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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의 미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술영향평가 보고서’ 

…ICO 가이드라인·블록체인 기술 표준화 마련 등 강조

-기존 법·제도 미리 정비해 ‘공공 분야’ 선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 적용해야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블록체인은 무엇인가.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얼마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의문에 대해 어느 정도 실 마리를 제공해줄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영향평가 보고서 ‘블록체인의 미래’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기술·인문·사회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기술영향평가위원회와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 포럼, 대국민 온라인 의견 창구 등을 통해 의견을 모은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보고서는 블록체인에 대한 개념과 활용 현황, 각국의 정책 동향, 사회 각 분야에 미칠 파급성, 정책 제언 등을 담고 있다. M이코노미가 이 보고서에서 눈여겨 볼 부분을 짚어봤다.

 

“ICO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보고서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정책 제언’에서 “무분별한 기술 도입으로 사회가 혼란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ICO, 즉 암호화폐 공개를 예로 들며 “ICO 분야에서는 창업을 활성화하고 책임감 있는 사업을 수행할 수 있으면서 도 일반인 투자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규제를 점검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블록체인 기반의 보상 체제나 암호화 자산 유통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가상통화의 유통 체계도 건전하게 자리 잡을 것” 이라고 했다.

 

ICO는 ‘Initial Coin Offering’의 약자로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통화를 발행한 뒤 매도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제언을 주목하는 이유는 정부가 주도해서 만들어진 보고서에서 기존 정부 입장과 다른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올해 초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ICO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도화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에 앞서 지난 2017년에는 ICO를 유사수신행위로 규정하고 전면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이후 어떤 입장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 기준 블록체인 기술 주도해야”

 

 

보고서는 ‘기술 개발과 표준화 추진’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블록체인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블록체인 기술에 필요한 기술은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암호화 기술, 에너지를 절감하면서 도 합리적인 합의 알고리즘 방식 등이 있다. 정보 노출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와 ‘잊힐 권리’ 문제, 의도적 합의 조작 등 블록체인 기술에서 우려되는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또 “블록체인은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범용기술이기 때문에 각 산업에 특화된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처럼 개인정보를 다뤄야 하는 산업에서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환자의 진료 정보를 투명하고 편리하게 공유할 수 있는 ‘온체인/오프체인(on-chain/offchain) 혼합 기법’이 논의되고 있다.

 

‘ 온체인/오프체인 혼합 기법’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중앙이나 개인 서버에 저장하고 퍼블릭 블록체인에는 요약 정보만 올려두는 것을 말한다. 보고서는 “물류 분야에서도 여러단계를 거치는 물류 이동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IoT 기술과 접목하는 것이 필수이고, 금융 분야에서는 블록 생성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해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라며 “사이드체인(side chain)이나 합의 방식 전환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 외에 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성도 요구했다. 보고서는 “블록체인을 상용화하고 다른 산업에 융합해 적용하기 위해서는 표준화 문제도 중요하다”며 “국내 표준은 물론 공인된 국제 표준을 획득하는 활동도 적 극 지원해야 하고, 이를 위해 먼저 할 일은 산업이나 서비스, 기술 등 다양한 관점에서 필요한 블록체인의 표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보고서는 물류·유통·의료 등 각 산업 의 상황에 맞게 협의나 호환이 쉬운 방식으로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표준화가 국내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표준을 주도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나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등 국제 표준화 커뮤니티에 더욱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나설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민간기업 전문가에 대한 표준 화 관련 교육도 이뤄져야 하고, 기술개발 정책과 표준화 전략이 동시에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기존 시스템·법·제도와 충돌 가능성 미리 대비해야

 

블록체인 기술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기존 경제·사회구조를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바꾸게 된다. 당연히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때는 기존에 존재하는 법과 제도와 상충할 가능성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가 나타났을 때 기존의 법·제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지 미리 살피고 발굴해 필요한 법령을 제정하거나 규제를 고쳐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블록체인 기술이 더욱 원활히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블록체인 기술은 특히 계약이나 거래, 정보 저장 등에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라며 “블록체인에 각종 정보를 기록할 때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립해야 사회적 혼란 을 막을 수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설정과 관련된 법과 제도의 정비는 기술의 산업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고 했다. 이는 앞서 말한 ICO 분야에서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법과 제도를 미리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기술 도입과 그 운영에 따른 비용과 시행착오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 시스템 대비 기술적 효용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운영할 때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 또는 제도 측면에 서 관련 서비스를 도입할 기반이 마련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 다.

