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고의로 세금 납부를 회피하면서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 생활을 하는 '악의적 체납' 혐의 고액체납자 325명에 대한 추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국세청은 체납자와 가족의 소비지출과 재산변동 상황, 금융거래·FIU 정보, 생활실태정보 등을 수집해 정밀 분석한 결과 고액체납자 325명을 선정했다.
거주지는 서울 166명, 경기 124명, 부산 15명, 대구 5명, 대전 11명, 광주 4명 등이었으며, 이들의 체납금액은 8,993억원에 달했다. 이 중 5억원 이상 체납한 사람이 절반 이상인 178명이었다.
국세청은 지난해에도 체납자를 조사해 1조8,805억원을 징수했다. 올해 체납자 3,185명을 조사해 지난 4월 말까지 6,925억원을 징수했다.
국세청이 이날 공개한 사례를 보면 체납자들은 대부분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이전하고 현금 따로 집 안에 숨겨두거나, 이혼을 한 뒤 위자료 등의 명목으로 현금을 배우자에게 이체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A씨는 부동산 거래 후 양도 시점에 10여 건의 보험을 해약하고 보험금 2억4,000만원을 인출했다. 이후 세금고지서를 받은 다음 날 자신의 외제차를 며느리 명의로 이전했다. A씨는 또 자녀 명의의 54평형 고급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며느리 명의 외제차량을 포함해 가족이 외제차 3대를 보유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해왔다.
국세청은 1개월 동안 8회 이상의 잠복과 미행을 거친 끝에 A씨의 호화 생활을 확인하고 거주지 수색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은 A씨가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 주방 싱크대 수납함에 보관해오던 현금 5억원(5만원권 1만장)을 적발했다.
소액의 임대소득 외에 다른 소득이 없는 B씨는 84세 고령의 어머니 명의로 대여금고를 개설해 현금 등의 금품을 보관해오다 이번에 적발됐다.
B씨는 주민등록상 주소가 아닌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아들 명의의 50평형 겸용주택에 거주하며 아들 이름으로 리스된 고가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
국세청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대여금고와 B씨의 거주지에 대한 수색을 실시해 금고 안에 있던 수표(2억 원)․현금(1억2,000만원)․골드바(1.7kg) 등 총 4억1,000만원 상당의 재산을 압류했다.
세금을 납부하지 않기 위해 이혼을 한 경우도 있었다. C씨는 부동산 양도 전 배우자와 이혼하고 양도대금 중 7억원을 39회에 걸쳐 현금으로 인출했다. 그런 다음 재산분할과 위자료 명목으로 3억6,000만원을 배우자에게 이체했다.
하지만 C씨는 이혼한 배우자의 거주지에 살고 있었다. C씨는 국세청 직원의 갑작스러운 수색에 장난감 인형 밑에 급히 현금 7,000만원을 숨기기도 했다. 국세청은 C씨의 배우자 집에서 확보한 현금과 귀금속이 모두 C씨의 소유임을 밝혀내고 7,400만원을 징수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납부 여력이 있으면서도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롭게 생활하는 공정사회에 반하는 고의적 체납처분 회피자에 대해 추적조사 역량을 집중해 끝까지 추적・징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