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6 (토)

  • 맑음동두천 10.9℃
  • 구름많음강릉 16.0℃
  • 맑음서울 14.0℃
  • 맑음대전 13.2℃
  • 맑음대구 13.6℃
  • 구름많음울산 17.4℃
  • 맑음광주 14.1℃
  • 맑음부산 19.2℃
  • 맑음고창 11.3℃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2.4℃
  • 맑음보은 11.3℃
  • 구름조금금산 7.5℃
  • 맑음강진군 15.9℃
  • 구름조금경주시 14.7℃
  • 맑음거제 17.0℃
기상청 제공


굴 껍데기에 몸살 앓는 경남...처리방법 없나

- 산더미처럼 쌓이는 굴 껍데기...악취 등 피해
- 비료 재활용 등 처리방안 있지만 녹록지 않아
- ‘석회석 대체재’로 재가공시 매년 적자만 20억원
- 업계 “사업장폐기물서 일반폐기물로 전환을”...정부 “법 완화 없다”

 

[M이코노미 김미진 기자] 우리나라 ‘굴’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34만 톤. 생산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굴 껍데기(굴 패각)는 연간 28만 톤에 달한다. 국내 굴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경남 지역에선 이 굴 껍데기가 큰 골칫덩이다. 부족한 예산과 규제 등에 가로막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면서 어업인들의 생산비용이 늘어남은 물론, 환경오염과 악취까지 유발해 지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굴 패각 자원화’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산더미처럼 쌓이는 굴 껍데기...악취 등 피해

 

‘굴’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대표 수산물이다. 지난해 기준 생산량만 34만 톤에 달하면서, 전체 패류 양식 생산량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소비는 물론 해외에서도 각광받으며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국내에서는 80% 이상을 통영, 거제, 고성, 남해 등 경남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굴 주산지인 경남에선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껍데기를 처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거제에서 굴을 까는 공장(박신장)을 운영하고 있는 중앙수산 고덕열 이사는 “굴 박치기(굴 까는 작업을 굴 박치기라고 표현했다)를 하면 그만큼 굴 패각이 나오기 때문에 어딘가에 이걸 치워야 하는데 처리할 방법이 없다. 공장을 하는 입장에서 맘대로 어디다 버릴 수도 없고 답답한 심정”이라며 “우리로서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버릴 장소를 정해주는 등으로 해결책을 만들어 주길 바랄 뿐이다. 굴 패각 처리는 우리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기준 굴 껍데기 발생량은 약 28만 톤에 달한다. 굴 주 생산시기인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굴 생산 공장에서 굴 껍데기가 대량으로 발생하는데 이중 비료나 사료, 채묘용 등으로 활용되는 껍데기는 18만톤 정도다. 나머지 10만톤 정도는 처리방안이 마땅치 않은 탓에 야적되거나 방치되고 있다. 이는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는 동시에 지역 주민들의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남지역에서 방치된 굴 껍데기는 더 이상 쌓아놓을 곳이 없을 정도. 실제 이 공장 뒤편에도 지난해 발생한 굴 껍데기가 분쇄된 상태로 아직까지 처리되지 못하고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고덕열 이사는 “기온이 올라가면 파리가 생기고 악취가 심해 주변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 한다”며 “굴 산업이 우리 지역경제의 근간이고 효자산업이지만 굴 패각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비료 재활용 등 처리방안 있지만 녹록지 않아

 

현장에선 해양투기나 비료로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굴 껍데기를 처리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해양투기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 수만톤의 껍데기를 실어 나르는데 한계가 있고, 비료 활용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매년 35억 원을 투입해 사업비(운반비)를 지원하고 있음에도 염분 잔류 등을 우려한 농가의 사용 기피로 수요가 감소하는 실정이다. 


