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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 …사법입원제도 도입 검토해야

-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 범행 전 수차례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실패

- 현행 강제입원제도 한계…‘사법입원제도’ 도입 목소리

- 법원이 입원 여부 결정, 국가도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 책임져야

- 지역사회 주거서비스와 정신보건서비스 결합한 ‘커뮤니티케어’로 가야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지난 4월17일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 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아파트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문제는 안씨가 과거 5년간 68차례 조현병 진료를 받은 정신질환자였고, 이웃들에 위협적인 행동을 반복했지만, 정신병원 입원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 병원 입원 제도의 허점 때문이었다.

 

현행 강제입원 방법을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하나 는 ‘보호 입원’이다. 직계 가족이나 배우자, 생계를 같 이 하는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통해 병원에 강제입원시키는 형태다. 안씨는 배우자와 자식이 없어 사실상 입원이 어려웠다. 다른 하나는 자치단체장에 의한 ‘행정 입원’이다. 그러나 입원비용 등을 자치단체가 부담하기 때문에 예산 문제가 발생한다. 또 입원 이후 민형사상 소송의 우려도 있어 지자체로서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응급 입원’이다.

 

급박한 사정이 있을 경우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이뤄지며, 이송은 119구급대원이 해야 한다. 하지만 사흘 동안만 입원이 가능하다. 안씨의 가족들이 사건 발생 10여일 전에 안씨 를 강제입원을 시키고자 했지만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사건 이후 전문가들은 증상이 심해진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가족에게만 맡기지 말고, 국가가 일정 부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는 의료진과 환자가족 등으로 구성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맡고 있는 입원 여부를 법원에 맡기고, 계속 입원 심사 역시 법원 심사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정법원이 정신질환자 입원 여부 결정

 

지난 4월22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권준수 이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진주) 사건이 발생하기 수일 전에도 경찰에 신 고가 접수됐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현 체계는 경찰관이 단독으로 정신질환자의 진단과 보호를 신청하기 어렵다”며 “경찰이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행정 입원을 신청 하는 절차가 제대로 이행됐다면 이번 사고는 예방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 이사장은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담은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권 이사장은 “윤 의원이 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강제입원과 퇴원을 국가의 책임 아래 공공성을 높이며 위기상황에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사법입원제도가 갖는 의미는 그동안의 정신의학적 판단만으로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 결정 대신 사법기관이 환자의 상태 및 가족의 지지환경을 고려해 입원 적절성을 평가하자는 것이다. 현재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은 보호의무자와 의사가 책임을 지고 있는데, 이를 국가가 책임져 환자 인권을 보호하고 가족 부담을 덜어주며 의료인을 안전하게 보호하자는 것 이다.

 

윤 의원의 정신건강복지법의 핵심은 강제입원의 절차 과정에 있어 보호의무자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강제입원 절차에 통일된 심사절차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행 입원적합성심사위원 회의 설치 및 운영과 관련된 조항을 삭제하고, 입원적합성심사를 가정법원이 입원 심사를 하도록 했다. 입원의 지속 여부 역시 법원이 심사한다.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에 대한 법원의 사법심사절차 도입으로 강제입원 과정의 적법성을 충족시키고, 독립성을 보장해 정신질환자의 권익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윤 의원은 “개정안의 핵심은 환자의 인권과 치료받을 권리를 함께 향상시키는 실효성 있는 입원제도를 구현에 있다”며 “현행법은 적법절차를 온전히 갖추지 못한 치명적인 단점과 함께 법 집행의 동력을 보호자의 동의와 의료진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중한 책임부여로 제도의 실행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제입원 결정 주체·심사 시기 쟁점 가능성


이처럼 사법입원제도는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시 법원 또 는 준(準)사법기관에서 입원심사를 거쳐 입원 여부를 결정 한다. 이때 준사법기관은 주로 정신건강 전문가로 구성된 MHRT(Mental Health Review Tribunal)의미한다. 우리나라의 현행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 사법적 기능이 가미된 유형이다. 영국, 일본, 캐나다 등은 법원이 아닌 준사법기관 모델을 채택해 운영하고 있다.

 

사법입원제도는 미국 대부분의 주와 독일의 모든 란트(주· 州), 프랑스에서는 법원심사 형태로 실시되고 있는데, 법원 이든 준사법기관이든 사법입원제도의 핵심은 세계보건기구 (WHO)가 규정한 ‘정신장애인 보호와 정신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원칙’(Principles for the Persons with Mental Illness and Improvement of Mental Health Care· MI 원칙)에 따라 이뤄 지고 있다. 사법적 심사는 우선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며, 상급기관에 그 심사에 대한 불복이 가능하더라도 그 기관의 결정이 ‘최종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강제입원 과정에서 환자의 권리에 대한 고지, 입원 전 환자의 이의제기 보장, 절차 보조인과 같은 국가가 선임한 자의 환자 지원 등 환자의 절차적 권리 보장 규정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장은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두고 입원 심사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쟁점들을 지적했다. 먼저 입원 심사의 결정 주체다. 이 팀장은 “독립적인 사법적 심사기구가 반드시 법원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독립행정기관이어야 하는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실제 ‘MI 원칙’에서도 독립적인 심사기구만을 언급할 뿐 반드시 법원이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 팀장은 “미국과 독일의 경우 법원 심사 모델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헌법적 요구였다. 특히 독일의 경우 강제입원도 인신 구금에 해당하므로 법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우리의 법체계에서도 사법적 심사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제 101조 제1항에 따라 법원 심사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실질적 입원심사 가능하도록 심리방법 합리적 적립 필요

 

법원 심사 모델과 MHRT(준사법기관) 모델은 서로 다른 장 단점이 있다. 법원 심사 모델은 입원 여부 판단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제도적으로 확고해 적법절차 위반 논란이 적을 수 있다. 또 MHRT 심사가 하나의 행정처분으로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과 달리 법원 심사는 그 자체가 재판의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종국성이 확보된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절차가 형식적이어서 환자에게는 일종의 낙인 또는 외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판사가 정신건강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에는 전문가의 의견에 좌우될 가능성도 있다.

