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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


이미지를 바꿔라 …금융회사 브랜드 리뉴얼

- 글로벌 금융회사 ‘CI’ 등 브랜드 리뉴얼
- 디지털‧모바일 맞춰 변화 노력 담아
- 고객과의 관계 개선에도 기여
- 국내 금융사들도 장기적 관점 브랜드 리뉴얼 검토해야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최근 2~3년 사이 웰스파고(Wells Fargo)와 뱅크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브랜드적용을 위해 브랜드 리뉴얼을 추진하고 있다. 디자인 변경의 핵심 목적은 ‘모바일 최적화’다. 무심히 스쳐가기 쉬운 자사의 브랜드 디자인을 이전보다 선명한 컬러와 뚜렷한 타입으로 바꾸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브랜드 디자인 리뉴얼은 빠르게 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변하고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구성원들의 의식전환의 계기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국내 금융회사들도 디지털커뮤니케이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브랜드전략 방안의 개발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친근함은 유지하고 진부함은 극복해야


일반적으로 브랜드리뉴얼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CI’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CI는 ‘Corporate Identity’의 약자로 기업의 이미지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계획적으로 만들어내는 디자인 전략이다. 공통된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기업에 대해 일관된 이미지를 가능한한 호의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기업 조직 안에서 구성원 사이에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단순히 로고 이상의 전략이 포함돼 있다.  CI를 변경하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특별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의미다.

 

1950년대 IBM이 근대적인 CI개념을 도입, 회사 마크와 쇼룸의 인테리어, 편지지, 봉투에 이르기까지 모든 아이템을 통일적으로 디자인해 시선을 끌었는데, 이러한 시각 이미지의 통일을 위한 활동을 ‘비주얼 아이덴티티(Visual Identity)’라고 부르기도 한다. 브랜드 리뉴얼은 이런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변화를 통해 이미지를 재창조하는 작업이다.

 

브랜드를 구성하는 네임, 심볼, 로고 타입의 형태를 바꿔 상품 또는 서비스, 기업의 새로운 이미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한다. 특히, 어느 똑같은 브랜드가 오랜 시간 노출돼 있으면 친근함과 동시에 진부함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은 브랜드의 재활성화(Revitalize)를 통해 친근함을 유지하고 진부함을 극복하고자 한다.

 

대체로 기업 브랜드는 시대 변화에 따라 트렌드를 반영해 리뉴얼이 이뤄지는데 보통 경영혁신 및 기업 이미지쇄신 등의 목적으로 추진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서 보듯이 금융회사는 인수·합병 후 브랜드 통합 작업의 일환으로 리뉴얼을 진행 하기도 한다. 결국 브랜드 리뉴얼은 타사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브랜드의 본질적인 기능을 달성하기 위한 목 적으로 이뤄진다.


글로벌 금융회사 다수 브랜드 디자인 변경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최근 2~3년 사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기업 브랜드 리뉴얼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일반 소비재판매 기업과 비교해 브랜드 리뉴얼 주기가 길고 보수 적으로 접근하는 성향이 있다. 소비자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사업적특성 때문에 브랜드 리뉴얼에 신중한 편이다. 하지만 근래에 다수의 회사가 브랜드 디자인을 변경하고 있다.

 

미국의 다국적 금융기구 웰스파고(Wells Fargo)와 뱅크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영국계 금융기업인 HSBC, 스페인의 대표적 은행인 산탄데르(Santander) 및 BBVA 등의 글로 벌 은행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와 같은 지급결제 서비스회사가 유사한 시기에 브랜드를 교체했다. 교체 주기를 보면 HSBC는 154년, American Express는 43년, Bank of America는 20년 만에 브랜드를 다시 디자인했다. 브랜드 리뉴얼에 보수적인 금융회사들의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금융시장 환경이 디지털, 특히 모바일로 바뀐데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브랜드 구성 요소 변경한 것이다. 브랜드 리뉴얼을 추진한 대다수의 금융회사가 디지털역량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채널에 최적화된 브랜드를 적용하기 위해 리뉴얼을 추진했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편리한 UI를 강점으로 한 핀테크업체들과 플랫폼 경쟁을 하면서 디지털 채널에 적합한 브랜드 디자인을 선보였다.

 

산탄데르와 BBVA 등은 디지털 회사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목표로 비즈니스 전략과 브랜드전략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브랜드 리뉴얼을 했다. 특히 웰스파고와 뱅크오브 아메리카는 디지털영역의 높은 성과는 물론 소비자 신뢰회복 목적으로 브랜드 리뉴얼을 시행했다.

