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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추가 문건 분석--“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

사법농단 문건 196개 추가 공개…‘상고법원’ 위한 전투전략서
국민 ‘이기적인 존재’ · 반대 국회의원 ‘고립화 전략’
상고법원 반대 변협회장 사찰 정황도 나와
잇단 영장 기각 등 자정 능력 결여…특별재판부 설치해야

 

누가복음 11장 52절. “너희 율법 교사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Woe unto you, lawyers), 너희는 지식의 열쇠를 치워버렸고 자기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들어가려는 사람마저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지난 7월31일 대법원 사법행정권 특별조사단이 ‘양승태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 의혹 관련 문건 196개를 추가로 공개하자 법률가들을 향한 성경 속 ‘저주’는 현실이 됐다. 정확한 그 대상은 ‘양승태 대법원 법원행정처 법관들’이다. 이들은 ‘상고법원 설립’을 정점으로 삼고 치밀한 전략을 세웠다. 문건들은 일종의 ‘전투전략서’였다. 국민, 국회의원, 변호사, 언론 등을 대상으로 한 전 방위 공작 계획을 담았고, ‘우군 확보’, ‘공격’, ‘타깃(target)’, ‘고립’, ‘타격’ 등의 단어가 곳곳에 박혀있었다. 국민들을 위해 써야 할 법률 지식을 상고법원으로 들어가는 문의 열쇠로 쓰려고 했다. ‘사법농단’으로 남은 건 거래 대상이 된 재판 당사자들의 절망과 추락한 사법부의 신뢰였다. ※해당 기사는 M이코노미 매거진 9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양승태 대법원에게 국민은 ‘이기적인 존재’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양승태 대법원이 국민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들은 상고법원 추진 논리가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는 것은 국민들이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4년 8월31일 작성한 ‘8.29.(금) 법무비서관실과의 회의 관련’이라는 제목의 문건(155번,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붙인 번호)은 “상고법원 추진 논리가 국민들(BH) 마음에 와 닿지 않음”을 문제점으로 지적한 뒤 “언론 등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상고법원 관련 일
관된 논리는 대법원 사건 수 많음, 대법관이 힘듦, 상고법원 만들어야 함인데, 이는 이성적인 법조인들에게나 통할 수 있는 논리일 뿐임”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어 “일반 국민들은 대법관이 높은 보수와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는 만큼, 그 정도 업무는 과한 것이 아니며, 특히,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들임”이라고 썼다.


양승태 대법원은 ‘이기적인 국민들’을 대상으로 상고법원 설립을 위한 새로운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155번 문건의 ‘[대국민] 일반 국민들 눈높이에서 전략개발’ 부분을 보면 “이기적인 국민들 입장에서 상고법원이 생겼을 경우,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 접근(ex. 구체적 처리시간 단축, 대법관과 비슷한 경륜의 법관으로부터의 재판, 보다 자세한 판결문등)“이라고 적혀 있다.


10개월 뒤인 2015년 6월1일 만들어진 102번 ‘상고법원 관련신문·방송 홍보전략’ 문건은 이런 논리를 구체화했다. 102번 문건은 주요 언론에서 상고법원에 우호적인 기사와 사설을 다수 게재한 상황에서 파급력이 큰 신문과 방송의 구체적인 홍보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전문지식이 결여돼 복잡한 논리보다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이해를 선호’하고 ‘심정적 준거 집단의 동향과 여론조사 결과 등에 쉽게 영향을 받는 존재’라고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102번 문건은 감정적인 국민 ‘맞춤 전략’으로 정서에 호소하는 사례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사고의 피해자인 어린아이가 대형병원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항소심 승소판결까지 받았으나, 병원 측의 상고로 소송비용만 늘어나고 치료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 → 상고법원 도입으로 상고심 신속처리’를 예로 들었다. 상고법원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 인식을 형성하고 국민 친화적 제도라는 이미지를 창출하면 입법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치밀한 국회 법사위 공략 계획 수립…로비대상으로 여겨


상고법원은 국회 입법 사안이다. 공개된 문건들을 보면 2015년 3월부터 양승태 대법원은 국회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2015년 3월15일 작성된 문건 ‘상고법원 입법추진 환경 및 대응전략’(149번)을 보면 그해 2월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상고법원 설립안을 처음으로 심사한다. 양승태 대법원은 이를 두고 “법률안 반대 세력과의 진검 승부 돌입”이라 칭하고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입법 완료해야 하는 상황 → 모든 역량의 결집 절실”이라고 못 박는다. 여기서 말한 ‘역량’은 주로 재판거래 의혹과 로비의 형태로 드러났다.


