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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네트워크만 강하면 오래 못 가... 개방적 네트워크 중요

콤포지션 경제학(12) 네트워크 콤포지션

 

1970년대와 80년대 미국을 곧 추월할 것 같았던 일본과 독일이 결국 내려앉아 버리고 말았던 원인은 무엇일까. 일본과 독일은 여전히 기계를 도구로 사용하는 장인기술에 묶여 있었다. 그 결과 그들은 컴퓨터와 알고리즘을 쫓아가지 못했다. 경영학 도입도 늦어졌고 벤처 투자금융 비즈니스라는 개념도 뿌리내리지 못했다.

 

중세의 길드 장인이나 오늘날의 장인 기술자들도 자신이 닦아온 기술을 숨기는 법이다. 그것이 직업과 사업의 안정과 직결된다고 생각하는 걸 비난하기는 어렵다. 장인 문화 혹은 기술자의 직업적 성격은 엄격한 위계적 질서 속에서 급격한 혁신을 기피하는 경향이 노골적이다.

 

장인과 기술자들만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및 중간 노동자들도 변화의 바람에는 위기의식을 가진다. 대규모 단순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에서 잦은 파업이 벌어지는 것은 일자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들이 비교적 높은 임금임에도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고임금이고 정규직이기 때문에 변화에 더욱 두려움에 느끼는 심리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가진 게 별로 없으면 두려울 것도 없는데 많이 가지고 있으면 노심초사하지 않을까.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기술국산화하는 것은 좋지만 외부 네트워크에 폐쇄적인 속성을 띠어서는 안 된다. ‘애국주의’ 는 적당해야지 지나치면 ‘독’이 된다. 화웨이가 요즘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게 애국주의적 사시가 문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엄청난 덩치인데, 의식과 행동도 자국 지향의 애국주의가 물씬 풍겨서는 곤란하다. 벤처 투자자들이 없는 산업클러스터는 그냥 산업단지일 뿐이다.

 

지금 한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벤처기업과 대학과 벤처 금융들이 한데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밸리이다. 벤처 기업들이 없고 벤처금융이 없는 산단은 오늘날처럼 급변하 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는 오래 존속하기 힘들다. 일본과 독일, 한국의 산업클러스터들은 그 기술이 유용하는 한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고 시장 수요가 있는 조건 아래서는 존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장과 기술이 변하거나 외부 네트워크와의 연계성이 떨어지거나 기업 내부의 비용구조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면 클러스터는 무너진다. 대체로 산업 클러스터들은 동일계 대·중·소기업들이 모여 있어서 상위 사슬에 있는 대기업들이 흔들리면 전체 클러스터가 타격을 받게 된다. 한 마디로 이들 산업클러스터들은 자생력이 취약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처럼 벤처기업과 대학, 벤처 금융, 대기업 등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야 기술과 시장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해가면서 생존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과 시장 변화에 벤처기업과 대학연구소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 실패했을 경우 벤처금융이 재도전의 기회를 주고 성공할 경우 주식 상장으로 투자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생태계에서는 기업들끼리 M&A를 통해 다시 도전하 거나 변신할 수 있으며 대기업과 벤처기업들이 상생할 수 있다.

 

우리의 지방 클러스터들은 이르면 60~70년대, 나중 것이라도 1980~90년대 조성된 것들로 수명이 무척 오래된 것들이다. 산학 연계는 허울뿐이고 벤처금융도 없다. 기업 내부적으로 고비용 구조이고 인력 수급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과 시장변화, 외부 네트워크와의 연계성이 흔들리면서 지금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 신뢰 관계, 남에게 의존해선 안 돼

 

흔히 우리 중소기업들이 해외진출의 어려움으로 현지정보의 어려움을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런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코트라가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무역협회 등 유 관단체 산하 연구소에서 정보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정보 제공이 1차적 기초정보로서는 유용하나 기업이 거기에만 의존하고는 ‘정보 없다’고 하면 너무 안이하다. 이는 정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 정보’란 네트워크에 내재돼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연결 돼 있지 않으면 ‘핵심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그들의 생명줄과 같기 때문에 외부의 신참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줄리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공개된 정보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공개된 정보만 수집해서 시장에 진입하다가는 백전백패다. 네트워크에 연결 되려면 제휴, 합작하고 현지인을 채용한 현지 사무소와 같은 안테나를 설치하는 등의 활동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해당 기업들이 정보활동에 직접 나서야지 그걸 외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자세는 안 된다.

