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성공 요인과 우리나라의 산업화 추진 현황
산업화는 경제수준을 높이기 위해 국가에서 추진하는 구조적 발전체계를 의미한다. 산업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소득 및 가격 탄력성이 낮은 기존 산업 중심에서 새로운 산업 육성을 통해 부가가치 및 생산성을 높여 국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 또한 산업화는 개인의 질병 및 장애, 사회와 자연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원동력이 되어 왔는데, 산업기술의 발전을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잠재적인 니즈를 충족 시킬 수 있게 되고 산업의 다각화를 통한 다양한 직종의 창출로 사람들이 개인의 적성과 특기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여 자아실현이 가능하도록 기여한다.
이러한 산업화 추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정부 보완투자정책(complementary investment policy)에 대한 종합적인 실행계획(action plan)이 체계적으로 마련되고, 서로 연관되어 시스템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화의 성공을 위한 정부 보완투자정책을 정리하면, 1)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human capital)의 구축, 2) 사회간접자본 (SOC: social overhead capital)의 마련, 3) 신산업 육성을 위 한 제도적 개혁(institutional reform) 등을 꼽을 수 있다.
1960년 이후 아시아 및 아프리카 등지의 여러 개발도상국에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경제기구와 선진국들로부터 다양한 양상의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가 이루어졌지만, 모든 개발도상국이 산업화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이러한 수혜국 정부의 보완투자정책들이 미비했고, 체계적으로 연관되어 진행되지 못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산업화 추진은 개발도상국 단계의 국가만이 아닌 선진국 단계의 국가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발전시켜 가야 할 중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급변하는 세계교역의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2012년부터 상품, 서비스, 해외투자, 지적재산권 등을 포괄하는 축적된 인프라기술과 금융기술이 연계된 복합재시스템(CoPS: Complex Product System, 일명, 한국형 패키지 인프라) 수출지원을 발전시켜 왔고, 2018년부터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과 같은 우리 경제 의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고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기 위 해 플랫폼 경제 구현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2019년 무렵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에서도 스마트시티, 스마트제조, 디지털 헬스케어 등 지역별 특색에 맞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산업정책을 통해 우리나라가 처한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의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능적인 차원에서의 인프라 구축이 아닌 적극적인 민·관 협력을 통해 지역의 잠재적 수요를 발굴하고 미래 경제가치가 창출 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대응하여 기획·추진될 필요가 있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시대 경제가치 창출을 위한 플랫폼 경제의 의미
지역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위축, 급속한 고령사회화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에서의 공급 (Supply) 증가를 지향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새로운 수요(Demand) 발굴을 통한 동력을 찾고 경제 가치를 창출해 가는 과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고령사회화는 곧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감소를 의미하여, 이전처럼 대량생산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정책과 사업 모델의 추진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와 정책입안자들은 플랫폼 경제를 디지털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거래하는 경제활동으로 인식하여 빅데이터 관련 컴퓨터공학과 경영상 운영방식으로 이해하고 사안에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기반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경제의 의미를 규 명할 때 첨단기술과 경영방식에 대한 논의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가치관 집결을 통한 문제해결 과정으로 재정의하고 이를 위해 시스템적 사고로의 전환과 신성장 산업의 역할정립 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즉 플랫폼경제는 잠재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복수(複數) 경제주체의 요구를 중개하고 경제 주체 간 및 산업 간의 상호작용을 도모하여 시장을 창출하는 산업 기반형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좀 더 포괄적 의미로 이해하고 재정의 할 수 있다.
잠재적 수요발굴과 플랫폼 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본 정부 및 산업계의 노력
플랫폼경제의 양상은 초고령 사회문제, 지역경제 공동화 등 우리보다 먼저 경제·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본의 사례를 통해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은 오랜 기간 재정적자증대, 제조업생산거점의 해외이전, 지방경제파탄, 청년층 및 중장년층의 실업문제, 사회보장재원 부족 등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사회문제로 고심해 왔다.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주로 아베노믹스로 지칭되는 확장적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잃어 버린 30년으로 지칭되는 버블붕괴와 유동성함정으로 인한 장기불황의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일본정부와 기업들의 산업구조조정 사례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본경제 구조조정 과정의 핵심은 ‘잠재적인 수요발굴과 시너지효과를 통한 경제가치 창출’로 요약할 수 있다. 2006년 65세 이상 노인의 인구가 사회전체의 20%를 초과 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지역주민의 후생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동성(Mobility) 관련 기술 융합을 통해 경제가치 창출에 힘써왔다.
일본정부와 기업은 서로 연계하여 고령층의 수요에 맞는 대중교통 제도개선과 자동차 개발을 통해 고령층의 기동성을 촉진하여 사회활동을 장려했다. 또한 축적된 최적 이동노선 기술에 의료서비스산업을 연계하여 환자맞춤형으로 시간과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아울러 원격 근무가 가능한 분신로봇을 개발하여 집에만 있어야 하는 장애인이 스스로 일하면서 경제적 자립이 가능할 수 있도록 지 원하고 있다. ‘기동성’은 여러 첨단기술들을 접목하여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반영하기 위해 고안된 플랫폼 개념으로, 잠재적 수요를 발굴하여 경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본 산업의 사례로 이해할 수 있다.
