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이른바 ‘쓰레기 원정 처리’ 문제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지역 간 인식 차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서울 시민 10명 중 4명가량은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지역 민간 소각장으로 보내야 한다고 답한 반면, 처리시설이 밀집한 충북에서는 외부 생활폐기물 반입 금지나 총량 규제에 과반이 찬성했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생활폐기물을 소각이나 재활용 등 중간처리 없이 그대로 매립지에 묻지 못하도록 한 제도로, 올해 수도권에서 먼저 시행됐고 2030년에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이번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선출될 자치단체장의 임기가 2030년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 단체장은 임기 내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한 갈등 조정과 지속 가능한 폐기물 관리체계 구축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제시될 폐기물 공약이 향후 4년 지역 환경은 물론 전국 자원순환 체계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 “소각장 증설 필요하지만...” 방법론에선 이견
15일 기후위기 전문 프로젝트 그룹 ‘기후정치바람’에 따르면, 소각장 확충 추진 방식을 둘러싸고는 ‘신속 추진’보다 ‘협의 우선’ 의견이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정치바람이 제9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2월 전국 17개 광역시·도 만 18세 이상 1만78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각장 신설·확대 예정지 주민 중심의 협의를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43.4%로, ‘예정지 외 주민 불편도 고려해 우선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34.7%)보다 높았다.
세종(47.7%), 대전(47.0%), 충북(46.0%) 등 충청권에서 ‘협의 우선’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서울은 ‘협의 우선’ 38.7%, ‘신속 추진’ 38.0%로 팽팽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하루 약 3000톤의 생활폐기물이 발생하지만, 시내 소각시설 처리 용량은 2000여톤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이달 양천자원회수시설을 시작으로 서울 시내 4개 소각장이 순차적으로 소각로 정비에 들어가면서 소각장 확충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 시민들 역시 증설 필요성 자체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추가 설치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4.3%였고, 반대는 16.3%에 그쳤다. 다만 쟁점은 ‘어디에 지을 것인가’였다.
서울시는 마포구 기존 소각장(하루 750톤 처리 규모) 인근에 하루 1000톤 규모 신규 소각장 설치를 추진했으나, 주민 반발과 행정소송 끝에 지난달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런 갈등 구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마포구가 포함된 서북권(마포·서대문·은평구) 응답자 가운데 63.4%는 소각장 추가 설치에 찬성했지만, 찬성 응답자 중 53.5%는 ‘현재 시설이 없는 자치구에 새로 설치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존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39.3%에 그쳤다. 증설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기존 입지 지역에 부담을 더 지우는 방식에는 선을 긋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타 지역 반출’이라는 선택지가 더해지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이번 조사에서 ‘신규 소각장 건설, 폐기물 감축 등을 통해 서울시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39.3%였고,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지역 민간 소각장으로 보내야 한다’는 응답은 39.1%로 사실상 비슷했다.
실제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9000톤의 수도권 생활폐기물이 비수도권에서 소각됐다. 충북 청주와 증평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충북도민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충북 내 민간 폐기물 처리업체의 수도권 폐기물 소각’에 대해 32.2%는 ‘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20.2%는 ‘총량 제한을 두고 규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업체에서 기금을 걷어 오염 방지에 쓰자’(22.0%), ‘기업이 직접 오염 방지 대책을 시행하도록 하자’(12.4%) 등 일정 부분 허용하자는 응답은 합쳐 34.4%였다.
◇ 폐기물 감축엔 공감…비용 부담엔 난색
폐기물 처리의 첫 번째 원칙은 발생량 감축이다. 광주·세종·부산 유권자를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찬성 의견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공공청사 내 금지’는 세종 79.4%, 부산 82.5%, 광주 83.7%로 80% 안팎의 찬성을 기록했다.
이어 ‘공공 주관 행사 시’(75.3~82.3%), ‘민간 주관 행사 시’(73.1~80.0%), ‘결혼식장·장례식장 내’(66.7~77.4%) 순으로 찬성 비율이 높았다. 서울에서는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에서 비닐봉지 사용 금지’에 59.9%가 찬성했다.
다만 2030년 직매립 전면 금지까지 4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회용품 감축만으로 폐기물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쉽지 않다. 결국 소각장 확충이 불가피하지만, 이에 대한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하면 다른 지역 민간 소각장 이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서울시의 경우 다른 지역 민간 소각장을 활용하면 운반비와 처리비가 늘어 각 자치구의 폐기물 처리 예산이 30~5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소각장이 없는 광주광역시 역시 직매립하던 생활폐기물을 다른 지역 소각장에서 처리할 경우 연간 1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두 지역 모두 새 부담을 늘리기보다 기존 예산을 재조정하자는 인식이 우세했다. ‘종량제 봉투 가격을 인상해 충당하자’는 응답은 서울 30.2%, 광주 16.6%에 그친 반면, ‘복지비 등 자치구의 다른 예산을 줄여 충당하자’는 응답은 서울 46.8%, 광주 74.3%로 더 높게 나타났다. 차기 자치단체장은 소각장 건설을 둘러싼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늘어날 처리 비용의 재원까지 마련하며 시민을 설득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신근정 로컬에너지랩 대표는 “폐기물 역시 지역에서 나온 것은 그 지역에서 처리하는 ‘지산지소’ 원칙이 기본”이라며 “차기 단체장의 과제는 단순히 소각장 하나를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동네 쓰레기를 우리가 책임지는 자립적 순환체계를 2030년 이전까지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사단법인 로컬에너지랩 의뢰로 메타보이스(주)가 피앰아이와 공동 수행했다. 조사 방식은 온라인 패널 대상 이메일 웹설문이었으며, 조사는 2026년 2월 2일부터 23일까지 시·도별로 다르게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