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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협위원장의 역할과 지구당 부활의 필요성

황춘자 자유한국당 서울 용산구 전 당협위원장 "민심이 중앙 정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당협위원장의 핵심적인 역할 중 하나"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보수진영의 정계개편이 가시화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인적쇄신 작업의 일환으로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에 들어갔고, 바른미래당도 지역위원장 1차 공모에 이어 2차 공모에 돌입했다(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등은 당협위원장 대신 지역위원장으로 호칭함). 최근 이처럼 보수 발(發) 정계개편 국면 속에 당협위원장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정작 당협위원장이 뭐하는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다. 추상적으로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는 지역구의 책임자 정도로 알고 있는 것이 전부다. 이번 호에서는 황춘자 자유한국당 서울 용산구(일괄 사퇴처리 직전) 당협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협위원장의 구체적인 역할과 어려움, 지구당 부활의 필요성 등을 살펴봤다.

 

※ 해당 기사는 M이코노미 매거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중앙당과 주민 간 ‘가교 역할’

 

정당법 제37조 제3항에 따르면 ‘정당은 국회의원 지역구 및 자치구·시·군, 읍·면·동별로 당원협의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여야를 막론하고 전국 253개 지역에 당원협의회가 있고, 이 당원협의회의 책임자인 운영위원장을 당협위원장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당협위원장은 현역 의원이 겸하게 되는데 현역 의원이 없는 지역에는 원외당협위원장을 둔다. 최근 한국당이 당협위원장 교체작업을 위해 일괄 사퇴 처리한 231명(사고 당협 22곳 제외) 중 현역 의원은 90여명으로, 나머지는 원외당협위원장이다. 예컨대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배현진 MBC 전 아나운서의 경우 원외당협위원장(송파을)을 맡고 있었다.


현역(원내)이든 원외든 당협위원장이라면 정당과 지역 주민 간 가교 역할을 해내야 한다. 지역 주민의 민원을 수렴해 중앙당에 전달하고, 중앙당에서 내려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쉽게 풀어 알리는 식이다.


기자가 만난 황춘자 한국당 용산구 전 당협위원장은 “한국당이나 민주당 모두 각 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당협위원장이라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평화통일 등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역 주민과 함께 실현하기 위한 교량적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황 전 위원장은 “용산 구민 수는 23만명으로 여기서 한국당원은 1~2만명 정도 된다”며 “이분들의 민심이 중앙 정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당협위원장의 핵심적인 역할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물론 당협위원장이라고해서 무조건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계속적인 검증 과정을 통해 객관적 역량이 담보되기 때문에 다른 후보자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건 사실이다. 각 당의 당협위원장 임기는 1년으로, 당은 매년 당무감사 등을 통해 재신임 여부를 결정한다. 황 전 위원장은 “해당 지역 현황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지역 주민들과의 유대관계가 이미 형성돼있다는 점도 총선 공천에서 가점이 주어지는 요인”이라며 “경쟁력 있는 우수한 인물이 온다면 선의에 경선을 벌이는 등으로 후보자를 선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총선 공천서 유리하지만 고충도 많아

 

당협위원장은 이외에도 지방선거에서 관할 지역의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후보자에 대한 공천 권한도 갖는다. 이렇게 봤을 때 당협위원장이라는 자리만 꿰차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꽃길만 걸을 것 같지만 나름의 고충도 많다. 

 

황 전 위원장은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까지 (당협위원장으로서) 총 4번의 선거를 치렀다. 통상 준비는 선거 약 100일 전부터 본격적으로 하는데 그때부턴 당원도 더 확보해야 하고 당원들과의 소통시스템도 갖춰야 한다”며 “중앙당에서 수시로 내려오는 메시지도 전달해야하고, 선거유세 계획도 세워야하는 등 일이 상당히 많다”고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렇게 100일 장정이 끝나면 애로사항은 더 많아진다. 예를 들어 지방선거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공천을 받더라도 선거에서 떨어진 후보자들을 보면, 혼자 아픔을 감내하기도 하지만 불만을 표출하면서 당을 폄훼하거나 탈당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황 위원장은 “당협위원장은 당선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떨어진 후보자들도 추스르면서 조직을 재정비해 나가야 하는데 이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세훈 법’으로 사라진 지구당

