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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정신문화 "퇴계 사단칠정론의 욕망 다스리기"

한국 정신문화를 찾아서(6)

 

<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요즘 서구사회를 보면 거대한 바다 위에서 돛대가 꺾이고 키도 부서진 채 표류하고 있는 범선을 보는 듯하다. 서구사회를 지탱해왔던 교회가 세속적 이데올로기의 공격을 받고 신자들이 무더기로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서구의 전통적 가치가 무너진 자리에 지금 ‘전투적인’ ‘개인 인권’ 주의가 신성불가침의 교리마냥 기세를 떨치고 있다. ‘가족애’는 시골에서나 가야 볼 수 있을 듯하다. 극단적이고 왜곡된 개인주의가 ‘절대 가치’인양 활보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학살테러에서 보듯이 이슬람의 극단주의와 화이트 내셔널리스트의 극단주의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서구적 공동체 가치가 우리의 본보기가 된 적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증오와 적개심으로 폭력화되는 서구사회를 보면서 조화와 상생, 공동체와 인간관계를 중시해 온 한국의 전통적 정신과 가치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흔히 서구대학에서 공부하고 온 학자들이 현대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한국과 동양의 전통에서 찾으려고 해왔다. 그러나 그들은 찾아내지 못하고 갈수록 오리무중에 빠진 것 같다. 왜 그런가. 그들은 뭔가 심오하고 단번에 효과가 있는 비방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퇴계와 율곡이 거듭 얘기했듯이 새로운 것은 없고 옛 성현의 말을 되새겨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는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퇴계는 그가 죽음을 맞이하기 2년 전인 68세에 갓 왕위에 오른 선조에게 『성학십도』를 바쳤다. 그야말로 평생에 걸쳐 궁구해 온 정주학을 관통하여 깨달은 바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기원한 유학과 성리학이 마침내 퇴계에 이르러 실천의 길로서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동양의 지식인들은 비록 ‘과학’의 길은 발견하지 못했으나 성인이 되고자 간절히 노력했으며 인간의 도리로서 도덕실천의 길을 구하였다.  인간이 모여 사는 세상은 선한 도덕 감정인 사단(四端)은 언제나 수세이고 칠정(七情)이 공세를 취한다.

 

유학은 일찍이 이를 간파하고 평생을 통해 성인의 도를 닦을 수 있는 선비들이 모범을 보임으로써 칠정의 세를 억제하자는 지극히 실용적인 실천학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학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진다는 상식에 기초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현대세계는 물질문명이 지나치게 팽창돼 있고 인간의 일상을 전방위적으로 포위하고 있는 매체들이 말초적 쾌락을 선동하고 있는 시대다. 이런 환경에서 도덕윤리를 지켜낸다는 것은 난제 중 난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질과 쾌락이 풍미하는 세상에서 타락하지 않을 수 있는 청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심정이다.

 

청년들의 우상이라고 하는 연예인이 성관계 동영상을 올리는 마음에는 도덕이 설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도덕윤리의 모범을 보이는 윗사람은 보이지 않고 타락을 부추기는 대중문화가 만연한 세상에서 어찌 타락하지 않기만을 바랄 수 있겠는가. 퇴계를 비롯한 조선 선비들이 그토록 실천하고자 했던 인간의 도리가 무엇이며, 어떻게 실천했던가를 살펴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단으로 칠정을 다스리자는 게 사단칠정론의 핵심

 

퇴계의 리발설(理發說)은 리에 능동성을 부여한 점에서 독창적이다. 주희나 율곡, 고봉 기대승은 능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단은 맹자가 도덕적 감정으로 내세운 네 가지 감정, 즉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말한다. 칠정은 「예기」에 나오는 희로애구애오욕으로 인간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본능적 욕구를 말한다. 퇴계는 이 사단을 리가 발한 것 이라고 해석했다. 퇴계는 선한 감정인 사단은 리가 발한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사단으로 희로애구애오욕의 칠정을 다스려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오늘날 끝없이 욕망을 추구하는 시대에 현대인은 욕망을 만족할 줄 모르므로 스스로 죄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불행을 자초한다. 현대의 철학과 학문은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은 제시하지 못한채 그저 모든 원인을 시장자본주 의와 제도적 모순 탓만 하는 것 같다. 환경과 외부에서만 원인을 찾으면 인간의 내면 치유력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퇴계의 사단칠정론을 떠올려보면 그것이 매우 효과적인 욕망 컨트롤 방법으로 응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본능적 욕구인 칠정을 행하기 전에 타인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과 나의 잘못된 행위를 부끄러워하는 마음, 내 것을 사양하는 마음, 옳고 그른 시비를 가리는 마음을 가져보면 욕망의 지수가 상당히 내려갈 것 같다. 사단 중에서 측은지심은 인 (仁)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인자한 마음만으로도 상당부분 칠정을 완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위대한 사상과 정교한 철학을 가지고 있고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체제와 제도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인간의 마음 이 따라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인간의 마음 중에서 욕망이 가장 문제다. 욕망을 다스릴 수 있는 절제심, 검소함, 소박함, 안분지족하는 마음은 요즘 언급하는 이조차 없을 정도다. 종교는 그 계율 속에 절제심 등을 포함하고 있으나 오늘날 계율을 강조하는 설교와 가르침은 많지 않다.

