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물질로 판명된 균류, 이 세상의 모든 존재물의 탄생과 죽음을 관장한다. 셸드레이크의 책은 ‘기상천외한 균류’의 홀씨가 확실하게 떨어진 옛날식 학교와 버섯 광(狂)들이 모인 야영지에서 꼭 필요한 것이 되었다. 셸드레이크는 “균사체(菌絲體)는 생 태적으로 연결된 조직(組織)이며, (두 조각이나, 물질을 함께 꿰매놓은 선)인 솔기처럼 세계의 많은 곳을 기워놓고 있다”고 했다. 지구가 붕괴될 것처럼 지각 변동이 활발했을 때 우리들의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균류들이 실오라기처럼 하나로 엮여져 있다는 상상은 거의 이가 시릴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다. 고급 여성복 디자이너 이리스밴 펄펜는 코로나 봉쇄기간에 이 책을 읽은 후 균류에 영감을 받은 신상품들을 만들게 되었다. 꾀꼬리 버섯처럼 주름이 잡힌 드레스로였다. 균류가 세상을 탐험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느다란 균사(菌 絲)가 쉽고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모델로 삼아 뱀이 꿈틀 거리듯 보디스(드레스의 상체)를 비단 덩굴손처럼 만들었다. 고유한 문화를 지닌 수많은 공동체와 토착집단들도 버섯에 대한 자기들만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SPUN이 만든 한 영상물을 보면, 버섯에게 노래를 하는 칠레의 마푸체 노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필자 주 : 이 기사는 뉴욕타임스,The miracles beneath your foot라는 기사를 토대로 필자의 의견을 첨부한 것임) 우리의 발밑이라 흔히 간과되는 흙은 생명의 원천이요. 그 속에 살아가는 무수한 미생물 유기체가 생명활동을 하는 곳이다. 그 속에서 혹은 바깥에서 살고 있는 균류(곰팡이류) 또한, 우리들은 힐끔 못 본 척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버섯처럼 거대한 균사(菌絲, 균류의 본체를 이루는 실 모양의 세포)는 지구의 생명체를 하나로 연결하고 있다. 균류학자인 메를린 셸드레이크는 우리들이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난치병을 치유하는 물질이나 우리의 식량을 공급하는 생명 줄을 쥐고 있는 우리의 발밑 세계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흙속의 균류세계가 보낸 인간 특명대사(特命大使) 지난겨울 어느날 저녁. 균류학자이며 베스트셀러인 ‘얼기 설기 얽힌 생명(Entangled Life)’의 저자인 멜를린 셸드레 이크는 외국인들이 경영하는 식당가인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 소호 지역에서 열린 한 행사에 주인공으로 나왔다. 그날 모임은 ‘작가와 예술가들을 포함한 사교 살롱’이라고 해야 좋을 듯 했다. 소설가 에드워
『제4편』 자전거 타는 이에게 교통수당을 지급하라 매년 30억~40억 원, 지자체의 자전거 특별교부세는 어디에 쓰이나?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도로는 사치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이 아닌 레저나 운동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국토의 1.7%를 차지하는 자동차 위주의 도로만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지만 가장 기본인 보행자나 자전거를 위한 생활교통 공간은 잘 보이지 않는다. 녹색성장을 외친 2010년대 주요 물길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지긴 했으나, 그건 레저용이지 교통수단으로의 자전거를 위한 도로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나마도 2015년 이후에 건설이 끊겼다. 그 대신 정부는 매년 지자체에 특별교부세 30억~40억 원을 지원해 자전거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전거가 차지하는 교통 분담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1995년 자전거법이 만들어질 당시 2%였던 분담률은 지금 1.2%로 0.8%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에 자전거도로가 있어도 관리 소홀과 시민의식 부재로 안전하고 편리한 자전거도로로서의 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국 지자체별로 자전거 예산을 쓰고 있는데도 우리나라가 이처럼 세계 최하위권
