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지난 7월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내최대 자동차튜닝·애프터마켓 전문전시회인 ‘2018 서울오토살롱’이 열렸다. 130여개 업체 1002개 부스가 참여해 역대 최대로 열린 서울오토살롱에는 나흘간 7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튜닝관련 제조·수입사, 유통사, Shop 및 소비자가 비즈니스의 장이자 축제의 장을 펼쳤다. 하지만 화려한 튜닝카과 레이싱걸, 다양한 이벤트 쇼의 이면에서 업계는 “이대로라면 튜닝산업은 여기서 더 이상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2018 서울오토살롱’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와 제네시스가 이렇게” “제네시스 맞아? 아닌 거 같은데” “맞아 구형 제네시스야” 얼핏 봐도 초등학생 3~4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이 멋스럽게 튜닝 된 튜닝카들을 살펴보며 큰 소리로 외친다. 자동차문을 직접 열어보기도 하고 타보기도 하면서 부스관계자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도 쏟아낸다. 레이싱카로 튜닝 돼 성인들도 쉽사리 원래 차명을 알아차리기 어려웠는데 아이들은 이를 너무도 쉽게 구분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엄마를 졸라서 친구와 함께 왔다는 한 아이는(서울 도곡동) “자동차가 너무 좋아요. 나중에 크면 세계에서 제일 큰 자동차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KATIA관에 전국의 대학교에서 전시한 차량을 살펴보던 아이들은 잠시도 걷지 못하고, 총총 걸음으로 전시관을 돌다 어느새 또 다른 전시관 쪽으로 뛰며 사라졌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해 벌써 16회째를 맞은 ‘2018 서울오토살롱’은 첫날인 1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행사장 앞은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방학을 맞은 10대 청소년에서부터 20대 청년, 40, 50대 장년층까지 행사장 앞에 늘어선 긴 줄은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각자의 얼굴은 흥분된 표정이었다.
2018 서울오토살롱
약 130개 업체, 1002개 부스 참가 역대 최대 규모
매년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사)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사)한국자동차튜닝협회, (주)서울메쎄인터내셔널 주관으로 열리는 ‘2018 서울오토살롱’은 국내 최대 자동차 튜닝 및 애프터마켓 전문전시회다. 2003년 4월 처음 개최된 서울오토살롱은 대한민국 자동차 튜닝관련 제조·수입사, 유통사, Shop 및 소비자가 13년 동안 함께 해온 비즈니스의 장이자 축제의 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16회를 맞는 이번 전시회는 17,629m2 규모로, 국내외 약 150개사 900여 부스가 마련됐다. 이번 전시회는 국내외 약 130개 업체 1002개 부스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올해는 오토튜닝(Auto Tuning), 오토케어(Auto Care), 오토일렉트로닉스(Auto Electronics)에 와이퍼·메트·방향제·악세서리 등 인테리어 제품 등을 포함하는 오토액세서리(Auto Accessories)까지 다양한 애프터마켓 제품이 전시됐다. 아울러 APP, 온라인몰, 보험 등을 아우르는 오토라이프·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이번 행사는 관람객의 호응도 얻어 나흘간 7만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화려한 튜닝카, 레이싱걸, 클럽음악 등으로 꾸며진 튜닝쇼에 관람객들은 열광했다. 반면, 참가업체들은 튜닝산업의 발전을 위해 ‘과도한 규제’ ‘미비한 법·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오토살롱 주관사 가운데 하나인 (사)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는 19일 오전 11시 ‘자동차튜닝발전협의회’를 발족하고, 관람객들에게 튜닝산업 발전을 위한 100만인 서명을 받기도 했다.
업계 “자동차튜닝시장, 여전히 규제에 발목”
자동차튜닝시장 현재 5천억, 성장 시 6조원가량 추산
(사)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의 ‘자동차튜닝발전협의회’ 발족식은 국회의원, 지자체장, 교육계, 언론계, 전국 회원사 등 100여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조재성 M이코노미뉴스 대표이사의 초대 의장 취임식과 함께 열렸다. 김필수 (사)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장은 “15년 전 튜닝세미나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왔지만, 여전히 튜닝시장은 불모지 상태로 남아 있다”면서 “제대로 활성화만 된다면 유관산업인 모터스포츠까지 연계해 6조원까지 가능한 시장이지만 여전히 5천억원 정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어 “여전히 현행법이 포지티브 규제 중심으로 돼 있어 산업자체가 수면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성장가능성을 확인한 전국 대학에서 산학협약을 통해 인재 양성을 시작한 지금, 관련법 재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동차튜닝발전협의회’(이하 튜닝발전협의회) 조재성 초대 의장은 “이미 선진국들은 60년 전부터 튜닝산업을 활성화해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왔고, 별도 산업으로 연계한 교육, 창작 등 명인을 발굴해 육성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우리도 자동차튜닝발전을 위한 규제를 완화하고 신기술 확보와 고부가가치 부품개발을 통한 수출 증대 등 산업활성화를 모색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조재성 의장은 이어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업계는 자동차튜닝산업 기술을 발전시켰고, 학계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현재 전국의 19개 대학에서 튜닝학과를 개설하는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젊은 청년들이 졸업하고 갈 곳이 없는 상황은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튜닝발전협의회 자리에는 조배숙 의원(민주평화당 대표, 전북 익산시을),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경기 수원시병),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장, 서울 도봉구을)도 함께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다양한 잠재력을 지닌 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신산업 육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산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답을 찾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김선동 의원은 “경제를 살리는 주인공은 규제만 양산하는 정부가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이고,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면서 “내역을 사전에 승인받아야 튜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승인제도, 애매모호한 튜닝 허용 기준 등 모두가 개혁의 대상이다. 튜닝 관련 학과가 만들어지고, 전문자격증이 생기고, 전문 인력 양성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자동차튜닝발전협의회’는 발족과 동시에 중국 산둥성 영성시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국제교류의 물꼬를 텄다. 양해각서에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제반여건 및 활성화를 위한 협력 ▲업계현황 파악 및 자료조사, 기타 제반조사를 위한 협력 ▲튜닝 및 경주대회 등 관련 산업 연구 및 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국 영성시 호소비 부시장은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우리 영성시는 중국 산둥반도 동쪽 끝에 위치해 한국과 가장 가까운 도시로, 한국과 경제왕래가 가장 빈번한 지역 중 하나”라며 “자동차튜닝발전협의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앞으로도 우리 영성시와 한국 기업 간 활발한 교류가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영성시에는 112개의 한국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지난해 이들 기업의 연간 무역액은 100억위안”이라면서 “영성시에 입주하는 한국기업들에 대해 자금지원 뿐 아니라 인재유치 및 지원단지에 대해 좋은 정책들이 많으니 관심을 가져달라”고 소개했다.
