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요즘 한국경제는 꿈쩍거리지 않고 있다.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경제를 움직이는 기업가들은 해외로 나갈 생각만 하고 있는 듯하다. 자영업자들은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건설과 부동산의 침체로 돈이 돌지 않는다. 관료들은 나서 봐야 ‘찍히나 하지’ 하는 생각인지 숨죽이고 있는 것 같다. 적폐청산의 칼날을 남에게 들이대기 전에 자신부터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일을 제대로 하 고 있는지, 콤포지션 경제학 다섯 번째, 일 혁신에 대해서 알아본다.
기자가 잘 아는 한 커피숍 주인이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한 달 전에 폐업을 신고했다. 그는 커피숍을 한지 10년 넘는다. 한때 규모는 작지만 커피 프랜차이즈를 만들 정도로 꽤 장사가 잘 됐다. 주변에 커피숍이 점차 늘어나고 알바생 관리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게 5년여 전쯤 일이었다. 그는 치열한 경쟁과 늘어나기만 하는 각종 경비를 아끼지 않을 수 없어 커피숍에서 숙식하다시피 하며 버텨냈다. 문재인 대 통령이 당선되는 날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커피를 공짜로 제공하기도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끝내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 폐업의 원인이 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것이 폐업을 결정한 ‘스위치’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는 커피숍 운영에서 앞으로 더 나아질 희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자영업자들은 꿈을 잃고 좌절하고 있다. 이것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사업을 하다가 실패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일어설 ‘희망’을 앗아가선 안 된다. 대한민국의 최고의 직장, 대기업에 다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일자리의 ‘안정’과 더 나은 처우를 요구하며 시위와 파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고임금 연봉자들이 파업을 일삼는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지만 사실 그들도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불안하기는 매 한가지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임금 부담은 날로 높아지는데 노동 생산성은 매우 낮다. 신입사원을 뽑는 것이 겁난다. 높은 임금을 주고 가르쳐줘 봐야 딴 데 갈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요즘에서야 민주노총에 쓴소리를 하는 모양새를 취 하지만 그들의 머릿속은 노동자는 약자, 기업자는 강자하는 이분법적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 같다.
행정부나 법원의 재판도 웬만하면 노동자 편의 손을 들어주는 추세다. 이런 경향은 이전 보수 정부 10년간도 마찬가지였다. 이해찬 민주 당대표가 모든 문제가 전 정부 때문이라는 말이 일리가 있다고 본다. 보수쪽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로 정권을 되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지 모르나 지금으로선 보수정부가 들어서도 우리의 고질적 경제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들도 집권 했을 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양식 있는 기업가들과 식자층들이 걱정하는 대목이 ‘정치의 불신’이다.
정부 기대지 말고 민간 경제 주체와 개인이 정신 차려야
이와 같이 장기간에 걸친 어려운 경제상태를 맞은 민간 경제주체들과 개인들이 일어서고 스스로 혁신할 때다. 정부의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면 민간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진정한 생존과 번영을 거머쥘 수 있다. 미국을 보라. 미국은 특별한 경제정책이란 게 없다. 트럼트 대통령이 하는 거라고는 기업세금 깎아주고,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불공평 무역국이라고 생각하는 나라에 엄포 놓는 것뿐이다. 경제정책이 심플하다. 미국은 민간 경제주체들, 개인들이 알아서 혁신하고 뛴다.
우리 경제에서 민간과 개인으로 초점을 돌리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일하는 방식의 낙후성’이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무조건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자신이 다리를 딛고 있는 현 직장과 직업에서 지식과 기술, 노하우를 성실하게 배우고 익히며 일에 임해야 한다. 그리하면 ‘창조성’은 저절로 발휘돼 당면한 문제의 해결은 물론 중장기적인 플랜과 비전도 자신있게 세울 수 있다. 우리 각자는 현재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지 않 으면서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가져서는 안 되는 환상을 꿈꾸 고 있다. 바라는 꿈과 환상의 가능성은 현재 매일 매일의 일 을 잘해만 달성될 수 있다.