『제3편』 영종도가 국제도시라뇨? 자전거 길도 관리하지 못하면서... 당신이 요령껏 알아서 찾아가쇼! 지난 일요일 폭염 경보가 발령된 최악의 날씨에 저는 취재차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도에 자전거를 타러 갔다가 죽다 살았습니다. 사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저의 계획은 오전 11시 서울 마곡나루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내려 영종도 해안 자전거 길을 따라 을왕리 해변까지 갔다 올 작정이었습니다. 원래는 이곳 지리를 잘 아는 분이 저와 동행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집안 일이 생겨 못 오는 바람에 졸지에 나 홀로 라이더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혼자면 어떻습니까? 영종도의 자전거 길이 잘 되어 있다고 들은 터라, 혼자서도 괜찮을 줄 알았지요. 제가 영종도에 간다고 하니, 주변 분들은 최근 공항철도가 일반 자전거(접이식 제외)를 휴대하지 못하도록 했고 주말에 이용하려면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고 일러줄 뿐 그곳 자전거 도로 상태를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사전에 자전거 도로 상태를 알아보지 못한 것은 저의 불찰일 수도 있습니다만, 명색이 세계에서 4번째라는 인천공항을 가진 영종국제도시의 자전거 도로가 이토록 불편하고 형편없을지 저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 2편에 이어서 >> van Tullenken이 옳을지 모른다. 다른 물질-합성물질, 화학제품 그리고 변질방지제-은 가공과정에 사용되어 과소비를 조장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 말이다. 그리고 진짜 피자와 냉동피자와의 결정적인 차이는 비용이다. 이 책에서 논의되고 있는 신선한 피자 파이는 냉동피자보다 600%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1900년대에 음식비용은 전형적인 미국인 가정 예산에서 43%를 차지했다. 오늘날 우리는 일반적으로 10%이하를 지출하고 있다. 고도가공 식품의 저렴함은 음식비 지출이 줄어든 이유의 일부분을 차지한다. 사람들은 음식 값이 쌀 때 더 많이 먹는 것일까? 아니면 음식을 싸게 만드는 가공기술이 우리를 속여 더 많이 먹도록 하는 바람에 더 싼 음식을 먹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모호하고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van Tullenko의 설명은 결국 우리를 병들게 하는 어떤 음식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이익을 위해 가공된 음식이라는 사실이다. 저급한 재료는 음식을 더 싸게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데 그 이유는 저비용이 소비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설령 음식이 과잉소비가 되도록 설계가 되었더라도 그것을 생산하는데
『1편』에 이어서 >>> van Tullenken은 주로 비만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1980년대 이후 급속히 증가하게 된 주요 원인은 환경이 바뀐데 있었으며, “그와 동시에 고도 가공 식품과 드링크 제품 의 생산과 소비가 급속히 증가한데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가공 식품이 체중을 늘리고 건강에 나쁘다고 걱정해 왔다. 심지어 1900년대 초기에도 미국 농림부는 이런 게 매우 걱정되어 격리된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2주 동안 계속해서 첨가제와 보존제가 범벅된 음식만 먹도록 하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았다 (결과는 엇갈렸다). 인공 첨가물, 보존제와 색소의 사용은 2차 대전 이후 극적으로 치솟아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이 미국 의회에서 제정되기까지 했다. 이 책에서 예시하는 고도 가공 식품 가운데 인공합성의 버터, 코카콜라와 사카린을 포함한 몇몇 제품은 190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보다 더 이르진 않아도 이 책의 반복되는 모티브 (주제)로 사용하는 Coco Pops는 거의 50년 전에 선을 보였다. 실제로 1960년대까지 오늘날 고도 가공 식품으로 분류될 수 있는 식품이 도처에 만연했다.
