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나타난 1인 가구의 현황 및 특성’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00년 222만 가구에서 2017년 562만 가구로 152.6% 증가했다. 전체 일반가구 중 1인 가구가 2015년 27.2%로 주된 가구형태가 된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7년에는 28.6%를 차지했다. 이런 추세는 계속돼 2019년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29.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가구구조의 변화를 넘어 소비 주체의 큰 변화를 가져오고 당연히 각종 산업에도 큰 변화를 일으킨다. 이 변화는 최근 1인 식당, 1인 가구, 1인 주거공간과 같이 1인 가구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가 부쩍 늘고 있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마트에는 수박 반 통짜리 상품이나 양배추 반포기 상품이 눈에 띄고 많이 팔리고 있다. 큰 인기를 얻고 있는 TV 예능 프로그램 제목도 ‘나 혼자 산다’이다. 이런 배경에는 자취하는 대학생, 사회초년생, 이혼 등으로 인한 싱글족 등 혼자 사는 사람들이 있다.
꾸준히 증가하는 1인 가구
국내 1인 가구는 1990년 101만 가구에서 2000년 226만 가구, 2015년 506만 가구로 급증했다. 2019년에는 572만 가구로 증가하고, 2035년에는 763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고령화와 저출산, 이혼 및 동거의 증가, 혼인 연령 상승 등의 영향,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더욱 급속히 진행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1인 가구의 현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60대 이상을 중심으로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1인 가구 중60대 이상이 차지 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으로 34.0%로 가장 높고, 20대(16.9%), 30대(17.3%), 40대(14.5%), 50대 (16.1%)였다. 60대 이상의 1인 가구 비중은 2000 년 31.3% → 2015년 34.0% → 2035년 53.7%로 상승하고, 20대는 같은 기간 23.3% → 16.9% → 10.6%로 떨어질 전망이다. 미혼과 이혼의 증가 역시 1인 가구 증가의 한 요인이다. 미혼 1인 가구는 2000~2010년 동안 연 평균 6.8% 증가했고, 이혼으로 인한 1인 가구는 같은 기간 연 평균 9.8% 증가했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사회에 진출하는 연령대가 늦어졌고, 이에 따른 결혼 연령 상승이 미혼 1인 가구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1인 가구의 직업적 분포는 연령대별로 크게 상이하다. 20·30대 1인 가구는 전문직·사무직에, 60대 이상 1인가구는 단순 노무직에 가장 높은 비중으로 분포하고 있다. 20 ·30대 1인 가구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비중이 34.5%, 사무 종사자 비중이 32.3%로 20 ·30대 2인 가구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1인 가구의 단순노무 종사자 비중(33.7%)이 2인 이상 가구(10.7%)보다 높았지만 20 ·30대에선 오히려 낮았다. 60대 이상의 1인 가구는 단순노무 종사자 비중이 71.5%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60대 이상 2인 가구의 34.5%를 크게 초과했다.
1인 가구 시대에 가장 빠르게 변하는 유통분야
1인 가구 증가는 주요 소비 주체가 1인 가구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때문에 각종 산업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솔로코노미 (soloconomy, solo+economy)’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기업들은 1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판매하고 소형주택의 확산, 소포장 식료품의 증가에 따라 1인 혹은 2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다. 1인 소형가전도 등장했다. 가장 빠르게 변화가 나타나는 업종은 단연 유통분야다. 1인 가구는 대부분 바쁜 직장인이거나 학업·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간편하고 실속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데, 이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곳이 편의점 업계다.
1인 가구 확대에 따라 가정간편식 및 편의점 도시락 등 편의점 식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편의점은 다른 소매업태 보다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 온라인과의 직접적 경쟁을 필요가 없어, 상품 확대 및 점포 효율성 개선으로 매출액 성장세가 지속중이다. 여기에 근거리 소량상품을 판매하는 특성상 다른 유통업과 달리 경기와 소비심리 변화에 따른 변동폭이 적다. 1인 가구를 위한 소량 포장제품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에는 요리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잘 손질된 채소가 낱개로 포장돼 있다. 이런 채소는 세척까지 돼 있어 곧바로 조리에 쓰면 된다.
눈여겨 볼 부분은 1인 가구의 편의성을 강조한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의 확대다. HMR은 1차로 조리된 식품을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보통 ‘3분 요리’로 알려진 제품으로, 1981년 등장한 ‘오뚜기 3분 카레’가 한국 HMR의 효시라 할 수 있다.
당시 시장 규모라고 할 것도 없던 HMR 시장은 2010년 7,700억원 규모에서 2015년 1조5,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4조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식품업체는 즉석밥 및 국류 등의 기존 즉석 조리식품을 강화하는 한편 라면과 밥을 함께 묶은 ‘라밥’ 등을 출시하며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지난해 ‘햇반컵반’과 ‘비비고 국물요리’ 등 매출액이 각각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5년 4월 출시된 햇반컵반의 첫해 매출은 190억원에 그쳤지만, 2018년에는 5배 이상 늘어난 1,050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6월 출시된 비비고 국물요리도 첫해 매출 140억원에서 지난해 1,280억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에 유통업체들도 자사 PB 브랜드를 중심으로 HMR 시장을 공략 중이다. 롯데마트는 ‘요리하다’, 이마트는 ‘피코크’ 등으로 프리미엄 HMR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2013년 340억원 수준이던 피코크 매출이 2014년 560억원, 2015년 830억원까지 증가했다.