굴 껍데기를 재활용해 비료와 사료를 생산하는 통영 소재 업체(업력15년) 한려케미칼의 박세웅 회장은 “우리 회사가 연간 비료(5만톤)와 닭사료(3만톤) 8만톤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는데, 매년 굴 패각이 30만톤씩 쏟아져 나오다보니 우리 같은 업체(전국 7곳 정도)들이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한다”며 “농민들의 수요도 부족해 소비를 늘리기 위해 뭔가 개발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에서 한계점을 느낀 박 회장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으로 판로를 개척하려 했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그는 “중국 측에서 20만톤 정도를 가져간다고 해 수출하려고 했는데, 국내법상 굴 패각이 폐기물로 들어가다 보니 (중국에서) 폐기물이 아니라는 증명서를 내놓으라고 하더라”며 “환경부에 항의 했지만 뚜렷한 답을 못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미국이나 브라질 등에서도 관련 문의가 많이 오는데 서로 법체계가 다르다 보니 진행이 안 된다”며 “우리나라에선 재활용을 통해 상품을 만들어 판매가 가능하지만, 외국에서는 검역에서 통과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민과 어민, 우리가 다 같이 살려면 칼슘 비료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책적으로 칼슘 비료를 만들어 정부가 유기질 비료를 보조하는 것처럼 지원하면 굴 패각 30만톤을 처리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청 어업진흥과 이성환 과장은 “농민들을 만나보니 비료에 염분이 있어 농작물이 죽는다고 하더라. 비료가 거름으로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라며 “단가도 안 맞는다고 했다. 굴 패각으로 만든 비료가 잘 팔려야 재순환 과정을 거쳐 돌아갈 텐데, 안 팔리다 보니 인풋은 있는데 아웃풋은 없는 격”이라고 했다.

 

‘석회석 대체재’로 재가공시 매년 적자만 20억원

 

굴 껍데기를 화력발전소나 제철소에서 탈황원료로 사용하는 석회석의 대체재로 재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이 또한 사업성 부진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박세웅 회장은 “(석회석의 대체재로 사용하려면) 굴 패각을 900℃ 정도의 화력으로 불에 태워 껍질에 붙어 있는 생물이나 이물질 등을 다 제거해야 하는데, 연료비에서 타산이 안 맞는다. 400℃ 열만 사용해도 연료비가 1년에 6억원씩 들어가는데, 900℃ 사용한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석회석의 경우 광산에서 채취해 가공비가 안 들지만, 패화석은 가공비가 들기 때문에 단가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성환 과장은 이에 대해 “화력발전소나 제철소에서 탈황원료로 사용하겠다고 하지만 굴 패각이 폐기물이다 보니 가져가는 조건에서부터 제약이 따른다”며 “1년 이상 패화석 공장에서 정제해 염분을 다 제거하고 가져가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영시에서 경제성 분석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했는데 1년에 20억원 이상 적자난다는 결론이 났다”며 “사업화가 될 수 없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업계 “사업장폐기물서 일반폐기물로 전환을”...정부 “법 완화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행법상 굴 껍데기가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돼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 중에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굴 껍데기 처리에 수반되는 비용이 턱없이 비싸고, 절차도 까다롭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폐기물’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더해지면서 농민들이 비료 소비를 기피하게 되고, 자연스레 관련 사업성까지 저하돼 굴 껍데기 재활용이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사업장의 굴 가공과정에서 1일 300kg이상의 굴 패각이 발생하면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되는데, 대부분의 사업장은 하루에 300kg 이상의 굴 껍데기가 발생한다. 때문에 업계는 굴 껍데기를 사업장 폐기물에서 일반폐기물로 변경하는 법 완화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김효정 과장은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다른 사업장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있어 굴 패각에 대해서만 특정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며 “환경부는 사업장폐기물 완화는 안 되는 것으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현장에서 실무를 보고 있는 이성환 과장은 “현재 가장 좋은 방법은 환경부에서 법을 완화해 주는 것”이라면서도 “20만톤 이상의 굴 껍데기를 돈 들여서 치울 필요가 없게 되면 지금보다 더한 부작용이 생길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국회에서는 ‘굴 패각 자원화 무엇이 필요한가’ 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굴 껍질의 재정지원과 제도개선, 시스템 구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와 현재 산업폐기물에서 일반폐기물로 법 규정이 완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동시에 심각한 지역문제가 되고 있는 굴 껍질 처리와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의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9


관련기사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