 

네트워크 내 콤포지션 구성과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

4차 기술혁명 시대 기술자 전문가 중심 조직으로 재편 중

 

대규모 시설을 갖춘 공장에서 단순노동자들이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설계한 공정대로 조립하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소위 스마트 생산체제가 대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중소규모의 공장과 제작소까지 파급되는 추세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즉 AI가 단순 및 중간 노동자들은 밀어내고 자신을 설계하고 수리해주는 과학자와 기술자, 전문가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지금은 서비스도 기술 서비스 시대다. 맥도날드, 버거킹을 매장만 보고 단순 서비스라고 보면 큰 오해다. 맛있는 맥을 전 세계에 표준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고도의 기술 서비스를 프로세스화 하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성공했다고 하는 푸드 프랜차이즈들은 부분적으로 기술 서비스하는 곳도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손동작에 의존하는 ‘가내 수공업’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 주방은 도구의 이점을 전혀 활용하지 않고 그저 손맛에 의존한다. 주방 요리의 기계화는 요원하다. ‘그런 걸 왜 하느냐?’하고 되묻는다. 아예 그런 걸 생각조차 않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는지 모른다.

 

우리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전통적 서비스산업에도 이제 4차 혁명의 스마트 기술의 접목을 시도해야 할 시점이다. 사람 손에만 의존해서는 글로벌 산업과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새로운 기술의 탄생 경로가 달라졌다

 

대학과 국책 연구소, 기업 연구소, 공장 생산현장, 유통경로, 소비 시장에서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가 발견된다. 새로운 지식(논문 등)과 아이디어를 유의미한 제품과 서비스, 콘텐츠로 생산하거나,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함에 있어서 오늘날에는 과학적 이론과 지식, 공학적 기술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것이 4차 기술혁명의 핵심 변인이다.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새로운 공정과 서비스 프로세스를 만들어내면 거기에 맞는 현장 기술자와 기능자가 만들어지는 형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기업만 있어서는 안 되고 가까운 지역에 대학과 국책 연구소, 투자금융기관 등이 있어서 통합적 클러스터가 존재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에서는 미국에서와 같은 혁신기술이 나오기 어렵다. 기존 시장을 뒤엎는 와해기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기술은 벤처중소기업에서 나온다.

 

한 국가가 선진국 경제 생태계로 발전하려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해 규모화와 고품질로 한동안 잘 나가다 정체를 겪을 때 또 다른 벤처중소기업이 나타나야 한다. 그 벤처중소기업은 혁신기술과 서비스로 무장해 침체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지혜로운 대기업은 혁신적인 벤처 중소기업을 매수한다. 혁신 중소기업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그랬듯이 스스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혁신중소기업이 잘 배출되지 않은 이유는 오래된 대기업들이 많은데다 엔젤 투자가들. 벤처캐피탈, 투자 금융기관 등이 전반적으로 발달하지 못해서다. 또 대학 연 구소들이 허술하고 재정적으로 취약하기 짝이 없다. 지금 전 세계가 AI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선진국의 AI기술은 대학연구소와 벤처중소기업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제야 대학에서 AI인재를 양성하는 학과를 만든다고 하니 얼마나 늦은 것인가. 이제 정부는 벤처중소기업을 한국경제의 미래를 선도할 주 인공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학도 교육복지 차원을 넘어 서 경제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한 축으로 인식 전 환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벤처중소기업, 대학, 국책연구기관, 투자금융계, 정부가 하나의 경제발전 네트워크로 연계돼 선순환 성장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 도입과 개발 위해선 조직의 콤포지션 능력 함양 필요

 

조직의 콤포지션 능력이란 조직원의 지식과 기술, 노하우를 잘 운용하는 동시에 제품 혹은 서비스 기획, 신기술의 도입과 학습, 기존 기술과 신기술의 융합, 창조, 실험, 검증, 생산 등 일련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역량을 말한다. 첨단기 술일수록 수많은 기술을 필요로 한다. 로켓, 항공기, 자동차 를 연상해보면 알 수 있다. 수천, 수만 가지 부품과 기술이 만 들어지고 응용되고 개선 및 개발돼야 한다. 이런 일련의 작업 들이 잘 통제되고 조정되는 가운데 수정이 필요할 때 유연하 게 바뀔 수 있어야 한다. 한 회사의 인원들로는 생산하기 어 렵기 때문에 국내외 협력사들에 주문을 주고 납품을 받아야 한다.

