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와 국민대 피아노 전공 교수 10여 명이 지난 6월 중순 베트남 국립음악아카데미 초청으로 하노이를 방문해 피아노 콘서트를 열었다. 피아노 전공교수들이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음악가들과 연주 콘서트를 가진 것은 이례적이다.
베트남 국립음악아카데미는 베트남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당타이송을 배출한 학교로서 피아노 연주자들을 집중 육성하려고 하고 있다. 베트남 국립음악아카데미는 클래식 강국인 한국의 음대와 교류를 터고, 특히 파아노 연주자의 상호 교류와 유학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베트남은 주로 유럽과 러시아에 유학생을 보냈다.
베트남 국립음악아카데미에는 피아노 전공 학생만 해도 어린 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6백여 명이 재학 중이다. 피아노 전공교수도 30여 명에 이른다. 국립음악아카데미는 베트남에서 가장 수준 높은 음악학교로 인정받고 있다.
세종대 음악과 이기정 교수는 세종대에는 피아노전공 석·박사 과정에 70명이 재학하고 있으며 외국 학생들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피아노를 탄탄하게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다고 베트남 학생들에게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기정 교수는 설명이 끝나자 박사 과정을 문의해오는 학생들이 있었으며 그들에게 한국의 교육 여건과 교통, 숙박 등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세종대는 국립음악아카데미 교수 10여 명을 다음 달에 초청해 앙상블 연주회를 세종대 콘서트홀에서 가질 계획이다. 다음은 이기정 교수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Q. 베트남 유학생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이기정 교수 : 베트남은 클래식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년 인구도 많고 미국에서 활동 중인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당타이송처럼 되려는 열기가 뜨거워요. 당타이송이 국립음악아카데미 출신인데, 누나가 마침 그 학교의 교수로 있어서 만나봤습니다. 그녀로부터 하노이 시가 피아노의 도시로 알리려고 애쓴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정경화, 정명훈, 조수미 등 클래식 스타의 영향을 많이 받았잖아요. 베트남도 당타이송의 영향을 받아 상류층 자제들이 피아노를 많이 공부하려고 한답니다.
동남아 국가 중에서 베트남 외에는 유학 수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말레이시아도 수요가 있습니다만 자국에 좋은 음대가 있습니다. 인도는 클래식을 많이 하는 것 같지 않아요. 베트남은 또 음악 대학들이 많지 않아서 우리나라로서는 좋은 유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세종대학교 당국에서도 외국 학생 유치를 적극 바라고 있죠?
이기정 교수 : 요즘 국내 대학들은 글로벌 대학순위를 높이려고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특정 한 나라의 유학생보다는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이 글로벌 순위 향상에 유리합니다. 세종대학교 피아노 전공의 경우, 중국 유학생들이 여럿 있습니다. 저의 제자 중 중국인 학생 한 사람이 최근 박사 학위를 받고 중국으로 돌아가 교수가 되었습니다.
중국은 35세 이전에 박사학위를 해야 교수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인 제자는 너무 공부를 잘해 한국인 학생들보다 시험을 잘 패스해서 놀랐습니다. 학위 취득 후 바로 중국에서 피아노 교수가 되어 부모들이 무척 좋아하는 것을 봤습니다. 중국 유학생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산동성 출신들입니다. 다른 성에서도 많이 왔으면 합니다. 중국 유학생들은 전부 한 자녀이기 때문에 부모들이 전적으로 뒷바라지를 합니다. 세종대에서는 이번에 클래식으로는 처음으로 베트남 유학생을 받으려고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클래식 자원 면에서 보면 세계에서도 강국에 속한다. 한국인의 음악적 재질은 고대 중국사서에서 민족적 특징으로 언급될 정도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일제시대에 서양 클래식을 배우자마자 안익태, 홍난파와 같은 뛰어난 음악가를 배출했다. 서울음대 출신으로 세계적 비디오아트 선구자인 백남준 선생은 생전에 더 배우려고 일본과 독일로 유학 갔는데, 서울에서 스승에게서 배운 거 말고 더 배울 게 없더라고 밝힌 적이 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신문을 보면 온통 정경화, 정명훈 등 클래식 가족 얘기가 장안의 화제였다. 그 이후 지금까지 클래식 영재들의 콩쿠르 수상 소식과 해와 활동이 끊어진 적이 없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의 눈부신 성과는 또 한 번 한국 클래식의 도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 클래식의 성공신화는 아직은 반쪽이다. 나머지 반쪽은 클래식 인구의 저변 확대와 함께 클래식 한류의 전파와 해외유학생의 유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려면 한국 클래식계는 한국적 클래식의 창조와 클래식 한류 시장의 창출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국내 클래식 인구의 저변 확대는 꼭 필요하다. 현재 무료 콘서트에만 익숙해진 일반 관객들을 유료 관객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는 클래식이 거의 모든 예술의 기초에 해당되는, 일종의 공공재로 인식하고 지원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현재 아사 직전에 있는 클래식 매니지먼트와 기획사들의 육성 방안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