 

웰스파고는 지난 2016년 당시 CEO 존 스튬프(John Stumpf)가 수천 명의 직원이 고객계좌를 동의 없이 공개한 것이 폭로돼 사임하는 일이 있었다. 웰스파고는 미국 5대 은행 중 하나로 예금, 대출, 카드기준으로는 2번째로 큰 상업은행이다. 예금 대출 보험 등을 교차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은행이다. 이런 웰스파고는 56만5,000여개의 신용카드 계좌를 고객의 동의 없이 공개했고, 이 중에는 고객의 신용점수를 해치기도 하고 불필요한 수수료를 받기도 했다. 폭로 6개월 만에 웰스 파고 의 예금계좌는 전년 2월 대비 43% 감소했으며, 신용카드 신 청은 무려 55%가 줄어들기도 했다.

 

‘모바일 최적화’가 핵심


앞서 밝힌 것처럼 금융회사들의 브랜드 리뉴얼의 주된 목적은 ‘모바일 최적화’다. 휴대폰 스크린은 화면이 작기 때문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서비스에는 간결하고 선명한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변화의 공통점은 브랜드의 핵심 자산을 유지하면서 로고타입과 심볼 등을 직관적인 형태로 바꿨다는 것이 다.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브랜드의 핵심 구성요소를 유지해 정통성을 계승하고 인식의 연속성을 확보하면서 세련미를 제고하고자 했다. 대체로 기존 로고의 색은 유지하면서도 로고타입과 심볼의 변화를 통해 기존과는 다른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중점을 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자 끝부분에 돌출선이 없는 산세리 프체를 적용하거나, 두꺼운 로고 타입을 활용하거나 자간을 넓혀 디지털 이미지와 조화를 이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브랜드는 a, n, r, t, d와 같은 문자가 둥글게 처리해 시각적으로 한 번에 읽기 편한 방식으로 바꿨다. 아울러, 변경된 이미지들이 노리고자 한 것은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니라 재창조 의지 표명이기도 하다. 기업 브랜드 리뉴얼은 대외이미지 개선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적으로 변화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하는 목적도 달성하려고 한 것이다.

웰스파고는 새로운 브랜드의 홍보 활동을 “Established 1852. Re-established 2018.”의 캠페인과 함께 전개했고, BBVA는 12 만6,000명의 직원이 온라인 등으로 참여하는 ‘LIVE@BBVA’ 행사에서 리뉴얼 브랜드를 출시하며 팀워크와 책임감을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은행들은 브랜드 리뉴얼을 계기로 정체성 통일을 이뤄 글로벌 시너지를 추구하고 있다. BBVA는 브랜드 리뉴얼과 동시에 아르헨티나(Francés), 멕시코(Bancomer), 페루(Continental), 미국(Compass), 터키 (Garanti)의 인수 은행명 통합(BBVA) 선언했다. 특히 1,400 개의 상품을 65개까지 단순화한 뱅크 오브 아메리카 경우는 소비자 관점에서 브랜드 리뉴얼이 고객과의 관계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사례다.

 

국내 금융사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변화와 함께 국내 금융회사들도 디지털 전환과 동시에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영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 위원은 “디지털 매체에 적합한 브랜드 리뉴얼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브랜드는 시각을 통해 전달된다”라며 “디자인 변경 은 진화하는 기업 이미지를 전달하기에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오 연구위원은 “아직 국내 금융회사들은 글로벌 금융회사와 동일한 목적의 브랜드 리뉴얼에 적극인 편은 아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리뉴얼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디지털 환경에서 최적화된 브랜드의 형태에 대해 고민하고 커뮤니케이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브랜드 전략 방안의 개발과 실행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브랜드 리뉴얼 진행 시 채널별 적용안 및 비용 등 다양한 요인의 검토가 필수”라며 “국내 금융회사들도 디지털 채널 강화와 오픈 뱅킹 활성화로 향후 가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브랜드 리뉴얼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경쟁사와 제휴처의 서비스 채널에서도 자사 브랜드가 노출되는 일이 빈번해지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오 연구위원은 브랜드 리뉴얼에는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오 연구위원은 “리뉴얼 브랜드는 디지털 채널뿐만 아니라 간판 및 각종 서식에 동시에 적용돼 대형 프로젝트로 진행되므로 충분한 사전기획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금융그룹은 관계사가 한꺼번에 브랜드 리뉴얼을 시행해야 하며 막대한 간판 교체 비용이 발생하므로 브랜드 리뉴얼의 목적과 효과가 뚜렷할 때 시행 가능하다”라고 했다.

 

이어 “해외시장 확대를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은 글로벌 트렌드를 고려해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오 연구위원은 “리뉴얼 브랜드는 기업의 새로운 스토리가 수반되지 않으면 새로운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으므 로 스토리개발과 전달방식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라며 “궁극적으로 브랜드는 기업이 소비자와 정서적 교류를 하는 수단이므로 소비자들의 신뢰와 호감도를 향상시킬 수 있도 록 리뉴얼을 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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