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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세계 선도기술, 정부조달 우선구매 제도 필요하다 - 양방향 전기집진기 개발기업, 리트코(주) 사례

 

[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리트코는 1995년에 설립하여 도로 및 터널 시스템을 제조 설치하는 기술 전문기업으로 기반을 닦아왔다. 국내 최초로 터널 환기 시스템과 도로 결빙 자동 방지 시스템을 도입해 국산화하며 안전 분야의 기술을 축적해왔다. 리트코는 터널 환기시스템의 기술에 자신감을 얻은 뒤 지하철 터널 환기 시스템에 적용해보고자 했다.

 

2009년 서울 지하철 역사의 먼지가 문제로 떠오름에 따라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신기술 공모를 실시했다. 리트코는 이 공모에 당첨돼 그해 미세먼지 제거용 전기집진기 2대를 7호선 건대역사 급기구에 시범 설치해 90% 이상 효율로 합격 판정을 받았다. 2010년에는 대구지하철 월배역사에 전기집진기를 설치했고, 2013년에 베이징 지하철에도 시범 설치했다.

 

그리고 드디어 2013년 5월 중소기업청의 구매 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 공모사업에 선정돼 대구교통공사와 공동으로 기존 단방향 전기집진기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양방향 전기집진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기존 단방향 전기집진기는 역사 내 환기실의 급기구와 배기구에 설치한 데 비해 양방향 전기집진기는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의 진원지인 지하철 본선 터널 내의 급기구와 배기구에 설치하여 초속 13m의 풍속에서 90% 이상의 집진 효율을 보여주는 것으로 테스트 결과 나타났다.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제거 기술 적용

 

리트코의 양방향 전기집진기는 2019년 5월 한국도시철도학회가 주관하는 도시철도 운영기관 기술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으로 선정됐고, 그해 9월 행정안전부 주관 대한민국 안전기술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올해 들어서는 6월에 대한민국환경대상 대기 부문 대상을 받았다.

 

리트코의 양방향 전기집진기는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다. 현재 발전소나 공장 보일러의 후단 덕트에 설치하여 고농도의 굵은 먼지를 제거하는 집진기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잡아내는 기술을 보유한 외국 기업 2곳이 있었으나 모두 도로 터널에만 적용했고, 그중 한 곳인 유럽 기업은 수요 부재로 지금은 사라졌다.

 

독창적인 신기술로 제품 개발에 성공


리트코는 도로 터널의 환기 기술을 바탕으로 2009년부터 지하철 터널 환경에 맞춘 기술을 끈질기게 실험하고 개선하는 지난한 개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터널’이란 현장이 없인 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흔쾌히 대구교통공사와 공동으로 개발에 나서 독창적인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지하철 레일 위로 전동차들이 빠른 속도로 쉴새 없이 오가는 지하철 터널은 자연 바람이 소통하는 지상 도로 터널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이다.

 


지하철 터널은 밀폐된 거나 다름없는 지하 공간 속에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이런 환경 조건 속에서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90% 이상 효율로 제거하는 기술은 결코 하루 개발될 수 없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리트코는 2009년부터 건국대 역사 단방향 전기집진기 설치를 계기로 오직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내겠다는 일념으로 하나하나 스펙을 쌓아왔다.

 

리트코가 보유한 신기술과 그것을 증명하는 특허 및 성능인증, 관련 기관들의 인정과 수상실적이면 지방계약법과 지자체 조례 등을 근거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선정 절차를 둘러싼 소송에 휘말렸다. 리트코는 1심과 2심에서 선정 절차에 하자가 없었다는 판결을 받아냈으나 그 여파로 공사를 현재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중소기업으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시련이 아닐 수 없다.

 

오랫동안 기술개발을 해왔고, 외부기관들의 무수한 인정을 받았고 여기에도 공공기관과 공동으로 개발해왔음에도 특별한 대우는 고사하고 오히려 왜 불이익을 받고 있는가에 대해 회사관계자들에게 솔직한 답변을 물어봤다.

 

  Interview  

 

정종경 대표 우리나라는 ‘처음’이라는 데 전반적으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새로운 개발된 기술과 제품에 대해 발주처는 적용을 안 하려는 경향이 심한 편입니다. 우리 회사가 대구 지하철에서 5년 이상을 검증했는데도 ‘위험부담’을 느낀다는 거죠. 그래서 다른 지하철에서도 새로 다시 대구지하철에서 했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죠.

