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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


정치적 셈법 복잡한 선거구제 개편, 이룰 수 있나

與 “보상 있어야” vs 野 “안 한다는 말”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한 정당이 선거 때 압승을 거뒀다고 하더라도 유권자의 100% 지지를 받은 게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다 주지하는 사실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월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비례대표 정당득표율 51.4% 기록했음에도, 전체 시도의회 의석의 79.1%를 차지했다. 서울시의회만 놓고 보면 차이는 더 확연히 드러난다. 민주당은 50.9%의 표를 얻었음에도 102석(전체 110석)을 확보해 의석의 90%를 차지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25.2%의 표를 얻고도 겨우 6석(5.5%)의 의석을 건졌다. 현행 선거제도하에서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2년 뒤 총선에 그대로 대입할 경우 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당이 사실상 ‘전멸’할 거라는 일각의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때문에 야권은 승자독식 체제인 현행 선거제도를 각 정당의 전체 득표율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하지만, 여당은 현행 제도를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정치적 의사 왜곡 막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가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16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변화의 시대 :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편’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새 정치에서 개헌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국민의 뜻이 정치적으로 반영이 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 결과 어느 정당도 안심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선거제도 개정을 논의해 볼만한 적정한 시기”라고 말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253석)와, 정당 지지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47석)를 혼합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의 경우 양당제를 통한 정치적 안정을 구축해 안정된 정국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지나친 사표의 발생으로 유권자의 투표가치가 선거결과에 정확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일례로 이번 부산광역시 기초단체장 선거의 경우 민주당 후보가 16곳 중 13곳에서 당선됐지만 득표율 60%이상 압도적으로 승리한 곳은 없었다. 부산지역 유권자들이 당선되지 못한 후보자들에게 던진 40%이상의 표는 사표(死票), 즉 죽은 표가 됐다는 얘기다.

 

 

강원택 교수는 “현행 단순 다수제 방식은 바람을 많이 타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이번 부산지역 지방선거”라며 “부산의 경우 1995년 이래 2014년 지방선거까지 민주당계 기초단체장, 구청장이 단 한명도 당선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16개 구청장 선거 중 13곳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한국당이 2곳, 무소속이 1곳”이라며 “이번에 또다시 상황이 역전이 되면서 정치적 대표성이 특정 정당에 독점되는 상황이 나타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 민의를 비교적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강 교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대개 학계에서나 김대중 대통령 이후 민주당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고 정치권, 언론에서도 가장 많이 얘기되고 있는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며 “독일,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에서 (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고, 중앙선관위도 이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결합한 제도로,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의석수를 먼저 확정한 후 지역구 의석과 전국구 의석을 결정한다. 기본적인 투표방식은 지역구 의원과 정당에 각각 한 표씩을 던지는 현행 제도와 같지만, 의석수를 계산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셈이다.

 

국회 전체 의석이 100석인 경우 A정당이 지역구에서 10석을 얻었고, 정당투표에서 25%를 얻었다고 가정해보자.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르면 의석수는 정당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A정당이 가져갈 수 있는 의석수는 25석으로 결정된다. 즉 A정당은 지역구에서 10석을 차지했기 때문에, 나머지 15석을 비례대표로 가져간다. 반면 현행 선거제도에 따르면 지역구 10석과 정당득표율 25%를 단순 합산하게 된다.

 

 

강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를 국회의원 선거에 대입하면 민주당이 243석, 한국당이 47석을 가져간다고 한다. 이런 쏠림현상은 현행 방식에 기초한 선거제도에서는 근본적으로 피할 수가 없다”며 “견제와 균형, 다원성, 경쟁이 없는 민주주의는 건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이미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반대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민주당은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해왔기 때문에 그 요구가 진정성이 있는지 봐야할 것 같다”며 “그동안 정치적 이해관계로 지체됐던 개혁이 이번에야 말로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與 “손해 보는 민주당에 보상 있어야”

 