 

당협위원장은 각자 지역에서 당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일상적인 정치 활동에는 많은 제약을 받는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지역구 및 자치구·시·군, 읍·면·동별로 당원협의회를 둘 수 있도록 하면서도, 유급사무직원과 사무실은 둘 수 없도록 했다. 후원금도 원칙적으로 모금할 수 없도록 하되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후에만 예외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왜 당협위원장의 손발을 묶어놨을까.

 

사연의 자초지종을 이해하려면 과거 사라진 지구당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 당원협의회에 대비되는 당시 지구당은 막대한 운영비로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막대한 운영비를 지구당위원장 개인이 부담하는 경우까지 생기면서 지구당 조직이 오로지 위원장의 사조직처럼 운영되는 경우도 많았다. 2004년 정치권은 이 같은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혁하겠다며 이른바 ‘오세훈법’(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을 통과시켜 지구당을 폐지했고, 정당의 구조는 중앙당과 시·도당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정의당의 전신이었던 민주노동당은 ‘오세훈법’이 비례원칙에 반한다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지구당이 정당의 핵심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유용한 조직이기는 하지만 지구당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당의 금지가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는 없다”며 “한국 정당 정치의 현실을 볼 때 고비용 저효율의 병폐는 지구당이라는 정당조직에 너무나 뿌리 깊게 고착돼 양자를 분리할 수 없을 정도의 구조적인 문제로 되어버렸기 때문에 지구당을 폐지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사건 법률 조항들을 입법한 입법자의 진단이고 이러한 진단은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지역사무소도 둘 수 없고 후원금도 받으면 안 돼

 

그런데 막상 지구당을 없애고 나니 지역단위 정당조직의 부재로 지역구 여론수렴과 당원관리에 어려움이 생겼다. 정치권은 이에 자발적 모임 수준으로 풀뿌리 정당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지구당 폐지 1년도 안된 시점인 2005년 사무소 설치도 금지되고 후원금도 받을 수 없는 지금의 당원협의회를 만들어냈다. 즉 지금의 당협위원장은 지구당위원장이 사라진 자리에 생긴 요직인 셈이다. 지구당이 폐지된 후 당원협의회가 생기자 각종 편법적인 운영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황 전 위원장은 “지구당이 폐지된 후 사무소를 두는 것은 불법이지만 당협위원장들은 거의 다 현장에서 변호사 사무실 등을 명목으로 사무실을 두고 있다. 사무실 하나 없이 풀뿌리 정당 활동을 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여야 모두 암묵적으로 사무실을 두고 활동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까지 불법으로 묶어놓은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역 의원과 원외 위원장 간의 불평등 구조는 현 제도 하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되는 사항 중 하나다. 현역의 경우 국회의원으로서 사무실을 내고 후원금도 받을 수 있지만 원외위원장은 이 모든 길이 차단된다. 이를테면 원외위원장은 지역사무소도 둘 수 없고, 후원금도 예비후보자로 등록했을 때(연간 1억5,000만원, 현역은 3억원) 외에는 모금할 수 없다. 아울러 의정활동 보고나 사전 선거운동 등도 전혀 할 수 없는 구조다.

 