일본정부는 노인들의 외출을 돕는 대중교통시스템을 구축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고, 최적 이동노선 기술을 의료서비스와 연계하여 환자 맞춤형 서비스산업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미에현(三重県) 타마키쵸(玉城町)에서는 특정경로를 시간표에 따라 운행하는 기존 노선버스 체계와 달리 집근처까지 버스가 마중 나오는 온디맨드 교통시스템(元気バス) 구축 이후, 현지 상점과 온천시설, 문화학교 등의 이용자가 2배 이상 증가하게 됐다. 이러한 교통시스템 기술은 소비자의 이동 경로를 데이터화하고 예측해 다수의 이용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최적 운행경로를 실시간으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나가노현(長野県) 이나시(伊那市)에서는 지역의 고령사회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12월 MONET(차세대 이동서비스 를 위한 도요타자동차와 소프트뱅크의 합작기업)와 연계하여 최적 이동노선 기술을 활용한 의료형 MaaS(Mobility as a Service) 실증실험을 추진하고 활성화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일본 산업계는 다양한 서비스로봇과 운송수단 개발을 통해 장애인 및 노인 등 취약층의 기동성 향상과 경제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단법인 분신로봇커뮤니케이션협회에서는 눈의 움직임을 통해 원격조종이 이루어지는 분신로봇(OriHime-D)을 개발해 도쿄 미나토구(港区)의 카페에서 시운전했다. 기동이 자유롭지 않은 장애인들을 통해 자가(自家)에서 조종이 이루어지는 로봇들이 카페 손님들을 응대해 사회적 호응이 매우 높았다.
츠쿠바대학 소속 로봇벤처회사 사이버다인(サイバーダイン)은 수족이 불편한 환자의 활동을 도와주는 로봇수트(ロボッ トスーツHAL福社用)를 개발해 병원 재활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실제로 카메다(亀田) 병원에서는 로봇수트를 도입하여 새로운 진료서비스 개발을 추진해 왔는데, 이때 의사, 병원 스텝, 환자 이용자 등 모든 의료서비스 관련자들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해 의료의 질 향상과 서비스가치를 창출하고 자 노력했다.
또한 일본 산업계는 2인승 전기자동차와 외발전동차 개발을 통해 노인들이 안심하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2018년 일본 경찰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교통사고 로 인한 사망자 중 65세 이상 고령층은 2008년 48.4%에서 2018년 55.7%로 증가했다. 하지만, 일본은 사고사망의 비중 이 높다는 이유로 고령자들의 차량사용을 제한하기보다 안전하면서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개발에 매진해 왔다.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는 고령 운전자의 2인승 초소형 전기자동차(EV) 이용실태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고령자대상 차량의 규격과 보안기준 제도화를 정부에 제안했다. 또한 도요타자동차(Winglet)와 혼다자동차(U3-X)는 외발전동차 개발을 통해 고령층의 기동성 확충에 기여하고자 했다.
이러한 일본 산업계의 축적된 기동성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필립스재팬은 기존의 자택과 의료기관에 획일적으로 지원하던 헬스케어 솔루션을 MaaS와 연계하여 다가올 자율주행형 시대를 대비하여 환자 맞춤형 의료서비스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시대 사업 생태계 방식을 고려한 플랫폼 경제 활성화
일본이 고령사회화와 관련한 사회구조적인 문제극복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연계하여 미래 경제가치 창출을 위한 발판을 체계적으로 준비해가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러한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대응에서 여전히 뒤늦은 감이 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과 관련한 주제에 대해서 는 2000년대에 들어 기대수명 상승과 함께 가임여성 1명이 일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지표로 나타낸 합계출산율이 급감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대두되고 다각적인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책은 생산, 소비, 투자, 수출, 수입 등 중장기적 구조적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려되지 않고 복지중심의 재정투입에 초점을 둔 낙관론에 기반한 경향이 있다.
즉, 재정을 많이 투입할 수록 정책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가 지배 적이어서, 장기적일 수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체계적인 정책추진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202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지만, 고령 사회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령화로 인한 경제적 부담 증가와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대응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다가올 초고령화 사회에는 단일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 는 정책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앞으로는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상품, 소프트웨어, 서비스 를 비롯하여 사회제도 설계까지 조합한 사업 생태계 방식의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잠재적인 수요 발굴과 복수 (複數) 경제주체의 요구를 중개하고 경제주체 간 및 산업 간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 경제에 대한 이해도 고취와 정부 부처 및 부서 간 협업과 산업업종 간 제휴를 통한 활성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마침 정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그린뉴딜을 추진하여 새로운 기술을 반영한 사회간접자 본(SOC)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사업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고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관된 보완투자정책들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마련될 필 요가 있다. 즉, 장기적인 불평등을 줄이면서 전체적인 번영을 도모할 수 있도록 소득에 관 계없이 모든 사람이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여러 세대에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고, 신산업이 더 욱 육성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긴밀히 고려해갈 필요가 있다.
MeCONOMY magazine June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