 

종교는 사실 계율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는 계율을 통하여 정신과 육체의 욕망을 자제하여 거룩한 이상과 이타적 행위에 그의 에너지와 지혜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도 욕망을 다스리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의 도 약기에는 ‘욕망’이 힘든 노력을 분발시키는 약이 되기도 하지만 성장기를 지나 풍요가 다가오면  ‘욕망’이 독이 된다. 한국 경제는 풍요로 인한 욕망들로 지금 시험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차라리 가난했을 때 순정한 사랑, 희생하는 사랑이 존재했으나 풍요로워진 지금은 물물교환처럼 계산적이고 타락해버린 사랑이 넘쳐난다. 현대인에게 탐욕은 치유하기 어려운 만성질병이 되어 버린 것 같다. 퇴계의 사단칠정론이 현대인의 욕망을 억제하고 치유하는 실마리를 제공해줄지도 모른다.

 

퇴계의 ‘생각과 실천’ 정신
 

다음의 『성학십도』의 인용은 윤사순의 「퇴계선집」(현암 사)을 기초로 첨삭한 것임을 밝힌다. 퇴계는 『성학십도』의 서문에서 공자의 말을 인용하여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두워지고, 생각만 하면서 배우지 않는다면 위태로워진다’고 말했다. 퇴계는 그 말을 부연하여 배움이란, 즉 학(學)이란 익히고 참되게 실천하는 것이 목적이고 생각과 배움은 상호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 했다. 오늘날 생각없이 그저 편리한 사용만을 위해 배우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고 아는 것에 그치는 배움과는 전혀 다름을 알 수 있다. ‘생각’과 ‘배움’과 ‘실천’이 완전히 유리된 상태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서양의 과학기술을 배움에 있어서 그 기본 개념과 원리를 생각하면서 배우고 익히고 실제로 연 습하고 실험을 거듭해봐야 한다.

 

우리의 학교와 학원 현장을 보면 개념과 원리를 온데간데없고 요령만 단기 속성으로 배우는 것 같다. 연습과 실험은 귀찮다고 하지 않고 정답만 외워서 점수만 올리면 그만이라는 편법이 대세인 듯하다.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려면 생각하지 않고서 안된다. ‘생각’만큼 은 스스로 해야지 선생이 주입식으로 해준다고 되는게 아니다.

 

과학기술은 전체적으로 보나 각 부분으로 보나 사실들을 증거와 논리로 일점의 오차와 끊김이  없이 연결된 구슬 목걸이와 같은 것이다. ‘개념’은 과학기술로 창조된 사물들의 의미와 목적과 용도를 말하며, 원리는 그 구조적 이치다. 작은 기계에서 반도체, 항공기와 선박에 이르기까지, 바이오 약품에서 컴퓨터 언어와 안드로이드 OS, 컴퓨터 프로그램의 알고리즘, 인디자인, 포토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은 고유의 개념과 원리와 사실과 증거와 논리로 만들어져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열악한 교육 환경 아래서도 개념과 원리, 사실과 증거, 논리의 다발을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과정과 공정만 알아서 선진국에서 만들어진 것들을 싸게 그런대로 잘 만들기만 해왔던 것 같다. 과거엔 개념과 원리의 지식을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맡겨도 가능했었다. 그러나 이제 과정과 공정만 능숙해도 됐던 시절이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개념과 원리까지 이해하는 진정한 전문가 들의 숫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대폭 필요해진 시점에 도달했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퇴계가 성합십도에 강조한 생각과 배움, 실천의 가르침을 경청할만하다. 여기서 ‘실천’은 실습, 연습, 실험, 시행착오와 실패를 통한 깨달음을 아우르는 말에 다름아니다.

 

퇴계는 또 배우는 동안에는 ‘지경(持敬)’ 즉 경건한 태도를 시종일관 유지하고, 집중할 것을 권고했다. 한마디로 사물의 진리를 깨우치는데 얕잡아 보고 조금 안것으로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뜻이다. 공경하고 경건한 태도를 취해야 드러난 것과 숨겨진 것을 다 알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 한 가지 것을 배우고 익힐 때는 그것에만 전념하여 마치 다른 것은 없는 듯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벽녘 정신이 맑을 때 되풀이하여 음미하기도 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그것들을 경험할 기회가 있으면 경험해보는 등 생각의 끈을 놓지 말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부자유스럽고 모순되는 난점에 부딪치거나 극히 고통스럽고 불쾌한 벽에 마주 설 때가 있을 것이라면서 그것은 장차 크게 나아갈 기미이며 깨달음의 좋은 징조이므로 절대로 그만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진리를 많이 쌓는 한편, 오랫동안 힘을 기울이게 되면 자연히 마음과 이 (理)가 서로 영향을 미처 모르는 사이에 모든 것을 환히 꿰뚫은 듯이 이해하게 되어 점차로 순탄하고 순조롭게 행하여질 것이라고 했다.  

 

‘몰입’연구의 대가인 칙센트미하이는 그의 책 「몰입과 진로」에서 요즘 청소년들은 해도 그만이고 안해도 그만인 활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며 그런 어중간 활동을 하게 되면 점차 무력감에 젖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절도 있는 생활 습관을 몸에 익힌 청소년은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잘 이용할 줄 알며, 기회가 없을때는 자기 스스로 그것을 만들어낼 줄 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을 절도 있는 습관으로 이끄는 데는  부모와 어른들의 본보기가 무척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칙센트미하이는 부모와 어른들은 학업에 못지않게 학교 바깥의 활동이 청소년들의 실제적 지식과 실력을 습득할 수 있는 사고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하고 틀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청소년들의 관심이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게을리하지 말고 관심이 진지한 경험으로 전이될 수 있도록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에게 격려와 기대를 동시에 적극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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