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키움’·‘토스’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허가 불허
- 기존 케이뱅크·카카오뱅크, 자본금 부족과 차별성 부재
- 홍콩, 4개월 사이 인터넷전문은행 8개 설립 ‘금융혁신 촉진’
- 일본 20년 전부터 인터넷전문은행 10개 설립해 영업
- 계열사 간 제휴 통해 영업 시너지 창출…금융·산업 융합 형태
- 성장성·수익성·생산성은 일본 국내은행보다 높아
의외의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허가 탈락
지난 5월26일 일요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키움뱅크’와 ‘토 스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예비 인가를 불허 결정을 발표했다. 그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은산분리 원칙 훼손’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밀어붙였기 때문에 제3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가 처음부터 ‘후보자 전원 탈락’이라는 1차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은행업 인가심사는 사업계획 타당성 등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분야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 위원회에서 진행되는데, 위원장을 포함해 금융·법률·소비자·핀테크·회계·IT보안·리스크관리 분야 전문가 7명으로 꾸려 진다. 키움증권이 대주주(34%)인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이외 하나 금융지주, SK텔레콤, 11번가 등 28개사가 참여했다. 외평위는 키움뱅크에 대해 “사업계획의 혁신성,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미흡했다”며 예비인가를 권고하지 않았다. 간편송금 앱 ‘토스’로 혁신의 아이콘 평가받고 있는 비바리퍼 블리카가 대주주(60.8%)인 토스뱅크 컨소시엄(주주사 8곳) 에 대해 외평위는 “지배주주 적합성(출자능력 등)과 자금조 달능력 측면에서 미흡했다”며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금융위는 올해 3분기에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다시 추진할 예정이어서 제3인터넷전문은행은 4분기에나 등장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망은 밝지 않다. 금융위는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토스뱅크 컨소시엄 등도 재도전의 기회 를 주기로 했지만 두 컨소시엄이 다시 진행될 예비인가 신청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당인 민주당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두 컨소시엄이 모두 탈락하자 나흘 뒤인 5월30일 부랴부랴 금융 당국과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적격성 요건 완화 등을 비공 개 협의로 진행했다. 이날 협의에서 주요 입법 과제로 인터넷 전문은행 대주주 적격성 요건 완화가 꼽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요건은 최근 5년간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안된다. 당정은 5년을 3년으로 줄이거나 공정 거래법 중 담합을 제외하는 등 기준을 완화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제3인터넷전문은행 위부 평가위원회 심사 방식을 바꾸는 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4개월 사이 인터넷전문은행 8개 설립 허가
우리나라가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허가에서부터 삐걱대는 사이 홍콩은 지난 3월 이후 8개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설립을 인가하는 등 본격적인 스마트 뱅킹 시대로의 이행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지난 3월 27일 홍콩에서 처음 으로 ‘Livi VB Ltd.’, ‘SC Digital Solutions Ltd.’, ‘ZhongAan Virtual Finance Ltd.’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인가했다. 홍콩은 금융기관 외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京 东(JingDong)’이 대주주인 핀테크 기업 ‘JD Digitals’와 통 신사(PCCW, HKT), 여행사(Ctrip), 유통·부동산개발회사 (Jardines, Sinolink Group) 등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고 있다.
홍콩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늦은 편이지만 4개월 사이 8개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인가하면서 홍콩이 핀테크 관련 서비스의 새로운 각축장 (battleground)으로 부상하고 있다. 홍콩금융관리국 노먼 챈 총재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스마트 뱅킹 시대로의 이행에 핵심적인 요소”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혁신을 촉진하고 금융포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홍콩은 4개 대형은행이 소매금융의 66%, 주택담보대출시장 의 77%를 점유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홍콩의 이런 적극적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으로 대출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홍콩의 인터넷전문은행은 혁신적이고 소비자 중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액 위주의 소매금융 및 중소기업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것으로 차 별화하고 있다.
우리의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편의성과 금리 및 수수료 이외 기존 시중은행과 차별점을 찾기 어려운 것과 비교된다. 또 케이뱅크는 출범 이후 고질적인 자본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대출 중단을 반복하고 있고,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의 주된 명분 중 하나인 서민에게 보탬이 되도록 한다는 것인데 카카오뱅크는 6등급 이하에 대한 자체적인 신용대출 상품이 없다.
홍콩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징은 중국의 IT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京东(JingDong)’이 대주주인 핀테크 기 업 ‘JD Digitals’도 홍콩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고 있다. 또 텐센트(Tencent), 알리바바(Alibaba), 샤오미(Xiaomi) 등 중국 본토 IT 관련 대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인가받아 홍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들 기업은 2014년부터 중국 본토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고 있는데, 홍콩에서 인가 취득으로 글로벌 시장으 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삼고 있다.