이틀 뒤인 3월17일 작성된 ‘상고법원안 법사위 통과 전략 검토’(117번) 문건에선 여야 법사위 위원들을 ‘찬성·유보·반대’로 구분한 뒤 유보 의견을 보인 일부 위원들에 대한 ‘공략 포인트’를 지정한다. 포항이 지역구인 당시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선 ‘대구지법 청사의 노후화’를 언급한 이 의원의 발언을 소개한 뒤 “포항 법원 내지 지역의 발전을 위한 아이템 적극적 발굴 및 제시”라고 제안했다. 야당이었던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대한 공략 포인트는 ‘평소 친분관계를 이용’이었다. 문건은 이 의원의 지역구(전북 익산갑) 박경철 익산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두고 “고법에서는 위 사건을 신속 처리하기보다는 당분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어 보임”이라고 적었다. 법원행정처가 국회 법사위원과 관련 있는 재판을 상고법원을 위한 거래 카드로 쥐고 있으라고 한 것이다.


2015년 3월24일 생산한 ‘법사위원 대응전략’(123번) 문건은 더욱 정교하게 법사위원들의 찬반 의견을 구분하고 세세한 로드맵을 세운다. 의원들과의 접촉 방향, 접촉 시 유의사항까지 적시하며 반대하는 의원들을 최대한 찬성이나 유보로 설득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문건은 법사위원들을 반대 5명, 반대 6명, 찬성 5명으로 분류한 뒤 각각 ‘입장·중요성, 특징, 대응전략, 접촉루트, 지역구 현안, 대화소재’ 등을 맞춤별로 분석했다.

 

당시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경남 진주시을) 현안으로는 ‘전주지원 이전’,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지역구(대전 유성구)는 ‘특허 관할 집중 법안 통과’를 언급했다. 특허법원은 이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에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전국 고등법원에서 관할하던 특허침해소송의 항소심을 특허법원으로 전속시키고자 노력하는 중이었다. 

 

특히 2015년 5월6일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對국회 전략’(98번) 문건에는 눈에 띄는 재판거래 의혹이 나온다. 당시 법사위 야당 간사였던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상고법원에 반대하고 있었다. 이에 양승태 대법원은 설득 거점 의원으로 전해철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이름을 소환한다. 문건은 전병헌 의원에 대해 “최근 개인 민원으로 법원에 먼저 연락 → 민원이 해결될 경우, 이를 매개로 접촉·설득 추진”이라고 적었다. 해당 민원이 무엇이었
는지는 문건에 나오지 않았다. 다만 최근 문건 공개로 당시 뇌물 수수혐의로 법정구속 된 전병헌 의원의 수석보좌관이 재판 중 보석으로 풀려난 것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반대 국회의원은 “철저히 무시·고립시켜라”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반대 세력’과의 진검 승부에 돌입했지만, 애초 목표로 한 2015년 6월 임시국회 상고법원안 통과는 난망했다. 이때부터 문건에선 조급함이 묻어난다.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對국회 전략’(98번) 문건은 당시를 “사법부 최대 현안인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비상한 각오와 엄중한 대처가 요구되는 상황”으로 판단했다. 만일 입법에 실패하면 “대외적으로 사법부 위상이 추락하고, 대내적으로 대법원장님의 리더십 상실이라는 최악의 위기 상황 초래”라고 적시했
다. 위기감은 반대 법사위원을 향한 날카로운 표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98번 문건은 당시 서기호 정의당 의원에 대해 “주관적 감정의 발로로 극도의 반대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음”으로 썼다. 서 전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2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른바 ‘가카 빅엿’ 글을 올렸다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2015년 6월21일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추진환경 및 국회 통과 전략’(135번) 문건은 더욱 노골적이다. 서 의원에 대해 “계속 근거 빈약한 논리로 반대할 경우, 철저한 무시 및 고립화 전략을 추진”이라고 했다. 또 “법원에 대한 개인적 악감정으로 점철되어, 상고법원에 대한 반대 입장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음”, “민감한 법률안 지속적으로 발의하여, 법원과의 대립각을 첨예화시키고 있음”이라며 서 의원에 대한 반감을 지속적으로 표출했다.