우리들은 초-가공(超 加工) 식품에 인이 박혀 있는 듯이 보인다. 의사이자 과학자, 저널리스트인 크리스 반 툴렌켄(Chris van Tullenken)이 몸에 안 좋은 줄 알면서도 초-가공 식품에 빠진 현대인의 심리를 저널리스트적 관점에서 파고들었다. 회반죽 가짜 빵을 비난했다가 마을에서 쫓겨난 ‘그램 크래커’의 실베스터 그램 오늘날, Sylvester Graham(1794~1851)은 자신의 이름이 붙은 크래커로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전성기 때 Graham은 몸에 좋은 음식에 관한한 영향력 있는 작가였고 강연자였다. ‘mobbed-떼 지어 몰려들다’란 말은 그가 연설할 때 이따금 일어났던 일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분명하다. 결혼의 순결과 가정 요리를 옹호하다가 그는 mobbed란 글자 그대로 떼 지어 몰려든 남편들과 빵집 주인들에 의해 마을에서 쫓겨났다. 1837년의 한 논문에서 Graham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를 경고했다. 일반인들이 먹는 빵과 상업적인 빵집이 사용하 는 저급한 밀가루는 농부들이 흙에서 최대한 수익을 짜내 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런 밀가 루 빵은 영양성분이 떨어지는데다 제빵 업자들이
무성한 풀은 흙을 건강하게 가꾸는 유기물 흙은 유기물로 키우는 것이다. 그러면 흙은 살아난다. 아니 원래 살아 있던 흙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휴경 밭을 예로 들어 보자. 풀이 무성하다는 것은 흙 위든 흙속이든 유기물이 듬뿍 보급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자연이 회복되어 흙이 비옥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것을 보고 배우면 흙을 살릴 수 있다. 그렇다고 유기물을 보급하면 당장 효과를 보고 흙이 살아난다는 말은 아니다. 유기물에 따라서 분해되기 쉬운 것, 분해되기 어려운 것이 있어서 그렇다. 흙에 들어온 유기물을 분해하는 주인공은 흙속의 미생물이나 지렁이와 같은 동물이다. 이들은 질소를 먹고 몸을 튼튼하게 키워서 흙에 들어온 유기물을 효율적으로 분해할 수 있다. 만약 흙속에 들어온 유기물 속에 질소가 적게 들어있다면 흙속의 미생물과 동물이 흡수할 질소가 충분히 못하므로 몸을 크게 만들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이들은 유기물을 완벽하게 분해할 수 없게 된다. 이런 흙에서 자라는 작물은 영양실조를 일으켜 잎이 누렇게 된다. 밀짚은 흙에 넣으면 수년 동안 질소를 방출하지 않다가-다시 말하면 밀짚은 서서히 분해되면서 필요한 질소를
『제2편』 자전거 탄소배출권을 팔러 가는 날 “하늘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405PPM이라고요? 그게 뭔 말이죠?” 자전거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던 나는 먼 하늘을 보다가 함께 자전거 여행에 나선 동료 라디더에게 물었다. 그가 날 어떻게 이해시킬까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405PPM이 있다는 말은 공기 분자 100만개 중에 405개의 이산화탄소 분자가 들어있다는 소리입니다. 1PPM은 0이 여섯 개, 백만 개 중 하나입니다. 1958년에 처음으로, 하와이 마우나로아 화산섬에서 측정을 했는데 315PPM이 나왔어요." "그 이전인 1850년에 확인한 이산화탄소 수치도 있는데. 당시 빙하에 구멍을 뚫고 캐낸 긴 원통 모양의 코어(glacier core)에 갇혀있는 기포를 분석해 측정해 봤더니 285PPM이었습니다. 그랬던 수치가 산업화이후 오늘날 405PPM으로 급상승했고, 여기에 더해 매년 2PPM씩 높아지고 있는 것이죠.” “그것 때문에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이유가 뭐죠?” 내가 물었다. 태양에너지로 뜨거워진 지구는 불덩어리가 될 텐 데 지구 스스로 열을 대기로 방출해 지구 온도를 조절해 왔는데 지금은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아서 순