현대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위기다. 결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정부도 일자리를 늘리는 묘수같은 정책은 모른다는 것이 정확한 대답이다. 일자리 문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개인들 모두가 지금 찾아내야 할 공동의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해서 일자리 증가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즉 시장 수요가 없는 일자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면 그 부담을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된다. 일은 필요와 수요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필요와 수요가 없는 일자리, 일자리 나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은 일하는 사람이나 조직이나 사회 전체에 해롭다고 본다.
세상에 일이란 편 하게, 느긋하게 해서 되는 것은 없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다. 모든 일에는 마감이 있다. 그러므로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할 때가 있고, 집중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는 법이다. 그것은 각 사업장들이 알아야 할 일이다. 일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도 그것을 일률적인 임금 기준으로 적용하면 대 혼란에 빠진다. 현대와 같은 복잡한 경제 사회 체제에서는 더 더구나 맞지 않는 정책을 ‘복지’ ‘정의’라는 이름 아래 강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선진국에 진입하는 중에 있으면 일의 선택과 집중, 연구자와 전문가와 고도의 기술자의 필요성 증대, 자투리 일 확대 현 상이 나타난다. 선진국 경제는 고품질과 창의적 제품과 서비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내지 못하면 그냥 추락한다. 날개부러진 비행기처럼 공중에서 빙빙 몇 바퀴 돌지도 못하고 아래로 떨어진다. 왜냐하면 선진국 시스템은 크고 작은 수많은 부품들과 전선들이 빈틈없이 꽉 들어찬 기계장비와 같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만 하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효과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을 봐라. 일의 집중도가 엄청나고 상위직 급으로 올라갈수록 전문성을 완벽히 입증해야 하고, 일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고 창의적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왜 그런가. 중진국과 후진국들의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서다. 그들이 제시하는 고연봉과 많은 휴가, 각종 복지혜택은 일을 창의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을 전제로 한 대가일 뿐이다. 미국식 일 방식은 사실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유럽의 사회주의 국가, 즉 EU는 ‘병든 체제’다. 지금 프랑스가 겪고 격한 시위로 몸살을 겪고 있는 것은 ‘병든 체제’를 바꾸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장 기술자의 고용 취약성과 기회
일자리 위기의 근본 원인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과학기술의 변화가 결정적 원인 중의 하나다.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일’의 과정을 살펴보자. 과학자의 이론 발견, 최상위 공학자의 원천기술 개발, 중간 공학자의 응응 기술 개발과 공정기술 설계 등이 이뤄지고, 마지막으로 현장 기술자들이 제조와 생산, 유지 보수를 담당한다. 그 아래 중간노동자와 단순노동자들은 상위 기술자와 연구자, 전문가들이 짜준 과정에서 주어진 일을 하게 된다.
현대의 과학이론과 기술과 SW의 결합은 소위 ‘전문가 시스템’을 새로운 기술과 공정, 장비 속에서 재현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그것은 바로 중간 노동자와 단순 노동자의 감축에 이어 드디어 현장 전문가, 현장기술자의 작업까지 신기술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이제 SW와 AI의 결합은 더욱 더 현장기술자들을 일터에서 몰아낼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지금의 과학기술의 발전은 노동자들을 쓰지 않는 쪽으로 어중간한 전문가와 기술자들은 배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 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떤 전문가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존의 일자리에 있던 사람들 이 일자리를 잃고 그들이 새로운 고용환경에 적응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원격진료 도입에 대해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동네 병의원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반대 이유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고 본다. 의료와 IT의 결합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신규일자리들 중에서 의사들의 몫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는 과학기술의 개발 라인에 속하지 않는 현장 기술자라고 볼 수 있다. 의사들 중에서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거나 원격진료와 같은 신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이들은 소수일거고, 다수는 기존의 의료 기술을 의료현장에서 적용하는 사람들이다. 