 

MHRT 모델은 정신건강 전문가가 입원 심사에 직접 관여 한다. 실질적 판단을 할 수 있고, 환자에게 낙인이 되지 않도록 좀 더 유연하게 설계·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가 직접 개입한다는 것은 이해관계에 빠져들기 쉬울 수 있으며, 유연한 절차는 경우에 따라 적법절차의 요건에 미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MHRT 심사 결과를 다시 법원이 심사해야한다 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므로 판단의 종국성도 확보되기 어렵다.

 

이 팀장은 “결국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은 일차적으로 강제입원의 심사결정에 어떤 기관이 적합한가를 판단해 선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앞의 두 모델 중 어느 것을 택하든 입원 심사 판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심사 절차의 형식, 즉 환자 본인, 절차 보조인 및 이해관계인의 절차상 권리를 보장하고, 불복 가능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고 주장했다.

 

이어 “실질적인 입원 심사가 가능하도록 심리 방법을 합리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영상통화 등 원격 심사의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정식 법정에서 마치 형사재판처럼 심사를 진행하는 대신 병원을 방문해 치료적 대화가 가능하도록 심사 공간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 쟁점은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심사의 시기와 방식이다. 어 느 시점에 입원 심사를 진행할 것인가의 문제가 초점이다. 심사 시기와 관해선 미국과 독일의 조기심사 방식과 미국 뉴욕주와 영국, 일본의 중기 심사 방식이 있다.

 

초기 집중치료 강화하는 제도 도입돼야
 

조기 심사는 가령 응급입원 후 72시간 내 길어야 1~2주 이내 에 입원 심사를 진행하는 방식이고, 중기 심사는 정신의료기 관의 장이 일단 입원 결정을 할 수 있게 하고, 약 28일 동안 강제입원을 인정하다가 그 이후 계속입원 결정 여부를 법원 또는 준사법기관에 맡기는 방식이다.

 

조기심사 방식은 적법절차 원칙에 충실한 반면, 거의 모든 강제입원이 최초 심사의 대상이 되므로 심리 건수가 많아져 인력과 비용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 방식은 강제입원을 주도하 는 측은 물론 환자 본인에게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강제입원율을 낮추고, 강제입원 요건이 충족될 경우 재원기간을 다소 길게 만들 수 있다. 반면, 중기심사 방식은 계속 입원 결정 전 퇴원 시키는 경우 별도의 심사가 필요 없어 강제입원율이 다소 높아질 수 있으나, 그 이후 심사 없이 퇴원시키기가 용이 하므로 재원 기간이 짧아질 수 있으며 절차 비용부담도 절감 될 소지가 있다.

 

다만 중기 심사 방식이 강제입원의 사후승인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심사절차를 거쳐야 계속 입원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강 제입원 절차가 부당한 인신구금의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필요 이상으로 재원기간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약물치료 등 급성기 치료가 완료되고 그것이 성공적이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기간, 대략 2~4주로 심사기간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사법입원제도가 여전히 인권 보장과 치료적 접근 성 제고라는 상호 배제적 프레임에서 작동할 수밖에 없는 것 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단순히 강제입원율 하락과 재원기간 단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계속 입원 및 ‘사회적 입 원’을 억제하고 필요한 입원을 허용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초기 집중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도입·실시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팀장은 “나아가 사법입원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절차 보조인 제도를 확고히 함으로써 환자 당사자와 가족이 계속 입원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한 투명성·공정성을 확보하고, 병원치료와 지역사회 연계서비스를 결합시켜 ‘탈원화’를 위한 지역사회 정신건강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전체적인 보건의료 예상 OECD 수준으로 올려야

 

특히 이 팀장은 정신질환이 급격이 악화되는 급성기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정신건강 복지예산의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여전하고 치 료가 지연돼 급성기 병상이 붕괴돼 있는 상황”이라며 “정신 질환의 초발 및 재발로 인한 급성기 위기에 대한 응급정신의료체계가 미흡해 조기개입체계 구축 등이 요구된다”고 했다.

 

또 “급성기 치료로부터 퇴원 후 지역사회 기반 회복 및 사회 복귀가 이뤄지지 못하는 치료·재활 및 회복지원 복지시스템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입원, 외래 및 지역사회 정신보건서 비스의 지속성 확보와 통합성 강화를 위해 환자와 그 가족 등의 회복지원 서비스프로그램에 참여를 끌어내야 할 것”이 라고 했다.

 

이 팀장은 “그뿐만 아니라 장기간의 저강도 입원이 지속되고, 비(非)치료적인 ‘사회적 입원’에 대한 대책이 부재하다”며 “지역사회 필요 서비스(집중 사례관리, 가족지원, 돌봄 서비 스를 포함한 주거서비스 등)를 정신보건서비스와 결합시켜 ‘커뮤니티케어’로 통합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고 했다. 이어 “물론 이에 상응해 정신보건예산을 OECD 평균 수준인 전체 보건의료 예산의 5% 정도로 증액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eCONOMY magazine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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