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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신진자동차고등학교

42년 자동차 역사를 쓴다

신진자동차고등학교의 태동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자동차가 생기기 이전인 60년대 중반, 자동차공업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신진자동차공업 주식회사의 故 김창현 이사장은 자동차산업분야의 인재육성을 위해 신진공업고등학교를 개교했다. 초기 자동차학과와 운수관리학과가 만들어졌었는데 졸업생들은 전원 신진자동차주식회사로 취직됐다. 당시 이슈가 됐을 만큼 전국에서는 이 학교에 입학하고자 몰려드는 학생들로 상당한 경쟁률을 보였다. 산업화가 시작되던 때라 선진화된 기술을 배워서 기술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이 학교는 올해로 42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 수만 2만3천여 명. 자동차업계의 각 요소에서 핵심인력으로 자동차의 선진화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 이 학교의 출신들이다. 현대자동차기술연구소 신차개발팀만 해도 이 학교 출신들 40여 명이 핵심인재로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학교의 이름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여러 차례 바뀌어왔다. 2004년 신진과학기술고등학교로 학교명이 바뀌면서 학과를 개편했던 이 학교는 당시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시대에 맞는 학과개편으로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 자동차분야 특성화고로 다시 개편되면서 지금의 자동차관련 학과들이 생겨났다. 정식으로 학교명이 바뀐 것은 2010년이다. 올해 3학년에 된 학생들이 학교명이 바뀌고 입학한 학생들인 셈이다.


학생들에게 비전을 주지 않는 학과는 폐과

현재 신진자동차고는 자동차정보학과,자동차디자인과, 자동차제어과, 건설교통과, 자동차앱포털학과 등 5개학과에 620여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전교생 중에서 여학생은 18명에 불과하다. 여학생 수가 적은 이유는 자동차라는 특성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동차의 기초설계부터 수리까지 3년 동안 이론과 실기를 배운다. 1학년 때는 이론을 2, 3학년이 되면서는 실습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조금 동떨어진 건설교통학과가 궁금해 물었더니 도로교통 기반시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로설계나 네비게이션, 교통계획과 같은 지형정보를 IT로 접근하는 것이죠. 학생들의 관심도 상당히 높고 비전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앱포털학과는 지원하는 학생들이 적어서 폐과될 예정입니다. 인터넷을 자동차학과로 특성화시키면서 연관시켰는데 공업 쪽에서 다루다 보니까 상업이나 컴퓨터를 가르치는 쪽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심사숙고한 끝에 여러 의견을 얻어서 폐과승인을 받아 놓은 상태입니다. 올해를 끝으로 폐과되는 거죠.” 이진구 교장의 설명이다.

이 학교의 올해 졸업생 취업률은 60%다. 상당히 높은 취업률인데도 이진구 교장은 “취업률을 더 높여야 한다”면서 “서울여상 같은 경우는 66%나 되고, 공업계열 학과도 취업률이 상당히 높은데 오히려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미취업상태로 남아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기초기술을 현장에서 갈고 닦음으로서 전문가로 발돋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고졸취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인식변화를 위해 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취업설명회를 열고 있다고 했다.

이 학교가 얼마나 취업에 노력하고 있는지는 교장실 벽면에 걸린 반별 취업률 그래프에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담임들의 노력여하에 따라 취업률의 그래프는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올해 졸업생 26명이 선택한 ‘선 취업 후 진학’

