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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맥주에 빠진 대한민국


여름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시원한 ‘맥주’. 우리가 마시는 카스, 하이트, 드라이피니시 등 국내맥주를 애용했던 맥주소비자들은 이제 다양한 종류와 맛을 지닌 수입맥주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주세법 개정으로 하우스맥주에 대한 기준이 완화되면서 수제맥주의 인기도 날로 치솟고 있다. 국산·해외·수제로 상징되는 맥주 3강의 ‘전국시대’가 도래했다. 끝없이 변화하는 맥주시장, 그 속에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봤다.


대한민국의 맥주열풍을 몰고 온 첫 번째 이유는 단연 ‘치맥’을 꼽을 수 있다. 치킨과 맥주의 합성어인 ‘치맥’은 야식하면 떠오르는 국민메뉴다. 치맥열풍이 불면서 생맥주를 주로 파는 호프집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맥주시장은 호프집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그러나 불과 4~5년 사이 맥주시장에 ‘맥주창고’, ‘맥주바켓’ 등 셀프 맥주집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기존 호프집이 카스, 하이트, 맥스 등 국산맥주를 중심으로 취급했다면 셀프 맥주집은 수입맥주 중심으로 판매를 한다. 셀프맥주집에서는 대부분 작은 바구니에 자신이 먹을맥주를 담아오는 형식이다. 안주를 외부에서 가져와도 되는 차별점은 셀프맥주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인구수가 점차 늘면서 소비자들은 외국맥주와 국내맥주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바다 건너 맛본 맥주 맛을 잊지 못한 소비자가 하나의 수요층을 이룰 만큼 집단화된 것이다. 이는 국내에 수입맥주가 대거 들어오는 단초 노릇을 했다.


최근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안주와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스몰비어’가 유행하고 있다. 한집 건너 한집 꼴로 스몰비어가게가 빠르게 자리 잡았다. 스몰비어 업체들은 맥주에 자몽, 라임, 수박 등 과일 향(맛)을 첨가시키며 여성고객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스몰비어 프렌차이즈 가게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문제가 생겼다. 인테리어와 콘셉트, 심지어 맥주 맛과 제공되는 안주 메뉴까지 동질화되면서 소비자들이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이에 맥주시장은 다소 정체기에 접어든 듯 보인다.


이태원 경리단길을 중심으로 수제맥주펍이 생겨났다. 하우스 맥주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생맥주에서 수입맥주로, 또 주인이 직접 주조하는 하우스맥주까지 맥주는 끝없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소비자들의 맥주를 향한 소비욕구는 점점 더 높아졌다. 맥주의 다양한 맛과 종류를 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 맥주시장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고루 만족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한국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두 대기업이 90% 넘게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들이 맥주시장에 뛰어들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물론 몇 차례 주세법 개정으로 맥주시장의 진입장벽이 예전보다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중소규모 업체들이 맥주시장에서 생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미 카스와 하이트가 점유율뿐만 아니라 맥주시장의 관성을 가져가 버린 모양새다. 새로운 맥주를 찾으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과연 한국맥주시장 양강 체제를 바꿀 수 있을까.



에일(Ale)과 라거(Lager)방식


지난 2012년 말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기자 다니엘 튜더가 “한국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라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이 인터뷰는 국내 수많은 맥주 마니아들에게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때부터 한동안 한국맥주에 대한 담론이 난무했다. “정말 한국맥주가 ‘맛없는 맥주’의 상징인가”라는 의문을 국민들이 갖기 시작했다.


외국에 다녀 온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세계맥주와 한국맥주를 비교하며 맥주의 다양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유학생인 박아영씨(26)는 “외국맥주는 맥주마다 고유의 향이 있고 목 넘김도 다양한데 우리나라 맥주는 너무 평범하다”면서 “한국맥주가 맛이 없기 때문에 맥주에 소주를 말아먹는 ‘소맥문화’가 생긴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맥주가 맛이 없다고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맥주는 대부분 라거(Lager)종류이기 때문이다. 맥주는 크게 발효방식에 따라 람빅(Lambic)과 에일(Ale), 라거(Lager)로 나뉜다.


람빅은 자연발효 형식으로 벨기에 일부지역에서만 소규모로 생산된다. 따라서 세계맥주시장은 에일과 라거로 양분화되어 있다. 에일은 맥주를 발효시킬 때 위로 뜨는 효모로 만드는 상면(上面) 발효방식이며 상온에서 3주간의 숙성기간을 거쳐 만들어지는 전통적인 양조법이다. 에일맥주는 19세기 이후 대량생산과 냉각설비 발전을 등에 업은 라거방식의 약진에 밀리면서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는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색이 진하고 향이 풍부하며 쓴 맛을 지니고 있다. 라거맥주에 비해 탄산이 적다는 것이 특징이다. 즉 진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는 맥주로 일부 맥주애호가들은 에일맥주만 찾기도한다. 기네스, 호가든, IPA 등의 맥주가 이에 속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카스나 하이트, 밀러, 아사히 등은 라거방식의 맥주이다. 라거는 맥주를 발효시킬 때 아래로 가라앉는 효모로 만드는 하면(下面)발효방식으로, 맛이 쓰지 않고 황금빛 색을 띤다. 청량감이 높아서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맥주의 맛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라거맥주가 중점적으로 공급돼왔다.


최근에는 맥주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자의 수요가 다원화되면서 오비맥주에서는 에일스톤을, 하이트진로에서는 퀸즈에일을 새롭게 출시했다. 두 제품 모두 에일맥주다. 이처럼 한국맥주시장 투톱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에일맥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나 라거 편중이 심한 편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음주문화와도 관계가있다. 우리나라는 술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술과 음식을 함께 즐기는 문화이기 때문에 라거맥주가 더 인기가 있고 상대적으로 맛이 진한 에일은 많이 마실 수가 없다”고 전했다.