홍콩금융관리국 노먼 챈 총재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스마트 뱅킹 시대로의 이행에 핵심적인 요소”라며 “인터넷전문 은행이 금융혁신을 촉진시키고 금융포용을 확대할 것” 이라 고 밝히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강국 일본
홍콩이 최근 들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적극적이라면 일본은 2000년부터 2018년 로손은행까지 총 10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돼 영업을 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강국이 다. 일본 금융청은 2000년 관련 인가 및 감독지침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감독 법규상 기존의 국내은행(도시은행, 지방 은행,신탁은행 등)에 없는 업무를 하는 ‘새로운 형태의 은행’ 으로 분류했다. 또 인가를 받을 경우 비금융회사의 은행 지분 20% 이상 소유를 허용했다. 그러면서 ICT, 유통, 제조, 증권사, 카드사 등이 100% 출자하거나 신인도 제고, 노하우 획득 등을 위해 은행과의 공동 출자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했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은 우리의 카카오뱅크와 지난 5월 탈락 한 토스 뱅크처럼 IT 기반 ‘Challenger bank’ 즉, 혁신적인 핀 테크를 활용해 기존 은행이 제공하지 못한 송금 및 결제의 편의성, P2P 대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은행 형태보다는 대 주주 계열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영업 시너지를 창출하는 금융과 산업간 융합 형태가 대다수다. 예를 들어 라쿠텐은행은 그룹 내 온라인 쇼핑몰, 신용카드사, 증권사, 소니은행은 그룹 내 보험사, 증권사와 연계된 대출, 상품 교차판매, 지급 결제 서비스 제공을 주된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이는 상품이나 서비스 구입시 그룹 내 계열사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발행해 그룹 내부 경제가 활성화되 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세 븐은행과 이온은행은 각각 편의점(세븐일레븐) 및 쇼핑몰(이 온몰)에 비치된 ATM 대여를 통해 제휴 금융기관으로부터 이용 수수료를 벌어들이고 있다. 재팬네트은행 역시 온라인 쇼핑몰, 경매, 경마, 복권 등과 연계된 소액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처음부터 금융과 다양한 산업이 융합된 형태로 출발한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은 형태별로 은행마다 사업모델이 상이함에 따라 자산 성장이나 수익기반 측면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SBI주신네트은행, 이온은행 등 대출자산 비중이 높은 예대 기반 은행이 재팬네트은행, 세븐은행 등 결제 서비스(송금 결제, ATM 대여 등)에 특화된 은행보다 대체로 자산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거나, 이온은행은 세븐은행과 같은 유통업계 은행이라도 ATM 대여 업무 외 쇼핑몰 고객 등 을 대상으로 한 카드대출 등 예대 업무를 적극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라쿠텐은행은 자체 대출 외에 계열사인 신용카드사의 카드 채권 매입을 주된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괄목할 만한 수익성
지난해 영업을 시작한 로손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총자산은 2018년 3월 기준으로 21조엔이다. 직원 수는 5,392명이다. 이는 일본 국내은행의 각각 1.9%, 1.8%에 불과한 작은 규모다. 하지만 성장성과 수익성, 생산성 은 일본 국내은행보다 우수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6년 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의 총자산은 2.2배, 당기순이익은 2.3 배, 직원 수는 1.9배 증가했는데, 이는 일본 국내은행보다 더 큰 폭의 증가세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수익률(ROA)에서 도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인터넷전문은행이 국내은행을 지속해서 상회했다. 생산성의 경우도 직원 1인당 취급 자산 및 순이익이 일본 국내은행보다 높았다. 이는 일본 은행산업 이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에 따른 초저 금리 등으로 성장성 및 수익성에서 큰 애로를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괄목할만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본 정부는 현재의 인구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0년 경 일본 전체 행정구역 1,741개의 51.5%(896개)가 사라지고 영업기반 축소로 인해 2025년 이후 지방은행의 60% 이상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인 터넷전문은행의 경영실적이 국내은행 대비 좋은 실적을 내 는 것은 재무구조 차이와 제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복합적 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는 향후 고령화 사회가 더 가속화될 우리 사회와 경제 구조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의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성공 및 시행착오 사례 검토해야
지난 5월 한국은행 동경사무소가 내놓은 보고서 ‘일본 인터 넷전문은행의 경영현황 및 시사점’을 보면 일본 인터넷전문 은행의 성공 바탕에 대해 “적극적인 자본금 확충을 통해 사 업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대주주 계열사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고객 및 비이자 이익 수입 기반을 확보한데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보고서는 “반면 혁신적인 핀테크를 선도해 기존 은행의 경쟁 및 대안 세력으로 성장하기보다는 계열사와의 제휴를 통해 안정적인 시너지를 추구하는 틈새시장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며 “무점포 온라인 영업을 통해 비대면 거래를 활성화한 측면은 있지만, 소비자 편익을 향상시켰는지 에 대해서는 의구심도 제기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성공 및 시행착오 사례, 경제적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들 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금융산업 경쟁력 및 소비자 편익 향상 에 기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MeCONOMY magazine July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