신진자동차고의 올해 졸업생 26명은 취업을 먼저 하고 후에 진학을 하는 ‘선 취업 후 진학’으로 활기찬 미래를 위한 출발을 했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취업설명회와 담임들의 진로상담이 학생의 취업 마인드를 고취시킨 것이다. 26명의 학생들은 안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에 입사해서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는 경기과학기술대학교에서 공부를 한다. 자동차브레이크를 만들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100%납품하는 우량 중소기업인 이 회사와는 몇 년 전 삼자협력관계를 맺었다. 3학년 때 거친 6개월의 실습과정은 경력으로 인정되어 졸업과 동시에 200만원의 급여도 받는다. 회사는 26명의 학생들을 위해 특별반을 별도로 만들 정도로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생활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한다. 경기과학기술대학교는 학생들에게 대학등록금 40%할인이라는 특별한 혜택을 주었다. 대학 또한이 고등학교와 삼자협력(신진자동차고, 남양공업주식회사, 경기과학기술대학교)을 맺었다. 학생들이 근무하다가 군복무를 하고 돌아와도 똑같은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학교 또한 같은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간다. 조건이 있다면 학생들이 직장을 그대로 다녀야 한다는 것이 전부다. 이 학교는 26명의 졸업생들이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되어 앞으로 그 방향으로 취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기계분야의 최고자리는 이론적으로 공부만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잖습니까? 현장에서의 많은 경험과 스스로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는 거죠. 고등학교 때부터 자동차에 대한 기초 공부를 하고 기술을 습득하여 10년 20년 현장에서 경험을 쌓게 된다면 그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최고의 자동차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교육현장에서 저희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취업을 됐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선생님들이 수시로 학생들이 취업되어 있는 현장을 순회지도하여 이탈된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쌓는 경력은 경쟁력이다

취업률을 올리는 결과를 토대로 학교를 평가하는 성과위주의 ‘선 취업 후 진학’도 현장에서는 상당히 반긴다고 한다. 취업보다는 진학을 우선시 했던 우리사회의 잘못된 현실이 이제야 제대로 바른 길을 찾았다는 안도감이 있기 때문이란다. “원래 공고나 상고는 직업교육이잖아요. 그런데 너도 나도 다 대학을 다가보니까 현장에 나가보면 일할 인력이 없어서 상당히 곤란해 합니다. 요즘 현장을 다녀보면서 느낀 겁니다만, 실업자가 많은 게 취직할 곳이 없는 게 아니라 자리가 맘에 안 들어 취업을 안 한 겁니다. 실력이 있든 없든 명색이 대학을 나왔으니 아무데나 갈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거죠. 나라에 실업자는 넘쳐난 데도 제조업현장에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나마 자리를 채워주는건 외국인들이고요. 마치 대학을 나오면 제조업에서 일하면 안 되는 것처럼 인식되어온 우리사회가 큰 문제입니다. 실제로 학생들을 교육시키다보면 이론공부보다는 기술쪽에 더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꽤나 많아요.

이 학생들은 국, 영, 수 과목에서는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기술테크닉을 습득하는 속도는 상당히 우수합니다. 이런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여 경험을 쌓게 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제조인력은 상당히 항상 될 것이고 그만큼 국력이강해지는 것이지요. 현재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들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입니다. 일찍이 현장에 투입되어 실무단계를 하나하나 밟아서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상당히 큰 기업의 회장님이 그러시더라고요. 현재 제조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외국인인데 그 사람들(외국인)은 얼마 있으면 돌아갈 사람들이라고. 설령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에게 우리 기술을 다 전수해 주고 싶지 않데요. 그 분들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받을 사람이 없다면 제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잖습니까? 물론 선 취업 후 진학이 성과위주로 몰고 가는 경향도 있지만 정책을 추진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학교에서 봤을 때 특별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정책은 맞다고 봅니다. 학과에 따라 볼멘소리를 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학생들은 상당히 전망도 있고요.
 

최고의 자동차전문교육기관으로서 자부심도 대단

이 학교가 과학고에서 자동차관련 특성화고로 학교명을 바꾼 데는 자동차분야에서 만큼은 최고의 교육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학교설립취지 때문이란다. 세계에서 휴대폰만큼이나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기술을 배우는 것은 학생들에게 상당한 비전을 준다. 그래서 학생들뿐 아니라 선생님들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선생님들은 교육현장에서 얻는 노하우를 토대로 교과서를 직접 개발하고 교과부에서 자동차관련 책을 만드는데도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도 교육시스템을 너무 재미있어 한다.

현대의 트랜드와 학과가 잘 매치되고 있는 것이다. 학과 중에서 특히 자동차설계와 디자인학과는 학생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좋다고 한다. 자동차정보학과는 친환경자동차와 A/S에 관련하여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들어오실 때 운동장에 있는 차들 보셨죠? 그 차들이 모두 우리 학생들이 실습하는 차들입니다. 아마 우리 학교만큼 실습용 차를 보유하고 있는 학교가 드물 겁니다. 우리 학교 출신들이 대부분 자동차회사에 근무하다보니까 후배들을 위해서 기증해주는 차에요. 최신형 자동차들이라 우리 학생들이 기술을 익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실습용 자동차들은 각 실습장에서 이론을 토대로 학생들이 조형장치가 어떻게 생겼는지 전자장치가 어디에 붙어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직접 만져보면서 실습하는 데 사용된다. 자동차실습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수업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분야씩을 분해를 해서 실습한다고 했다. 약 2만 개 정도의 차 부속을 파트별로 일일이 분해해서 익히고 어떤 부분이 잘못되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실습을 통해 배우고 있었다.