 

이상용 기자 그런 식이라면 한국에선 신기술이 살아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정종경 대표 그래서 서울지하철에서 또다시 양방향 전기집진기를 설치해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리고 특정기술 선정 절차를 통해 선정됐습니다만,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경쟁자의 소송이 있었고 그 사이에 서울시의회에서 모 의원이 우리 회사에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소송은 1심, 2심 모두 기각 판결이 났습니다만, 서울시 감사 등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우리 회사는 신기술을 개발하고서 정당한 절차를 통해 선정되고 나서도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 과연 그만한 효과가 있나, 생산 능력이 있느냐 등등 온갖 말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부기관 발주처가 교통정리를 확실히 하면 될 텐데 소위 공정성이다 뭐다 시비에 오르내리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거죠. 지금 신기술과 신제품에 대한 제도는 널려 있습니다. 수의계약, 우선구매 등등, 그런데 정부 기관은 그 제도를 안 하려고 합니다. 해당 업체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등의 오해를 받기 싫고, 경쟁사 간 싸움에 휩쓸려 말썽나고 뒷말 무성한 것이 두려운 거죠. 특히 언론 보도에 아주 민감합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에도 소송을 당하고 서울시의회에서 문제 제기를 당하고 그것의 타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많은 언론사에 인용 보도됐습니다. 굉장히 문제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거지요. 소송을 이겼다고 해도 공사는 중단됐죠, 인건비, 자재비 등 회사는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R&D에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나 실제로 상용화까지 이른 연구개발 사업은 많지 않을 겁니다.

 

국내기술기업이 신기술을 애써서 개발하더라도 국내에서 사용해줘야지 해외로 진출하기 용이합니다. 독일의 경우 전 세계가 아직 환경산업에 대해 관심을 덜 두고 있을 때 정부가 환경기업들의 제품을 사용해줌으로써 지금은 세계의 환경산업을 리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특정 산업을 육성하려면 정부부터 우수한 기술과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들의 제품들을 채택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환경산업은 지속가능한 산업이기 때문에 국내 환경기업이 뭔가를 개발했다면 정부가 프로모션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발주기관에 기술적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다 있는데도 가만히 있는 것 같습니다. 기술직 공무원들이 소신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해외에선 엔지니어들이 구매 판단을 합니다. 우리는 법만 지키면 된다는 형식논리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법이란 최소한 기준인 것인데 그다음엔 전문직기술자를 포함해 공무원과 담당자, 책임자들의 판단이 개입 돼야 하는 것이죠. 우리 회사가 10년 이상 노력해 개발해 만든 제품을 채택됐는데 무슨 특혜 준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게 무슨 특혜입니다. 우리는 모든 리스크를 걸고 개발했고 그 신기술이 채택 안 되면 다 날리는 거잖습니까.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이 공정한 사회라는 생각입니다.

 

 

정종승 회장 우리 회사는 10여 년 전부터 도로 터널에서부터 미세먼지 제거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기술개발을 해왔습니다. 2009년 서울지하철 건대 역사에 처음 단방향 전기집진기를 설치했습니다. 그때 서울시가 전기집진기를 좀 사줄 줄 알았지만 시범 설치하고는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대구지하철에서 공동 연구하자는 제안을 받아 쭉 개발해왔고 관련 특허도 받고 각종 인정도 받았습니다. 작년에 미세먼지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자 우리 제품이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것입니다.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정부나 국회를 움직여서 예산이 짜진다고 생각하세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렇게 됩니까. 언젠가는 미세먼지가 큰 문제가 될 것이란 걸 알고 10여 년 전부터 연구개발해 온 것이지요. 현재로서는 지하철 터널에서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잡아내는 제품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양방향 전기집진기밖에 없습니다. 유일한 제품을 쓴다고 특혜를 준다고 하는 겁니다.

 

한국경제에서 ‘기술 국산화, 신기술 개발’은 사활의 문제


한국경제에서 ‘기술 국산화, 신기술 개발’은 사활의 문제 작년에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나서자 일대 소동이 벌어졌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에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우수한 기술과 신제품이 있는데도 대기업들이 사주지 않아 사장돼왔다는 해묵은 불만이 터져 나왔었다. 지금은 정부의 강력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드라이브 정책과 대기업의 인식 변화로 해피엔딩이 됐다.

 

우리 중소기업 제품으로는 안 될 것 같이 보였던 반도체 소재인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가 1년 만에 거뜬히 기술력을 증명해냈다. 그러나 리트코의 양방향 전기집진기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기술전문기업이 개발한 신기술과 신제품에 대한 진입이 발주 현장에선 여전히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정부의 한 편에서는 소재·부품·장비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데, 또 한 편에서는 ‘면피성’ 소극적 행정에 머물러 있어 손발이 맞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들의 말처럼 신기술 개발보다 훨씬 힘든 게 시장 수요에 상응한 기술의 상업화라고 했다. 이제 정부가 신기술의 R&D 지원에서 신기술의 적용과 신제품의 구매 조달 정책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엔 그저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미국이나 유럽, 러시아처럼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은 외국기술을 그대로 베낄 필요도 없이 신제품을 가져다가 써도 경제에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부존자원이 없고 오직 인력자원만 갖고 있는 한국과 같은 나라는 외국기술을 국산화하고 자체적으로 신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해서 써야 한다. 그래서 일자리도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남겨서 그것으로 경제 살림을 굴러가야 한다.

 

자원으로 보면 중국도 우리보다는 형편이 낫다. 중국은 희토류 자원도 많고 14억 인구가 바로 부존자원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에 있어서는 ‘기술 국산화, 신기술 개발’은 사활이 걸린 요건이다. 정부 기관과 국회, 공무원, 법원 등의 현실 인식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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