 

보고서는 “다른 나라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운용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연구한다면 어떻게 하면 기술을 효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고, 적절한 규제 없이 기술을 도입하다 보면 사회적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도록 법률 적 제재 방안이나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 기구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기술은 전망에 대한 명암이 뚜렷하다. 기대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일어나기 마련이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기술로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이 되는 분야로 꼽히고 있지만,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과열과 함께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상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지나치게 부정적인 인식은 관련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이나 홍보를 실시해 기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폭 넓은 이해와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고 어렵기까지 한 블록체인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에 대해 일반 국민이 친숙하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 교육을 시행하자는 것이다. 고령자 등 기술 취약계층도 손쉽게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접할 수 있도록 안내와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을 악용한 불법 행위와 관련된 피해 사례와 관련 법률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고서는 “불법 행위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ICO 투자 사기가 증가하자 일반 국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교육용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웹사이트는 방문자가 ICO 투자를 시도하면 관련 사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교육 페이지로 안내되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새로운 기술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피해를 막는 방법을 다양하게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으로서 가능성, 블록체인
 

보고서는 현재 국내 블록체인 사업을 “기술적인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장 확산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공공 분야에 선도적으로 기술을 적용해 모범사례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공공 분야 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시범사업을 수행한다면 기술적·사회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알아볼 수 있다”며 “민간에 적용 가능한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선제적 으로 확보한다면 향후 발생 가능한 여러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산업 생태계란 한 산업 안에서 공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공공 부분과 기업, 개인이 서로 의존하고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말한다.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은 블록체인 전문가 와 비즈니스 아이템 기획자, 자금 지원 네트워크 등을 유기적 으로 연계할 수 있는 협업 환경”이라며 “이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창업이 활성화되는 것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블록체 인 클라우드 서비스(Blockchain as a Service, BaaS)와 같은 오 픈소스 기반의 플랫폼 구축, 5G, 공공 wifi 등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위한 공공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번 블록체인 산업의 생태계가 조성되면 그 위에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도 부담 없이 블록체인 산업에 진입할 수 있다”며 “이는 다양한 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으로 이어져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기여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자리 문제에 관해 보고서는 산업 변화를 예측해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그로 인한 산업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일자리의 변화를 가져온다”며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도 일자리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새로 생기거나 늘어나는 일자리는 없는지, 사라지는 일자리는 없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재 양성이나 인력 재교육을 위한 방안 등의 대책 역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블록체인 산업의 활성화로 인한 일자리 소멸과 증가 전망에 대해선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의 말에 귀 기울일만 하다. 부테린은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블록체인 전문가들 과의 좌담회’에 참석해 “직업이 사라지는 등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부테린은 “인터넷으로 인해서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직업이 많이 등 장했다”며 “블록체인으로 인해 어떤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 어질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스마트 컨트랙트에 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 이라고 했다. 부테린은 “공유경제, 분산경제가 효율성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현재 연구하고 있다”며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생겨날 것이고, 기존 기업들도 앞으로 살아남을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신뢰의 기술, 블록체인
 

블록체인 기술은 태생적으로 기존 체제와 시스템에 반(反) 하는 성격이 강하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블록체인 기술의 뿌리인 ‘비트코인’을 제안한 배경에는 2008년 9월 발생한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 하다. 당시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라는 투자은행이 파산한 영향으로 전 세계적인 금융 혼란이 일어나자 화폐와 자산 거래를 보증해주는 금융기관의 실패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도 개인과 개인이 서로 믿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결제 프로토콜을 만들고, 비트코인이라고 불리는 가상통화를 발행한 것이다. 거래 장부를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해 맞는지, 틀린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블록체인 혁명’이라는 책을 쓴 돈 탭스콧(Don Tapscott)과 알렉스 탭스콧(Alex Tapscott)은 블록체인을 ‘신뢰의 프로토콜’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이 프로토콜은 영리한 규칙을 통해 유한한 존재들 사이에 신뢰를 불어넣는다. 이는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둘, 아니 그 이상의 당사자들 사이에서 신뢰 할 수 있는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또한 개인 각자의 이해관계가 집합적으로 작동해 이러한 거래를 성사시키며, 대규모 협업으로 말미암아 거래의 진실성이 보장된다”고 했다.

 

보고서는 “블록체인의 투명성이라는 기술적 특성은 특히 여러 주체가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함께 일할 때도 서로에 대한 믿음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협업에 필요한 정보를 동시에 공유하고, 그 정보를 확인하거나 검증할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킴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성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블록체인은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고 응용될 수 있는 범용 기술이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라며 “암호통화 투자에 대한 거품이 걷힌 지금이 블록체인 기술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에 집중 할 때” 라고 강조했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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