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A씨는 B렌터카에서 차량을 빌려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도중 같이 간 친구 C씨에게 운전을 허락했다. 그런데 C씨가 운전을 하던 중 사거리 교차로에서 전방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보험회사는 피해자에게 보상한 후 운전자 C씨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다. 보험사의 구상금 청구에 C씨는 피보험자인 A씨의 허락을 받고 운전을 했기 때문에 자신도 운전피보험자에 해당, 보험사의 구상 대상이 아님을 주장했고, 보험사는 기명피보험자인 B렌터카가 차량 임차인 A씨 이외의 제3자가 운전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에 C씨는 운전피보험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여행 혹은 휴가를 떠날 때 렌터카를 빌리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때 한 사람이 장시간 운전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동승한 사람들끼리 교대운전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일이 없어야하지만, 만약 자신의 명의로 빌린 렌터카를 다른 사람이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면 보험처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양측의 주장에 대해 법원(2012다116123, 2013년 9월26일)은 A씨가 B렌터카와 맺은 임차계약서에 ‘임차인 A씨 이외 제3자가 운전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승낙피보험자인 A씨가 친구 C씨에 게 운전을 허락했다고 해도 기명피보험자인 B렌터카의 의사에 반한 것이므로, C씨는 운전피보험자에 해당하지 않고 구상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렌터카를 빌릴 때 임차인 본인 외에 임대차계약서에 운전자로 등재되지 않은 제3자가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렌터카가 가입한 보험사는 지급한 보험금에 대해 운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보통 렌터카를 빌리기 위해 계약서를 작성할 때 운전자가 누구인지를 명시하는데, 이는 렌터카의 사용 및 관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히 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 혜택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지정하는 의미가 있다.
결국 렌터카 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승 낙피보험자가 된 A씨 외에는 차량의 사용 및 관리 책임자로 보지 않고, 보험혜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보험사 및 법원의 판단이다. 또한 사용 및 관리 책임자로 등재되지 않아 보험혜택의 대상이 아닌 사람이 사고를 내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손해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그 손해에 대한 구상권을 C씨에게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임차인 외 제3자가 렌터카를 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모두 운전자로 등재하는 것이 좋다.
딸과 사실혼 관계 사위, 운전자 특약 대상이 될까?
사례 #2) ‘가족운전자 한정운전 특약’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D씨 소유의 자동차를 딸 E씨와 사실혼 관계인 대만국적의 F씨가 운전하다가 앞서가던 차량에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D씨는 F씨가 E씨와 대만 혼인법에 따라 화교협회에 혼인신고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족운전자 한정운전 특약’상 D씨의 가족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험 사는 국내법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운전자 F씨는 차량 소유자 D씨의 법률상 사위가 아니며, 사실혼 관계에 기초한 사위는 ‘가족운전자 한정운전 특약’상 가족의 범위에 들지 않기 때문에 대인배상I 외에는 보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녀의 배우자를 ‘가족’으로 볼 수 있는 지가 쟁점인 사례다. ‘가족운전자 한정운전 특약’의 약관은 ▲부모, 양부모, 계부모 ▲배우자의 부모, 양부모, 계부모 ▲법률상 배우자 또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 ▲법률상 혼 인관계에서 출생한 자녀, 사실혼 관계에서 출생한 자녀, 양자녀, 계자녀 ▲며느리 또는 사위(계자녀의 배우자 포함) 등을 기명피보험자(D씨)의 가족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기명피보험자 자녀의 배우자가 법률상 혼인관계에 기초한 것인지 사실 혼관계에 기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시하고 있지 않다. 법원(2013다66966, 2014년 9월4일)은 “사위나 며느리는 사 실혼 관계에 기초한 경우가 포함되는지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사위나 며느리는 기명피보험자의 자녀와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며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보다 앞서 법원(2008다68944, 2009년 1월30일)은 ‘가족 운전자 한정운전 특약’에서 가족의 범위와 관련해 기명피보험자의 모(母)에 대해서 기명피보험자의 법률상 모(母)가 아닌 기명피보험자 부(父)의 사실혼 관계 배우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기명피보험자의 법률상 어머니는 가족으로 볼 수 있지만, 법률상 아버지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즉,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지 않는 배우자에 대해서는 가족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실혼 관계에 기초한 사위 또는 며느리는 가족운전 한정특약의 ‘가족’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차량을 운전할 경우까지 보험의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자동차보험 가입 시 ‘누구나 운전가능 조건’으로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리운전 기사가 차주 없이 운전하다 사고 났다면?
사례 #3) 차주 G씨는 대리운전회사에 대리운전을 의뢰하면서 서울시 ○○지역에서 △△시청 근처까지 차량을 탁송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리운전 기사H씨는 차주가 동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가드레일에 부딪히는 접촉사고 를 냈다. 대리운전기사는 대리운전자보험 약관에 차주가 차량에 동승할 것을 보험금 지급 요건으로 정하고 있지 않으며, 보험사가 주장하는 ‘탁송’은 여러 대의 차량을 운반전용 차량으로 옮기는 것을 의미, 이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을 지 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대리운전자보험 약관상 보상하는 ‘통상의 대리운전’에는 차량의 탁송 및 대 리주차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차주가 동승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면 대리운전 기사는 가입돼 있는 대리 운전자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사례 소개에서도 밝혔듯이 통상적인 대리운전의 범위에 자동차의 탁송 및 대리주차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분쟁조정위원회(제2012-15호, 2012년 3월27일)도 해당 사건에 대해 “대리운전자보험 약관은 통상의 대리운전 과정에 서 발생한 사고만을 보상한다고 정하고 있고, 통상의 대리운 전 범위에 탁송과 대리주차는 제외하고 있다. 이를테면 차량만을 목적지에 이동시키는 행위는 탁송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차주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에서도 통상 대리운전자는 피보험자에 해당되지 않아 보상이 불가(대인배상I만 보상)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추상(醜相, 추한 모습)’도 장해보험금 지급 사유
사례 #4) J씨는 교통사고로 인한 안구함몰로 장해진단을 받았다. 이에 J씨는 ‘추상장해 진단’을 받았으므로 보험사가 장해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약관에서 정한 장해평가방법에서는 추상장해가 포함돼 있기 않기 때문에 장해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다고 판단 했다.
교통사고로 인해 외모에 흉터나 피부 변색, 모발·조직(뼈, 피 부 등)의 결손이나 함몰 등 심각한 추상이 생겨 장해진단을 받았다면 장해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자동차보험은 ‘맥브라이드식 장해평가방법’에 따라 장해정도를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사고로 신체에 장해가 생겼을 때 상실되는 노동력을 백분율(%)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식물인간이라면 장해율 100%, 한쪽 팔이 절단됐다면 장해율 59%, 한쪽 눈을 잃었다면 장해율 24% 등의 방식이다. 장해의 부위, 종류, 정도, 연령 등을 고려해 노동능력상실률을 세분, 280여종의 직종별 계수를 만들어 수천가지 이상의 상실률 평가가 이뤄지도록 구성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동차보험에서는 보험금 산정시 ‘맥브라이드식 장해 평가’의 직업분류를 옥내·외 근로자 2종으로 축소해 사용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분쟁조정위원회는 약관에서 정한 장해평가방법 외에 다른 평가방법도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자동차상해 특별약관에서 정한 장해평가방법을 원칙으로 하되, 동 평가방법으로 평가할 수 없는 후유장애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방법도 인정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성형외과 전문의가 다른 평가방법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2의 신체장해등급표)으로 판정한 추상장해에 대해 장해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권고했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