수입맥주 전성시대


지난 4월 관세청이 발표한 ‘2014년 주요 주류 수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량은 1억1천800만리터로 2013년에 비해 24.5%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대치로 소비자들의 수입맥주 요구 열기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불과 3~4년 사이에 대형마트 주류코너의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기존 마트 주류코너는 몇 가지 안되는 국산맥주들과 유명한 세계맥주만 진열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형마트 주류코너는 100여개가 훨씬 넘는 세계맥주들이 판매대에 놓여 있다. 수입맥주 5~6개를 묶어서 1만원대 가격으로 판매하는 할인혜택은 수입맥주의 빠른 성장을 부추겼다.


두 대기업의 오랜 독과점 구도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맥주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양성의 결핍’을 수입맥주를 통해 채우면서 국내맥주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맥주야 놀자’ 운영자이자「, 맥주소담」을 저술한 권경민 씨는 “거의 1세기 동안 두 개의 맥주회사가 맥주시장의 98% 이상을 독점해 오다 보니 맥주의 품질은 물론, 다양성도 크게 결여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면서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 품질을 높일 이유도, 제품을 다양화 시킬 이유도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수입맥주의 시장 확대로 소비자들의 입맛이 변해 최근에야 국산 맥주시장에도 작게나마 호응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맥주 제조회사들이 품질 향상이나 제품 개발 보다는 외국의 맥주 수입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씁쓸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두 대기업이 면허생산을 취득하거나 시장유통을 맡는 수입맥주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1위 맥주회사인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인수하면서 수입맥주의 성장은 더 박차를 가하게 됐다. 오비맥주의 관계자는 “몇 년 새 맥주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서 전체 맥주시장의 규모는 점점 커질 것”이라면서 “AB인베브의 맥주가 많기 때문에 수입맥주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더 커진다면 본사브랜드를 들여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개발은 꾸준히 진행중이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정해진 것이 아직 없다”며 “작년 4월 하이트맥주가 리뉴얼 되었기 때문에 하이트맥주에 집중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했다.


중소•소규모 맥주기업의 활성화 필요


두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운영되었던 한국 맥주시장에 중소형 맥주기업 세븐브로이가 뛰어들었다. 덕분에 맥주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세븐브로이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에 이어 77년 만에 탄생한 한국의 세 번째 맥주기업이다. 세븐브로이는 국내 최초로 에일맥주를 선보였다. 지난 4월부터는 매장에서만 맛 볼 수 있었던 국산수제맥주를 매장에서도 판매해 소비자와의 ‘거리 좁히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또한 홍삼 라거 병맥주를 자체개발해 중국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세븐브로이는 수제맥주시장을 선도하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세븐브로이는 맥주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반면, 다른 중소기업과 소규모 맥주 업체들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맥주시장은 Cratf Brewery라 불리는 중소규모 업체들의 수가 약 3천300개에 이른다. 각 지역에 기반을 둔 맥주기업들이 고속성장을 하며 미국의 맥주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주세법 개정 이전까지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제조한 맥주를 외부에 유통하는 것도 허용이 되지 않았다. 행사나 축제에 참여해서 시음회를 여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또한 소규모 맥주제조자의 경우 시행령에서 외부유통을 할 때에 직접 공급은 다른 사업자의 영업장에 한하도록 하고 있어서 슈퍼 등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종합유류도매업자를 통해서만 유통이 가능했다. 이러한 많은 규제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소규모 맥주업체들이 새로운 맥주를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대기업에 밀려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맥주소담」권경민 저자는 “맥주의 부과되는 72%의 단일 주세가 출고가격 기준”이라며 “이 때문에 대기업에서 대량으로 재료를 구매하여 대량 생산하는 맥주가 출고 가격이 낮기 때문에 소량으로 구매•생산되는 중소기업 맥주는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음식점, 주점, 소매점까지의 골목골목의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싸우는 것은 쉽지 않다.


심지어는 자사제품 외의 주류를 취급하는 업장에 대해서 공급 중단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며 방해하는 일도 일어난다”며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규모 맥주기업들이 맥주시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꼬집었다. 소비자들에게 다양하고 질 좋은 맥주를 제공하고, 세계맥주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규모업체들이 상생하는 환경이 만들어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맥주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필요


우리나라 맥주가 세계맥주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더 다양한 제품군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맥주전문가들이 많이 양성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브라우마이스터(Braumeister)라고 불리는 맥주 양조 기술자가 있는데 이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기관도 있다. 이런 제도적 뒷받침이 독일맥주를 이끌어 온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고품질의 맥주를 양조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권경민 저자는 “와인은 양질의 포도가 생산되는 지역이어야 훌륭한 와인을 생산해 낼 수 있지만 맥주의 재료인 맥아와 홉은 모두 건조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재료 생산지가 맥주 생산지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양조 기술과 좋은 물, 우수한 생산설비가 갖춰지면 지역에 상관없는 세계적인 맥주를 생산해 낼 수 있다”며 대표적인 예로 일본을 꼽았다.


권 저자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환경에 놓여있는 일본은 300여개의 지역 양조장에서 다양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아사히, 삿포로, 기린, 산토리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맥주 생산은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프리미엄 맥주로 포지셔닝을 해 나가고 있다”며 분명 우리나라도 충분히 세계 시장 경쟁에 이겨 낼 수 있다며 확신을 내비췄다.


우리나라에는 올해 초 독일의 3대 맥주양조 교육기관인 되멘스 아카데미가 한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아직은 미흡하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다 보니 맥주양조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은 다들 독일로 맥주유학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점점 커지는 맥주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필요한 시점이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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