청하는 대가로 많은 시간을 광고에 노출돼야 한다. 그리고 연말이 돼서까지 채널이 곳 저 곳에서 열리는 그들만의 잔치를 피할 길이 없다. 자체 프로그램도 올바르게 제작하지 못하는 수많은 방송채널은 국민들의 기억에서조차 희미한 과거의 방송을 반복적으로 재탕하며 시간을 채우고 공중파조차도 비용이 드는 고수준의 창작 프로그램보다는 의료, 요리, 토크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그리고 프로그램 사이에는 방송으로 얼굴이 알려진 인기인들을 모델로 한 보험광고, 약품광고, 상조광고 등을 집어넣어 하루 시간 대부분을 텔레비전 시청에 소비하는 국민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그리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 사회에 좋은 일을 해도 될 고령의 연예인들도 상업주의의 예외는 아니어서 상황에 따라서 역겹게 느껴질 광고에 나서고 있다.

 

한쪽에서는 환경을 보호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방송은 자연을 점거하고 자연을 소비하는 사람을 미화하고 있다. 지난번 월드컵에서 우리의 현주소를 더 잘 읽을 수 있었다. 전문성도 검증되지 않은 스포츠 선수 출신 해설자들이 마치 예능프로그램이나 개그 프로그램에서나 있을 것 같은 해설로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른 적이 있다. 겉으로는 전문성의 시대, 창조성의 시대라고 하면서도 현실세계는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선정적이고 흥미중시의 상업주의를 방송이 더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또 다른 문제도 아주 많다. 앞으로 30년 후면 우리나라 사회자본인 교량, KTX, 터널, 고가도로 등 거대한 구조물들이 한계수명에 다다른다. 20세기 후반 도시든 농촌이든 가리지 않고 건설한 아파트 대부분도 이 시기가 되면 노후화된다. 이러한 구조물들의 한계수명을 50년이라고 가정할 경우 이 시기에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아이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중위추계를 신뢰하더라도 2050년이 되면 경제활동인구가 지금보다 1,200만명이 줄어든다.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여성인구도 300만명이 줄어듬으로 태어나는 아이를 볼 수 없는 지역이 많을 것이다.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하고 가난한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산업, 고용, 교육 등에서 그간 역사에서 경험한 적이 없는 구조변화가 확실시되는데 이러한 변화는 도외시 한 채 선거를 치르고 나면 표의 대가로 애프터서비스를 해주어야 하는 지역이나 세대, 집단은 계속 생산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잘하고 있으며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지금부터 살펴나가는 것이 건강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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