학년과 반에 따라 실습용 자동차가 다르기 때문에 자동차는 수시로 교체된다고 한다. 이론공부를 중점적으로 하는 1학년과는 달리 2~3학년은 실습위주의 수업이 진행된다. 실습실은 상당히 쾌적했는데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리모델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졸취업이 높다고 하지만 진학이나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40%나 됐다. 4년제 대학을 가고는 싶지만 실력이 안 되다보니 전문대로 진로를 선택한 학생들도 있었다.

이런 학생들은 취업을 하는 게 낫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돌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게 학교의 설명이었다.취업을 했다가 적응을 못하고 군대를 가는 학생들도 있다고 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는 적성을 고려해 방향을 바꿔주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졸업생들이 취업과 진학이라는 두 갈래의 길을 선택하게 되지만 별도로 반을 분리하여 교육하고 있지는 않았다. 진학을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방과 후 자율적인 수업을 하도록 하고 있었다. 진학 반을 위한 동행프로젝트는 이들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어 보였다. 대학생들이 스펙을 쌓기 위해 하는 봉사활동인데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라고 했다. 현재 이 학교에는 10여 명의 대학생들이 한 명이 2~3명의 학생들과 한 팀이 되어 국, 영, 수 과목을 자율적으로 공부하고 있었다.

글로벌인재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한창 글로벌현장학습을 추진하기 위한 노력도하고 있었는데 호주시드니에 자동차경비관련 회사라고 했다. 글로벌현장학습을 신청한 학생은 한 명이었는데 작년에 전국 기능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우수한 성적의 학생이라고 했다. 글로벌현장학습은 차후 추가로 신청을 받을 예정인데 아직은 홍보부족으로 학생들이 잘 모르고 있는 듯 했다. 신청한 학생들은 3학년 2학기가 되는 올 하반기에 호주로 현장학습을 가게 된다고 한다.

이 외에도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견문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재단에서 매회 실시하는 ‘유럽선진문화 체험연수’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걸쳐 1년에 2회씩 실시되고 있었다. 인원은 학생 9명, 인솔교사 2명 총 11명으로 선발된 학생과 인솔교사는 독일 산트라에 있는 자동차 관련 회사에서 2주 동안 선진문화를 체험하게 된다고 한다. 학생들은 대부분 3년을 마친 시점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고 했다. 전교생을 기준으로 봤을 때 90%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었는데 노력여하에 따라 자동차관련 외에 컴퓨터자격증까지 취득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교생이 매일 한 시간씩 원어민 교사와 영어수업

이 학교의 지원율은 평균성적 56%다. 즉, 중학교 내신 성적이 중간그룹은 되어야 진학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지금은 학교별로 몇 대 몇이라는 개념이 없어졌다고 한다. 학생의 중학교 내신 성적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지원이 가능한지의 여부가 정해진다는 것.

이 학교도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교육비가 정부로부터 전액 지원되고 있었다. 입학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는 주는 ‘우수장학금’과 ‘재단장학금’, ‘동창회장학금’ 등이 있었는데 부모가 회사에 다니면서 학생의 교육비를 지원받을 경우 이중지원은 되지 않고 있었다. 글로벌인재로 키우기 위한 영어수업도 하고 있었다. 학교에는 원어민 교사가 3명 있었는데 매일아침 자습시간에 전교생은 영어방송을 들으면서 영어를 익히고 있었다. 원어민 교사들은 돌아가면서 매일 반 별로 영어수업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방과후에라도 원할 경우 영어수업을 할 수 있고 방학 동안에는 영어캠프를 통해 영어를 익힐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언론에서 말하는 왕따 문제도 이 학교는 없었다. 졸업식에서는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서 재학생과 졸업생이 하나가 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MBC 이코노미 매거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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