더딘 국내시장 대신 해외시장 개척 나서
… 현 정부, 규제혁파·네거티브 강조 무색
현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규제혁파와 네거티브 규제방식 도입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자동차튜닝업계는 과도한 규제, 미비한 법·제도의 혁신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전세계 튜닝시장의 규모는 2012년 이미 100조원을 넘어서며 세계 조선업 시장과 비슷한 규모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남의 떡이다. ‘정비’와 개념에서부터 차이가 있는 ‘튜닝’은 여전히 자동차관리법안에서 함께 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튜닝’은 성능향상, 업그레이드 개념으로 업체와 학교 등에서 다양한 기술개발과 제품개발에 나서야 하지만 포지티브 규제방식의 자동차관리법 안에서는 시장 발전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허정철 (사)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자동차튜닝업’이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상 제조업으로 신설되면서 튜닝산업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지만, ‘정비’ 위주로 규정돼 있는 자동차관리법 안에서는 산업의 활성화가 불가능하다”면서 “업종 신설에 따른 자동차튜닝산업 활성화를 위한 별도 진흥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기업 중심의 before 시장보다 더 큰 규모의 시장이기 때문일까. 정체된 국내 시장 속에서도 튜닝업계는 조금씩 기지개를 펴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자동차튜닝원’이 한국 표준직업분류(KSOC)에 신설됐고, 2016년 12월 ‘자동차튜닝엔지니어’가 정부육성·지원 신직업으로 선정된 이후, 올해 1월에는 숙련기술장려법에 의거 대한민국 명장의 직종으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더디기만 한 국내에서 활로를 찾지 못한 국내 튜닝부품은 미국시장으로 먼저 진출했다. (사)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는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와 아마존코리아를 공동 사업파트너로 선정하고, 국내 튜닝부품의 첫 시험장을 미국시장으로 선택했다. 허정철 총장은 “튜닝규제로 인해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못하는 튜닝부품을 미국시장에 판로를 개척하면서 업체에서도 보다 창의적인 튜닝부품 개발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국내 규제완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나면 본격적인 튜닝산업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19개 대학도 튜닝 전문인력 양성 시작
대학들도 전문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홍익대, 경기대, 국제대 등 전국 19개 대학들은 산학협약을 통해 자동차튜닝 특성화대학으로 튜닝과목 개설 및 튜닝학과 신설 등에 나서고 있다.
‘2018 서울오토살롱’에서는 이례적으로 참가해 직접 일반인과 입시생을 대상으로 전문인력 양성교육과정을 직접 상담하는 창구를 설치했다. 홍익대는 자동차기술융합디자인 전공을 세종캠퍼스에 개설했다. 홍익대 이승희 교수는 “자동차가 인포테인먼트의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공학적인 기술력과 함께 디자인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 강조되고 있어 공학을 이해하는 디자이너와 디자인의 개념을 가진 공학도의 배출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벌써부터 홍익대에서 배출할 디자인 인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브레이크 파츠 전문기업인 썬앤모터스 박기환 회장은 “향후 캘리퍼 신제품의 디자인을 홍익대에 의뢰해서 산학협력으로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대도 학부에는 첨단기계자동차공학과, 대학원에는 첨단 기계·자동차 공학 전공을 신설했다. 국제대학교는 자동차기계과의 자동차와 기계를 분리했다. 스마트자동차학과 학생들은 2학년 때 자동차튜닝반과 국내·수입 정비반을 선택할 수 있다.
국제대 한성철 교수는 “튜닝학과를 독립적으로 개설하기에는 아직 시장에서 학생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면서 “아직 튜닝이 일부만 열려있는 상태라 시장이 좁고 영세하다. 보다 더 산학협력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정부나 협회 등에서 고민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멈칫하고 있는 사이 국내 튜닝업계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세계 5위권의 자동차제조사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자동차튜닝시장으로 대변되는 애프터마켓은 성장하고 있지 않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멈춰버린 국내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 시대의 화두가 돼 버린 일자리 창출 등 해법은 어쩌면 정부의 규제 속에서 갈 길을 잃어 버릴지도 모른다. 시장을 성장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과도한 규제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부가 되짚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