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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현금 없는 사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 신용카드‧모바일 결제 늘어나면서 현금 사용 크게 줄어
- 스웨덴‧영국 등 ‘현금 없는 사회’ 선진국 ATM 감소 추세
- 국민 ‘현금접근성’ 약화 우려도 제기
-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벽지 지역 거주자 등 금융소외도
- 현금접근성은 어떻게든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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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회사원 최모씨(32)는 평소 현금을 자주 쓴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살 때나 가격이 비싼 물건을 구입할 때를 제외하고, 1~2만원의 소액은 신용카드보다 현금을 사용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자주가는 카페가 ‘현금 없는 매장’이라며 현금 사용을 거부해 불편한 경우가 많아졌다. 최씨는 “현금과 카드 중 무엇을 사용하느냐는 소비자의 선택인데, 이를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신용카드와 모바일결제 시장이 급속히 확장하면서 이른바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입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최씨와 같은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방법을 강제로 바꿔야 한다. 게다가 ‘현금없는 사회’ 속에서는 고령층과 장애인을 비롯한 금융 취약계층이 소외되는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한 스웨덴

 

전 세계에서 ‘현금없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한 나라는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다. 이들은 2000년대 이후 신용카드, 모바일 결제의 이용 활성화로 현금사용이 감소하면서 현금없는 사회로 빠르게 들어섰다. 보통 ‘현금없는 사회’는 ‘동전 및 지폐를 사용하지 않고 신용카드 등 비현금 지급수단 약 90% 수준으로 사용하는 사회’를 지칭한다.

 

스웨덴의 경우 소매업체를 중심으로 현금결제를 거부하는 사례마저 꾸준히 늘고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릭스뱅크)의 조사에 따르면 현금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비중이 2014년 27%에서 2018년 45%로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현금결제 거부 사례는 많지 않다. 거래 시 현금결제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앞선 최씨의 경우처럼 우리나라도 현금사용이 거부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간편한 결제방식은 분명 편리함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하지만 눈부신 기술 발전 속에서도 우리가 놓치는 부분이 있다. 현금사용이 줄면서 현금공급 창 구 줄어들고, 결국 국민의 현금접근성이 약화된다는 점이다.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등 3개국의 상업은행들은 현금사용 감소에 따른 현금취급비용 증가를 우려해 주요 현금공급 창 구인 지점 및 ATM 수를 축소함에 따라 국민들의 현금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

스웨덴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스웨덴 내 상업은행 지점 수는 1,176개로 2008년 1,777개보다 34%나 감소했다. ATM 기기도 마찬가지다. 2018년 스웨덴 내 ATM 기 기 숫자는 2014년에 비해 21.2%가 감소했고, 영국은 11.4%, 뉴질랜드는 7.3%가 사라졌다. 한국(2.1%)보다 감소속도가 빠르다.

 

국민 현금 접근성 약화, 취약계층 금융소외

 

이처럼 현금접근성이 약화되면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벽지지역 거주자 등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와 소비활동 제약 문제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 의 ‘최근 현금없는 사회 진전 국가들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금의존도가 높은 고령층과 장애인 등이 현금없는 사회 진전에 따라 현금결제가 어려워져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우려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라고 지적했다. 또 대규모 정전사태 시 대체 지급수단이 없고, 소수의 민간 지급결제업체에 의한 독·과점, 디플레이션 시기에 안전투자 수단상실, 상업은행의 마이너스 예금금리 부과에 대한 방어수단 제약 등도 현금 없는 사회의 폐해라는 지적도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실제 스웨덴 중앙은행 조사결과 고령층 및 벽지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현금사용 감소 현상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높게 형성됐다. 스웨덴 21개주 중 15개 주에서 기본결제 서비스에 대한 고령층의 만족도가 낮았으며, 현금사용 감소에 대한 부정적 입장도 벽지 지역 주민들(35%)이 전체 평균(27%)을 상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도 은행계좌가 없거나 디지털 결제수단 활용에 소외돼 현금이 사라질 경우 대응하기 곤란한 국민들의 수가 상당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영국 전체 성인의 2.4%인 130만명은 은 행계좌가 없으며, 8%인 430만명은 기본적인 디지털 지식조차 없어 최신 디지털 결제수단 이용도 어려운 상황이다.

 

공적 화폐유통시스템도 약화시켜

 

현금없는 사회의 그림자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금사용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화폐유통시스템 주요 참가 기관들이 화폐취급업무를 축소해 경제적거래 등에 현금사용을 보장 하는 공적 화폐유통시스템이 약화될 수 있다.

 

 

화폐유통시스템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데, 최근 현금사용 감소로 화 폐취급업무가 줄고 화폐인프라(금고, 자동정사기 등)에 대한 투자도 위축되면서 소매점에서 현금사용을 배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지난 2005년 화폐유통업무의 대부분을 민간업체(Bankomat)로 옮겼는데, 민간업체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화폐센터 개수를 지난해 13개에서 5개로 대폭 축소했다.

 

또 전국적으로 광대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우체국이 수익성 악화로 2007년부터 금융 업무를 중단하기에 이 르렀다. 영국도 현금없는 사회가 진전되면서 상업은행 지점 폐쇄, ATM 축소, 현금수송업체 수익악화 등으로 인한 화폐유통 시스템의 약화를 똑같이 겪고 있다. 영국은 연간 50억파운드 정도 드는 화폐유통시스템 운영비용 대부분을 상업은행, 소매점 등 민간업체들이 부담하고 있어 향후 화폐취급비용이 증가할 경우 민간의 화폐취급업무가 더욱 축소될 우려가 있다.

 

모든 국민의 화폐사용에 어떠한 불편 초래해선 안 돼

 

‘현금 없는 사회’의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자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등에선 현금의존도가 높은 고령층 등이 현금접근성 약화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응에 나서면서 현금없는 사회 이슈가 국가적 아젠다(agenda)로 떠올랐다. 3개국 중앙은행들은 국민의 ‘현금접근성유지’ 또는 ‘화폐유통시스템 관리’를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스웨덴중앙은행은 종전 현금 없는 사회로의 흐름을 수용하는 입장에서 현금 없는 사회로의 급속한 진전이 바람직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현금접근성은 보장돼야 한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도 현금없는 사회 진전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화폐유통시스템의 효율성제고”를 물가 안정이나 금융안정과 같은 중앙은행의 정책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스웨덴과 영국, 뉴질랜드의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우리사회도 이미 앞선 3개 국가의 전철을 밟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도 현금없는 사회로의 진행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금융소외 및 소비활동 제약, 공적 화폐유통시스템 약화 등의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미리 필요한 대응책마련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은은 ”‘모든 국민들의 화폐사용에 어떠한 불편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하에 현금 없는 사회관련 국내외 동향과 주요국의 대응조치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며 ”국민의 현금접근성 및 현금사용 선택권 유지를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라고 했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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