흙에 탄소를 돌려보내고 안정화시키는 방법 연구 진행 중 토양학자들은 부엽토를 구성하는 요소와 미생물 생태를 연구하면 할수록 흙속 생태계 즉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야 흙속 탄소 비율을 높일 수 있는데다 이들이 없으면 탄소 저장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말을 바꾸자면, 흙속에 유기물을 넣어주면 흙속 미생물의 먹이가 풍성해져 미생물 군집이 더 많이 창출되고 그 덕분에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탄소를 장기적으로 축적하려면 유기물을 넣어 주는 외에도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식물이 자라지 않는 텅 빈 흙은 쇠가 산화(酸化)하여 녹이스는 것처럼 흙속 탄소를 산화시켜 불모지로 만든다. 탄소의 산화 작용을 막는 것이 식물이다. 특히 녹색 식물은 공기와 흙 사이의 방어막을 형성하며 미생물에 의한 탄소 배출 과정을 느리게 만든다. 바람과 물에 의한 침식도 토양 탄소의 주요한 적인데 이에 대항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식물을 키우는 것이다. 이처럼 식물은 토양 탄소를 보호할 뿐 아니라 광합성의 위력을 통해 흙속의 탄소량을 증가시킨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흙이 농작물 사이에 맨 땅으로 나와 있거나 땅을 갈거나, 농작물을 수확하고 땅을 묵히기
『제1편』 지구를 구하는 이름 없는 영웅들 “어, 어, 어, 부딪치겠어!” 자전거를 타고 도로가를 달리던 나는 집채만 한 리무진 관광버스가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갈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비명소리조차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으로 머리털이 솟았다. 옆으로 비켜갈 공간은 없었고 버스 바퀴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버스가 지나가자마자 입에서 욕이 나왔다. “야~, 이 나쁜 **야~” 자전거를 세우고 오른쪽 손바닥을 겨드랑이까지 쭉 끌어 올리면서 “*이나 먹어라!”고 버스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서울 강서구 변두리 왕복 4차선 도로였다. 자전거 도로가 없었으므로 나는 2차선 가장자리로부터 3분의 1을 차지하며 천천히 페달을 밟고 있었다. 그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더란 말인가? 버스 기사가 내게 위협을 주려고 한 짓이 분명했다. 그때였다. 후사경으로 내가 욕을 하는 모습을 본 모양이었다. 전방 20m쯤에서 버스를 멈추더니 운전기사가 내게 슬금슬금 다가와 “이 **아, 너 지금 욕한 거야?” 주먹을 치켜 올렸고 나도 악다구니를 쓰며 대들었다. “그래 **야, 쳐봐라, 쳐봐야 **” 그가 멈칫했다. 판세가 내 쪽으로
토양 입단(粒團, 작은 흙 알갱이가 모인 흙)과 흙의 곰팡이 균사(菌絲)의 탄소 저장 탄소가 흙에 저장되는 원리를 알려면 우선 토양입단(土壤粒團)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토양 입단이라 함은, 여러 개의 흙 입자(粒子)가 뭉쳐서 만들어진 흙덩어리로 흙이 건강한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척도(尺度)다. 입단이 훌륭하게 만들어진 흙이라면 손안에 움켜쥐었다가 펼치면 마치 작은 콩알 같은 흙 알갱이들이 흩어지게 될 것이다. 작은 콩알 같은 그런 흙 알갱이를 토양입단(土壤粒團)이라 한다. 만약 단단한 흙덩어리로 뭉쳐진다면 입단이 원활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 것이고 흙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토양입단은 점토(粘土), 유기물(有機物), 철(Fe) 또는 알루미늄의 산화물, 칼슘 등이 모인 복합체로 바람과 물의 침식(侵蝕)으로부터 버틸 만큼 강하다. 그리고 공기와 물, 그리고 식물 뿌리가 영양분을 찾을 수 있도록 흙속에 틈새를 확보해 준다. 이러한 식물의 보호 공간을 확보해 줌으로써 토양입단은 콩과 식물의 뿌리혹박테리아(질소를 붙잡아 콩과 식물이 스스로 운영하는 비료공장)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흙속의 균근(菌根) 곰팡이의 균사(菌絲)는 그런 입단을 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