신기술의 도입은 다수의 의사들에게 타격을 줄 것은 틀림없 다. 공학과 개발라인에 속하지 않는 공장 기술자도 현장 기술자이므로 신기술의 도입에 의해 고용 위험군에 편입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와 같은 신기술 도입과 뒤이은 구조조정의 패턴은 반복된 현상이다. 과학기술적, 산업적 발전에 따른 구조조정의 아픔은 필연적인 것이고 이런 진통이 없으면 역사의 발전은 이뤄질 수 없다. 이런 발전에 따른 고통과 진통을 어떻게 극복하는 문제만 남는 것이고 그것이 이 글의 초점이다. 현재의 공장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결합 추세와 속도가 빠르 게 진행되는 것 같다. 그러나 신기술도입이 현장 기술자들에 게만 무조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장 기술자는 기술 라인에서는 고객과 가장 가까이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객의 정보와 트렌드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수요 충족형 제 품과 서비스, 콘텐츠를 즉각적으로 제작하고 생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물론 그 기술의 의미는 미미할지 모르나 그만큼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적용해 성과를 낼 수 있는 강점을 가 질 수 있다. 현장 기술자들 중에서 벤처기업가들이 많이 배 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자영업자도 현장의 장점을 살리는 데 초점 맞춰야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자영업자는 먹이사슬에서 가장 아래 쪽에 있다. 그들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하는 것이다. 모델 구축자들의 이익 실현에 기여한 게 없으므로 부가가 치 배분에서 배제되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지식과 기술, 노하우도 없는 상태다. 애초부터 지식과 기술과 노하우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해당 업종의 콤포지션 생태계에서 이익을 취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에겐 유일하게 남은 장점은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촉수’로서의 위치다. 고객들과의 접촉에 서 얻는 지식과 기술, 노하우는 그 누구도 가져갈 수 없다.
가맹본부에서 얻는 바코드 지식을 얘기하지만 현장에서 체험으로 얻는 지식과는 비교가 안 된다. 바코드와 빅데이터의 효과가 지나치게 과장돼 있으며 왜곡돼 있기조차하다고 기자는 본다(한국은 기술의 장점만 소개되고 포장되는 것도 큰 문제다). 현장인들이 신기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용할 때 유용성은 배가될 것이다. 오늘날 불패의 신화를 창조한 스타벅스, 맥도날드도 한 사람의 자영업자에서 제국을 건설했다. 아마존 제국도 기존 유통에다가 IT기술을 접목해 시행착오를 통해 만 들어진 것이다.
아마존이 처음 접목한 IT기술은 그 당시에 보편적 수준에 불과했다. IT기술자라면 누구나 아는 정도의 기술을 유통에다 적용하면서 독보적인 기술을 만들어낸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자영업자를 살린다고 해서 자영업자와 프랜차이즈를 보호한다는 법을 제정해도 그것이 족쇄가 돼 일시적 숨통 트이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결국 합리적 공정성, 룰만 왜곡시켜 열심히 하는 자들에게 불이익을 안겨주기 쉽다. 그렇게 되면 경제 생태계는 급속히 쇠퇴하게 된다. 지원정책은 최소한 에 그쳐야 하고 정교한 도구가 돼야 한다.
중간 노동과 단순노동이 사라지는 시대에 가만히 앉아있을 것인가
신기술의 도입으로 고용 충격을 받는 계층은 중간 노동자들과 단순 노동자들이다. 이들에 대한 대책은 1차적으로 국가가 져야 하되 돕는 방식은 간접적인 것이 돼야 한다. 중간 노동자들과 단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곳은 기업이다. 따라서 국가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가들의 사기를 꺾고 미래 비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한참 빗나간 표적이다. 그런 결정은 일자리의 대폭 감축이라는 악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앞서 밝힌 대로 일자리는 기업가와 연구자, 전문가, 기술자들이 만들어낸다. 중간 노동자와 단순노동자들이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뿐 그들이 일자리는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이제 노동자들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의 일자리 위기가 과학기술의 급속한 변화에서 비롯된 바 크기 때문에 정부가 해결 해주기 난망하다. 중간노동자와 단순노동자도 전문가와 기술자들이 하는 일 방식과 다를 게 전혀 없다. 일하는 방식은 똑같다. 출발에서도 불리하지 않다. 왜냐하면 각자 서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곳에서는 그보다 잘할 수 있는 사 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이건 경영자와 전문가와 기술자만으로는 생산, 유통, 판매될 수 없다. 온라 인 유통으로 대형마트 현장 판매원은 줄어들었으나 배송하는 사람들이 엄청 증가하지 않았는가. 열린 마음으로 끊임없이 시장과 직업 흐름을 파악하며 자신의 작업에 집중하고 신기술 도입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앞서 아마존의 예에서 보듯이 신기술 도입에서 늦는 건 없다. 기술은 늘 발전하고 변하기 때문에 늦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신기술을 자신의 영역에서 접목하고 나서 시장 수요에 진화시켜나가는 게 핵심이다. 마지막 포 인트는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생존 가능한 생산품 을 만들고 그러다 보면 히트작도 나온다.