양승태 대법원은 상고법원을 반대하는 국회의원의 법사위 간사 자질도 걸고 넘어졌다. 2015년 6월30일 작성한 ‘거부권 행사 정국의 입법 환경 전망 및 대응 방안 검토’(157번) 문건에는 당시 법사위 여당 간사이자 1소위원장이었던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설득 전략과 함께 ‘이한성 의원 자질론 제기되는 사례’를 거론했다. 자세한 내용은 법원행정처가 ‘명예훼손’을 우려해 생략했다. 다만 “여당 의원을 대표하는 간사이자 1소위원장에게 요구되는 추진력과 책임감, 주도적 심사권한 행사 필요성 자극”이라는 문구로 미뤄볼 때 이 전 의원의 개인 성정을 언급했을 가능이 높다.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對국회 전략’(98번)에서도 이 전 의원에 대해 “주장·소신이 강하지 않고 인간성이 좋아 정에 약하다는 평 ← 인적 네트워크 활용한 정서적 접근”을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개인 정보 포함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제20대 국회의원 분석’(171번) 문건에도 국회의원들에 대한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인다. 4·13 총선 이후인 2016년 6월27일 작성된 171번 문건은 정당별 국회의원의 가까운 법조인, 주요 이력, 평판, 사법부에 대한 인식
등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과 관련된 부분만 요청해 받은 내용을 보면 변호사 출신인 박 의원의 이력과 법조계 지인들을 ‘가까운 선배’, ‘가까운 후배’, ‘절친’, ‘친구’ 등으로 일목요연하게 분류했다. 또 사법연수원 지도교수와 동기 판사 등의 인맥도 함께 적었다. 상고법원에 대한 박 의원의 평소 발언들도 정리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압박…변협회장 뒷조사 정황까지


“유치하고 졸렬함.”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치졸(稚拙)의 정의를 이같이 내리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은 상고법원 숙원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치졸함’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 대상은 대한변호사협회였다. 이 같은 내용은 2014년 9월1일 작성 문건 ‘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83번), 2015년 4월17일 작성한 ‘대한변협에 대한 대응 방안검토’(95번), 2015년 8월13일 작성한 ‘대한변협회장 관련대응 방안’(108번) 등 3개의 문건에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83번 문건은 양승태 대법원의 변협에 대한 배신감으로 시작한다. 문건은 변협 압박을 검토하는 이유로 “그동안 대법원이 변협과의 신뢰·협력 관계 복원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변협이 변호사대회에서 대법관 증원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해 대법원을 사전협의를 무시했다”며 “대법원도 이제 화해 시도 노력을 잠정 중단하고 변협을 압박 제재할 다양한 방안 검토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구체적 대안으로 들어가면 ▲변호사 평가제 도입 추진 의사 피력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도입 반대 ▲대한변협신문광고 게재 중단 ▲대한변협 법률구조재단 공탁지원금(5억원) 규모 축소 ▲법조 인접 직역 소송대리권 부여에 대한 논의 제기 ▲형사사건 국선전담변호인 비율 대폭 증대 추진 피력 ▲각종 토론회・간담회 참석 요청 거절 ▲변협 주관 각종 위원회 참여 철회 ▲변협 주관 각종 변호사연수 법관 출강 지원 중단 등을 제안했다.

 

양승태 대법원은 이런 압박 카드를 통해 대법원의 상고법원안 추진을 계속 반대하면 변협이 추진하는 사업도 마찬가지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길 기대했다.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이렇게 변협 압박 방안들을 열거하면서도 ‘부정적 요소’로 사법부 품위 손상은 계속 염려했다는 점이다. 95번 문건에선 양승태 대법원의 조금 더 치졸한 방안들이 나타난다. 변협의 가장 큰 행사인 변호사대회에 양승태 대법원장이 불참해 ‘강력한 타격’을 가하거나 법원 내 변호사 대기실 폐쇄, 변호사 부적절 변론 사례집 발간, 변론 순서 당사자 대비 우선권 배제, 기일 지정 시 대리인 일정 배려 배제 등을 내놨다. 특히 법원 전산정보관리국의 변호사 수임내역 통계를 더욱 정교하게 한 뒤 수임 내역을 국세청에 통보하는 방안까지 등장했다.