노회찬 죽음 이후 다시 불붙는 ‘지구당 부활론’...발의 법안 多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서는 원외 정치인이나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나오는 말이 ‘지구당 부활’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고(故) 노회찬 의원이 원외 위원장 시절 받은 불법 정치자금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로는 이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지구당 부활 관련 20대 국회에는 자유한국당 함진규 의원안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전해철, 박홍근, 우원식 의원안,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안이 발의돼있다. 함진규 의원안은 당원협의회에 사무소와 2명 이내 사무직원을 둘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고, 김태년, 전해철, 이언주, 박홍근, 우원식 의원안은 국회의원 지역구 및 구·시·군 등에 정당의 지역단위 조직으로 지역당 또는 구·시·군당을 설치하고 사무직원을 두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정당법을 개정해 사무소와 사무원을 둘 수 있도록 하자는 기본적인 틀은 동일하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이창림 수석전문위원은 검토의견을 통해 “개정안들은 2004년 정당법 개정으로 폐지된 지구당 부활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입법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다만 지구당 폐지 당시 지적됐던 고비용 문제는 상당부분 개선됐으나 생활 주변의 요구가 정치에 반영되지 않고, 현역과 비 현역 간 불평등이 초래되는 등 그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정치자금법이 엄격해지고 사회 분위기가 성숙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금권선거가 어려워졌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폐지 당시의 지구당 운영으로 인한 고비용 정치구조 유발 등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대책을 전제로 지역당 또는 구·시·군당 등 정당의 지역단위 조직의 재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우원식 의원의 경우 정당법 외에 정치자금법 개정안(이른바 노회찬법)도 함께 발의해 현역 의원이 아닌 원외위원장도 후원금 모금이 가능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구·시·군당이 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하고 그 후원회의 모금 한도액은 연간 5,000만원, 후원인 1명당 한도액은 연간 300만원으로 정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이창림 수석전문위원은 “지구당의 후원회 허용 여부와 관련해 지역 정치의 활성화, 현역 국회의원과 비 현역 정치인 및 정치신인 간의 형평성 측면에서 지구당의 정치자금 모금을 일부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와, 2004년 정치관계법 개정 당시 ‘고비용‧저효율’ 정치구조를 개혁하자는 취지로 중앙당 후원회와 함께 지구당을 전면 폐지했던 점을 감안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상존한다”며 “정치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및 시민단체 의견 등 여론을 수렴해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는 검토의견을 냈다.

 

황 전 위원장은 “노회찬 전 의원이 겪은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는 없게끔 하자는 취지에서 지구당 부활과 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개정안이 발의됐다”며 “개정안에 대해 여야로 구성된 정개특위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옛날 지구당 관련법과 달리 현실에 맞도록 보완돼 나온 만큼 여야가 이견을 좁혀서 꼭 관철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심경을 전했다.

 

선관위 “지구당 부활 필요” 한 목소리

 

국회 정개특위가 발족하면서 ‘지구당 부활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는 모양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관련 법안 발의가 한창인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 10월30일 국회 정개특위에 시·군·구 지구당 부활과 후원회를 허용하자는 내용의 ‘정치관계법 개정의견’(2016년 내용 동일)을 보고했다.

 

선관위는 제출 배경으로 “우리 헌법은 정당의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필요한 조직을 가지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자치구·시·군에 대응하는 정당조직을 금지함에 따라 생활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약되고 있다”며 “고비용 정치구조의 주요 원인이 됐던 과거 지구당의 폐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함께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기초 행정단위인 자치구·시·군에 대응하는 정당의 지방조직 설치를 허용해 정당정치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황 전 위원장은 “선관위는 후원금의 수입‧지출 신고의무를 명시하는 등 2004년 이전에 문제됐던 부분을 보완하면서 명확한 회계기준을 제시했다”며 “정개특위에서 선관위 안과 국회의원 안을 종합적으로 정리할 것 같은데, 지구당 부활이 회계 투명성 담보와 함께 이뤄진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협위원장의 정치 활동을 합법적으로 보장해주면 그동안 역량이 안 돼 살피지 못했던 민생까지 챙길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건강한 정치 환경 절실

 

고비용‧저효율의 정치 구조를 바로 잡겠다던 법은 오히려 풀뿌리 민주주의를 후퇴시켰고, 현역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기득권만 만들어냈다. 딱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격이다. 원외 정치인이나 정치 신인들은 정치하기 어려워졌고, 현역의원이나 돈 많은 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현역 의원들은 이번 정개특위 국면에서 원외 정치인이나 정치 신인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해하고 건강한 정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토대 마련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한국 정치역사에서 제2의 노회찬 사태를 보는 일은 더 이상 없길 바란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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