이처럼 현행 선거구제는 여당인 민주당에 상당히 유리한 제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야권에서는 각 정당의 전체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눠 갖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원할 수밖에 없다. 반면 여당은 현행 선거제도를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바꿔 야권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 줄 필요는 없는 입장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진정성이 있느냐고 질문했는데, 대통령 공약이니까 (당연히 진정성이) 있지만 헌법보다 바뀌기 어려운 게 선거제도”라며 “그만큼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약속했으니 지키라고만 하면 단언컨대 선거제도 개정, 안 된다”며 “이게 옳은 것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것은, 최소한 제가 아는 정치 상식으로는 되지 않는 방식”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하면서 당론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여당을 대표해 참석한 만큼 민주당의 기조가 녹아있을 거라는 것이 참석자들의 중론이었다. 이 의원은 “약속을 바꾸려고 둘러대는 게 아니고 선거제도 개혁은 각 정치행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며 “수세나 열세에 몰린 정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약속이 아니라 약속 할아비를 했던 정당이라도 정치적으로 불리한 이상 쉽게 그 방향으로 가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이 의원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give and take’(기브 앤 테이크)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민주당이 선거제도를 바꿔 의석을 잃고 손해를 본다면 다른 것에서 보상이 있어야한다. 그냥 선거제도만 놓고 ‘니들이 약속했으니까 지키라’고만 하면 손해가 뻔함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킬 정당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도 저도 아니라면 국민적 여론이 대세를 이뤄서 바꾸지 않으면 도저히 안 된다는 압박을 느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진 않다”며 “선거제도를 어떻게 디자인할거냐, 구체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들어가서 어떻게 디자인할거냐 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고, 그 이전에 큰 흐름에서 각 정당이나 각 정치행위자들 간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부연했다.

 

 

이 의원은 현재 민주당 차원에서 각 당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야권 측에서 더욱더 적극적인 요구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당 입장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한국당이나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은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열망이 굉장히 강한 것으로 알고 있고, 그것을 받아들여 정개특위를 설치·운영할 생각도 있다”면서 “다른 정당이나 선거제도를 바꾸고 싶은 분들도 그 점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이렇게 했을 때 당신들이 얻는 게 뭐다’라는 점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옳은 제도이고 바람직한 제도이기 때문에 또는 대선에서 공약했기 때문에 바꾸자고 한다면 저희들은 ‘예. 옳습니다. 바꾸겠습니다.’ 이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다. 실제 (선거제도를) 바꾸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조건을 아주 솔직하게 말씀 드리는 것”이라며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한 조건은 토론과정에서 각 이해관계자나 행위자들끼리 서로 각축하고 절충하고 또는 다투면서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野 “개혁 안하겠다는 말...민주당 지지율 떨어져야 가능한 일”

 

야권은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의원 말을 들어보니까 부자의 여유가 느껴진다. 정당이 국회의원 의석수와 바꿀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며 “없다. (선거제도 개혁을) 안 하겠다는 얘기”라고 맞받아 쳤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됐든 중대선거제가 됐든 선거제도를 권력구조와 패키지로 연결해 개혁해야 한다”며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기업인 등 다원화된 사회의 목소리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선거제도를 통해 국민들이 국회를 믿고 편안하게 밤잠 잘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금 선거제도로 총선을 하면 (여권)243석 대 (야권)47석이라는 압도적인 결과가 나오는데 민주당이 바보가 아닌 이상 왜 바꾸겠느냐”며 “바른미래당은 당론이 중대선거구제이지만 한국당이 경북을, 민주당이 호남을 싹쓸이를 하는 지금 시점에서 (중대선거구제로) 바뀔 가능성은 제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일하게 가능성 있는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이지만 이게 가능해지려면 민주당 지지율이 좀 떨어지고 다른 당 지지율이 좀 올라가야 한다”며 “지금은 한국당 나름대로 혁신을 잘해서 지지율을 올리고, 우리 당도 지지율 올리는 정치하는 것이 선거제도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승자독식 방식의 선거구제, 우리 헌정사에서 지워야

 

선거구제 개편을 둘러싼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방식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는 어떤 핑계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사표발생도 마찬가지다. 선거제도상 불가피하다고 쳐도 사표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민주적 정당성을 해할 우려가 다분해지는 것은 자명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도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은 큰 의미가 없다”며 “득표수에 비례해 의석을 가져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연동형 비례대표제)에는 전 국민이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승자독식 방식의 선거구제. 이제는 우리 헌정사에서 지워야할 때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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