양승태 대법원의 치졸함은 하창우 변협회장을 향했을 때 극에 달한다.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변협회장을 지낸 하 전 회장은 취임사에서부터 상고법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하 전 회장은 취임사에서 “현재 대법원이 구상하고 있는 상고법원은 헌법에 근거가 없는 위헌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며 “상고법원을 설치하려는 것은 대법관 수를 제한해 그 기득권을 지키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문건들은 이런 하 전 회장 개인을 깎아 내리는 전략을 폈다.

 

95번 문건을 보면 “대한변협 회장 개인을 대한변협 구성원과 지방변회로부터 고립시켜야 함”이라며 “대한변협 회장은 법률가로서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돌출행동 중”이라며 하 전 회장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95번 문건은 또 “위법행위, 포퓰리즘, 정계 진출 야망, 사리사욕 추구(서울변회 회장 지위이용 사건 과다 수임, 변호사 사무실 건물 소유자, 서울변회 재정 파탄), 언론 “꿈 많은 돈키호테 → 사리사욕 추구 이중적 이미지 부각 필요” 등을 제안했다. 심지어 법원 통계시스템을 이용해 하 전 회장의 부적절한 수임 사례와 부실 변론 사례 등을 파악해 압박하도록 했다. 사실상 뒷조사, 사찰 계획이다.


108번 문건에선 하 전 회장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진다. 문건은 하 전 회장의 당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대한 비판 발언을 ‘왜곡’이라며 차성한 전 대법관의 변호사개업신고서 반려 등과 같은 ‘기행’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하 회장의 ‘기행’이 변협 추천 인사가 대법관 후보에서 탈락한 데 대한 ‘몽니’로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 전 회장의 언행들 역시 상고법원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문건은 “변협회장이 옹립하려 하였던 대법관 후보가 정파적 편협성이 우려된 후보였음을 지적하여 우군을 확보할 필요가 있음”, “무엇보다 변협회장의 이번 행태는 공익을 위한 순수한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 역할이 아니라 (결과적으로라도) 특정 정파에 유불리가 있을 수 있는, 정치적 목적 있는 행위였음을 부각하여야 함”, “‘대한변협’이라는 단체에 대한 비판보다 직능단체 ‘대표’, ‘하창우(공개 문건에는 이름 비공개 처리) 개인’의 포퓰리즘·무한이기주의적행태에 대한 비판이 필요”라고 강조했다.


결국 권력에 대한 욕망…다시 나오는 이름 ‘우병우’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양승태 대법원은 대법관 1명이 1년에 맡아야 하는 사건이 3,000건에 이른다며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국민을 위한 제도를 추진하며 정작 국민을 이기적인 존재로 폄하하고, 국회의원과 변호사를 사찰하는 등의 무리수를 둔 것을 보면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기 힘든 주장이다. 또 변협이 대법관 증원 주장을 하자 배신감을 토로한 것으로 비춰볼 때 국민만이 그 이유는 아닌것으로 보인다. 결국 권력을 향한 이해관계가 그 기저에 깔려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지난 19대 국회에 발의된 상고법원안을 보면 상고법원에는 판사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부(部)를 두고, 임명은 대법관회의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별도의 전문재판부도 설치하기 때문에 고위 법관들이 늘어난다. 또 상고법원 설치로 주요 판결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전담하게 되면서 주심인 대법원장의 입김은 더욱 세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인사권까지 쥐고 있는 대법원장의 권한 강화로 귀결되는 셈이다. 합리적 의심은 또 있다. 상고법원을 자신들의 입신양명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 일부 법관들의 이해관계다.

 

 

지난 8월13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농단 실태 톺아보기’ 긴급토론회에서 박판규 변호사는 “상고법원만 보면 이 사건의 한 면만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박 변호사는 세 명의 법률가들을 호명한다. 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그리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박 변호사는 “상고법원 이슈는 박병대대법관이 2014년 2월에 법원행정처장으로 취임하고 그 재임 기간 2년 동안 일어났던 일”이라며 “그 사이에 임종헌 차장이 실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바로 우병우 수석”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임종헌 차장은 (특별조사단 조사)에서 우병우 수석이 자신의 카운터파트너로 법원행정처장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과 통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사건은 우병우 수석과 박병대 전 처장이 계속 전화로 주고받으면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박병대 전 처장은 차기 대법원장 1순위였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이 차기 대법원장을 선택하게 되면 우병우 수석이 박 전 처장이 대법원장이 되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했을 거라는 추측이 여기서 가능하다. 박 변호사는 “임종헌 전 차장도 당연히 대법관에 뜻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차기 대법원장과 대법관되고자 하는 두 사람이 상고법원을 추진하고 싶어 하는 대법원장의 임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부 자정 능력 없어
…‘특별재판부’가 유일한 해결책