전자·보안·가구업계도 ‘1인 가구’ 겨냥 서비스 출시
전자업계도 1인 가구를 겨냥해 이들의 니즈에 맞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주된 거주 형태인 원룸과 오피스텔 등에 맞춘 소형화·슬림화를 추구하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충족시킨 제품으로 이들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 출시한 ‘슬림스타일’ 소형 냉장고부터 LG 전자의 10kg 이하 ‘꼬망스’ 미니세탁기, 쿠쿠전자의 3인용 미니밥솥 등 트렌드 에 맞춘 다양한 소형가전 시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혼자 사는 1인 가구를 노린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싱글족 의 안전을 위한 상품도 등장했다. 보안업체 에스원은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원룸, 오피스텔을 타깃으로 ‘세콤홈즈’ 서비스를 론칭했다. 방범 기능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가스를 차단하거나 조명을 원격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가구 전문기업들은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 작은 평수에 거주하는 1인 가구를 위한 실속형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가구 중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것이 침대라는 점에 착안에 기업들은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1인 가구 맞춤형 ‘기능성 침대’를 출시하고 있다. ‘기능성 침대’는 침대를 구성하는 매트리스와 프레임에 여러 가지 소재와 기능을 부가해 사용감과 편이성이 개선된 침대를 말한다. 침대 아랫부분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한 ‘수납형 침대’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옷장 중간에 화장대 기능을 추가한 ‘화장대 수납장’, 접으면 의자로, 펼치면 침대로 활용할 수 있는 ‘소파 베드’는 특히 1인 가구에 인기가 많다.
또 1인 가구에 특화된 스마트 가전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소형가전 분야의 세계적 명품기업인 드롱기(De’Longhi)는 소형화된 접이식 2단 다용도 조리기구, 공간을 선택적으로 제한해 작동시킬 수 있는 에어컨 장치 등 1인 가구에 특화된 소형가전을 출시하고 있다. 아울러 커피메이커, 조리가전 등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가전 분야에 집중하면서 이들 제품에 대한 특허 출원도 함께 늘어 핵심 기술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온라인·모바일업계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서비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생필품을 쇼핑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의미하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화장품, 기저귀, 생리대부터 남성의 경우, 와이셔츠, 넥타이, 양말까지 개인 선호에 맞춰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형태다.
지적재산권 기반 경영전략 필요
1인 가구의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경영전략도 수정이 필요하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가 지난 2월 BC카드 디지털연구소에 기고한 연구보고서에서 “1인 가구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보급을 통해 가구구조 변화에 부합하는 소비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주요 소비주체가 다양한 그룹으로 분산되어 나타나는 만큼 기업들은 이들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는 맞춤형 상품 개발에 나서야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업들은 늘어나는 1인 가구 추세에 맞게 소량 상품, 소형 가전, 소형 가구, 1인 전문 인테리어 등 적극적인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며 “최근 급부상하는 수출품목으로 소형밥솥, 1인 가구 맞춤형 전자레인지를 주목해야 하고, 가정간편식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고 했다.
타깃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소비시장의 자체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도 있다. 김 교수는 “1인 가구는 2~3인 가구와 소비패턴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모든 것을 ‘혼자 소비’하기 때문에 작은 소량 ·소형 제품을 구매한다. 이러한 이유로 다수의 기업들이 솔로코노미 시대의 부상과 함께 사이즈를 줄인 제품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다만 “1인 가구가 다 같은 성격의 1인 가구가 아니라는 점을 기업들은 인지해야 할 것”이라며 “1인 가구 내에도 취업준비생, 독거노인과 달리 독신 생활을 즐기며 자신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럭셔리 싱글족과 같은 다른 계층이 존재하는 만큼 소비의 양극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타깃별 소비패턴에 따른 제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무설계와 건강, 생활 도우미 지원 등의 1인 가구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도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외식 업계도 배달서비스나 1인용 전용 좌석 등의 1인 가구 맞춤형 소비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총각네 반찬가게’와 심부름 서비스 등 1인 가구에 맞춤화된 서비스업이 크게 부상하는 모습으로 현실화 되고 있다.
특히 김 교수는 “지적재산권을 기반으로 한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세계 소형가전 시장의 경 쟁과열로 기업 간 특허분쟁이 급증하고 있다”며 “1인 가구의 증가를 통해 새로운 소비시장이 형성되고, 기업들은 이런 소비시장을 공략할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출시하며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이와 더불어 언제 발생할지 모를 디자인 분쟁에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출원을 고려 중인 디자인에 대해 선 행조사를 수행한 후 유사범위의 폭을 판단해야 한다”며 “판단결과 유사범위의 폭이 비교적 좁게 판단될 위험요소가 있다면 관련 디자인 제도와 부분 디자인 제도를 활용한 출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금융업에 대해선 “1인 가구의 소비패턴과 성향 및 선호를 면밀히 분석해 1인 가구 맞춤 금융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빅데이터 등의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들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1인 가구도 재테크나 노후준비 등에 관심이 많지만 전문가의 도움보다는 비전문적인 지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상품 개발, 필요자금 계산, 보험상품 가입 등 전문적인 금융지원 서비스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