콤포지션 후방 인프라 전무한 한국 시스템, 빨리 고쳐야
한국은 직장에서 양성된 전문가들이 그 직장에서 나오면 갈 곳이 거의 없다. 그들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지식과 기술, 노하우, 창의력이 그대로 사장된다. 미국은 그가 전문가인 한 대학과 연구소, 대기업, 공적 기관 등 갈 곳이 많다. 한국에는 경험을 경시하고 대학이나 공적기관이나 기존 직 원들의 폐쇄성, 기득권적 사고가 강해 들어가기도 어렵고, 들어간다고 해도 오래 있질 못한다. 전문경험자를 살린다는 석좌교수라는 것도 기득권자들의 백안시와 높은 벽으로 인해 상호소통하지 못하고 강의만 하는 정도다.
전문가들이 창업을 하려고 해도 한국의 사업 환경은 최악이다. 한국은 베테랑 전문가들의 숫자도 적지만 그나마도 자신의 경험적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지 못하고 노후에 소일만 하고 있다. 이런 인적 생태계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정말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 안타까울 뿐이다. 모처럼 만들어진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가 지난 해 11월 현장실습생이 사망한 사고로 현장실습 길도 막혀 기술 교육 및 훈련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사고는 일어나면 안 되지만 사고가 났다고 실습을 봉쇄 하는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으니 규제가 늘어가기만 한다. 인간과 제도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고와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건 관리의 문제이 지 제도의 개폐 문제가 아닌데도 그냥 없애버리고 또 좀 있다 가 새로 만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사회주의, 복지정책은 의도는 좋으나 실행은 어려워
더불어 다 같이 잘 살자는 사회주의 이념, 약자를 도와주는 복지정책은 뜻은 고귀하나 실행하기가 무척 어렵고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부모가 자식을 망치기 딱 좋은 것이, 용돈 많이 주고 잘못해도 혼내지 않고 잘해주기만 하면 된다. 부모가 마냥 잘해줘도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애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애는 극히 드물다. 기자도 수년 간 봉사단체에 관여하고 있는데, 약자를 도와주는 일은 매우 섬세하고 신경이 많이 쓰인다. 까닥 잘못하면 도와줬다가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복지정책도 마찬가지다. 복지지원금은 시작되면 계속 늘어나고 줄줄 새기 쉽다.
남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는 계층은 사회 공동 체가 부담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좀 부족하다 싶은 차상위 계층, 중간층으로까지 복지혜택이 확대되면 문제가 발생 한다. 그들의 ‘부족함’과 불만을 복지지원금으로 충족시키려 들면 그때부터 복지지원금이 점점 증가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쪽저쪽에서 우리도 지원해달라는 요구가 늘어나고, 정치권과 정부에 줄을 대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단체들도 곳곳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조직적으로 지원금을 잘 타내는 ‘꾼’들이 나타나 진짜 지원받아야 할 사람들이 소외된다. 이런 과정을 선진국들은 다 경험했고 그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선진국의 의회라는 곳이 정부 복지예산 나눠먹기 위해 싸우는 터로 변질된지 오래됐다. 우리나라 국회도 점점 그런 모양으로 변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선심성 복지정책으로 표를 얻어 권력을 잡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경제와 사회는 경제개발 모순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먼저 수술을 하고 난 뒤에 복지든 해야 하는데, 수술을 하지 않고 복지만 베풀면 생태계는 더 수렁으로 빠진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