 

인원 구조조정 하지 말고 사내 교육으로 모멘텀 발견하라

 

현재 대학원에서 4차혁명 기술인력을 신규로 양성하고 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대로 추진하되 기존 인력에 대한 4차혁명 기술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4차 기술혁명은 기존 3 차 기술과 신기술과의 융합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기존 기술 및 기능 인력을 내보낼 필요가 없다. 대신 신기술을 배 울 필요가 있으므로 기존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사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기업은 사내에서 신기술을 가르칠 외부 전문강사도 없고 각종 교육 실험장비 등 제반 학습과 훈련비용에 큰 부담을 가질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이런 신기술 교육 비용을 지원을 한다. 4차 기술혁명으로 회사에서 나온 실직자 대책 지원예산보다는 사내 교육 지원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실직한 사람들이 받는 고통과 사회적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 중년층 실직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기술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취약기업에서 중년 직원들을 내보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재 실직자와 청년들에게 무료교육을 제공하는 폴리텍을 확대해 사내 교육의 일부분을 맡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독일 완성차들이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와 수소차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최근 독일 자동차전문지의 평가가 있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들이 즐비한 독일 자동차산업이 혁 신을 안 할리가 없다. 그러나 전기차와 수소차와 같은 새로운 기술도입은 확고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들의 내부저항 때문에 지체되기 쉽다.  내연기관 기술자들이 자신의 위치에 위협을 줄 신기술과 신기술자 들에게 순순히 양보 안 하리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도전자 입장인 까닭에 신기술에 열려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톱3’ 자율주행 소프트 웨어(SW)업체인 아일랜드의 앱티브와 손잡고 내년에 미국 에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2022년까지 4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내놓는다는 목표다. 현대차가 외국 기업과 함께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미래차 투자에 나선 것은 창사 52년 만 에 처음이라고 한다. 앱티브는 구글의 웨이모, GM의 크루즈 등과 함께 세계적 수준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업체로 꼽힌다.

 

한국경제와 기업들은 도전자 정신을 갖고 혁신에서 한발 나아가 지금과 같은 4차 기술혁명 시대에는 혁명적 신기술 도입을 마다해서는 안 된다. 스위스, 이스라엘, 핀란드, 싱가포 르 등 강소국의 경제 전략의 요체가 도전 정신과 혁명적 경제 정신이다. 한국과 같은 중간급 이하 나라와 국민들은 기존의 기술과 사고에 안주하면 강대국의 기득권 경제력의 위세에 눌려 그냥 뒤처지게 된다.

 

기업은 최저임금인상과 정규직 확대정책을 계기로 인재경영에 나서야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정규직 확대정책은 기업에 당장은 어렵지만, 그동안 싼 임금과 긴 노동시간에 의존해오던 타성을 탈피하고 인력운영을 혁명적으로 바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국기업들은 지금까지 하드웨어 투자는 과감히 하면서도 소프트파워 육성에는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사람 투자에는 그렇게 인색할 수 없었던 것이 한국 경영자들의 고질적인 습성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런 하드 웨어 중심적 사고를 깨버리자. ‘종업원 증가 = 임금 비용 증가’라는 등식에서 탈피해 종업원 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책 배치, 전근대적 사고에 젖은 상급자들에 대한 지속적 의식 전환 연수 실시, 수직적 계층을 축소하고 팀장과 매니저가 팀의 일 조정자이며 컨설턴트를 하는 분산형 일 중심 조직, 집중근무제, 유연한 재택 및 원격 근무의 도입, 상시 사내외 교육 연수 체제 구축 등을 실시한다.

 

SK가 정규채용을 인원을 대폭 줄이고 상시 고용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진작 그랬어야 했다. 한국조직은 가뜩이나 입사 동기별 모임을 만들기로 유명한데, 같은 날 입사한 동기들끼리 유대를 강화하는 관행은 조직에나 자신에게나 이로운 점보다는 해로운 게 더 많다. 이들 동기 모임이 나중에 외부 경 력자와 전문가들에게 대한 배척과 합리적인 인사정책에 대한 반발, 근거 없는 소문 유포 등 진원지 기능을 하게 된다.

 

정규직 체제일수록 외부경력자와 전문가들을 영입해 그들이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규직 체제의 치명적 약점은 ‘안주’해 자기 능력 계발에 소홀히 하기 쉽고, 안정적이다 보니 불평불만을 만들어내어 분란을 일으키고 승진을 위한 사내 정치가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다.

 

한국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신분 차별적 의식문화 때문이라고 기자는 판단한다. 조선시대의 가장 나쁜 폐해인 양반과 상민, 서얼, 천민의 차별, 사농공상의 차별 의식이 여전히 우리의 정신적 유습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고 그런 전통적 의식 찌꺼기가 있다면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무시하고, 동일한 성격의 일을 하는데도 봉급과 수당에서 차별화 두는 것은 일체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조직이란 외부환경과 내부의 필요성에 따라 유연하게 직원들을 이동시키고 신규 및 경력 채용을 적절히 활용하고, 계약이 끝나면 정리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고 혁신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정규직만으로 구성된 체제’는 조직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답은 나와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전혀 구별하지 않고 전출입을 자유 롭게 하며 조직이 필요하면 정년 나이 제한 없이 일할 수 있게 하는 체제가 가장 바람직하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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