검찰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결국 스스로 바뀌어야 할 곳은 대법원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6월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발표한 지 2시간 만에 대법관들은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 재판의 독립에 관해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는 데 견해가 일치했다”며 사실상 검찰 수사를 반대했다. 그에 앞서 6월5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회의는 재판 독립을 침해한다며 검찰 수사 의뢰를 반대했다. 6월4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회의는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수사 촉구’ 여부를 논의하지도 못했다.


이에 대해 박판규 변호사는 “대법관들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들은 향후 10~15년 동안 법원의 모든 고위직에 있을 분들”이라며 “대법원장 한 분이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해서 앞으로 십 몇 년 동안 대법원이 다르게 갈 거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의 사법농단수사에서 핵심 인물들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가 계속되면서 특별재판부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박 변호사는 “결국 이 사건은 법원의 상당부분 수뇌부들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어렵다”며 “특별재판부를 만들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국회에서 특별재판부와 특별영장전담법관을 만드는 방식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4일 토론회에서 “사법부는 지금 검찰에서 청구한 관련 영장을 줄줄이 기각하면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스스로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 유일한 반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법부의 철저한 수사 협조,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 국회 입법을 통한 특별재판부 설치 및 재판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8월1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 역시 법원의 잇단 영장 기각에 “사법부가 스스로 자정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국민재판부 구성 등 국민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지난 8월14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서울중앙지법에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을 심리할 특별재판부와 별도의 영장전담법관을 두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제1조에서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함은 물론 재판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형사절차의 특례 및 그밖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이라고 그 목적을 분명히 했다.


미국 법학자 프레드 로델은 <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라는 책 첫 문장에서 이렇게 썼다. “부족 시대에는 주술사가 있었다. 중세에는 성직자가 있었다. 오늘날에는 법률가가 있다. 어느 시대에나 기술적 수법에 뻔뻔하고 그럴듯한 말 장난을 첨가해, 인간 사회의 우두머리로 군림하던 영특한 무리들이 있었다.” 양승태 대법원장 법원행정처 일부 고위 법관들은 오로지 ‘상고법원’이라는 주술만을 부리고자 했다. 그 주술은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 추락이라는 저주를 대한민국 사법부에 내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월1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이 사법부의 판결을 불신했다(불신 63.9%, 신뢰 27.6%). 또 이들 주술사들은 스스로 성전(聖殿)의 성직자로 여겼다. ‘재판의 독립성’이라는 장막 뒤에 숨어 검찰의 수사를 거부했고, 수사에 필요한 영장을 기각하며 법원을 성역화했다. 저주에서 스스로 벗어날 기회를 버린 사법부에게 이제 남은 건 특별재판부 밖에 없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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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재업계 "바닷모래 채취 재개하라" 생존권 결의대회 열어
한국골재협회와 전국바다골재협의회가 3일 바다골재 채취 재개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관련업계 종사자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선 정부의 일방적인 바다골재 채취 금지 결정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부는 환경파괴와 어획량 감소 등을 이유로 지난해 1월과 8월 각각 남해와 서해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골재 채취를 중단시켰다. 고성일 전국바다골재협의회장은 "열악한 산업을 영위하면서 해온 바다골재산업이 오늘날 하루아침에 왜 해양환경파괴범으로 몰려야 하느냐"며 "김영춘 해수부장관은 해운업을 육성하겠다고 국민을 상대로 공표해놓고 수산업계 눈치보기에 급급하여 정작 해운업 종사자인 우리를 말살시키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안전하고 튼튼한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 바닷모래와 같은 양질의 천연모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자명한 사실과, 환경 영향과 어업피해가 미미하다고 수차례 검증된 과학적 조사결과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전체 골재공급량의 5% 수준만 공급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또 "양질의 바닷모래가 공급되어야 할 건설현장에 저질 불량모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